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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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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3

“헉 헉…!”

오늘 하루도 어김없이 시작되는 훈련.

4일차에 접어들었지만 나약한 몸으로는 어림도 없다.

나는 매번 그랬듯 가장 뒤처지고 있었다.

하지만.

“브루스 너 그러다 따라 잡힌다?”

“뭣…! 저게 언제 여기까지!”

“하하! 내기 전에 더 빨리 달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천천히 뛰고 있었을 뿐이라고!”

Lv. 7 (보유 SP : 0.15 )

▶근력 2.68

▶민첩성 3.50

▶지구력 4.11

▶체력 2.10

▶면역력 1.05

▶??? 0.20

착실하게 오른 스텟은 그간 따라 붙지도 못했던 가장 느린 견습 기사의 뒤꽁무니를 바짝 뒤쫓을 수 있게는 해 주었다.

물론 그것도 아주 잠깐이었지만.

여전히 숨이 턱턱 막힌다.

가빠오는 호흡은 적응조차 되질 않고 그들의 훈련 강도는 버겁다.

그럼에도 건강해지는 듯한 감각이 드는 걸 보면 이 현상을 쭉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또 스텟이 유용하게 쓰이기도 할 테고.

‘그래도 너무 일러. 열쇠를 얻긴 했지만 아직 쓰기엔…’

연무장을 쭉 뛰면서 본 거지만 게임 속에서는 이 타이밍에 열쇠를 얻어내도 쓸 수가 없었다.

그 이유가 어째서인지는 생각한 적이 없었으나 신중히 이들과 함께 훈련을 하다 보니 알 것도 같았다.

쓰면 안 된다.

지금은 좀 더 침착하게 기다리는 게 백 번 옳은 판단이었다.

“…쯧!”

한 기사가 앞서간다.

아니. 한 무리가 앞서간다.

분명 저 혀를 차는 소리는 나를 향한 불만일 것이다.

무리 지어 앞서가는 저들 중 몇몇은 일부러 지나가는 척 나를 건드렸으니 말이다.

-띠링!

‘어허. 안 되지.’

저들과 부딪치자마자 선택지가 떴다.

내용이야 뭐 뻔하다.

왜 치고 가느냐부터 시작해 씨알도 안 먹힐 사과를 하라는 선택지.

그냥 반응을 하지 않고 넘어가는 쪽이 상책이다.

설령 이런 게 보여도 말이다.

[ 5. (아리나에게 다가가며)누나 저 자식이 나 치고 넘어가는 거 봤지? ]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말은 절대 안 하지.’

3일째에 이사벨라가 왔고 4일째엔 아리나가 왔다.

덕분에 감시하는 눈이 하나 달려 기사들의 행동이 더 과감해질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단체 아침 구보가 끝나고.

선택지 창이 사라졌을 즈음 아리나가 걸어왔다.

그런 아리나를 나는 못 본 척하며 수돗가 쪽으로 빠져 나갔다.

걸음이 빨라지자 뒤쫓는 발소리 또한 빨라져 갔다.

선택지는 지금이라도 아리나를 돌아보라는 듯 계속 창을 띄웠지만 여전히 그걸 고르지 않은 채로 넘어갔다.

그러자 아리나가 내 어깨를 대놓고 붙잡으며 물었다.

“훈련의 강도가 너무 센 것 같은데. 대체 왜 그렇게 다 뛰고 있어? 미련하게.”

-띠링!

여기서 기존의 창이 사라지고 다른 선택지들이 떴다.

[ 1. (손을 뿌리치며)나 지금 땀 냄새 많이 나. ]

[ 2. (능청스럽게)뭐가 문젠데. ]

[ 3. 나 지금은 제1기사단의 훈련생이야. ]

고개를 돌리자 아리나는 내 행동이 영 성치 않은 모양이었다.

근데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이 선택지들이 영 성치 않는다.

1번은 대놓고 왜 아리나를 배려하는 건지 모르겠고.

