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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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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5

힘없이 답한 아리나의 머릿속에서 문득 한 가정이 떠오르고.

온몸에 한기가 싸늘하게 돌 만큼 차가운 불안감이 그녀의 몸을 감싼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다.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진단 말인가.

앞뒤가 맞아 떨어져도 마치 꾸며낸 것처럼 너무 잘 맞아떨어지지 않나.

그래. 그럴 리가 없을 것이다.

아리나는 턱 막혀오는 숨을 천천히 뱉어내며 애써 평정심을 지켜보려 했다.

그 사이 클레어가 물었다.

“그 그러니까 헤론. 당신 말대로라면… 카르세인에게 원래 전해졌어야 할 물건들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고 언니한테 저렇게 보내졌단 거야?”

“그렇습니다. 클레어 아가씨.”

“그럼… 저 서류들은…!”

아리나의 방 앞에 놓여있던 바구니 속 찢어진 서류 조각들.

그것은 아리나의 주장대로라면 카르세인이 성의를 짓밟고 무시하고자 함이었어야 했다.

허나 증인의 등장으로 이 자리에서 진실이 밝혀졌다.

다용도실의 하녀들에게 서류를 맡겼다는 것.

이 한 마디가 장내의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었다.

“누가… 손을 댔다는 거잖아. 카르세인이 말한 대로.”

클레어의 말대로 헤론에게 시켜 전달하라 명했던 증명서는 전달되지 못했다.

“누구야. 누가 중요한 주인의 문서에 손을 댄 건데!”

“…송구스럽습니다. 제 불찰입니다.”

헤론이 고개를 숙였다.

다만 다용도실의 누군가가 손을 댔다는 것만은 분명해진 상황.

카르세인이 저 서류를 찢어다 아리나의 방에다 갖다놓지 않았다는 게 확실하게 정해진 순간이었다.

다시 아리나의 숨이 턱 막혔다.

“이젠 답이 좀 됐나?”

카르세인이 아리나를 쏘아보며 그리 말했다.

여전히 그의 낯에는 어떠한 감정도 서려 있지 않았다.

“나는 애초에 저 서류를 받은 적이 없어. 찢어버리기 이전에 저걸 받은 적도 없다는 거야.”

“…”

“얘기를 하려고 해도 기회조차 주지 않아. 의심부터 받고 뭐든 내 잘못이 확정되어 있지. 이게 참 기분이 묘한 거 아냐?”

무어라 말하고픈 아리나였으나 차마 지금 저지른 일을 생각해선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서신이야 사라지는 게 일상이지. 내 상에는 켈비아 열매가 올라오지. 공작가에서 난 그저 꼴 보기 싫은 외부인일 뿐이야.”

“카르세인 나는…”

“차라리 없었어야 했어.”

“…뭐?”

카르세인이 아리나의 발언을 단호하게 끊었다.

움찔거리던 아리나가 고개를 슥 들었고.

“그 연무장 금지령 해제 증명서. 그것만 없었다면 난 의심도 안 받았을 거 아냐?”

냉랭한 얼굴로 의심이 시발점이 된 한 장의 서류를 탓하는 동생을 보며 한쪽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속에서 무언가가 울컥하고 올라온다.

모든 일의 시발점이 그녀였다.

좋아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작성했다.

놓친 생일 선물을 어떻게든 전해주고 싶었다.

눈꽃 축제의 감시 건을 잊으며 더 크나큰 상을 추가로 받아 쌓였던 화가 풀리길 바랐다.

“오해다. 나는… 나는 그런 마음으로 너한테 그걸 준 게 아니야.”

그래. 오해다.

“하인들 중 누군가가 그런 짓을 저지르고 있었을 줄은… 차마 꿈에도 몰랐어. 이런 일이 벌어지길 바란 게 아니었다.”

이런 일을 벌이려고 한 게 아니었다.

“네 기분을…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네 기분이 풀렸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고.

