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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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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9

단언컨대 처음부터 그런 사이는 아니었다.

하르니에는 다른 또래 영애들과의 사이는 굉장히 좋은 편이었다.

조그마한 문제점이 있긴 했다지만 그래도 큰 트러블 같은 건 일으킨 적이 없었다.

과거 대회가 있던 어느날.

한 모임에 참석했던 하르니에는 주변 또래 영애가 사랑에 빠졌음을 알게 되었다.

“헬리 영애?”

“네 네?”

“참. 어딜 보고 있던 거에요. 이번 대회에서 누가 우승을 할 것 같은지 맞춰보자고 했는데.”

“아 그게… 아하하.”

수줍은 얼굴로 어색한 웃음을 보이던 헬리 영애는 얼버무리듯 대답하며 넘어갔다.

하지만 다른 영애들의 시선은 속일 수 없었다.

넋이 나간 표정으로 계속 눈이 그곳에 가 있는 헬리 영애를 보며 그들은 짐작한 것이다.

한 소녀가 사랑에 빠졌노라고.

그 뒤로 소녀들은 말괄량이 같은 미소를 띠며 헬리 영애를 놀렸다.

“저 커다랗고 예쁜 눈으로 눈웃음을 짓는 게 멋있어서…”

여인들이 어머머- 하고 열띤 웃음소리를 냈다.

사교계란 곳이 무릇 여인들이 모인 곳이니 만큼 여인들의 주요 관심사도 당연히 이성의 이야기가 나오기 마련이다.

사랑에 빠진 소녀의 솔직한 고백을 보며 그들은 공감과 동시에 익숙한 답을 내놓는다.

“이번 대회에서 성적도 좋아 보이는데 끝나면 고백해보시는 거 어떤가요?”

“고 고백이요?”

“그럼요. 델리나 부인이 말씀하시길 저 영식에게 임자는 없다고 그러던걸요?”

“그치만…”

“자주 봤지만 짝이 없는 건 확실해요. 제법 잘 맞는 한 쌍 같은데 요새는 남자를 먼저 사로잡는 여인도 제법 인기가 있답니다?”

사랑엔 단연 연결고리가 필요한 법.

그 자리의 모두가 어여쁜 한 쌍의 커플이 이곳에서 탄생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물론 그 모두에는.

“하르니에 영애도 도와주실 거죠? 가장 저 영식과 친하다고 그랬으니 말이에요.”

“네. 물론이에요.”

하르니에도 포함이었다.

대회가 끝나고 3번 레인에 있던 갈색 머리의 영식은 우승을 차지한다. 성화를 받으며 이제 이 영광을 받을 사람이 필요한 상황.

아마도 저 성화는 부모에게 돌려질 거라고 여인들은 예측했다.

허나 변수가 있었으니.

소년은 성큼성큼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여인들이 가슴을 붙잡거나 입매를 가리며 쑥덕댔다.

‘설마?’

‘어머. 그런 로맨틱한?’

‘이렇게 달콤하게 이어지나요?’

헬리 영애는 틈을 보고 다가가 손수건을 건넸었다. 이미 이 이야기가 나오기도 전에 먼저 마음이 있다는 걸 정표로 보인 것이다.

그걸 알고 찾아온 거라면 눈앞에서 로맨스 소설 속의 장면이 실현되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헬리 영애도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심장이 벌렁벌렁 뛰고 있었다.

혹시나 저 소년이 그녀의 마음을 알아주고 다가오는 게 아닌가 싶어서.

그러나.

“이 자리를 빛내주신 하르니에 영애께 우승의 영광을 바칩니다.”

소년은 바로 옆의 헬리 영애를 지나쳐 하르니에에게 무릎을 꿇었다.

설상가상으로 이는 단순히 무릎을 꿇은 게 아니었다.

“오랜 시간 동안 연모하고 있었습니다. 쑥스러워하는 저를 다독여주셨고 포기하지 말라 응원해 주셨던 걸 압니다. 그렇기에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으로 보답하려 했습니다.”

