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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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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7

눈을 뜨니 아침이었다.

감기로 끙끙 앓았던 하루의 끝은 간단한 식사 이후의 숙면이었다.

클레어가 눈치를 뒤늦게 채면서 미음이 도착했고 그걸 먹으면서 계속 짜증이 났던 것까지는 기억이 난다. 근데 침대에 누운 뒤로는 아무런 기억이 안 난다.

그러니까 하루를 내리 자버렸단 소리다.

“하아. 피로랑 수면 상태 이상 회복이라는 게 이런 거였냐고.”

다르게 생각해보면 이거 외에 회복될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으려나? 하긴. 밥 잘 먹고 푹 자는 것만큼 회복에 좋은 게 없긴 하지.

이미 시간이 지나가 버린 건 어쩔 수 없었다.

-똑똑.

“아침 식사를 가져왔습니다.”

벌써 이렇게 아침 식사가 도착해버렸으니 말이다.

오늘도 우선은 미음이었다. 어제 클레어가 급히 하녀들을 내 방으로 불러다 치우라 명한 게 제법 도움이 되었는지 체증이 올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다만.

“가보겠습니다.”

다른 점이 좀 있다면 우선 첫째로 하녀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원래라면 이 일도 카밀라가 했어야겠지만 그런 일이 있었으니 게임 속 스토리대로 하녀가 바뀌어 있다.

두 번째로는.

‘표정만 봐도 불만이 가득해 보이네.’

그 하녀가 제법 나를 싫어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작가 내에서 카르세인의 인식이 어떤지야 잘 알지만 하녀의 친밀도 박스가 어제보다 조금 어두운 흰색이었다.

어느 쪽으로 보나 좋은 징조는 아니다.

카밀라는 먼저 카르세인에게 이상한 것들을 먹이기야 했으나 험담을 하거나 소문을 부풀리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하지만 저 하녀는 어떨까. 어디선가 입을 놀리며 내게 위협거리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되면 공작가 사용인들과의 친밀도는 계속해서 깎여 내려가겠지.

“결국 공작가는 나한테 있어서 반드시 탈출해야 하는 장소지만… 당장은 그럴 수가 없단 말이지.”

신분 제도라는 엄격한 규칙이 세워져 있으며 한국과 비교조차 안 될 만큼의 험난한 세상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어쩌면 내가 제대로 알고 있지도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 수도 있고.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위험한 장소가 당장 몸을 웅크리며 전전하기에는 최적의 장소기도 하다. 그래서 당장 탈출은 꿈도 못 꾼다.

“우선은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데드 플래그가 뜨는 선택지부터 피해야 해. 여기서 좀 더 나아간다면 데드 트리거 자체를 꺼버리는 거고.”

어느 커뮤니티에서 한 유저는 직접적으로 배드엔딩을 맞이하는 선택지를 데드 플래그라고 부르며 이 데드 플래그가 활성화가 될 수 있는 사건을 데드 트리거라고 지칭했었다.

그 말이 딱 맞았다.

플래그(flag)라는 말이야 딱히 설명이 필요 없고.

트리거(trigger). 말 그대로 방아쇠. 데드 플래그가 튀어나오는 상황이 사건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며 때가 될 때까지 총구를 겨누고 있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 무슨 이유로 갑자기 이 선택지가 배드엔딩으로 향하게 되는 건지 다들 몰라서 어리둥절했던 것이다.

이제 게임 속으로 들어와버린 나는 현재 크나큰 데드 트리거를 앞두고 있을 것이다.

“…우선 카밀라부터 빼내야 하려나.”

빙의 이후로도 스토리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카르세인이 감기로 인해 쓰러지고 전담 하녀인 카밀라가 의심을 받았다. 그러니 카밀라는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어 독방에 갇힌 상태.

이대로라면 난 반드시 죽을 거다. 카밀라라는 캐릭터가 가진 어마어마한 데드 트리거로 인해서.

힌트는 미약하게나마 주어져 있다. 하녀들의 친밀도 박스와 직접적인 반응.

카밀라는 하녀들 사이에서도 가장 인망이 두텁고 사교성이 좋은 성격이다 보니 그녀를 척지는 사람이 공작가 내에선 손에 꼽힐 정도이다.

그런 하녀가 하필이면 내 하녀였으니 필히 비난의 화살은 내게로 향하고 있겠지. 따라서 독방에서 카밀라를 빼내는 건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하지만 그러기 전 우선 에피소드 진행이 먼저다.

-덜컥.

하녀가 왔을 때만 해도 노크는 해줬던 내 방문이 멋대로 열렸다. 뭐 그래도 될 만한 사람이긴 했다.

“무슨 일이야? 아리나.”

바그란드 공작가의 첫째였으니 말이다.

***

아리나는 성큼성큼 걸어와 식사랍시고 고작 그릇 하나밖에 뉘여져 있지 않은 초라한 테이블을 아니꼬운 듯 쳐다보았다.