아리나는 그렇게 말하며 카르세인을 설득하려 했다.

그러나 카르세인은 단호하게 그 말을 끊어 버린다.

“오해라고?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게 네 의도로 인해서 생겨난 일인데.”

“…!”

“이미 엎어진 물은 주워담을 수 없어. 아리나. 난 이미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만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네 성의를 짓밟고 무시한 놈이 된 거야.”

날카로운 비수가 폐부를 깊숙하게 찔러 들어왔다.

그 모든 게 짓밟혔다고 생각한 것도 자신이다.

찢겨진 서류를 보고서 곧바로 무시 기만당했다 여긴 것도 자신이었고.

부정당한 선물을 보며 분노를 주체하지 못해 찾아가 손을 올린 것도 자신이었다.

시발점부터 종착점까지.

그 모든 게.

아리나 바그란드로부터 이루어진 것이었다.

“앞으로 뭘 받든. 무슨 관심이 쏠리든. 난 항상 의심 받고 부정당하겠지. 오늘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범인은!”

쾅!

바로 옆에서 누군가가 이 주장을 제지하겠다는 듯 테이블을 크게 내리쳤다.

“범인은 우리가 아니 공작가에서 반드시 잡아낼 거야. 엄마한테 이 사실을 전달하면 대대로 조사를 시작할 거고 이전처럼 그냥 넘어가지 않을 테니까.”

꾹 물려있던 입술을 어떻게든 떼어낸 클레어였다.

“이 사건의 범인은 분명히 존재할 거야. 예전에 네가 그랬잖아? 카밀라 때도 사주를 한 새끼가 있었다고.”

스윽.

카르세인의 눈이 슬쩍 끝쪽으로 향한다.

두 갈래의 금발이 오소소 떨리고 있었다.

다시 시선을 클레어에게로 옮긴 카르세인이 물었다.

“그래서?”

“대대적인 조사가 이루어질 거야. 정 안 되면 물갈이라도 할 거고!”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하인들 중에서는 가신들의 자녀도 포함되어 있으며 조사만으로도 기분이 상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공작저 내에서의 인식이 다시 곤두박질칠 것을 알기에 카르세인은 이에 준비해뒀던 수를 꺼낸다.

“아니. 그럴 필요 없어.”

“…뭐?”

“차라리 무시당하게 내버려 둬. 그래도 되거든.”

“지금 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오늘부터 내 거처가 별관으로 옮겨질 테니까.”

그 말에 세 자매가 눈을 번뜩 떴다.

“딸꾹!”

“벼 별관?!”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플로라는 대놓고 딸꾹질을 했고 클레어는 상당히 놀란 눈치다. 아리나 역시 놀란 듯 그건 안 된다는 말을 끝까지 잇고 싶어했다.

“너도 공작가의 주인이야. 손님을 모시는 장소로 거처를 옮긴다는 게 말이 돼?!”

턱 막혔던 숨을 한 번에 몰아쉬며 클레어가 이를 제지하려 들었다.

그러나 카르세인은 싸늘한 얼굴로 정곡을 찔러왔다.

“공작가의 주인이라. 주인으로 취급조차 받지 못하는 내가? 가족으로 인정도 못 받고 당장 의심부터 받는 내가?”

카르세인이 하- 하고 콧방귀를 끼며 말을 이어갔다.

“이 상황을 보고도 그딴 멍청한 소리가 나오나?”

장 내부가 삽시간에 싸늘하게 얼어 붙었다.

“차라리 내가 별관에 있는 게 너희한테나 시종들한테나 더 좋을 일이지. 보기 싫은 새끼도 안 보고. 문제도 일으키지 않아. 얼마나 완벽해?”

“말도 안 되는 소리 마! 어떻게 고위 귀족이 귀빈도 아닌 한낱 거래 상대에 불과한 손님을 모시는 별관에…!”

“그럼 말해봐 클레어. 무슨 방법이 있는데.”