2번은 그나마 기분이라도 나쁘라고 모르쇠를 떠는 거지만 이것만으로는 의심받았던 걸 되갚아주기 어려워 보인다. 결국 기분 나쁜 게 다니까.

그나마 3번인데…

‘그냥 말하긴 싫고. 저 여자가 원하는 대로 좀 맞춰줘 볼까.’

어차피 이건 친밀도를 높여놔서 이루어지는 전개인 만큼 데드 플래그는 없다.

나는 뒤로 돌아 차렷 자세를 취했다.

“명이라도 내리시렵니까?”

“뭐?”

“하명하실 게 있으니 저를 찾아온 거 아닙니까.”

“하명이라니 너…?”

아리나가 눈썹을 들썩거렸다.

본인도 잘 아는 것이다.

지금 내가 무슨 입장으로 자길 대하고 있는지.

“저는 현재 제1기사단에서 입단 기간을 시험 받고 있는 훈련생입니다.”

이어 나는 차렷 자세에서 경례 자세를 바꿔 취했다.

아주 노골적으로.

그런 내 자세를 아리나는 곧바로 양 어깨를 붙잡아 망가뜨렸다.

“훈련생은 무슨 훈련생이야. 넌 내 동생인데.”

“연무장에서는 연무장의 규칙을 따라야 합니다만.”

“카르세인.”

단단히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인지 아리나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장난도 거기까지만 해. 연무장에서 훈련생 절차부터 거치는 걸 말리려는 건 아니지만 기사들의 예법을 이런 식으로 써먹지는 마라.”

아리나는 지금 훈련생 카르세인이 아닌 카르세인 바그란드를 만나러 온 것이라고 한 번 더 못을 박았다.

선을 긋고 싶었지만 당장 그럴 수는 없는 모양이다.

‘이쯤 해둘까.’

이러다가 진짜 화라도 나면 친밀도가 낮을 때 게임 속에서 그랬던 것처럼 기사들에게 명을 내려서 날 공작저로 끌고 갈 가능성이 있다.

몇 마디 더 했다간 진짜 친밀도가 떨어질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래서. 왜 찾아온 건데.”

나는 수돗가에서 땀에 젖은 얼굴을 씻어내며 심드렁히 반응했다.

이미 다 알고 있어서 물을 필요는 없지만 선택지에 뜬 것 중에 괜찮아 보이는 게 이것밖에 없었다.

“…훈련은 잘 하고 있는지. 그걸 확인하러 왔을 뿐이야.”

“사고라도 칠 것 같아서 감시하러 온 게 아니고?”

순간 아리나의 미간이 찌푸러졌다.

예의 그 일 때문이었다.

“그런 거 아니야. 기사들의 질 나쁜 관습 같은 게 있으니 지켜보러 온 거다.”

“아 그러셔.”

“자.”

땀을 다 씻어내고 수돗가의 물을 잠궜다.

그러자 아리나가 내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수건이었다.

“내 거 있어.”

“기사들의 수건은 거칠다. 피부가 상하기 딱 좋지. 그러니까 이걸로 닦아.”

-띠링!

[ (수건을 받으며)잘 쓸게. ]

라는 선택지가 다 보이기도 전에 나는 무시하고 아리나를 지나쳐 갔다.

파우치에서 있던 수건을 굳이 꺼내 얼굴을 닦았고 그런 나를 보며 아리나는 옅은 한숨을 쉬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훈련의 강도가 너무 지나치다. 마크에게 말해두지. 조금 줄이라고.”

“필요 없어.”

-띠링!

알림음이 뜨기도 전에 대답이 먼저 나갔다.

“나를 생각하면 앞으로 찾아오질 마. 저런 것도 마찬가지고.”

“…”

아리나는 연무장에 모습을 보일 때부터 뭔가를 들고 왔었다.

저 수건부터 포함해 내가 연무장의 훈련 생활을 잘 해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물건들일 거다.

하지만 이 이상의 도움은 원치 않는다.

