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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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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5

“회장에서부터 그랬어. 뭘 하더라도 내가 사고를 칠 거라 의심부터 했었지. 근데 축제에선 아예 눈이 안 떨어지더라? 이게 감시가 아니면 뭐냐?”

그걸 어떻게.

아리나의 입이 절로 벌어졌다.

외출 금지령에 대한 판결을 이번 축제로 내리는 것.

가족 회의로 나온 결론으로 오로지 그럴 만한 인격을 가졌는지 확인하고자 했을 뿐인데.

감시라는 한 단어에 머리가 번뜩여 버렸다.

아리나가 황급히 말을 둘러댔다.

“카르세인. 너도 잘 알겠지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런 의심은 네 전과가 있었기 때문이야.”

“하긴 그렇겠지. 너네 입장에선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르는지 안 저지르는지가 가장 중요했겠지. 이 축제를 즐기느냐가 아니라.”

“그런 식으로 비약하지 마. 나는 진심으로 네가 축제를 즐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해명 따윈 듣고 싶지 않다.

카르세인은 칼 같이 아리나의 말을 잘랐다.

“나 같은 거 감시하느라 더럽게 재미없었지? 지금이라도 빠져줄게.”

“카르세인!”

탁!

아리나가 카르세인의 손목을 붙잡으려 했지만 그녀의 손은 거칠게 내쳐졌다.

“너희가 감시할 인간은 방에서 짜져 있어 줄 테니까 맘껏 즐기고 돌아오던지.”

차마 다시 손을 건네지 못한 아리나가 주먹을 꽉 쥐며 부르르 떨었다.

어떻게 안 건지는 모르지만 감시 당하는 입장인 것을 눈치챈 이상 이를 건방진 태도라 지적할 수는 없다.

아리나가 카르세인을 붙잡고자 최후의 수단을 꺼냈다.

“어머니께서 이 날을 얼마나 기대하셨는 줄 알아?”

한 명도 빠지지 않은 가족 전원이 함께하는 축제.

이사벨라는 그걸 간절히 바랐다.

“너 한 사람 때문에 축제를 몇 번이고 거르셨어. 네가 외롭지 않길 바랐기 때문에 저택에 남아 있었다고.”

그러니 조금이라도 양심의 가책이 느껴진다면.

어머니의 마음을 상하게 만들지 않고 싶다면.

가족끼리의 축제를 이런 식으로 망치지는 않을 것이다.

“조금만 참고 버텨. 기분이 상했다 하더라도 그 이상의 상을 네게 내릴 테니까. 오늘만은 어머니 기분 좀 맞춰드려.”

가족의 정.

그것이 카르세인을 붙잡을 마지막 수단이었다.

“지랄.”

그러나 카르세인은 콧방귀를 끼며 고개를 홱 돌렸다.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제 갈길을 걸을 뿐이었다.

가당치도 않은 비속어를 담으며 걸어가는 그를 붙잡고 싶었지만 이번만은 그럴 수가 없었다.

감시나 다름없는 이 행위로 카르세인을 평가하려 했던 건 다름 아닌 아리나 자신이었기에.

그렇게 아리나가 심란해하던 사이 이사벨라가 두 딸과 용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무슨 일이니.”

“언니? 왜 그래?”

썩 밝지 못한 분위기에 이사벨라가 걱정에 잠긴 눈으로 주변을 둘러 보았다. 카르세인은 이 자리에 없었다.

“잠시 용변을 해결하고 올 거라더군요. 걱정 마세요.”

어쩔 수 없다.

어머니의 마음에 짐을 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지금 당장은 어머니를 속이고 카르세인을 데려오는 게 우선이었다.

다행히도 카르세인의 검푸른색 머리카락은 아리나의 시야 안에서 사라졌기에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 짐작이 간다. 지금 달려가 붙잡는다면 얼마든지 붙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때.

어느 한쪽 거리에서 인파가 급히 몰렸다.

“불이야!!”

화악!

눈꽃 축제라는 이름 앞에 거센 화염이 치솟았다.

***

축제 도중 급히 치솟은 불길에 장내는 혼란의 도가니였다.

아리나가 곧장 길거리에서 혼란에 빠진 시민들에게 소리쳤다.

“정신 차려라! 이대로 허둥지둥대다 전부 타 죽을 셈인가?!”

그 한 마디에 혼비백산했던 시민들이 그녀를 알아본다.

