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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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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3

찢어진 종잇조각들을 서신용 바구니에 담아 온 플로라는 아리나의 방 근처로 걸어왔다.

그리고는 기둥 옆으로 얼굴만 빼꼼 내밀어 기웃거렸다.

큰언니 아리나의 방이 코앞이지만 플로라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주변을 쭉 살펴야 했다.

‘응 좋아. 아무도 없어.’

보는 눈이 아무도 없다는 걸 체크한 그녀는 아리나의 방 옆에 바구니를 놓았다.

문이 열리면 아마 이 바구니가 가장 먼저 보일 것이었다.

히죽하고 입꼬리를 올리는 플로라.

그녀는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상상하며 아리나의 방문을 두드렸다.

-쿵쿵!

“들어와.”

들어오라는 말이 방 안에서 울렸으나 방을 들어오는 사람은 없다.

이에 의문을 품은 아리나가 문을 연다.

“…음?”

노크의 주인은 없었다. 그 자리를 이미 한참 전에 벗어났으므로.

하지만 석연치 않은 바구니가 눈에 들어오자 아리나는 금방 바구니를 들어서 확인하게 되었다.

“이게 뭐길래 내 방 앞에 있는─”

바구니에 가려졌던 천이 들춰지고.

가려졌던 천 아래의 종잇조각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어딘가 익숙한 글씨와 어딘가 익숙한 재질의 종이.

그리고 선명하게 반으로 갈라져 찢겨나간 자신의 직인이 드러났다.

“…”

삽시간에 아리나의 낯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됐다!’

아리나의 방을 두드린 뒤 모습을 감췄던 플로라는 큰언니에게 들키지 않을 위치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입꼬리를 얄밉게 들어올렸다.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는 보나마나 뻔하다 여길 것이다.

아침에 전달된 문서가 그것도 소가주의 직인이 찍힌 중요 증명서가 이렇게 조각조각 나있으니 금방 카르세인은 화를 입을 것이다.

플로라가 예상한 것처럼 종잇조각들을 살벌하게 노려보던 푸른 눈동자에 기어코 불길이 일었고 이내 아리나는 종잇조각을 한 움큼 손에 집어 움직였다.

그런 큰언니의 모습과 이후 카르세인의 미래를 떠올리며 속이 뻥 뚫릴 것을 기대하는 플로라가 소리 없이 뒤따른다.

***

-띠링!

▶아리나의 친밀도가 하락했습니다!◀

[ 현재 수치 : 15% ]

‘떴군.’

방에서 이 메시지가 뜨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헤론이 맡아 처리해준 만큼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워낙 변수가 많은지라 경과를 쭉 지켜보고 있었다.

“떨어진 수치가 5%니까 확실히 확인했을 테고. 그 외엔…”

▶특정 구역의 위험도가 변경됩니다!

[ 해당 존 : 연무장 ]

[ 위험도 : 일반→위험 ]

연무장의 위험도가 바뀌었다.

단순히 보유 아이템에 아리나의 금지령 해제 증명서가 있는 것만으로도 이만한 효과가 있었던 건가.

이게 내 손에서 사라지고 잘못됨에 따라 위험도는 그때로 원상복구된 모양이었다.

뭐 그렇다고 아쉽진 않다.

이런 짓을 하지 않았다면 연무장을 쉽게 드나들 수도 있었겠지만…

“그딴 위선으로 가득 찬 건 절대 안 받을 거야. 아리나.”

내가 그 집에서 나와 독립하겠다는 계획을 세울 때도 그랬다.

조금만 비위를 맞춰주면 첫째 년은 내게 잘 했다며 내게 뭔가를 보내곤 했었지. 그게 참 역겨웠었다.

그래서 받지 않았다.

그 어떤 것도 받지 않은 채로 방에다 고이 모셔 놨었다.

포장이 있는 거라면 그 포장조차 뜯지 않고 박스에다 넣었었고 직접 쓰는 모습은 한 차례도 보인 적 없었다.

설령 그게 군침이 돌 만큼 필요한 물건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왜냐면 나는 혼자 독립하고자 했으니까.

