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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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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66

수돗가에서 정적이 흘렀다.

그 정정 속에서 기사들은 생각한다.

‘지금… 뭐라고?’

‘카르세인이 뭐? 약혼녀?’

‘테오가 들고 있는 저 손수건이 약혼녀의 거란 말이야?’

그리고.

한 번에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하하!!

“큽 도련님. 지금 약혼녀라고 하신 거 맞죠?”

테오 람스테어마저 차마 웃음을 참지 못하겠는지 배를 잡고 있다.

방금 자기 목이 베여 피가 흘러내리고 있는데도 말이다.

“아. 죄송합니다. 그러게 거짓말을 쳐도 정도껏 하셔야죠. 아무리 이 손수건이 비싸도 그렇지 약혼녀가 뭡니까? 약혼녀가?”

─푸하하하하!

그 광경이 또 웃음거리가 되었는지 수돗가의 기사들은 또 한 번 배를 잡고 웃었다.

웃을 만한 일이었다.

그 카르세인 바그란드에게 약혼녀가 생겼다니.

말이 안 되는 소리지 않은가.

거짓말일 게 분명했다.

“아 예. 뭐. 그럴 수 있겠죠. 도련님도 남자시니까 끌리는 여자가 있긴 할 겁니다. 꼭 여자에게 받을 거란 가정뿐만 아니라 다른 루트로도 얻을 수 있겠죠.”

이를 테면 공갈 갈취.

그리고 바그란드 공작가의 지위를 내세운 협박 같은 것 말이다.

“아. 요샌 신분 차이가 나는 혼인도 제법 보인다죠? 그래요. 뭐. 하녀 중 누군가가 도련님 같은 사람이 취향이라 쏙 반해버렸을 수도 있겠죠. 물론 공작가가 아니라 다른 가문의 하녀라면 첫 만남일 경우는 더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고요.”

“크하하하학!”

“큭큭. 테오 저 새끼.”

주변 기사들은 테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여기저기서 추임새를 넣기 시작했다.

“아아 오해 마세요. 세상은 넓고 이성에 대한 취향도 제법 다양하잖습니까. 도련님도 충분히 누군가에겐 매력적일 수 있어요.”

“맞습니다. 극단에서나 나오는 신분을 넘은 혼인도 실제로 드물지만 있다고요.”

“이야. 바그란드 공자와 하녀의 추문이라. 그럴싸하잖아?”

또 한 번 웃음 소리가 울려 퍼진다.

“헌데 이런 손수건을 내어줄 정도면 제법 고위 귀족일 텐데요. 그런데도 약혼녀에게 받았단 걸 주장하시겠단 거죠?”

테오가 손수건을 지그시 바라보며 날카롭게 질문했다.

“페셀로스 제국에서 바그란드의 양아들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귀족은 아무도 없어요. 근데 약혼녀요? 대체 누가 도련님께 손수건을 내다준답니까? 애초에 말을 걸 만한 사람도 몇 없을 텐데요?”

그리고는 평판을 들먹인다.

카르세인이 제국에서 어떤 인간인지. 어떤 시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귀족들 사이에서는 뻔히 퍼져 있을 대대적인 인식이 흘러 나왔다.

“도련님께선 약혼녀라 말씀하셨습니다만 그걸 받아들여 주실 영애 분은 없을 겁니다. 아니 애초에 여인 전부가 포함될지도 모르겠군요? 공작가의 하녀들조차 도련님을 연모할 만한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테오는 그리 덧붙이며 너스레를 떨었다.

적나라한 주장임과 동시에 제법 명료한 지적이었다.

약혼녀에게 받은 손수건일 수는 있겠지만 평민이라면 가능할 테지만 이 손수건은 언뜻 봐도 귀족의 손수건. 따라서 손수건을 건넸다던 약혼녀는 귀족이어야 한다.

그러니 약혼녀에게 받았단 이 손수건은 거짓말이라는 거다.

이 제국에서 바그란드 공자 카르세인 바그란드를 이성으로 보고 손수건을 건넬 만한 여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테니까.

“이로써 약혼녀에게 받았다는 손수건이란 주장 자체가 모순이군요. 헌데 이게 끝이 아니죠? 도련님.”