“저 문양 바그란드잖아?”

“바그란드라니… 그럼 저 분이 아리나 바그란드 공녀님이란 말이야?”

“사 살았다! 살았어!!”

“공녀님! 명령을!”

시민들뿐만이 아니었다. 주둔병들 역시 우왕좌왕하던 차에 자신들에게 명령을 내려 줄 사람을 찾은 셈이었다.

자세히 보니 아리나만 있는 게 아니라 바그란드 공작가 전원이 있단 사실에 그들은 환호하며 얼른 명령을 부탁했다.

“전원 장을 어지럽히지 말고 정렬해서 움직인다! 불길과 가까운 좌측은 병사들에게 내어주고 우측으로 붙어 이동하도록!”

“예!”

지시 한 번에 병사들과 시민들은 더 이상 자기 길을 헷갈리지 않고 분간해서 움직였다. 과연 바그란드의 세를 실감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몰린 인파가 정리되었으니 이제 불길을 진압할 차례였다.

“우선 불길의 방향을 생각해서 번지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화재의 근원지가 어느 쪽인지 아는 자가 있는가?”

“저 저희입니다.”

뒤쪽에서 세 주둔병이 손을 들었다.

언뜻 봐도 제복이 그을려 있는 것이 가장 화재를 먼저 발견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불꽃은 한 곳에서 생겨난 게 아니었습니다. 여러 곳에서 한 번에 동시다발적으로 피어났습니다.”

“동시다발적이라고?”

“저는 서쪽 방향에서 근무했었습니다. 이 친구는 반대로 연회장 방향 그러니까 동쪽에서 근무하고 있었죠.”

“홀로 동떨어진 남쪽에 있던 제 쪽도 불길이 한 번에 치솟았습니다. 그래서 이곳 북쪽만 그렇게 화재에 휩쓸리지 않은 겁니다.”

아리나가 그 말에 눈을 좁혔다. 클레어도 이를 심상치 않게 여긴 건지 아리나에게 곧장 물었다.

“언니. 이거 설마…”

“그래. 2년 전에 봤던 눈꽃 축제 때와 유사한 수법이야.”

2년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눈꽃 축제는 황실 측이 개최한 연례행사. 가능성은 충분했다.

“혹시 불꽃의 색이 어땠는지 기억하고 있나?”

“파란색이었습니다.”

“너희도?”

“저희가 본 것도 파란색이었습니다.”

“역시. 일반적인 불꽃이 아니군.”

확신이 선 아리나는 곧장 이사벨라에게 말했다.

“어머니. 불길은 클레어와 제가 끄고 오겠습니다. 그 사이 시민들을 진정시켜주실 수 있으신지요.”

“그때와 동일하다는 것이냐.”

“네. 목격자들의 진술이 일치하고 있습니다.”

“그래. 어디 네 뜻대로 해보거라.”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리나가 병사들을 지휘하며 시꺼먼 연기가 피어오르는 길목 사이를 지나쳐 갔다. 두 딸이 행동에 나서자 이사벨라는 주변의 이목을 모았다.

“주목하시오! 이 화재는 그저 혼란을 주기 위함이지 인간들의 신체에 직접적인 해를 가할 수는 없는 불꽃이오.”

시민들이 의문을 품었다.

“공작 부인?”

“그게 무슨 소립니까? 불이 인간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니.”

“2년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소. 당시에는 아무도 몰랐지만 조사 결과 저 불꽃은 마정석을 통해 피워낸 가짜 불꽃이었소.”

가짜 불꽃이란 말에 시민들이 웅성거린다.

이사벨라가 이에 근거를 들며 손가락으로 한 주택을 가리켰고 머지않아 마력이 담긴 것만을 태우는 마정석의 가짜 불꽃이란 진실을 깨닫자 시민들은 그제야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또 이런 식인가.’

표면적인 이유야 겨울의 축제가 없는 것을 근거로 두어 백성들의 민심을 알아보는 것은 물론 지난해의 수확과 올해의 기원을 바란다는 뜻으로 이 축제를 만들었다.

그러나 입체적으로 파고들어 축제에 정치적 요소를 심어넣은 게 아니냐며  반발하는 자들은 적지 않았고 알게 모르게 이런 식으로 반기를 들곤 했다. 이조차 사실 심증뿐이라 범인은 잡기 힘들겠지만 말이다.

“엄마. 그럼 축제는… 계속 볼 수 있는 거지? 그때처럼 안 끝나는 거지?”