척.

“하르니에 영애. 저와 교제해 주십시오.”

소년이 우승 성화를 떠는 손으로 건넨다.

고백이었다.

당황한 하르니에가 헬리 영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헬리 영애의 낯은 짙은 그림자로 뒤덮여 있었다.

소년의 고백은 당연히 거절했다.

그리고.

“헬리 영애 헬리 영애!”

하르니에는 오해를 풀기 위해 그 자리에서 눈물을 보이며 도망친 헬리 영애를 뒤쫓았다.

“여기 계셨네요. 대화를 좀 해봐요. 네?”

“무슨 대화요. 다독여주고 포기하지 말라 응원했다면서요. 그래놓고 절 도와준다는 말이나 하다니… 참 질 나쁜 장난을 치시네요.”

“그분의 오해에요! 그저 참가자 전원에게 줬을 뿐이고 그분만 유독 참가가 늦어서 따로 전한 거라구요. 게다가 헬리 영애와는 다르게 전 그분께 아무런 정표도 주지 않았단 말이에요!”

“그럼 저 사람이 왜 당신을 찾아가는 건데요? 그 얘긴 뭐고 오랫동안 연모해왔단 소리도 다 거짓말이란 건가요?!”

분노에 젖은 눈물을 흘리며 헬리는 하르니에에게 일갈했다.

“하 하하! 날 가지고 노느라 아주 재밌었겠어요? 자기가 홀려놓은 사람을 사랑한다고 하니까 우습기 짝이 없었겠네요.”

“헬리 영애!”

“지독한 년…!”

절대 절대 그런 게 아니라고 극구 부정해봤으나 이야기는 더 이어질 수 없었다.

그날 이후 이 사건은 사교계의 뜨거운 감자가 되었고.

하르니에는 제국에 있는 모든 여인들의 적이 되었다.

해명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정을 둔 남자가 없다며 결백을 주장해도 돌아오는 건 고약한 심보를 지닌 자들의 보복. 그리고 한 무리의 중심에 서 있는 헬리의 비웃음이었다.

몇 년 전의 과거를 꺼내며 푸념하던 하르니에가 한숨을 푹 쉬었다.

“그 뒤로는 질 나쁜 소문이 조금씩 퍼지기 시작했어요. 다른 남자들에게 꼬리를 친다거나 남자를 홀려놓고 다른 여인들을 엿먹인다는 이야기가 오갔죠.”

“그런 게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는 전혀 없었던 겁니까?”

“있기야 했죠.”

“그럼 보여주면 되는 거 아닙니까?”

“…보여줄 수가 없는 거라서요.”

“예?”

“어휴. 러브레터를 어떻게 함부로 꺼내요? 미쳤다고 그걸 보여줘요?”

“…아.”

하필이면 그런 증거란 말인가.

있어도 보여줄 수 없는 형태의 증거였다. 오히려 불을 붙여버리는 격이 될 수도 있고.

“아무튼 증거가 있어도 보여줄 수가 없었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는 걸 해명하려 해봤지만 무용지물이었고요.”

“그랬군요.”

그 뒤로는 미래가 뻔히 보였다.

‘지독할 정도로 당해왔겠지.’

따돌림으로 인해 사교계엔 발을 들이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남자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새어 나온다면 금방 하르니에에게 추문이 따를 테고 질 나쁜 보복성 가해도 이어졌을 것이다.

과장과 왜곡은 기본적으로 탑재되는 기능이다.

이를 부풀리고 바꾸는 건 그리 어렵지도 않다. 한 무리에게 대놓고 적대를 받고 있으니 이 분위기를 뒤집는 건 불가능했겠지.

‘이런 데에 공감이 다 되네.’

괴로웠던 학창 시절의 경험이 묘하게도 도움이 되는 순간이었다.

“오늘 제게 연인 행세를 해달라 부탁한 건 길거리에서 그 여자들을 만났기 때문 아니 왔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던 쪽이 맞으려나요?”

