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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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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2

“카르세인이 돌아왔다고?”

“예. 방금 저택 측의 전갈을 받았습니다. 도련님이 무사히 귀가하셨…”

“그런가. 다들 고생했다.”

“아리나 아가씨!”

소식을 듣고서 아리나는 곧바로 말머리를 돌려 저택으로 향했다.

기사들에게 대충 지시를 내리긴 했으나 지금 당장은 돌아가야만 했다.

늦은 시간이었다.

한참을 찾아 다녀도 보이지 않아 그때가 다시 떠오를 만큼.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길거리에 내다놓은 양동생이 흠씬 두들겨 맞고서 제 선물 하나만은 지켰다며 웃고 있는 건 상상 이상의 충격이었다.

멍청하고 아둔한 행동이었다.

바깥 세상이 얼마나 험한지도 모르고 어디론가 가버렸으면 좋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에 카르세인은 며칠을 내리 앓아 누웠다.

그 모습이 아직도 가끔 아지랑이처럼 한 번씩 보이곤 한다.

주머니에 든 그것을 볼 때마다.

카르세인이 잡배와 한량들로부터 겨우 지켜낸 선물을 볼 때마다.

포니테일이 잘 어울리는 큰누나를 위해 얻어냈다는 머리끈을 볼 때마다.

“…후. 진정하자. 아리나 바그란드. 그건 아둔했던 과거의 나잖아.”

말로는 진정하자고 했으나 아리나는 그리 쉽게 진정하지 못하고 고삐를 더 거칠게 잡았다.

그렇게 부랴부랴 저택에 도착한 아리나.

곧장 카르세인의 방을 향했다.

그러나 막상 카르세인의 방 앞으로 도착했을 때.

아리나는 문을 두드릴 수 없었다. 카르세인이 이 방에 있다는 걸 하인들로부터 확실히 전해 들었음에도.

“…”

지금이라도 야시장으로 달려가 카르세인이 좋아할 만한 걸 사오면 그럼 기분이 좀 풀릴까?

카르세인을 짓밟았던 그 날의 거렁뱅이들을 잡아 족쳤다고 말하면 속 시원해할까?

아니면 과거의 일을 잊을 만큼 더 큰 보답을 하는 것으로 풀어야 했을까?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이 아리나의 머릿속을 오간다.

그러나 모른다.

정작 카르세인이 이걸 원하고 있는지.

아리나가 알고 있는 거라곤 17살의 자신에게 버려진 뒤 흠씬 두들겨맞고 돌아온 기억과 그 돌탑이 쌓여있던 자리에서 카르세인이 제게 머리끈을 선물해주고 싶었다는 것밖에 몰랐다.

생일 선물 때와 마찬가지였다.

그 어떤 것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뭘 좋아하는지. 싫어하는 건 무엇인지.

흥미는 어떤 것이고 취미는 있는지. 취향은 또 어떤 쪽인지.

이런 쪽으로는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딱 한 가지.

카르세인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있다면.

‘연무장… 그곳에 가는 걸 좋아했었지.’

연무장에서는 며칠을 내리 머물렀을 정도로 좋아했단 것이다.

‘하지만 이건… 함부로 결정할 문제가 아닌데.’

아리나가 카르세인의 방에서 한 걸음 뒷걸음질치며 이마를 슥 짚었다.

카르세인은 과거 연무장에서 큰 문제를 일으켰다.

바그란드 공작가는 물론이고 이곳에 의탁한 다른 가문의 자제에게도 피해를 입히려 했을 만큼 큰 문제였다.

그러니 이는 함부로 결정해선 안 되는 일이 맞았다.

속단을 불러 일으켰다 더 큰 피해가 나올 수도 있으므로.

하지만.

평평했던 무게의 추는 피해보다 카르세인의 관심 쪽으로 기운다.

생각을 이어가던 그녀는 문득 어머니로부터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후후. 저 아이도 철이 든 거잖니.

축제 길거리에서 들었던 그 말을 몇 번 더 곱씹어 보았다.

철이 들었다.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클레어의 말대로라면 오늘 회장에서도 소란이 있었으나 이를 잘 증명해냈었다던가.

카르세인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성숙해졌다.

카밀라를 너그러이 용서한 데다 다짜고짜 화부터 내거나 언성을 올리는 게 아니라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들인다. 켈비아 알레르기 때도 원래 같았으면 밥상을 뒤집어 엎으려 했을 텐데 잘 참았다.

‘그래. 카르세인은… 그만큼 의젓해진 거야.’

기분이 나쁘더라도 참을 줄 안다.

