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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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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6

“엄마 이거 봐봐! 눈이야!”

“그래. 오늘은 눈이 오네.”

한쪽에서는 평민 모자가 축제를 즐기러 나왔다.

“흐흐 눈싸움 할 사람 더 있어? 여긴 다 나가 떨어졌─ 푸악!”

“한눈 팔다가 당한 맛이 어떠셔?”

“야. 너는 왜 쟤네가 아니라 형한테 던지고 그래!”

“이 동네 왕을 정하는 데에 형 동생이 어딨어. 이거나 먹어라!”

다른 한 쪽에서는 형제끼리 눈싸움을 즐기고 있다.

그리고.

“어디 가는 거야? 축제 즐기러 가는 거야?”

지금보다는 훨씬 더 어린 누나.

현재의 성숙미와 세련미가 다져지지 않았다. 숫기마저 빠지지 않은 앳된 적발 소녀의 나이는 이 당시 열 일곱이었다.

그 큰누나를 눈을 반짝이며 쫄래쫄래 쫓아가는 어린 소년이 있었다.

“우와. 이게 눈꽃 축제…!”

그리고 그녀보다 세 살 더 어린 소년은 이 나이대의 어린 아이가 동할 만한 광경을 눈에 담고 있다.

눈싸움을 하는 광경이나 따뜻한 음식들을 사먹으며 포근한 겨울을 보내는 길거리 신기한 것들로 북적이는 이 장소는 신비 그 자체다.

게다가 영락없는 어린 아이인 카르세인에게 언제나 저택에 갇혀있고 회장에선 격리되어 있었던 그 소년에겐 더더욱 그랬다.

뭐든 좋았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으로 뭔가를 해보는 건 어떨까.

평소 길거리에서 본 적 없는 것들을 듣고 써보는 기분은 어떨까.

다른 아이들처럼 이것저것 사서 길거리를 활보하는 건 어떨까.

호기심이 무럭무럭 피어오른 카르세인에게는 이 거리에 나온 것만으로도 만족이었다.

“카르세인.”

“어 응? 왜?”

뭘 하려나 싶어 눈을 반짝인 채 카르세인은 묻는다.

그리고 기대한다. 큰누나의 입에서 어떤 말을 듣게 될지.

“축제. 즐기고 싶다고 했지?”

“으 응! 당연하지!”

“자 여기. 마음대로 즐겨도 좋아. 어디 네가 원하는 대로 놀아 봐.”

아리나는 지갑에서 300페셀 어치의 돈을 꺼내 카르세인의 손에 떨어뜨렸다. 용돈이었다.

용돈을 받아 신난 소년은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다.

“나 오늘 엄청 혼났었는데… 정말 놀아도 돼?”

그러나 소년을 데리고 온 누나의 눈은 싸늘하게 식어 있었으니.

“어.”

그 짧은 한 마디가 아리나의 마지막 한 마디였다.

“야호!”

소년은 신이 나서 폴짝 폴짝 뛰었다.

자유를 만끽하며 나귀처럼 길거리를 뛰쳐나간 소년의 발은 그 어떤 것도 묶지 못했다.

그렇게 눈송이가 떨어지고.

소년의 손에는 신기한 먹거리부터 시작해 장난감 놀거리들이 쥐어져 갔다.

하지만 이내 어느 순간부터는 흥미를 잃게 되었다.

기껏 얻은 자유임에도.

돈까지 받으며 얻은 허락임에도.

그걸 넘어 이번밖에 없을지도 모르는 기회임에도.

“혼자 노는 건… 역시 재미 없어.”

카르세인은 전혀 즐겁지 않았다.

혼자였기 때문에.

그러다 문득 길거리에서 그의 눈에 한 장면이 들어온다.

“이거 엄마를 위한 선물이에요!”

“어머나. 고마워라.”

길거리에서 어머니를 위해 딴 경품을 선물하는 아들이 보였다.

아들은 웃고 있는 어머니에게 아쉬운 듯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더 좋은 거 얻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니야. 엄마는 아들이 이렇게 챙겨주는 것만 해도 충분히 기쁜걸.”

그 장면이 고독에 잠겼던 카르세인의 몸을 다시 움직이게 만든다.

가족을 위한 경품.

선물.

그리고.

‘누나들도 동생도 엄마도. 선물하면 좋아하겠지?’

가족의 관심이었다.

‘그래. 분명 좋아할 거야. 얻기 힘든 걸 선물해서 꼭 칭찬받을 거야!’

카르세인은 그렇게 다짐하며 엉덩이에 묻은 눈을 털었다.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새파랬던 하늘 아래 흰 눈송이들은 어느덧 붉게 타는 듯 보였고 이내 등불이 켜지기 시작한다.

카르세인의 손엔 두 손 가득 가방들이 쌓였다. 어디서 뭘 하고 왔는지 많이도 모았었다.

그러나 소년은 모른다.

자신을 데려다 준 마차가 이 길거리에서 어디로 가야 있는지를.