“네. 정략혼을 먼저 떨쳐내면서 남자들을 물린 건 좋았지만 생각이 조금 짧았어요. 미리 움직임을 파악하고 당신에게도 언질을 줬어야 했는데…”

“늦은 거군요.”

“…네.”

하르니에는 부정하지 않았다.

소식이 늦은 건 얼추 납득이 갔다.

‘역대 최고로 큰 눈꽃 축제가 열리는데 얼마나 정신이 없었겠어.’

테레시아 후작가에서 독립을 하고자 하는 그녀다.

이 축제로 인해 귀족들이 아우성을 치며 가짜 불꽃을 낼 정도니 이쪽도 덩달아 정신이 없을 것은 명확했다.

“저기… 카르세인 공자.”

“네.”

“고마워요. 저를… 도와주셔서.”

하르니에는 두 손을 모아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이런 건 정말이지 익숙해지질 않는단 말이지.’

더 볼 것도 없는 깨끗한 감사였다.

카르세인으로서도 김민혁으로서도.

그는 이런 게 적응이 전혀 되질 않았다.

“커다란… 빚이네요. 곤란하신 일이 생긴다면 서슴지 말고 말씀해주세요. 제 선에서 최대한 도와드릴 테니까.”

“그 정도는 아닐 텐데요.”

“아니요. 정말로 정말로 큰 빚이에요. 이유는 사정이 있어서 말씀드리기 어렵지만요.”

도움에 대한 보답을 확실히 하려는 태도가 엿보인다.

그렇다면…

카르세인은 이 거래에서 한 발 더 다가가 보기로 했다.

“그럼 다음부터 이런 걸 그냥 얘기해주시죠.”

“네?”

“한 배를 탔다고 말한 건 허투루 말한 게 아닙니다. 영애의 사정도 알았으니 도울 수 있다면 이쪽이 훨씬 더 낫죠.”

“하지만 그건…”

“그 1년 저에게도 역시 귀중한 시간입니다. 완벽하게 성공해야 하는 만큼 당신에게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해요.”

하르니에의 보랏빛 눈동자가 급속도로 커졌다.

그 이후로 그녀는 한참 동안 말이 없다가 옅은 미소를 띠었다.

“그래요. 서로 돕는 쪽이 훨씬 더 낫겠죠.”

그녀는 주변을 휙휙 둘러보며 듣는 귀가 있는지 확인하고서 재차 말했다.

“그래도 이 말은 꼭 하고 싶어요.”

옅은 미소를 띤 그녀의 입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단어가 또 다시 담겼다.

“고마워요. 카르세인.”

***

하르니에와의 대화는 무사히 끝났다.

듣는 귀도 없었고 일도 적당히 바그란드의 힘을 보였으니 아무 문제 없을 거다.

다만 이대로 돌아가는 건 서로 찝찝한 면을 남길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축제나 좀 즐기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축제를 좀 즐기는 건 어떨까요?”

이런 결론이 나왔다.

왜 자기 말 따라 하냐고 투정 부리는 걸 보곤 어이가 좀 없긴 했지만.

“이제 가이드의 힘을 빌려보려 하는데 뭐부터 즐기면 될까요?”

“음…”

사실 나도 잘 모른다.

다만 카르세인의 기억이 담긴 메모리얼 속에서는… 이쪽 거리가 제법 인기가 있었던 듯했다.

그쪽으로 쭉 걷자 아까 플로라의 곰인형을 획득했던 가게가 나왔다.

사내도 나를 알아보고 불렀다.

“어이쿠. 아까 경품 따 가신 도련님께서 또 오셨네요. 옆에 계신 아리따우신 분은… 설마…?”

하르니에가 눈을 질끈 감았다.

내가 말해야지 뭐 어쩌겠어.

“약혼녀야.”

“오오…!”

약혼녀란 말에 사내의 눈빛이 삽시간에 반짝반짝해졌다.