그 어떤 책잡힐 것 하나 없이 절대로 그 가족들에게 붙들리지 않고 탈출하려고 한 거였기 때문이다.

그 마인드는 지금 카르세인이 된 현재에 이르러서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비록 게임 속 전개가 크게 뒤틀려 내가 알지 못하는 변수가 나타날 수 있어서기도 하지만 이 빌어먹을 가족들의 도움 같은 건 받고 싶지 않았다.

아마 카르세인 그 녀석도 그렇게 생각할 테니까.

-띠링!

▶CHAPTER 1 – 에피소드 V의 분기를 지정합니다.◀

▶타이머가 주어집니다!◀

▶그 안에 분기를 결정지을 만한 행동을 완료하세요!◀

기다리던 메시지 하나가 더 떠오르고.

눈앞에 타이머가 돌기 시작한다.

이쪽은 자칫 잘못하면 곧장 배드엔딩 직행이다.

정해진 시간 내에 행동에 나서서 에피소드의 분기를 지정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슬슬 나가볼까.”

시간 절약을 위해 방을 나갈 준비야 이미 마친 뒤였다.

목적지 역시 생각해두었으며 곧 찾아올 파란에 대한 대응책 또한 존재한다.

당당하게 방문을 열었다.

하녀들이 기웃거리며 눈치를 잔뜩 보고 있다.

이 하녀들은 카르세인의 방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다용도실의 하녀들.

눈치를 보고 있는 이유야 단순하다.

‘헤론의 지시를 이행할 수 없어서 그런 거겠지.’

잘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띠링!

▶하녀들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카르세인에게 전달되어야 할 물건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까요?◀

[ 1. 너희 나한테 뭐 갖다 줄 거 없냐? ]

[ 2. (손으로 한 하녀를 가리키며)너. 이리 와 봐. ]

[ 3. (비아냥거리며)다들 켕기는 거라도 있는 모양이지? 예를 들면 나한테 전달돼야 할 물건이 사라졌다던가 하는. ]

[ 4. (무시하고 지나간다.) ]

선택지들이 왜 다 이따구인 건지.

얘네들은 내가 서브 에피소드를 진행하기 위해 친밀도를 올려 둔 상태인데도 선택지가 변하질 않는다.

하는 수 없이 선택지의 내용을 조금 바꾸어 본다.

“거기 너. 카밀라가 없는 동안 나를 담당하게 된 하녀지?”

“네 네…”

-띠링!

곧바로 2차 선택지가 떴다.

▶하녀들에게 맡긴 물건을 회수하시겠습니까?◀

[ 1. 회수한다. ]

[ 2. 회수하지 않는다. ]

회수할 게 있을 리가.

여기서 속아 넘어가서 다른 게 더 있나 싶어 다용도실로 들어가면 바로 배드엔딩이다.

“요청하실 거라도 있으신… 가요?”

“응. 하나 있지.”

아직 도착하지는 않았겠으나 곧 내 방에는 사람 한 명… 아니 두 명이 들이닥칠 거다. 그러니.

“어머니를 찾아뵐 거야. 혹시라도 나 찾는 사람 있으면 그렇게 말해.”

카르세인이 어디로 갔는지 확실히 하녀에게 전해 둔다.

하녀는 식은땀을 흘리며 그리 하겠다고 답했다.

하녀에게 전달을 끝낸 뒤로 나는 곧장 발걸음을 옮겨 계단을 올랐다.

얼마 안가 이사벨라의 집무실이 나타났다.

고민 없이 문을 두드리자 금방 문이 열렸다.

“들어오렴.”

이번에도 이사벨라는 직접 문을 열어 주었다.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언제나 그랬듯 이사벨라는 업무를 하던 중이었고 그 바쁜 타이밍에 내가 들어온 것 뿐이었다.

마치 아침 문안으로 찾아갈 때처럼.

한참을 업무 시간에 쏟아붓다 소파에 앉아서는 무신경하게 서류에 시선을 둔 채 떼는 무슨 일로 찾아왔냐는 첫 마디를 아직도 기억한다.

그런 거라면 빠르게 용건만 말하고 빠지는 게 낫다.