마차의 위치를 알고 있는 건 오로지 그를 이곳으로 데려다 준 아리나뿐이었다.

“음… 아리나 누난 기다리고 있으면 오겠지?”

방황하던 카르세인은 한 돌무더기에 앉아 두 다리를 신난 듯 움직인다. 아마도 이걸 보면 깜짝 놀랄 테니까 그걸 기대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시간 동안 돌탑이나 쌓아보자.

이 평평한 걸 쭉 쌓는 동안 아리나는 분명히 제 위치를 알고 찾아올 것이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카르세인은 돌탑을 몇 번이나 무너뜨렸다.

쌓고. 또 쌓고.

몇 시간이 지나도 아리나는 오지 않았다.

기다리고 있던 그녀를 대신해 찾아온 건.

“유후~ 이거 봐라? 귀족 도련님이신 것 같은데? 뭘 그리 많이 들고 계신가?”

“히엑. 죄다 경품들이네?”

“아이 씨. 뭐야. 그럼 쓸데없는 거 아냐?”

“아니지. 이것도 갖다 팔면 다 돈인데.”

자기보다 덩치가 훨씬 큰 한량들이었다.

“뭐야. 그거 내 거에요!”

“이봐요 도련님. 다치기 싫으면 그냥 이리 주지? 보아 하니 문양도 없어 보이는데.”

“내가 열심히 얻은 걸 왜 내놓으란 거야?”

“아이 씨. 닥치고 그냥 내놓으라고 했지. 다치고 싶어서 환장했냐?”

“낄낄. 이런 자식들이 꼭 있지. 아직도 자기가 당당히 어깨 펴고 밤길 다녀도 되는 줄 아는 멍청이들이.”

“이런 새끼들은 몇 대 맞아야 돼. 그게 약이거든.”

소년은 가지고 있던 모든 걸 빼앗겼다.

저항한 탓에 여린 살결은 피멍으로 물들었고 맞은 장소는 욱신거리며 부어 올랐다.

그러다 카르세인은 드디어 발견되었다.

돌탑을 쌓은 뒤로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야 한 기사로부터 여기 있단 사실이 밝혀지면서.

“카르세인…! 대체 여기서 뭘… 아니. 아니야. 어서 집으로 돌아가자. 내 아들. 응?”

정신병에 걸린 어머니가 경악했다.

그만큼 카르세인의 몰골은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런 이사벨라의 뒤로 아리나가 놀란 눈으로 카르세인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제야 카르세인은 안심했다.

제 큰누나가 보인다는 사실에 품 속에 꼭 숨겨둔 걸 꺼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거… 아리나 누나 선물…”

여린 팔이 이사벨라의 어깨 뒤로 내민 건 눈꽃 장식이 달린 머리끈이었다. 포니테일을 자주 묶는 누나를 위한 자그마한 선물이었다.

시야가 점멸한다.

아슬아슬했던 돌탑은 그때와 다를 것 없이 서 있었다.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끝내 그걸 지켜보기라도 한 듯이 서 있었다.

이 돌탑을 쌓던 그 카르세인의 기대감도 나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렇기에 더 화가 났다.

“카르세인!”

바로 뒤에서.

이 돌탑을 쌓게 만든 장본인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띠링!

***

실책이었다.

어머니께서 카르세인이 이 자리에 없단 사실을 알아차리고 말았고 가문의 기사들이 여기저기 출동했다.

아리나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말을 타고 가장 먼저 마차 쪽을 뒤졌다.

하지만.

“뭐? 아무도 마차로 돌아오진 않았다고?”

“그렇습니다. 아가씨.”

카르세인은 마차로 돌아오지 않았다.

헤론이 말하는 것이니 틀릴 리가 없었다. 카르세인은 축제를 끝마치고 돌아간 게 아니란 뜻. 하여금 아리나에게서 의문이 사렸다.

‘그럼 도대체 어디에…?’

이러는 순간에도 카르세인을 향한 이사벨라의 걱정은 짙어져 갈 것이다. 아리나는 무작정 말의 고삐를 쥐고서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말을 타고 한참을 뒤진 결과.

어중간한 그루터기에서 한 돌무더기를 바라보고 있는 소년을 찾아낼 수 있었다.

‘저거 설마?’

검은색인가 싶더라도 약간이나마 푸른빛을 띠고 있는 머리카락을 보고 나니 확신이 섰다.

아리나는 곧장 말에서 내리며 그 이름을 불렀다.

“카르세인!”

한참이나 찾아도 보이지 않던 카르세인이 맞았다. 가까이 가면 갈수록 제 동생의 체형이나 의복까지 축제 때 쓰던 것과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이대로 어머니께 카르세인을 데리고 간다면 걱정을 놓고 축제를 다시 즐길 수 있을 터다.

물론 가문의 기사들은 고생한 만큼 비용을 써야겠지만 어느 정도는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었다.