이전처럼 막 나가는 행동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여태 금지 구역으로 정해놨던 연무장에 의젓해진 남동생의 발을 들이게 해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겸사겸사 이 일도 어쩌면… 어른스럽게 잊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

‘머리끈은…’

아리나가 머리끈을 지그시 바라보다 손을 올린다.

카르세인이 무사히 귀가했단 사실을 듣고 부랴부랴 달려오느라 물기에 젖은 붉은 머리카락은 엉망이었다.

그랬던 머리카락에 아리나의 두 손이 닿고.

-스륵.

엉망이었던 머리카락에서 끈이 풀려나며 적색의 생머리가 흘러 내렸다.

그리고. 다시 머리를 묶는다.

그때를 떠올리고 싶지 않아 한동안 함에 넣어두기만 했던 그녀의 외면이 담긴 물건을.

카르세인이 17살의 자신에게 이거라도 지켜내서 다행이란 표정을 보이며 건넸던 선물을.

동생에게 과거의 상처만 남겨 한쪽 가슴이 아렸던 이 머리끈을.

제 머리에 다시 묶어 포니테일을 만들었다.

가문의 세와 품위를 보이기 위해선 화려한 게 좋다.

하지만 머리끈 정도는 수수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남동생이 직접 선물해 준 머리끈이니 말이다.

바꿔 낀 머리끈이 제법 마음에 든 아리나는 몇 번이고 머리끈을 손으로 만지곤 했다.

그리고 아차하며 빠르게 발걸음을 옮긴다.

계단과 복도를 빠르게 지나친 아리나는 그녀의 방에 도착했고 곧바로 서류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생일 선물로는 충분하겠지.”

[ 카르세인 바그란드의 연무장 출입 금지령 ]

서류의 표제를 확인한 아리나가 종이 하나를 더 꺼내 펜을 현란하게 놀려갔다.

***

눈을 뜨니 해가 떠 있었다.

그렇단 건 하루가 지나 버렸단 얘긴데… 아무래도 방에 들어오자마자 잠시만 쉬었다 씻고 잔다는 게 그대로 뻗어버린 모양이었다.

“하긴 그럴 만도 한가.”

카르세인의 저질체력도 한몫 했지만 에피소드 IV. 눈꽃 축제의 일정을 수행하느라 워낙 바빴던 탓이겠지.

그래도 얼른 일어나야 했다.

“아리나한테 가서 연무장 사용 권리를 얻어야 하니 말이지.”

어제 하루를 아예 뻗어버린 탓에 아리나는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괜찮을 거라 생각한다. 아리나를 책잡을 거야 하루가 지났다 하더라도 크게 변치 않을 테니.

그리고 실제로 게임에서도 하루 늦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었다. 굳이 변한다고 해도 스텟이 좀 더 떨어진 상태에서 시작하는 정도랄까?

즉 지금 준비해서 아리나에게 찾아가면 그만이란 거다.

“우선 어젠 그냥 자버렸으니 몸을 씻어야겠…”

다고 생각했는데.

-똑똑.

“도련님. 헤론입니다. 긴히 전해드릴 것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헤론이 찾아왔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상대가 헤론인 만큼 별 문제 없으리라 생각하고 나는 그를 방으로 들였다.

헤론은 깍듯이 허리를 숙여 보인 뒤 내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도련님. 이것을.”

“서신인가?”

“아닙니다. 그건 아리나 아가씨께서 보낸 것입니다.”

“아리나가?”

곧바로 머리를 굴려 보았다.

느닷없이 아리나가 내게 뭘 보내는 전개가 있었던가?

‘아니. 그런 건 없어. 적어도 에피소드 IV를 끝낸 현 시점에선.’

뭘 보내기보다는 다음 에피소드까지 딱히 언급이 없는 것으로 안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까 봐야 알 것 같았다.

나는 곧바로 상자 안의 내용물을 펼쳐 확인했다.

‘이건…?’

지금 뜰 게 아닌데?

의문을 품자마자 눈앞에서 상태창이 떴다.

-띠링!

▶특정 구역의 위험도가 변경됩니다!

[ 해당 존 : 연무장 ]

[ 위험도 : 일반 ]

이건 원래 지금 뜰 메시지가 아니다.

지금 내가 아리나 혹은 이사벨라를 찾아가 연무장의 사용 권리를 주장하고 직접 선택지를 골라가며 획득하는 보상 같은 것이다.

그렇다. 지금 아리나가 내게 보냈다는 건.

연무장 출입 금지 해제를 알리는 증명서였다.

‘뭐지?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두 개의 글귀를 한 번에 읽어봐도 무슨 일이 펼쳐졌는지 한 번에 정리가 되질 않았다.

다만 퍼즐을 조금씩 끼워 맞춰보자 얼핏 짐작이 갔다.