어느 쪽으로든.

“공작가의 첫째에게 혼자 편애를 받는 기사라. 아무도 인정 안 할 거야. 이쯤 말했으면 알아들었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현재 바그란드 공자가 아닌 연무장의 규칙을 따르는 훈련생임을 재차 각인시키며 말을 거뒀다.

그러자 아리나는 참지 못했는지 그때처럼 다시 미간이 찌푸려졌다.

뒤는 예상한 대로.

“카르세인. 너는 내가 왜 화를 냈는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지?”

던진 미끼를 아주 잘 물었다.

2차 선택지.

[ 3. 필요 없어. ] 는 내가 생각할 때 정말로 마음에 드는 선택지였다.

“그때도 난 분명히 말했었다. 이런 식으로 내 성의가 짓밟히는 게 싫다고. 너를 의심했던 건 내가 잘못한 거지만 별개로 이건 아니라고 보는데.”

어느새 눈빛이 달라진 아리나.

그런 아리나를 상대로 나는 이 3차 선택지를 사용해야만 한다.

▶아리나가 속상한 마음에 화를 내고 있습니다. 어떻게 반응할까요?

▶경고! 미룰 수 없는 선택지입니다!◀

[ 1. 내 알 바냐? 엿 좀 처먹어 보라고 그랬다. 내가 기분 나빴던 만큼 너도 좀 기분 나빠야지. 그래야 공평하잖아? ]

[ 2. 반대로 내 입장에선 그게 더 방해되는 줄 모르는 모양이야? ]

[ 3. 참나. 그런 걸 나더러 기억하라고? 넌 양심도 없냐? ]

[ 4. 그게 편애잖아. 방해하려고 작정한 거지? ]

4일차. 친밀도를 올려 두었던 아리나와의 만남으로 생겨난 추가 선택지.

나는 여기서.

“하. 또 그 꼴 나겠구만.”

“뭐?”

“반대로 내 입장에선 너 때문에 더 힘들어진다는 거. 벌써 잊어 먹었냐?”

일부러 최악의 선택지를 골랐다.

***

아리나는 이 계획을 짜면서 제법 카르세인의 신경을 많이 썼었다.

찢어진 증명서를 보며 눈이 돌아버린 뒤 다짜고짜 의심부터 시작한 탓에 마음이 썩 편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잘해주려고 했다.

연무장에 가는 걸 좋아했던 걸 가까스로 떠올리고는 이쪽에서 필요한 것들을 지원해 도와주며 기분을 풀어보려고 했다.

“하. 또 그 꼴 나겠구만.”

그러나 이런 소리를 들어 버리면.

“반대로 내 입장에선 너 때문에 더 힘들어진다는 거. 벌써 잊어 먹었냐?”

도와주려 했음에도 더 힘들어진다는 소리가 귀에 울려 버리면.

화가 치밀어 오를 수밖에 없었다.

“너란 놈은…!”

아리나는 거기서 말을 끊었다.

“그래. 내가 멍청했어. 스스로 고된 훈련을 하고 싶다는 놈을 배려해 줄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야.”

-펄럭.

아리나의 손에서 수건이 내동댕이 치듯 바닥에 떨어졌다.

“기사들의 훈련은 나도 겪어봤기에 고되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니 얼마나 버틸지 좀 궁금하긴 하군. 어디 제대로 혼 좀 나고 와 봐.”

조금 전까지만 해도 챙겨주려고 왔던 동생을 향해 되려 악담을 퍼부은 그녀는 등을 홱 돌렸다.

붉은 포니테일이 답지 않은 거센 발걸음으로 인해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덩그러니 남게 된 카르세인은 아리나를 보다 상태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었지만.

“와. 이거 봐라? 이놈은 무슨 첫째 아가씨께 이런 지원을 다 받네?”

그것도 잠시뿐. 금세 불청객이 찾아왔다.

‘왔군.’

카르세인은 재빠르게 눈앞에 있는 사내의 용모를 확인했다.