처음부터 외출 금지령 얘기를 꺼냈다면 카르세인이 이리 기분이 나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 사실을 이번엔 간과하지 않았다.

“네 기분이 상한 건 이해한다. 축제를 즐기자고 말했지만 내심 널 못 믿고 있던 것도 맞아. 그래서 한 가지 테스트를 해보려고 한 거였다.”

“뭔 테스트.”

“네가 얼마나 변했는가. 그걸 테스트하기 위해서였어.”

한쪽 옆머리를 뒤로 넘기며 말을 이어가는 아리나.

이 또한 카르세인이 믿지 않을 수 있으니 타당한 근거를 대야 했다.

눈꽃 축제 전에 열린 가족 회의.

이 회의의 기반인 잊고 지나가 버렸던 생일과 부실했던 생일 선물.

아리나는 그걸로 카르세인을 납득시킬 생각이었다.

상황을 지켜보며 외출 금지 해제령에 대해서도 언급할 예정이었고.

그러나 카르세인은 날카로운 칼을 벼르고 있었다.

“몇 년 전에 여기서 본 것도 그럼 테스트였냐?”

“그게… 무슨 소리지?”

“왜. 이것도 기억 안 나냐? 성인식 때 그랬던 것처럼?”

카르세인이 몸을 돌리자 가려졌던 장소가 아리나의 눈에 들어왔다.

“여기 말이야. 14살의 나한테 네가 300페셀이란 돈을 쥐여주고 마음껏 놀다 오라며 버리고 간 장소야.”

“…!”

그제야 기억이 떠오른다.

납작한 돌 몇 개로 쌓아 올린 돌탑.

그 아래에서 온 몸에 성한 것 하나 보이지 않았던 카르세인.

이 장소는…

17세의 아리나 바그란드가 남긴 때탄 과거가 새겨진 곳이었다.

“카 카르세인. 그건… 그때는…”

차마 아리나의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카르세인은 싸늘한 시선으로 아리나에게 다시 한 번 비수를 꽂는다.

“하도 사고를 많이 쳐서 그랬다고 했던가. 뭐 그때도 마찬가지였겠네. 그렇지?”

“아니야! 카르세인. 나는 그때는…!”

“그렇게 될 줄 몰랐다고 말하고 싶냐?”

“…!”

자기가 할 말이 카르세인의 입에서 튀어 나왔다.

푸른 눈동자가 당황에 잠긴 채 질끈 감긴다.

“그땐 나도… 너무 어렸다. 너무 어려서 제대로 된 판단이 서지 않은 거였어.”

변명이라도 하고자 시선을 피하며 그리 중얼거렸지만 카르세인은 이를 놓아주지 않고 단단히 붙잡았다.

“변명은 좋은데 거짓말은 하지 말아야지. 넌 하도 사고를 많이 치는 나를 공작가에서 내쫓은 거였잖아. 내가 호된 꼴을 당하는 걸 보고 싶어서.”

“다른 건 몰라도 이건 거짓말이 아니야! 나도… 길거리에서 네가 그런 일을 당할 줄은 몰랐다…!”

절대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고 아리나는 곧바로 소리쳤다.

“사고를 치는 꼴을 볼 때마다 가문의 수치라 느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온 몸을 그렇게 두들겨 맞고 비참하게 실려오는 꼴을 보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이건 진심이야.”

카르세인이 아무리 싫더라도 그런 꼴을 당할 줄은 몰랐다.

어디론가 가버렸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긴 했어도 바깥에서 이런 모습으로 발견될 줄은 몰랐다.

지금도 그 마음은 같다.

“…어린 시절의 내 실수다. 그건… 정말로 미안해. 나는 너를…”

“집어 치워.”

“카르세인…”

과거의 자신이 범한 행동에 사과하려 했으나 카르세인은 이를 무참히 끊었다.

“이 상황에서 어머니께 걱정이 될 테니 축제를 즐기라고? 너 같으면 그럴 수 있겠냐?”

“…”

“좆같으니까 그냥 혼자 좀 있게 내버려 둬. 그때처럼 멍청하게 얻어맞고 공작가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테니까.”

─도련님!

그 사이 속속히 바그란드 가문의 기사들이 도착했다. 하지만 카르세인을 데려갈 수는 없었다.

“카르세인은… 혼자 있고 싶다는군.”

“예? 하지만…”

“그러게 내버려 둬. 이건 내 잘못이다. 어머니껜 내가 책임지고 잘 말씀드리도록 하지.”

카르세인이 홀로 기사들 사이를 빠져 나간다.

기사들은 당혹을 금치 못했으나 아리나가 책임지고 공작 부인에게 말하겠다 하니 그냥 멀뚱멀뚱 제 자리로 돌아가야 했다.

아리나는 그 자리에서 기사들을 돌려보낸 뒤 한참이나 카르세인이 서 있던 자리를 보고 있었다.

그때.

-투둑 툭. 달그락.

아슬아슬하게 쌓여있던 돌탑이 와르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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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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