“아까는 동생 분께 선물을 해주시더니 이번에는 약혼녀 분께 선물하실 참이십니까?”

“응? 경품이라니요?”

“아. 다름이 아니라 도련님께서 아까 동생 분을 위해서 손수 벌칙까지 대신 받고 기회를 만들어 주셨거든요.”

“세상에… 카르세인 당신이…?!”

“그걸로도 모자라 동생 분이 기회를 다 잃고 나니 손수 마지막 기회를 써서 경품을 땄는데… 글쎄요 그게 말입니다!”

감동에 젖은 사내가 눈물마저 훌쩍이며 플로라에게 곰인형을 안겨준 사연을 입에 올리자 하르니에가 전혀 못 믿겠다는 듯한 눈빛을 보였다.

“능구렁이신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요?”

“대체 저란 사람을 뭘로 본 겁니까.”

“말했잖아요. 능구렁이인 줄 알았다고.”

이보세요.

당신 지금 나랑 연인 관계잖아.

근데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해?

눈빛으로 신호를 보내자 그제야 하르니에는 나몰라라 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연인 분의 차례인 거군요. 이야.”

아직 이걸 다시 하겠다고 말한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곧바로 자리를 옮길 순 없을 것 같다.

하르니에의 눈빛이 이미 잔뜩 초롱초롱해져선 그쪽으로 가 있으니 말이다.

나는 하는 수 없이 하르니에에게 이 게임에 대해 알려줬다.

“와아 재밌겠는데요? 얼추 눈에 들어오는 것도 있어서 뽑고 가야겠어요!”

“…제 말 제대로 들은 거 맞습니까?”

“그럼요. 구슬을 잘 컨트롤하면 되는 거잖아요?”

안 들었군.

그냥 고생 좀 하게 내버려둬야겠다.

잠시 후.

하르니에는 두 번의 기회를 고스란히 날려 먹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아…”

“자! 여기 어묵 대령이요.”

“으으.”

마지막 어묵을 먹으며 하르니에는 끝까지 4번 경품에 레이저 광선을 뿜어내고 있었다. 

맵다며 혀에서 불을 뿜던 아리나나 클레어와는 다르게 이쪽은 그래도 제법 잘 먹었기에 그쪽은 걱정되지 않는다.

다만.

“반드시 따야 하는데…”

하르니에는 저 경품을 획득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4번이라…’

어쩔 수 없군.

“혹시 이 어묵을 내가 대신 먹고 기회를 받는 건 안 되나?”

“에?”

“도련님이요? 흐음…”

곰곰이 나와 하르니에를 번갈아보던 상인은.

“가능은 할 것 같습니다만 조건을 하나 붙여야겠습니다?”

“뭔데?”

“어묵을 두 분이서 나눠 드시지요.”

조건을 걸었다.

어묵을 나눠 먹어라?

혼자 둘을 먹으란 것도 아니고?

매운 맛이 제국인들의 입엔 영 맞지 않을 수 있다. 벌칙으로 쓰이다 보니 못 먹고 기회를 포기한 사람도 제법 되니까.

나눠먹으라는 것도 얼추 이해가 가긴 한다는 거다.

‘하지만 나한텐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지.’

심지어 하르니에도 제법 잘 먹는 편이다.

이건 그냥 기회를 공짜로 준다는 거나 다름 없었다.

“뭐야. 그 정도면 어렵지 않네.”

“네?! 자 잠깐만요! 카 카르세인?!”

나는 곧장 어묵을 집어 먼저 반쯤 먹었다.

그리곤 금방 반절의 어묵을 씹어삼킨 뒤 나머지를 하르니에에게 내밀었다.

“이것만 먹으면 기회 준다잖아요. 저 믿고 그냥 드시죠?”

“허. 아니… 그…”

“문제 있습니까?”

“당신이란 사람은 대체 생각이란 게…!”

뭐야. 뭔데.

대체 뭐가 문제길래 이러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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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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