삐죽 튀어나온 주황색 침 같은 앞머리.

안면 양쪽에 빼곡하게 찬 주근깨.

건들거리는 몸의 움직임과 심히 양아치스러운 행동거지.

게임 속에서 보이던 큰 특징들을 꼽자 그가 누구인지 짐작이 갔다.

‘이 녀석이 브루스였던가.’

견습 기사들 중에서 가장 나태하고 게으른 돈만 붙여 바그란드 공작가의 기사단에 들어온 폐급.

그게 게임 속에서 보인 브루스라는 캐릭터였다.

“눈을 왜 그렇게 뜨냐? 야. 너랑 내가 기수가 몇 번 차이인 줄 알아?”

입에서 나오는 소리도 건들거리는 움직임만큼이나 저렴하다.

이런 자들은 어디가나 있는 법이었다.

왜. 무리 지은 곳이라면 자주 보지 않던가?

‘만약 아리나가 있었다면 찍소리도 못하고 돌아갔겠지.’

그러다 보니 강제로 나쁜 선택지를 골라 그녀를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뭐 쫄릴 건 없었다.

이런 자들이 허세만 잔뜩 들어가선 자기보다 약한 놈만 골라 괴롭힌다는 걸 뻔히 아니까.

카르세인은 허접한 기수놀음에 주눅 들지 않고 떳떳하게 대답했다.

“무슨 용건인데.”

“무슨 용건인데? 이 새끼가. 선배한테 존대 안 하냐?”

카르세인의 어깨가 브루스의 손에 팍하고 밀쳐졌다.

“너만 이런 혜택을 보고 있잖아. 입단 기간에는 정당하게 테스트를 받는 건데 이런 식으로 외부의 힘을 빌리면 어떡하냐? 이건 부정 입단이야. 기사단에서 금지하는 부정 행위라고. 어?”

한 번은 두 번이 되고. 세 번까지 카르세인을 밀치며 브루스는 이 상황을 지적했다.

“다른 사람들은 억울해 미칠 지경이겠다? 누군 이렇게 뒤에서 입단 합격을 쉽게 하는데 누군 입단 시험 때부터 빡빡하게 경쟁해서 들어오고. 존나 불공평한 거 너도 잘 알지?”

이어 브루스는 떨어진 수건을 탈탈 털어 고이 접었다.

“그러니까 이건 압수다? 네 부정 행위는 눈 감아 줄 테니까.”

말하는 것만 보면 부정행위를 짚는 것처럼 보이지만 행동이 너무 뻔하다.

그냥 저 값비싸 보이는 물건들이 탐난 거잖아?

하여금 옛날 생각이 난다.

학교에서 첫째 년이 그날 답지 않게 나타나선 필기구를 내민 적이 있었지.

-필기 정도는 똑바로 하고 다녀라. 깔끔하지 못하게 그게 다 뭐야?

그리고는 학교에서 필요할 법한 걸 전부 내려놓고 갔다.

어디서 뭔 소리를 들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날 이걸 다 받았다는 이유만으로도 시비가 걸려왔었다.

‘하. 마침 금품에 딱 눈을 들이는 성격인 놈이 있고. 상황도 비슷하네?’

또 다시 싸늘하게 피가 식는다.

기분 나쁜 기억과 기이할 정도의 일치율을 보이는 이 상황에 카르세인은 절로 웃어 버리고 말았다.

“큭 큭큭.”

난데없이 터져 나오는 웃음 소리.

그의 웃음 소리는 조금씩 커져 갔다.

그 목소리는 막 고운 재질의 값비싼 고급 수건을 얻어내 희희낙락하던 브루스의 귓가에도 들리게 되었으며 그 사이 카르세인은 계획을 바꾼다.

‘그래. 이참에 제대로 알려 줘야지.’

탐욕에 젖은 양아치 새끼든.

탐욕을 일깨워 시비가 걸리게 만든 가족 새끼든.

둘 다 엿이나 처먹이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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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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