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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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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9

우선 기다린다.

이 타이밍에 선택지를 쓰는 판단은 좋지 않다.

“건방지다고 생각하실 순 있을 텐데요. 저흰 아리나 공녀님이 정하신 규정에 따라 도련님께서 여길 방문하실 경우 어떤 용무로 찾아왔는지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잊지 않으셨죠?”

당시 지병 덕에 끔찍이도 카르세인을 아끼던 이사벨라는 보상금을 쥐여주는 쪽으로 해결한 모양이지만 아리나는 이를 잊지 않고 카르세인에게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그건 사실상 연무장 출입 금지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어떤 용무로 찾아왔는지 들어보고 연무장을 쓰는 기사들이 이를 허락하지 않으면 내쫓아도 된다는 카르세인의 이용 권한 자체를 박탈한 선언이었다.

그래서 이 기사가 내 앞에서 노골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연무장에서 얼른 꺼져 버려 라고.

‘틀린 것 하나 없는 정론이긴 해.’

카르세인이 누군가를 연무장에서 해쳤다는 사실은 변치 않을 테니까.

하지만.

그건 표면적인 사건일 뿐이다.

어느덧 내게 향하는 기사들의 눈이 열 쌍을 넘어섰을 때.

나는 근처를 둘러보며 한 사람의 이름을 찾았다.

‘역시 있군.’

잿빛 빗금이 덜 쳐진 한 사내의 이름.

그는 친밀도 수치가 다른 자들에 비해 약간 더 높은 편이다.

[ 마크 레델타인 ]

[ 친밀도 : -25% ]

하지만 그래도 -25%.

이걸 흰색 박스까지 올리지 못한다면 연무장에서의 활동은 불가능하다.

아니 그걸 넘어서 죽겠지.

극악의 난이도긴 하지만 이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수단은 팔짱을 낀 채 나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는 저 사내다.

“용무도 없이 찾아오신 거라면 나가 주십시오. 저흰 도련님께서 연무장에 발을 들이길 원치 않습니다.”

한 사내의 턱짓에 나머지 두 동료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가온다.

안 봐도 비디오다. 끌어내란 지시겠지.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진 마십쇼. 이게 다 아리나 아가씨의 명에 따르는 거니까요.”

-띠링!

▶기사들이 카르세인을 끌어내려 합니다. 어떻게 행동하시겠습니까?

[ 1. (몸부림을 치며)놓아라! 감히 누굴 함부로 끌어내려 하는 거지? ]

[ 2. 아리나의 그 명령 말인데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나? ]

[ 3. (허가서를 꺼내며)나는 분명히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

다시 잔혹한 선택지가 떴다.

리스크와 리턴을 계산해 구분해야 하는 때가 왔으니.

이번 선택지로 인해 에피소드 V의 진행 방식은 크게 갈리게 된다.

1번은 배드엔딩 직행인지라 고르지 않으면 된다.

다만 나머지 2번부터는 전략을 짜야 하므로 신중히 상황을 살펴야 했다.

‘게임에서는 전부 골라봤었지. 그중에서도 가장 리스크가 적은 3번을 골랐지만…’

도트 게임이 아닌 기사들의 시선을 보고 있자면 이건 정답이 아닌 것 같다.

공작 부인의 허가서를 썼으니 연무장 사용 자체는 가능하다는 방식으로 회피하고 넘기는 것이 과연 올바른 전개일까?

…아니. 그렇지 않을 거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기선제압이다.

[ 6. 너희가 모시는 주인은 누구지? ]

“너희가 모시는 주인은 누구지?”

나는 가장 아래에 있는 선택지를 골라 가장 리스크가 큰 쪽을 택했다.

***

훈련의 열기와 성과의 땀으로 가득했던 연무장이 순식간에 얼어붙듯 진득한 냉기가 흘렀다.

다시는 발을 들이지 않을 줄로만 알았던 공작가의 양아들.

바로 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카르세인 바그란드…’

카르세인이 다시 나타난 걸 보며 마크는 이를 으득 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사 한 명이 나섰고.