테오 람스테어가 이죽거리며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음을 선고한다.

그러자 주변에서 기사들이 몰려와 카르세인을 둘러쌌다.

“아리나 아가씨께서 말씀하시길 그 어떤 상황에서도 카르세인 도련님께서 누군가에게 상해를 입힐 경우 그 즉시 연무장에서 검을 압수하고 쫓아내라 하셨습니다. 이건 도련님의 금지령에도 포함되어 있어요.”

테오가 자기 목을 검지 손가락으로 툭툭 가리키며 여유롭게 대답했다.

다른 기사들도 이에 한 마디씩 거든다.

“테오의 목에 검을 들이민 것 자체가 연무장의 규칙을 어기신 셈입니다.”

“아무리 공작 부인의 허가서를 받아오셨다 한들 이건 용납할 수 없습니다.”

“더 이상 가르침을 이어나갈 수 없으니 저흰 합법적으로 도련님을 쫓아낼 권리가 생겼단 거죠.”

“업보에요 업보. 도련님께선 어떻게 이리도 한결같으신지 모르겠군요.”

아까처럼 대놓고 웃지는 않지만 표정은 이미 히죽거리고 낄낄대는 비소를 참지 못해 입술이 씰룩거리고 있다.

“너무 원망하시진 마세요. 이건 다 도련님께서 자초하신 일이니까요.”

기사들 사이로 테오가 검을 밀어내며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허나 이번에는 검 대신 그의 복부에 발길질이 이어졌다.

“컥!”

-휙!

땅바닥에 드러누운 테오 람스테어의 목에 다시 검이 들이밀어진다.

“할 말은 다 끝났나?”

“큭! 지금 이 행동 선을 넘으신 거 아닙니까?!”

“선을 넘은 건 네놈들이지. 네놈들은 나를 모욕했고 동시에 내 약혼녀를 모욕했다. 이렇게 떡하니 증거가 있는데도 알아보지 못하다니 말이야. 아 그게 아니라면 눈이 단체로 삐기라도 한 건가?”

“뭐 뭐라고요?!”

테오가 이를 으득 물었다.

“증거가 어디 있습니까! 그 손수건이라면…!”

“손수건을 자세히 보는 게 좋을 텐데. 테오 람스테어.”

“손수건을…?”

그 순간 테오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하긴 잘 안 보이긴 했을 테지. 손수건에 자기 가문의 문양을 자수로 새기는 관습은 많이 없어졌으니 말이야.”

“문양?”

“저게 무슨 소리야? 단순히 비싼 손수건 아니었어?”

아니. 그렇지 않다.

이 문양은…

‘테레시아 후작가의 문양이잖아…!’

말도 안 된다고.

그럴 리가 없다고.

뻔한 거짓말이나 하는 거라고.

얼마든지 몰아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헌데 이건 몰아갈 수가 없다.

테오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거기 무슨 일인가!”

고참 기사들이 수돗가를 찾아왔다.

카르세인의 기억에 따르면 아직 기사들이 찾아올 시간은 아니었다.

다만 왜 그들이 이른 시간에 찾아왔는지는 얼추 납득이 갔다.

쪼르르 달려오다 그들 사이로 머리만 빼꼼 내밀며 뒤에 숨은 한 소녀.

그녀의 일름보였으리라.

“벼 별일 아닙니다!”

그런 식으로 면피하시겠다?

어림도 없지.

이쪽은 끝까지 갈 생각이라고.

카르세인은 개의치 않고 오늘의 아침 훈련을 담당하는 정식 기사에게 명했다.

“칼튼 경.”

“…! 예. 도련님.”

어중이떠중이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정식 기사로서 긴 시간을 가져왔던 그는 이 순간 카르세인이 훈련생이 아닌 바그란드의 공작가의 일원으로서 부른 것임을 눈치챘다.

“내 물건에 함부로 손댄 이자들을 이 자리에서 먼지가 휘날릴 정도로 두들겨 패라.”

억지에 가까운 명령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저들은 막 이 자리에 왔다.