시간도 떼어 먹고. 일도 방해하고. 또 말도 안 되는 투정이나 고자질하러 온 것처럼 들을 테니 말이다.

나는 이사벨라가 운을 떼기 전에 선수를 쳤다.

“용건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용건?”

이사벨라의 물음과 동시에 상태창이 떴다.

-띠링!

[ 1. 연무장 사용 허가서를 써 주십시오. ]

[ 2. 샤트렌 영지 운영 허가서를 써 주십시오. ]

[ 3. 당년 무투 대회 참석 허가서를 써 주십시오. ]

세 종류의 분기가 나타났다.

여기서 내가 받아야 할 건 당연히 첫 번째다.

“연무장 사용 허가서를 써 주십시오.”

이사벨라가 잠깐 침묵하다 잠시 기다려 보라 말했다.

이전처럼 소파에서 한참을 기다리게 만드는 일은 없었다.

서류를 들고 와 내 눈앞에서 허가서를 써서 건넸다.

“이 안건은 정확힌 내가 아닌 아리나의 소관이다. 하지만 아리나에겐 내가 잘 말해 금지령은 풀어두는 게 어떻겠느냐 일러보마.”

“알겠습니다.”

용무를 마친 나는 곧바로 허가서를 들고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이사벨라가 내 손을 덜컥 잡았다.

“잠깐. 잠깐만 기다려 보거라. 카르세인.”

“왜 그러십니까.”

“…그게 전부니?”

“예.”

더 바라고 말고 할 게 어디 있겠는가.

나는 연무장 사용 허가서를 받아 이곳에서 얼른 나갈 생각밖에 없다.

그래야 손님이 찾아옴과 동시에 다음 에피소드 분기가 완벽히 정해질 테니 말이다.

“축제와 관련한 얘기는 왜 하지 않는 거니.”

이사벨라가 떨리는 눈빛으로 나를 보며 그리 물었다.

“그 얘기를 이 자리에서 꺼낼 필요가 있습니까?”

“…꺼낼 필요가 있냐니. 무슨 소릴 하는 거냐 카르세인.”

“업무 시간 방해잖습니까.”

“필요가 있냐니…! 있고 말고!”

그 말에 이사벨라가 발끈했다.

“딸아이들에게서 전부 전해 들었다. 회장에서 의심을 받았지 않니. 감시 당하는 기분을 느껴 즐기지도 못했지 않니. 생일 선물도 결국 받지 못했어. 그리고…!”

입술을 꾹 물었던 이사벨라가 어렵사리 재차 운을 뗀다.

“아리나가 몹쓸 짓을 저지른 그때의 기억도… 떠올랐을 거 아니냐.”

그런데도 어찌 꺼낼 필요가 없느냐며 이사벨라는 푹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게 할 말이 많다는 건 잘 안다. 카르세인. 그러니 털어놔 보거라. 조금이라도 좋으니 네 기분을 풀어주고 싶구나.”

당장 털어놓을 수 없다면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아침 문안을 와도 좋다고.

지금이라도 원하는 바가 있다면 그 정도는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다고.

어느덧 붉어진 눈시울을 보이며 이사벨라는 내 손을 감싸 쥐었다.

참으로 가관이었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난 여기서 시간이나 버티고 있는 거지만.’

▶남은 시간 : 40초.◀

얼마 안 남았다.

에피소드 분기 확정과 동시에 몇몇에게 엿을 제대로 날려줄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이사벨라가 감싸쥔 손을 빼며 덤덤히 답했다.

“그럼 생일 선물로 이 허가서를 받은 셈 치죠.”

“뭐라고.”

“그 정도면 제 기분은 금방 풀리거든요.”

“카르세인. 그건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변덕이 심했던 옛날의 저와 현재의 저는 다릅니다. 그게 아니라면 지나간 일을 언제까지고 계속 기억하길 바라시는 겁니까?”

이사벨라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단 한 번을 믿어주지 않아 회장에서 직접 웰턴의 정전기 장갑으로 증명하게 만들었다.

외출 금지령을 바로 해제하긴커녕 검토라는 방식을 택해 감시 당하는 기분으로 축제에 함께하게 만들었다.