“잘나신 바그란드의 도련님께서 연무장엔 어쩐 일이십니까?”

그는 연무장에 발을 들이자마자 궁지에 몰리게 되었다.

장녀 아리나 바그란드가 내린 조치 때문이었다.

덕분에 마크는 옛 기억에 잠겼다.

-아니야. 마크.

-뭐?

-도련님은 도련님은 그런 분이 아니란 말이야…!

‘왜 갑자기 라디엘의 목소리가 들리는 거야.’

고개를 저으며 마크는 라디엘의 목소리를 부정하려 했다.

그럼에도 라디엘의 목소리는 하여금 그의 머릿속에서 재생됐다.

-내게 해를 가할 분이 아니셔. 그런 조치를 받을 분이 아니시란 말이야!

-장난해? 단장 당신을 그렇게 만든 게 누군데!

-너라도 너라도 도련님을 도와줘. 부탁할게 마크. 응?

“…”

다시 고개를 들어 카르세인을 바라본다.

쫓겨날 게 뻔하다.

아리나의 조치로 인해 연무장의 기사들은 그럴 명분이 있다.

여기서 콧방귀나 끼며 난간에 기댄 채 그가 쫓겨나는 장면을 보며 저들과 함께 비웃기나 하면 될 것이었다.

하지만.

-마크. 제발.

간절히 부탁하는 라디엘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연무장 사용 정도라면 내 권한으로도 가능하겠지.’

라디엘도 이 정도면 뭐라 하지 않을 테고.

마크는 팔짱을 풀고서 카르세인에게 다가가려 했다.

바로 그 순간.

“너희가 모시는 주인은 누구지?”

카르세인이 소리쳤다.

주눅 하나 들지 않은 채로.

***

갑작스러운 대답에 기사들이 주춤하자 카르세인은 연이어 한 번 더 질문했다.

“누구든 좋으니 답해 보아라. 너희가 모시는 주인은 누구냔 말이다.”

“당연히 바그란드 공작가입니다만.”

카르세인을 끌어내라며 턱짓을 했던 정식 기사가 이에 밀리지 않고 답했다.

마크가 그 순간 불안을 직감했다.

‘설마. 여기서 바그란드 공작가를 모시는 기사들더러 감히 자신의 출입을 금지시킨다는 엄포를 놓으려는 건가?’

바보 같은.

마크가 조용히 혀를 찼다.

가문의 힘을 빌려 기사들에게 신분으로 찍어 누르려 했다간 기사들은 결코 연무장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을 것이다.

기사들은 연무장의 규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연무장의 규칙 제1조.

공작가를 지키기 위한 기사들의 훈련 장소이다.

이 규칙은 다음 두 항목이 모든 걸 설명한다.

제1조 1항.

연무장에서의 지위는 신분을 포함하지 않는다. 공작가를 지키기 위해 공작가에 한 몸을 쏟기 위해 움직일 뿐이다.

제1조 2항.

심신을 수양하기 위한 장소에서 신분으로 위압을 가하는 자가 있다면 즉시 퇴출한다. 이 조항에는 단련을 하러 온 바그란드의 일원도 포함된다.

즉 카르세인은 제 발로 쫓겨날 짓을 하고 있다.

‘하아. 라디엘 단장은 대체 왜…’

마크가 다시 한숨을 푹 쉬며 마른 세수를 했다.

기껏 찾아와 하는 게 쫓겨날 짓인데 이 어리석은 자를 끝까지 믿어줄 가치가 어디 있단 말인가?

‘라디엘. 그건 네 착각일 뿐이야.’

네 말과 달리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어.

그날 널 벤 뒤로도 똑같은 인간이라고.

도와주려던 마음도 싹 가신 마크는 발걸음을 곧바로 멈춘 채 등을 돌리려 했다.

“그렇다면 아리나의 금지 명령과 공작 대리인의 사용 허가서 중 너희는 어느 명령을 따를 테지?”