‘그 어미에 그 딸이라고 보상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말이 되긴 하지.’

당장 이사벨라가 생일 선물을 챙겨주겠다고 그런 짓을 저질렀는데 아리나가 그러지 말란 법이 있을까?

천만의 말씀.

바그란드 공작가의 힘을 위시할 게 뻔했다.

이렇게 되면 선택지 이상의 결과를 불러일으켰다는 것도 말이 된다.

난 어제 히든 에피소드 [아슬아슬한 돌탑]으로 아리나에게 깊은 비수를 찔러 넣은 상태다.

무언가를 보상하려 한다면.

뭔가 문제가 생기면 항상 어머니란 작자와 똑같이 돈으로 이를 보상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면.

그런 경향을 심히 보여왔던 내 현실의 첫째와 아리나가 다를 바가 없다면.

모든 퍼즐이 쉽사리 맞춰진다.

“그런 거란 말이지.”

“도련님?”

아침부터 이런 식으로 신물이 올라오게 될 줄이야.

“혹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아니. 문제 없어.”

하지만 이 상황에서 그런 건 썩 나쁘지 않다.

뭐 어떻게 돼도 좋은 것이 아닌가.

이렇게 되면 아리나나 이사벨라를 찾아갈 필요가 없다.

아리나와 이사벨라 중 리스크&리턴을 생각했을 때 어느 쪽이 더 나으냐는 계산도 끊어진다.

심지어 저건 위험도도 주의나 경고 구역이 아닌 완전히 일반 구역으로 바뀌어버렸으니까. 내 입장에선 오히려 큰 이득이 맞다.

‘하지만 이런 건 내가 마음에 안 든단 말이지.’

아침부터 기분이 잡치게 만들어 줬으니 이번엔 내가 이 가족들의 기분을 잡치게 만들어줄 차례다.

마침 에피소드 V의 분기를 결정하는 단계에서 써먹을 건수가 있던가.

클레어에겐 이 소식이 아직 들어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고.

플로라 쪽은 뭐… 지금 손댈 필요 없다.

모로 가든 아리나가 제격인 듯했다.

“헤론. 아침부터 미안하지만 일을 하나 시켜야 할 것 같은데.”

“집사로서 도련님의 명을 받는 거라면 기꺼이 해야 할 일이지요.”

헤론은 얼마든지 명해도 좋다며 흔쾌히 이를 받아 들였다.

“그래? 그럼 말이야.”

나는 피식 웃으며 헤론에게 해야 할 일을 전달했다.

그 말을 들은 헤론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으나 명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

바그란드 공작가.

제국에선 듣기만 해도 입을 꾹 다물어버리는 가문의 이름이다.

황실 아래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명백한 귀족들의 정점.

귀족 중에서도 가장 드높은 위상을 가진 명실상부 최고의 귀족.

그것이 바그란드다.

아랫것들이란 본디 주인을 모시는 자에 불과하나 모시는 주인의 위상과 권세가 강할수록 자부심을 가지기 마련이다.

엠마는 그 바그란드 공작가에서 무려 하녀장이라는 위치에 서 있었다.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힘들고 고된 일을 보더라도 자랑스러운 주인들을 모시고 있노라면 그런 피로 따위는 느껴지지도 않았다.

이 제국의 하녀들 중에서도 가장 어깨를 떳떳하게 피고 다닐 수 있는 그런 자격을 가진 것이니까.

하지만.

그녀는 현재 하루하루가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자랑스러운 둘째 아가씨에게 꾸중을 들었다.

그 잡것에게 손을 대지 말라는 경고까지 받으면서.

‘전부 그 천민 때문이야!’

자존심 상하게 천것에게 고개를 두 번이나 숙였다. 헌데 그것으로도 모자라 둘째 아가씨가 아예 홀려 버렸지 않은가.

고귀한 바그란드가 놈의 손에 더럽혀지고 있다.

어떻게든 수를 써야 했다.

“플로라 아가씨. 엠마입니다. 들어가도 될까요?”

“응. 들어와.”

방 안으로 들어서자 플로라는 자기 몸을 가릴 만한 곰인형을 끌어안고 있었다.

‘저런 건 아가씨의 방에서 본 적이 없는데…?’

엠마가 이에 고개를 갸웃거리자 플로라가 자랑하듯 말했다.

“이거. 눈꽃 축제 때 경품으로 받은 거다? 이런 건 어지간해선 못 받는대.”

“엄청 마음에 드셨나 보네요?”

“응.”

“잘 됐네요. 언니 분들한테 선물 받으신 건가요?”

“언…”

플로라가 말을 절었다.

“언니들한테 받은 건 아냐.”

“그럼 마님께서?”