“정성껏 만든 음식들은 전부 안 먹겠다더니 고작 이런 거나 먹겠다고 한 거였나?”

이럴 줄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들으니 기분이 가라앉는다. 그래도 내 입으로 진실을 전달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말해봐야 무용지물이란 거 잘 아니까.

“똑같은 공작가의 음식이야. 뭐가 문젠데?”

“똑같다고? 어제 네 테이블에 그 음식을 올린 주방장이 들으면 기겁하겠어.”

“하.”

“넌 이 상황에도 웃음이 나오는 모양이군. 가족들이 너 하나 때문에 크나큰 수치를 떠안게 생긴 상황인데 말이야.”

그건 하도 어이가 없어서 새어 나온 헛웃음이었다.

초라해 보여도 이게 내 목숨을 살렸다고. 클레어랑 네가 준비하라고 시킨 그 화려해 빠진 음식이 아니라 이게 내 목숨을 살렸다고.

홧김에 그 목소리가 나올 뻔한 걸 참으며 새어 나온 헛웃음이었다.

할 말은 많지만 나는 애써 참았다.

-띠링!

▶에피소드 II – 하녀들의 불만이 시작됩니다!◀

▶아리나의 질문에 대답하세요!◀

[ 1. 왜 쓸데없이 신경질이야? 밥맛 떨어지게 하지 말고 좀 꺼지지? ]

[ 2. 어머니 얘긴 또 왜 나와? 내가 아파도 올 생각조차 않으시는 분인데. ]

[ 3. 고집이 아니라…! 에휴. 됐다. 너랑 뭔 얘기를 해? 미친년. ]

드디어 본편의 시작인가.

아주 멋진 선택지들이 떴다.

에피소드가 시작되자마자 여러 개의 선택지로 갈리더니 못 봐줄 것부터 함정까지 널려 있군.

[ 6. 그것 때문에 찾아온 건 아니지 않아? ]

“그것 때문에 찾아온 건 아니지 않아?”

고작 이런 일로 찾아왔을 리 없다. 그 아리나 바그란드라면.

“굳이 나한테 전해야 될 내용은 아니잖아. 손에 들고 있는 거 그거 보여 주려고 찾아온 거 아니야?”

“후우. 그래. 네 식사 때문에 찾아온 건 아니지. 잠깐 기다리고 있어. 더 들고 와야 할 게 있으니까.”

잠시 후 아리나가 다른 서류 더미를 들고 왔다. 아까 들고 온 것보다는 언뜻 봐도 훨씬 더 많아 보인다.

서류들은 전부 공작가 내에서 일하는 사용인들의 프로필이었다. 여태 어떤 업무를 맡았고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깐깐하게 조사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이걸 왜 보여주는가. 그게 본제겠지.

“공작가는 현재 굉장히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큰 행사를 앞두고 있어 이걸 준비하는 동안 시간을 굉장히 많이 쓰기도 하고 다른 이유도 뒤따르고 있지. 그런데 여기서 네가 사고를 쳐 버렸으니 하는 수 없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수밖에 없겠더군.”

짐작이 간다.

사용인 전원이 이렇게 빠듯한 업무를 맡고 있다면 내게 할 말은 하나뿐이겠지.

“그래서. 날 모실 하녀를 뽑아라?”

“잘 아네. 네 패악질에도 덤덤히 일하던 카밀라가 너 때문에 의심을 받고 있으니 불쌍해서라도 다른 일자리를 마련해 줄 예정이다. 곧 의심은 풀릴 테니까.”

아리나는 그리 덧붙이며 내게 선택권을 쥐여주는 듯했다.

하지만 이건 선택권을 쥐여주는 게 아니라 되려 타박을 넣고 있는 거다.

카르세인이라는 주인은 패악질이 심해 어떤 사용인들도 모시려 하지 않았고 그 성정을 뚫고도 카밀라가 일을 도맡아 왔다는 사실에 치중을 두고 있으니까.

그래. 말만 안 했을 뿐.

“이 모든 사태로 인해 가뜩이나 바쁜 공작가에 더 일이 생겼다. 전부 건강 관리에 소홀했던 너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라고 꾸짖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근데.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그게 왜 카르세인 때문이지?’

오히려 이 녀석은 피해자잖아. 찬물에 샤워를 해야 했고 아픈 몸을 이끌고 가서 심드렁한 반응이나 들은 데다 제대로 된 음식도 못 먹은 채로 돌아왔다.

그러고 나서 악의가 가득한 디저트까지 받기나 한 피해자에 불과하다. 다른 걸 다 제쳐 두고서라도 꾸중을 들을 만한 처지에 놓인 건 아니란 소리다.

“어머니께서도 이것 때문에 골치 아파하시겠지. 양심이 있다면 귀에 들어가시지 않게끔 네 선에서 처리해. 가족들 전부에게 또 그런 식으로 피해를─”

그리고 계속 입에 담기는 그놈의 가족 가족.

처음에도 느낀 거긴 했지만 성격조차도 역시 그년이랑 다를 게 하나도 없다.