“그건…”

“공작가 내에서 서신은커녕 전달되어야 할 물건도 똑바로 받지 못하지. 생일 선물에 감시를 당하면서도 꾸역꾸역 넘겨서 얻게 된 상이란 건데도. 근데 그게 한 술 더 떠서 내가 그 성의를 무시하고 기만했다며 의심을 받고 얻어맞기까지 하네?”

연이은 질문 공세에 그 누구도 카르세인을 설득할 수 없었다.

“성인식 때랑 똑같아. 그러니까 이게 제일 좋단 거야. 너희한테나 나한테나.”

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입을 꾹 닫은 자매들을 가로질러 나간다.

증명도 끝났고 해결책도 언급했으니 여기 있을 필요가 없었다.

아리나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는 상태였고 카르세인의 연이은 질문 공세에 클레어는 과거의 그녀를 책망하며 이마를 짚었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 단.

끝자리에 앉은 플로라가 안색이 시퍼래진 채 숄로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카르세인이 피식 웃고.

눈을 마주친 플로라의 두 팔에 소름이 오소소 돋아 올랐다.

“아리나 예전에 네가 그런 말도 했던 거 아냐? 내가 하도 사고 많이 칠 때 했던 말인데. 쥐 죽은 듯이 가만히 좀 있으라고 그랬었거든.”

“…!”

마지막 한 마디를 남긴다.

“원하는 대로. 쥐죽은 듯이 별관에 있어 줄게.”

헤론의 손에 회의실 손잡이가 열리며 순간 차가운 바람이 온실 안으로 드나 들었다.

그러나…

정말 온실의 온도가 밖으로 빠져나간 것일까?

차가운 바람은 여전히 쌩쌩 불고 있었기에 한기를 느끼지도 못했다.

바깥의 바람이 오히려 더 따스한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어쩌면 회의실에서 불던 싸늘한 한기가 바깥으로 빠져나간 것일지도 모른다.

***

헤론을 제외하고 뒤따라 나오는 사람은 없었다.

당연히 그럴 터다.

아리나는 애먼 사람을 의심한 꼴이고.

클레어는 그 모습을 보며 자기 자신도 그랬던 게 비쳐보였을 테고.

플로라는 대놓고 이 사건을 만들어 낸 주범이다.

그 누구도 내 앞에서 당당하게 의견을 낼 수 없다.

그러니 이 메리트를 확실히 이용해야만 한다.

‘우선 결과를 좀 볼까.’

알람음이야 방을 나오자마자 떴었지만 어떤 식으로 사건이 진행됐는지 알아야 한다.

▶아리나에게 결백을 증명했습니다!◀

▶공작가 내에서의 평판이 한층 나아집니다!◀

▶하인들이 카르세인의 행동에 신중을 기합니다!◀

게임에서도 봤던 익숙한 문장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중 가장 중요한 건.

▶플로라의 거짓말을 파훼했습니다. 자매의 의심이 사라집니다.◀

▶클레어의 명령으로 조사가 이루어집니다.◀

▶주의! 특정 인물이 범인으로 몰리며 후속 전개에 따라 자칫하면 평판이 인식 단계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단연 플로라의 변화. 그리고 그 바로 아래의 문장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헤론.”

“예. 도련님.”

“나는 네게 무엇을 해주면 되지?”

이 장면은 내 손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장면이다.

따라서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인 헤론에게 그만한 보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헤론은 별안간 주춤하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다음에도 이런 일을 시키신다면 그때도 불러 주시겠습니까.”

“어째서?”

“저 역시 바그란드 공작가의 집사입니다. 공작가에 케케묵은 때 정도는 없애야 하지 않겠습니까.”

“케케묵은 때라. 그렇게 표현하는 게 맞는 건가?”

“영 틀리지는 않지요. 여태 처리할 수 없어 손가락만 만지작거리고 있었을 뿐이니 말입니다.”