절레절레.

“카르세인 걔가 얻어다 준 거야.”

“네?”

“걘 분명 나 싫어하는데… 왜 나한테 이걸 얻어다 준 걸까?”

그 순간 엠마의 머릿속이 번뜩였다.

‘이거다.’ 라고.

클레어의 살벌한 경고를 받은 탓에 직접적으로 카르세인에게 해를 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엠마에겐 강력한 우군이 있었으니.

바로 셋째 아가씨. 플로라 바그란드였다.

“아이고. 그 놈이 또 우리 플로라 아가씨를…!”

엠마는 일부러 인상을 왈칵 일그러뜨리며 플로라에게 호소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아가씨. 이건 다 그놈이 무슨 꿍꿍이를 품고 있는 걸지도 몰라요. 몇 번이고 보셨잖아요. 한때 마님께서도 꼼짝 못하고 속으셨던 걸요.”

“그럼… 설마 이건.”

곰인형을 바라보던 플로라의 의심이 시작되고.

손에 가려졌던 엠마의 입꼬리가 플로라의 눈 밖에서 히죽 올라간다.

“…확인해 볼게. 내가 직접 만나서.”

“제가 따라가지 않아도 괜찮겠어요?”

“아니야. 혼자서 만날 수 있어.”

“네 네… 그럼. 부디 조심하세요.”

“응.”

아쉬운 듯한 기색을 숨긴 엠마를 뒤로 한 채 플로라가 방문을 열고 나온다.

“다 거짓말이었구나. 우리 가족들을 또…”

꾸욱.

금발 소녀가 느낀 배신감이 주먹에 깃든다.

조금 전까지 곰인형을 끌어안으며 즐거워했던 플로라는 카르세인의 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

“────.”

문득 주변에서 하녀들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카르세인의 방 주변에 있는 하녀들의 다용도실이었다.

그 방에서 카르세인이란 이름이 들리자 플로라도 자연스레 그쪽으로 귀를 붙였다.

“도련님께서 주무시고 계시는 관계로 너희에게 맡기마. 중요한 물건이니 도련님께서 깨어날 시간이 되면 그때 전해주도록.”

─네. 집사님.

“보관 장소는… 서류인 만큼 정면의 두 번째 보관함이 좋겠군. 잊지 말고 전해 주게.”

헤론과 하녀들의 대화였다.

중요한 물건?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플로라는 주변 방에서 다른 용무를 보는 척 숨어 있다 헤론과 하녀들이 빠지는 타이밍을 기다렸다.

헤론이야 명을 전달한 것 뿐인지라 금방 나왔고 빨래를 하러 가는 타이밍에 맞추어 하녀들이 빠졌다.

플로라는 이 타이밍을 노리고서 아무도 없는 하녀들의 다용도실로 들어섰다.

그리고.

중요하다는 물건이 무엇인지 보며 엠마의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그럼 그렇지. 큰언니 환심을 사려고 그랬던 거였어?”

플로라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이 서류는 연무장 사용을 허가한다는 아리나의 자필과 직인이 모두 쓰여진 금지령 해제 문서였다.

결국 목적이 있는 행동이지 않은가.

플로라는 서류를 쥔 채로 생각했다.

돌아가면 그 곰인형을 흉할 만큼 갈기갈기 찢어서 카르세인의 방 앞에다 놔둬야겠다고.

“아니지. 곰인형보다 이게 먼저야.”

찌익- 찌익-

서류는 다시 조각을 맞추기도 힘들 만큼 수려하게 쓰여졌던 문장을 다시 읽기도 힘들 만큼 조각조각 찢어졌다.

찢어진 종잇조각들을 바구니에 담고서 플로라는 다용도실을 나와 어딘가로 향했다.

그중 한 조각이 복도 아래로 떨어진다.

플로라는 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 노인이 찢어진 종잇조각을 주우며 중얼거린다.

“전부 도련님의 뜻대로 되었군요.”

묘한 명령에 처음엔 경악했던 헤론은 이제야 이 큰 그림을 전부 이해하게 되었다.

하지만 마음이 영 편치는 않았다.

분명 이 방법은 다른 가족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선사해줄 것이다.

저택 내에서도 이 사실이 퍼져 하녀들의 입에 수군거린다면 카르세인의 입지는 한층 더 나아질 것이다.

그럼에도. 마음이 편치 않다.

“도련님은… 상처를 받는 게 두렵지 않으신 겁니까.”

고작 열 여덟 살의 소년이 온갖 세상의 풍파를 정면으로 다 맞았다.

그런데. 여기서 그 상처를 다른 사람의 손도 아닌 자기 손으로 더 후벼파려 드는 모습은 참으로 착잡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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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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