“예?”

“그게 무슨…”

“네가 대표로 읽어라. 내가 읽으면 못 믿을 게 뻔하니.”

기사들에게 혼란이 찾아오자 카르세인이 한 장의 종이를 내밀었다.

잠시 후 증명서를 확인한 기사가 침을 꿀꺽 삼켰으며 카르세인과 증명서를 번갈아 보더니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다들 궁금해하는 것 같은데 얼른 읽어.”

당황하던 기사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종이에 적힌 내용을 입으로 읊기 시작했다.

카르세인 바그란드의 연무장 사용을 임시로 허가하며 이를 직접 허락한 게 공작 부인 이사벨라 바그란드라는 소식이 기사들 사이에서 퍼지자 그들은 급속도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말도 안 돼. 진짜로?”

“거짓말이겠지. 공작 부인께서 이걸 허락해 줄 리가 없잖아.”

“인장 확인해 봐. 얼른!”

하지만 증명서는 거짓을 뜻하지 않는다.

공작 부인의 필체와 바그란드 공작가의 가주만이 사용할 수 있는 직인은 틀림없이 카르세인의 연무장 사용을 허가하고 있었다.

이로써 두 명령이 충돌했다.

아리나 바그란드가 내린 카르세인의 연무장 출입 금지령.

이사벨라 바그란드가 내린 연무장 사용 허가서.

바그란드를 모시는 자들로써 그들은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그러나 의외로 답은 쉽게 정해진다.

“…최근 들어 공작가에서 도련님께서 얌전해졌단 소리가 들리더니 아무래도 진짜인 모양이군요.”

“마 마크.”

마크가 기사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말했다.

첫 질문은 애초에 신분을 내세운 것이 아니었다.

바그란드의 두 의견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너희는 누구의 명을 들을 것이냐. 이 질문을 뜻하고 있었다.

이 질문에 마크는 응답하듯 기사들에게 소리쳤다.

“우리는 공작가에 헌신하는 기사들이다. 공작 부인의 명은 곧 공작가의 명령이지. 헌데 언제까지 저 서류만 의심하고 있을 거지?”

기사들은 한마음이 되어 카르세인을 내쫓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그럴 만한 명분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현재 카르세인에게 있어 내쫓길 명분은 없었다.

‘나도 감정에 휘둘려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했다. 반성해야 할 일이야.’

속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마크는 곧바로 카르세인에게도 용서를 구했다.

“죄송합니다. 1기사단 전원이 도련님께 과거의 감정이 남아있다 보니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무작정 내쫓으려고만 한 것 같습니다. 벌을 내리시겠다면 부단장으로서 달게 받겠습니다.”

한쪽 무릎을 꿇고 반성의 자세를 취한 마크.

그런 마크를 보며 기사들은 떫은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도 또 마크를 향해 크게 꾸짖겠구나.

부단장이 이번엔 쉽게 넘어가지 못하겠구나.

그런 걱정들이 한가득이었다.

그러나 마크가 취한 행동의 진의는 이조차 카르세인을 향한 시험이었으니.

단순 입 발린 소리에 불과한 거라면 진노할 게 뻔하기에 모순적인 행동을 지적하며 직접 쫓아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카르세인은 주변을 슥 둘러보더니 마크에게 일어서라 명했다.

그리고는.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부단장.”

어깨를 짚으며 그리 말을 이어갔다.

카르세인이 보인 의외의 행동에 덫을 놓았던 마크는 그를 직접적으로 내쫓을 명분이 사라졌다.

아니. 명분이 사라진 걸 넘어서 내쫓아선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목적이 있으신 거군.’

그 생각을 마치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카르세인이 물었다.

“하지만 내 용건은 궁금할 거야. 그렇지?”

“…예. 아무래도 보고서가 필요할 것 같은지라.”

“내가 이 연무장에 온 건 건강 관리를 위해서일 뿐이다.”

“건강 관리요?”