생일 선물은 무용지물이 되었고 결국 최악의 형태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걸 전부 기억하라는 건 오히려 더 가혹한 말이다.

“네 의사는 잘 알겠다. 하지만 그 허가서는 생일 선물로 치지 않을 거다. 카르세인.”

정당한 생일 선물을 청구하는 건 언제든 환영한다며 그녀는 슬픈 눈빛으로 덧붙였다.

이사벨라와의 대화는 그렇게 끝을 냈다.

집무실에서 빠져나온 나는 곧바로 남은 시간부터 확인했다.

▶남은 시간 : 20초.◀

“20초라.”

이 위치에서 벗어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게임 속에서 본 장면을 최대한 그대로 연출하고자 나는 자리를 옮겼다.

얼마 후.

타이머가 사라지며 에피소드의 이름이 새겨진다.

“카르세인. 여기 있었구나.”

그리고.

-짜악!

내 뺨에는 이번 에피소드의 목적을 전부 달성했다는 확실한 각인이 새겨졌다.

***

역시. 한결같다.

아리나는 변치 않았다. 첫째가 내게 그랬던 것처럼.

싸늘한 피가 온몸을 타고 흐른다는 게 느껴질 때면 나는 몇 번이고 이 여자에게 감사하게 된다.

감정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게 되니까.

-띠링!

▶에피소드 V. 연무장의 말썽쟁이가 시작됩니다!◀

▶모종의 이유로 아리나의 친밀도가 하락한 상태입니다!◀

▶아리나를 설득하세요!◀

[ 설득에 성공할 경우 : 친밀도 회복 ]

[ 설득에 실패할 경우 : 사망 ]

뺨에 얼얼한 열기가 올라옴과 동시에 상태창은 분기를 지정하며 내게 스토리 진행을 요구했다.

비록 이 사태가 발발한 까닭이야 다르다지만 게임 속 장면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천천히.

아리나를 몰아세울 수 있도록 내 무기를 드러내 본다.

“아무리 속상하고 토라질 일이라 하더라도 말이지. 이런 식으로 사람의 성의를 무시하는 걸 보면 넌 역시 달라지지 않았다. 카르세인.”

“또 왜 지랄이야.”

“하. 모르쇠를 떨다니. 그 천박하고 우둔한 머리에서 나온 핑곗거리는 여전히 같잖군.”

공중에서 종잇조각들이 흩뿌려졌다.

원래의 모습은 찾아볼 수조차 없을 것 같았다.

“내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정했다. 헌데 넌 내가 보낸 성의를 이런 식으로 기만했지. 왜 내가 준 금지령 해제 증명서는 쓰기도 싫었나? 네 손에 들려있는 연무장의 허가서를 받았단 것도 아니라고 거짓을 고할 셈인가 봐?”

푸른 안광이 살벌하게 서렸다.

흐트러진 호흡 속에서는 얼마나 화가 났는지 짐작이 가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거리낄 게 없다.

“넌 역시 변하는 게 없어. 그런 일을 몇 번이나 겪고도 나부터 의심하고 있지.”

“모든 정황이 네가 그런 행동을 취했다고 설명하고 있는데도 그런 소리가 나온단 건가?”

순간 아리나의 눈가가 들썩거리긴 했으나 마음의 변화 같은 건 없었다.

덕분에 나도 잘 이용해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선택지를 쭉 훑어보던 나는 썩 마음에 드는 대사가 눈에 들어왔다.

“언제 보냈는데?”

“뭐?”

“나한테 그걸 언제 보냈냐고.”

“아침이다. 네 방에다 헤론이 직접 전달하게끔 내가 명했지.”

“그럼 헤론한테 물어보면 되겠네? 내 방에 그게 도착했었는지 안 했었는지 말이야.”

-움찔.

반대편 계단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며 약을 올리려던 금발 꼬맹이의 표정이 조금씩 굳기 시작했다.

‘쫄리긴 하는 모양이지? 플로라.’

하지만 이번엔 도망치려 해도 소용없어.

이 계획은 애초에 한 사람의 발을 묶어두기 위해서 만들어진 계획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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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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