카르세인의 물건에 손을 댔는지 안 댔는지는 고사하고 그게 카르세인의 것인지도 모를 자들이다.

테오 패거리는 그렇게 속으로 카르세인을 비웃었지만.

-퍼억!

“윽?!”

-퍽! 퍽! 퍼억!

정식 기사들은 단 한 마디 반박조차 하지 않고 그들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

▶정식 기사들이 태오 패거리의 범행을 목격했습니다!◀

▶선택지 이상의 결과를 불러일으키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테오 패거리의 반박이 무력화됩니다.◀

‘진짜 먼지나게 맞네.’

패대라는 선택지가 떠서 쓴 거지만 진짜 먼지가 휘날릴 정도로 패대고 있다.

사정없이 그들은 손과 발을 써대며 패대고 있고 검집으로 맞은 몇몇 놈들은 눈이 푸르뎅뎅해진 상태였다.

다들 의문으로 가득찼을 것이다.

도대체 왜?

왜 우리가 맞는 거지?

같은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견습이나 수습 기사에 불과할 너희들과는 달리 저 사람들은 정식 기사거든.’

맹점은 눈꽃 축제라 볼 수 있다.

정식 기사들은 그날 이사벨라의 명을 받아 급히 출동했고 카르세인을 수색하곤 사단 내에서 이야깃거리가 제법 오갔을 것이다.

헌데 그 파우치 안에 있던 게 죄다 눈꽃 축제 때의 물건이니 의심의 여지가 없다.

카르세인의 물건을 멋대로 손댄 것으로도 모자라 빼앗고 태우거나 망가뜨렸다는 걸 그들은 뻔히 알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들은 가문의 기사로서 주인의 물건에 손을 함부로 댄 자를 엄중히 벌한다.

이 명령에 있어 잘못된 점은 아무것도 없다.

“그만.”

먼지가 잔뜩 쌓여가는 수돗가에서 중지를 선언하자 그들은 즉각 행동을 멈췄다. 반박? 그런 건 취할 것 같지도 않았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정식 기사들은 카르세인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곤 하나 적어도 가문에 충성하는 자들인지라 선을 넘지는 않는다. 막상 테오의 명을 받아 카르세인을 건드린 놈들도 알고 보면 수습이거나 견습 그리고 막 들어온 말단이었다.

그것 자체가 모순점이 많다.

정식과 수습의 차이가 사단 내에서 하늘과 땅 차이라곤 하나 테오는 그들을 포섭하지 않았다.

과거에도 카르세인을 쫓아내는 데에 정식 기사의 힘을 직접적으로 빌리지 않고 사건을 일으켜 누명을 씌우는 간접적인 방법을 썼다.

그리고 눈앞에서 벌어진 이 광경. 수습 이하의 계급을 가진 놈들만 파벌에 끌어들여 정식 기사들을 마음대로 주무르지 못하는 놈을 보면 확신이 선다.

놈도 건드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자기보다 아래에 위치한 놈들만을 구슬리고 이용해가며 카르세인을 고립시키는 게 한계였을 테지.

그래서 어떻게든 자기가 정식 기사로 올라서려 한 거고.

위쪽을 손댈 수 없으니 아래를 모두 손봐 자신의 판을 깔아둔 거고.

그것만으론 부족하단 사실을 뻔히 알고 있기에 엠마에게 손을 뻗었고.

마지막으로 플로라의 관심을 끌어 어떻게든 이 기사단을 장악해보려 한 거다.

윗물은 맑은데 아랫놈들이 진탕 물을 흐려서 연무장이란 장소가 이토록 탁한 진흙탕으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좀 더 과감한 선택지를 골라도 문제가 없다.

“칼튼.”

“예.”

“카르세인 바그란드로서 명한다. 나와 내 약혼녀를 모욕한 이것들을 모조리 바그란드로부터 파면해라. 그리고”

휙!

나는 놈들에게 검을 다시 겨누며 말을 이었다.

“이 시간부로 툴레아 광산에다 집어 넣어 다시는 검을 잡지도 밖을 나오지도 못하는 죄인임을 황실에 전달해라.”