공동 목표가 있다.

헤론은 은연히 내게 그리 주장하고 있었다.

‘그 공동 목표라는 건 당연히 엠마겠지.’

하지만 역시 절대 중립에 선 인물이라 그런 것일까.

단순히 그 의도만 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기각하지.”

“…예?”

받아들여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헤론의 눈동자가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이유를 묻거나 이를 거짓으로 물어뜯고 넘어갈 자는 아니었다.

헤론은 한 마디를 남기고 곧바로 돌아섰다.

“알겠습니다. 또 제가 필요한 일이 있다면 불러 주십시오.”

다음에도 자신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용해달라는 메시지를 슬쩍 남긴 것이었다.

멀어져 가는 그를 보며 나는 조용히 읊조렸다.

“아마 부를 일 없을 거야. 당신은 너무 예리해서 오히려 내 일에 방해가 될 수도 있거든.”

그 역시 공작가의 집사다.

바그란드에 속한 인물이며 내가 아닌 바그란드 공작가를 모셔야 할 인물이다.

혹시라는 건 끝까지 모를 일이지 않겠나.

“게다가 이건 내 일이야.”

내 일은 내가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

이 집에서 내 권리를 되찾고 힘을 키워가는 과정도.

힘을 키워 모든 계산을 끝내고 밖을 나갈 때까지의 과정도.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나 스스로 해야 할 일이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게 아니라.

그러니 내가 떠날 때까지 당신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어야 해.

반드시.

***

헤론은 아쉬움을 달래며 몸을 돌렸다.

‘…닫힌 도련님의 마음은 이 정도로는 열리지 않는가.’

기껏 기회를 잡았다.

공작가에 케케묵은 때를 지워냄과 동시에 도련님의 마음도 돌릴 찬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빈민촌과 공작가.

열 여덟 살에 극과 극의 장소에서 온갖 풍파를 다 맞아버린 도련님은 어느 순간부터 변해버렸는지 이조차 눈치채고 말았다.

빈민촌에서는 그 억센 환경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자라난 강인함만이 지탱하며 공작가에서의 괴롭힘에 저항하는가 싶더니 이내 그 강인함에 예리함마저 깃들었다.

닫혔던 문을 조금이나마 열어보려던 헤론의 의도는 너무나도 손쉽게 간파당해 버리고 만 것이었다.

‘…이미 뿌리를 내리고 만 건가.’

실로 안타까웠다.

도련님이 계획을 읊는 표정에선 그 어떤 감정도 깃들지 않았었다.

더 이상 고통을 느끼지도 못하는 인간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더한 경험을 해버렸기 때문에.

“…”

무거운 마음을 안고서 헤론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이라도 돌아가 도련님을 설득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다는 걸 본인도 잘 알고서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뚜벅 뚜벅.

무거워진 마음만큼 헤론의 발걸음도 무거웠다.

발걸음 소리에 따라 한 창이 그의 머리 위에 나타난다.

카르세인이 보면 눈을 휘둥그레 뜰지도 몰랐다.

-띠링!

▶선택지 이상의 결과를 불러일으키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헤론의 친밀도가 활성화됩니다!◀

[ 현재 친밀도 수치 : 30% ]

그런 한편 한쪽은 예상했던 일이 고스란히 일어나고 있었으니.

회의실에서는 정적을 깨고 긴급하게 다음 논의가 이루어졌다.

카르세인의 거처 건이나 이번 사건의 범인 등 한 번 화두에 올라간 문제들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딱 따닥!

‘어 어떻게? 어떻게 안 건데…!’

이번에는 정말로 범인이 되어버린 플로라가 벌벌 떨며 손톱을 깨물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크아악 연참을 해달라니 다들 너무하십니다

두 편 쓸 자신이 없어서 오늘은 올립니다… 하지만 연재 주기는 6일 지향인데!!

흑흑. 작가도 쉬게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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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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