“어. 너무 공작가 안에서만 지내다 보니 몸이 망가지는 게 확 느껴지더군. 그래서 여길 찾아온 거야. 어머니께 허가를 받은 것도 같은 이유다.”

복수가 아니라 건강 때문에?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에 마크가 벙찐 표정을 지었다.

카르세인은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 할 말을 이어갈 뿐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연무장의 규칙을 깰 생각은 없다.”

“설마 그 말씀은…”

“바그란드 공작가를 위해 움직이는 기사들로부터 받는 가르침이 내게 있어 가장 훌륭한 교사겠지. 나도 똑같이 훈련할 거다.”

카르세인은 그래서 이곳에서 당분간 머무를 거라고 한다.

“…진심이십니까?”

“내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어딨어?”

재차 기사들 사이에서 수군거림이 짙어진다.

의심은 아직 걷히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마크만에게만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나도 그거 가르쳐 줄 수 있어?

어릴 적의 도련님도 그랬었다.

가르침을 받을 때 그는 신분을 들이밀지 않았다.

단지 ‘자신도 할 수 있느냐’ 를 물었을 뿐.

지금도 마찬가지다.

누굴 모시냐는 말에 의심부터 시작해선 안 된다.

뭘 하러 왔는지. 무엇을 목표로 두고 있는지 물어본 뒤 나중에 그 사건의 진의를 보채도 늦지 않는다.

어쩌면 라디엘도 이런 이유로 카르세인을 책망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

‘기회 정도는 줘봐도 되겠지.’

마크는 복잡한 마음을 가다듬으며 카르세인을 연무장으로 받아 들인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셨으니 단단히 각오하셔야 할 겁니다.”

물론 용서를 한 건 절대 아니지만 말이다.

***

마크로부터 숙소를 배정받은 나는 자그마한 방을 얻게 되었다.

“한 명의 기사로 취급해달라는 말을 하셨으니 도련님도 훈련생의 방을 쓰실 겁니다. 이의는 없으시죠?”

당연히 이의는 없다.

다만 안 쓴지 제법 오래된 방이라 그런지 먼지가 좀 많다는 정도.

기껏해야 훈련생들이 쓰는 방인지라 몸을 뉘이고 짐을 푸는 정도가 한계라 별관에는 못 미칠 수준이지만 난 애초에 그런 큰 방은 필요 없다.

“방이 넓으면 쓸데없이 청소할 면적만 커진단 말이지.”

적당히 청소를 끝내고 나니 여유가 생겼다.

나는 곧바로 상태창부터 켰다.

▶제한 위험도를 가진 연무장의 출입이 허용됩니다!◀

▶선택지의 힘으로 제한 시간이 사라집니다!◀

▶특정 인물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

[ 마크 레델타인 : -10% ]

“고비는 넘겼나.”

부단장인 마크를 설득하는 쪽으로 선택지를 고르자 다행히도 위험한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여전히 잿빛 박스는 많지만 그는 제 1기사단의 부단장이므로 적절히 선을 지켜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소식은 엠마에게도 전해지겠지.”

제법 쫄릴 것이다.

엠마에게 있어 결재 서류와 횡령 장부라는 단어가 내 입에서 언급된 마당에 직접 연무장으로 자리를 옮기기까지 했으니.

연락이 그쪽으로 닿게 되면 머지않아 그 조급함이 내게 직접적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후우.”

나는 무거운 한숨을 몰아쉬며 짐을 풀었다.

그러다 미리 준비해 놓은 물건에 시선을 옮겼다.

내일부터 본격적인 연무장 생활이 시작된다.

아마도 기사단 내에선 분명히 나를 내쫓으려는 움직임이 보여지겠지.

이걸 눈치채고 있는 이상 미리 대응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야.”

그리 중얼거리며 나는 그 물건을 훈련생용 파우치가 아닌 가방으로 다시 넣어 둔다.

이건 확실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때 써야 한다.

단순히 분위기 반전을 꾀할 게 아니라.

이후 나는 적당히 짐을 풀어놓은 뒤 이른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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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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