[ 5. 가장 높은 강도의 벌인 툴레아 광산 수감자 행을 내린다. ]

***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저희가 툴레아 광산에 처박힌다니요! 그게 말이나 됩니까?”

“파면조차도 납득할 수 없습니다. 재고해주십시오!”

놈들이 크게 반발한다.

파면만으로도 상당히 강도가 무거운 징계인데 이로도 모자라 나는 툴레아 광산이라는 제국 최대 크기의 범죄자 수용소에 그들을 갖다 박겠다고 말했으니 그럴 수밖에.

“시끄럽다 이놈들!”

“어서 이동하지 못해?!”

그러거나 말거나 죄인들에겐 발언권이 없다.

그저 허울뿐인 기사가 아닌 진짜들에게 죄인들은 끌려갔다.

허나 정식 기사들도 이 명령은 과하다 생각했는지 순간 주춤했었다.

죄인들이 끌려가고 난 뒤 한 기사가 나와 고개를 숙였다.

아까 내가 불렀던 칼튼이라는 기사다.

“도련님. 놈들은 감히 주인의 물건에 손을 댄 자들이므로 벌을 받아 마땅하긴 하나 툴레아 광산으로 보내기엔 죄질이 상대적으로 얕습니다.”

칼튼은 정중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툴레아 광산은 제국 최대의 범죄자 수용소입니다.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다는 황실 소유의 수용소이기도 하지요. 이곳에 수용되는 조건으로 강도죄와 절도죄 귀족 모욕죄만으로 보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래서?”

“우선 바그란드 공작가의 감옥에 송치한 뒤 의식주를 90일간 빼앗아 건강이 망가지는 열악한 환경을 조성하고. 이후 형량을 다 채우면 모든 권한을 빼앗으며 고향으로 보내는 정도가 어떠신지요.”

칼튼의 주장 아니 첨언은 지극히 옳다.

이 장면만 보자면 그 세 죄가 성립되어 파면 및 기사직 박탈 정도가 한계였다.

과한 처분으로 인해 반발에 나선다면 이 대가는 고스란히 카르세인 바그란드가 지게 된다.

추후 이 소식이 제국의 귀족들 사이에서 퍼진다면 다른 악영향 또한 생기겠지.

역시 겉무늬로만 가문에 충성하는 기사는 아니었다. 후임들을 잘못 둔 탓일 뿐.

하지만 그런 것쯤은 나도 알고 있다.

[ 3. 놈들이 그 이상의 죄를 지어 툴레아 광산으로 옮겨질 만한 죄인이라면 어쩔 거야? ]

“놈들이 그 이상의 죄를 지어 툴레아 광산으로 옮겨질 만한 죄인이라면 어쩔 테지?”

“그 말씀은… 다른 죄를 더 지었단 말입니까?”

“물론이다.”

당황한 칼튼이 주위 기사들에게 턱짓으로 들은 게 있느냐 묻는다.

답할 수 있는 자들은 당연하게도 없었다.

그러자 때마침 한 사람이 불쑥 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렇게 진행해. 도련님의 말씀대로니까.”

“마크 부단장?”

“라디엘 단장도?”

의문에 휩싸인 기사들 사이로 단장과 부단장이 나타났다.

어떻게 됐냐는 질문 같은 건 필요 없어 보였다.

“너희에게 한 가지 질문해보도록 하겠다.”

***

“이 수돗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라고 하면 내게 어떻게 보고할 테지?”

한 기사가 손을 들었다.

“카르세인 도련님께서 테오 람스테어를 포함한 수습 기사들에게 물건을 빼앗기고 있었고 이에 정당하게 검을 겨누고 있었다고 보고할 겁니다.”

다른 기사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간결하고 알아듣기 쉬운 보고였다.

“그럼 이렇게 가정해 볼까. 만약 그 장면이 너희들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음… 그럼 저 역시 다른 녀석들로부터 전해 들었겠군요.”

“맞아. 다른 자의 귀로 전해 듣게 되지. 직접 본 게 아니니까. 그럼 이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하게 될 자는?”

“수습 기사들일 테지요. 저희 기사단은 후임들에게 보고를 듣는 편이 잦으니까요.”