“그럼. 네 언니들이 불만 끄면 더 놀 수 있단다.”

축제가 끊어질까 염려하는 플로라의 등을 이사벨라가 살살 쓰다듬으며 다독였다.

잠시 후 세 장소에서의 불꽃이 꺼진다.

가짜 불꽃을 해결하고 돌아 온 아리나와 클레어를 보자마자 그들은 바그란드 공작가를 칭송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이 불길이 치솟는 동안 그들이 잊은 것이 있었다.

“잠깐 카르세인은 어디 있느냐.”

이사벨라의 물음에 이제야 두 공녀의 머리가 번뜩였다.

용변을 보러 갔다고 변명해 넘긴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건 잠깐의 시간밖에 벌지 못한다. 화재가 진압된 지금쯤이며 되돌아왔을 시간이란 것이다.

이 시간에도 돌아오지 않는 건 이사벨라도 은연히 아리나의 거짓말을 눈치챌 만한 사안이었다.

“당장 당장 가문의 기사들을 풀어라!”

화재는 진압됐지만 다른 곳에서 더 큰 불이 붙었다.

***

▶CHAPTER 1 – 에피소드 IV. 눈꽃 축제 클리어!◀

▶가족들끼리의 눈꽃 축제를 아무 문제 없이 흘려 보냈습니다.◀

▶선택지 이상의 결과를 불러일으키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제법 달가운 소식들이 연달아 상태창에 나타났다.

에피소드 클리어.

문제 없이 넘어간 축제.

선택지 이상의 결과까지.

이번에도 게임 클리어를 위한 초석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것들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러나 상태창에 아무리 그런 것들이 떠도.

머릿속에서 자꾸만 과거가 떠올라 이 기쁨을 삽시간에 묻어 버린다.

“왜 이딴 게 자꾸 떠오르는 거야.”

화가 났다.

카르세인이 아닌 내게.

다신 돌아가기도 싫었던 그 집에서 탈출한 지가 언젠데 그때가 떠오르는 거지?

몸은 그곳 밖을 나왔다지만 정작 난 이런 같잖은 것 하나 떨쳐내지 못 했다는 건가?

“씨발.”

-덜그럭.

애꿎은 오크통에 신경질적인 발길질이 가해졌다. 잘 세워져 있던 오크통은 데굴데굴 구르며 안에 남은 잔류 와인을 토해내듯 흩뿌렸다.

고작 그것만으로도 가쁘고 거친 숨이 튀어나왔다.

“그럴 리가 없잖아.”

씩씩거리며 다음 오크통을 발로 차 쓰러뜨리려 했지만 곧바로 쓸데없는 짓임을 깨닫고 멈췄다.

그래. 이런 감정은 불필요하다.

카르세인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찰나의 기대를 품었을 거란 묘한 공감 같은 건 그저 일말의 감정에 불과하다.

설령 놀이동산에서 눈을 반짝이며 부풀었던 내 기대가 가차없이 꺾여버린 걸 떠올렸다 한들 이젠 그 기억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아무리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 한들 이건 내가 아니니까.

게임 속 어느 캐릭터의 조형을 위한 하나의 배경일 뿐이니까.

…그래야 하는데.

“불쌍한 자식.”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을 뱉어버리고 말았다.

그 뒤로는 정처없이 걷고 또 걸었다.

마차가 어느 쪽 방향이었는진 모르겠다.

머릿속에서 이 기억이 조금이나마 흐릿해질 때까지. 나는 이곳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로 걸었다.

그러다 문득 환한 빛이 눈에 들어왔다.

밤거리가 되어가는 이곳에서 이 정도의 빛은 인위적인 빛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인위적인 등불보다도 더 환한 이젠 슬슬 익숙해지게 된 물체가 눈앞에 보였다.

메모리얼.

카르세인의 과거로 만들어진 물체였다.

“돌탑… 인가.”

차곡차곡 쌓아 만든 돌들이 용케도 넘어지지 않고 서 있다.

잘못 건드린다면 이대로 풀썩 쓰러져버릴 것만 같은데도.

뭘 더 고민하겠는가.

그대로 손을 뻗어 나는 녀석의 진짜 과거를 마주했다.

점멸한 장소에서는 똑같이 눈꽃 축제를 비추고 있다.

그리고 하늘에선 차갑고 새하얀 것이 떨어지고 있었다.

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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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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