“김민혁 너는 왜 항상 우리 가족을 부끄럽게 만들지 못해서 안달인데? 너 때문에 고개를 못 들고 다니겠어. 알아?”

“다른 또래 아이들과 다르게 어머니께서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화목한 집안에서 살고 있잖아. 그러니까 제발 부끄러움을 알아. 우리 가정에 먹칠 좀 그만 하라고.”

그 집안에서 내가 첫째한테 들은 소리랑 똑같았으니 말이다.

-띠링!

신물이 올라올 지경이었을 찰나. 선택지가 떴다. 얼른 정답 고르고 이년은 쫓아내는 게 맞겠지만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한 소리 해버렸다.

“피해는 지금 네가 나한테…!”

-삐이익! 삐익!

그 순간 눈앞이 시뻘게지며 발언이 통제되더니 경고 창이 떴다.

▶경고!◀

▶경고!◀

▶경고!◀

주변은 아예 붉은 경고등이 켜진 듯 웅웅거렸고 귓가에는 사이렌이라도 울리는 듯 지속적으로 소리를 퍼뜨려댔다.

이윽고 상태창이 떴다.

▶경고! 해당 행동을 취할 수 없습니다!◀

▶스토리가 붕괴될 수 있는 심각한 오류가 적발되었습니다!◀

▶다시 선택지를 고르십시오.◀

▶만약 동일한 행동이 재차 적발될 경우 페널티를 강제합니다!◀

‘하 씨발.’

▶현재 누적 경고 : 1회◀

▶다음 경고 시 페널티를 부과합니다.◀

▶랜덤 선택지 강제 5회.◀

결국 참지 못하고 일을 저질러버린 탓에 이런 창이 떠버렸다.

랜덤도 말이 랜덤이지 이딴 페널티라면 사실상 죽으라는 거나 다름없다.

참 허탈하게도 난 내가 하고 싶은 말조차 할 수 없다고 생각해야겠지만… 이건 내 실수가 맞다.

그래도 얻은 게 없진 않다.

‘적어도 스토리 내에서만 개입하라 이건가.’

정보를 얻기는 했다.

난 비록 선택지를 비틀 수는 있더라도 근원적인 선택지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다. 하다못해 주요 대사 정도는 읊어야 한다는 뜻이겠지.

또한 선택지가 떴을 때만큼은 이 선택지 이외의 행동에 제약이 걸린다는 점. 그리고… 다음엔 얄짤 없이 죽이겠다는 경고가 떴다는 점.

목숨을 걸고 알아낸 정보 치고는 상당히 불합리하긴 했지만 이런 것 하나 하나가 시스템의 허점을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주의하자. 김민혁. 감정적으로 나서면 안 돼.’

나는 결국 곧 다시 게임이 진행된다며 눈앞에 뜬 타이머를 보며 한숨이나 쉬어야 했다.

“어머니께서도 이것 때문에 골치 아파하시겠지. 양심이 있다면 귀에 들어가시지 않게끔 네 선에서 처리해. 가족들 전부에게 또 그런 식으로 피해를─”

아리나가 쳤던 대사가 다시 입력되듯 귓가에 들려왔다.

내 목소리가 들릴 법도 했겠지만 그건 듣지 못한 듯 별다른 반응이 없다. 아니 그보다는 아예 없던 일로 돌아간 느낌이구나.

‘일단 불평이나 할 때가 아니라 살아야 해. 우선 정답을 골라서… 음?’

불평하던 나는 선반에서 바닥으로 떨어져 빛을 뿜어내는 물체를 발견했다. 틀림없는 메모리얼이었다.

‘카르세인의 방 맵이라면… 마차 인형인가.’

메모리얼은 카르세인의 과거를 알려주며 때때로 찾아내긴 힘들지만 에피소드를 해결하는 중요한 키 포인트를 짚어주기도 한다.

여기선 이미 대략적인 내용을 알고 있지만…

‘분명 그게 다가 아니겠지.’

이건 내 직감뿐만이 아니었다.

선택지가 뜬 상태로 마차 인형에 손을 뻗자마자 내 눈앞은 새하얗게 점멸했다.

***

햇빛이 따사로운 어느 평범한 하루.

봄볕을 따라 힘찬 하루를 시작하는 제국민들의 낯에는 활기가 가득 서려 있었다.

이곳 빈민촌에도 봄볕은 들었다. 부모의 존재조차도 모르고 오로지 길거리에 버려졌을 뿐인 아이들에게도 차디찬 겨울이 지나 다가온 봄볕은 따사로웠다.

그런 어느 날.

죽은 눈으로 전국을 헤매며 한 아이만을 찾던 부인에게 생기가 돌았다.

“아아…! 여기 여기 있었구나!”

생기가 돈 부인의 눈앞에 있는 사람이 바로 카르세인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은 쪼끔 빨리

+2024년 3월 15일 내용 수정.

큰 틀은 변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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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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