그러자 기사들이 전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 보니 방금 그 녀석들 전부…”

“수습이랑 견습들이었던 것 같은데.”

“같은데가 아니야. 도련님의 물건에 손을 댄 놈들 전부가 그랬어. 우리들과 같은 정식 기사는 아무도 없었던 거야.”

“뿐만 아니라 보고를 받을 때 정식 기사들끼리 전하는 경우도 어느 기점 이후로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의심스럽군. 마치 녀석들이 한 패거리를 이루어 움직이는 것 같지 않나.”

기사들의 표정이 한층 심각해졌다.

크나큰 것을 놓치고 있었다는 듯.

“어디까지나 가정이라곤 하지만 만약 그걸 발견한 게 우리가 아니었다면…”

그 가정이 수면 위로 떠올랐을 즈음.

라디엘이 입을 열었다.

“그래. 그게 맹점이야.”

“단장…?”

“안 그래도 나쁜 인식을 가진 한 사람을 몰아넣고 거짓말쟁이로 만들기엔 딱 좋지 않겠어? 연락망이 전부 수습 견습들로만 이루어져 있으니 말이야.”

“그게 가능한 겁니까? 사단 내에서 암약이 있지 않고서야…”

“구관 창고에 이런 게 박혀 있더군. 아마도 자기가 받는 봉급에 비해 과한 사치를 부리게 되면 들킬 테니 이런 식으로 숨긴 것일 테지.”

-촤라락!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들고 있던 상자를 땅으로 쏟아붓는 라디엘.

“증거는 나왔어. 그 상황에서 만약 누군가가 봉급 3할에 준하는 돈을 쥐어주며 보고를 달리 하라고 한다면 명예보다 돈을 중시하는 수습 놈들이야 얼마든지 하겠지.”

“…그런 짓이 실제로 이 연무장에서 일어나고 있었기에 이 돈이 나왔다는 겁니까.”

“그것뿐만이 아니야.”

“예?”

“그게 만약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의 의뢰였다면 어쩔래?”

“…!”

기사들의 낯이 삽시간에 어두워진다.

한두 푼이 아니다.

상자 안에서는 상당한 양의 화폐와 귀금속이 박힌 장신구들이 쏟아졌다.

마침 수습과 견습들 사이에선 재물욕을 밝히는 녀석들이 적지 않았다.

갑작스레 월급을 들여 신제품을 샀다며 자랑하는 놈들도 있었지 않나.

라디엘이 쐐기를 박았다.

“윗선에 올라가지 않게끔 말을 맞추기만 하면 그리 어렵지 않겠지. 설령 나를 검으로 베었다는 누명을 씌우는 것조차도 말이야.”

“다 단장!”

“설마 그 말씀은…”

펄쩍 뛰는 기사들.

그들의 시선이 절로 한 사람에게 향한다.

“카르세인 도련님이…”

“누명을 썼단 말이야?”

“라디엘 단장을 벤 게 정말 도련님이 아니었다고?”

혼란에 빠진 눈동자들이 이리저리 굴러 다니기 시작했다.

물증이 뻔히 나와있는 마당에 이젠 믿고 아니고를 따질 때가 아니었다.

수습 견습들의 카르세인을 향한 악의는 눈으로 본 참이고.

돈을 주고 의뢰를 시켰다는 정황이 명백하게 드러난 상황이었다.

“범인은… 누굽니까.”

칼튼이 침을 꿀꺽 삼키며 라디엘에게 물었다.

그 사건의 피해자이자 목격자인 그녀는 뚜렷하게 진범을 알고 있을 터였다. 세 사람 중 누가 범인이었는지를.

조마조마한 순간이었다.

저 입에서 누구의 이름이 나오든 기사들은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으리라.

그러나 이 순간 가장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은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플로라였으니.

옷깃을 꽉 부여잡은 채로 그녀는 숨죽인 채 기다렸다.

마침내 라디엘의 입에서 한 사람의 이름이 나오고.

소녀는 숨이 멎어버릴 것만 같은 감각을 느끼며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내가… 테오를 돕는 바람에… 카르세인이…?’

가슴 속에 있던 무언가가 펑하고 터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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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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