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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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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72

“카르세인과 같이 오는 게 아니었니?”

이사벨라가 근심에 잠긴 목소리로 밖에서 돌아온 아리나를 맞이했다.

“연무장에서 미뤄진 훈련을 한다더군요.”

“할 말이 많은데. 데려올 수는 없었니?”

“아무래도 그건 힘들어 보여요. 어머니. 이번 재판 때문인지 잔뜩 화가 난 모양이에요.”

“…그러니.”

이사벨라가 씁쓸해하며 한숨을 푹 쉬었다.

플로라를 들이지 않으려 했던 건은 카르세인의 기분이 풀리고 난 뒤에나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

때가 되면 알아서 돌아올 테니 그때 묻는 수밖에 없다.

“그보다 클레어는요?”

“잔뜩 화가 나선 카르세인을 괴롭혔다던 녀석들의 형량을 올리러 가겠다더구나.”

“클레어답네요.”

“헌데 아리나.”

이사벨라가 나지막이 아리나를 불렀다.

“너 역시도… 아무것도 전해 듣지 못했던 거니?”

“…”

아리나가 침묵했다.

뭘 듣긴 커녕 재판 내용을 따라가는 것조차 벅찼다.

카르세인을 공작가에서 내쫓아 버리라는 엠마의 의뢰.

의뢰를 수주한 테오 람스테어의 누명

이로 인해 발발한 샤펠 숲 라디엘 피습 사건.

카르세인에게 내려진 연무장 금지령과 엠마의 횡령.

이 사건의 전후 배경으로 거론되는 카르세인의 나쁜 평판.

따라가려 해도 따라갈 수가 없었다.

고요함 아래 숨겨진 이 커다란 그림자의 존재는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

“그래. 너도 그랬겠지… 괜히 물어봐서 미안하구나.”

이후 이사벨라는 아리나의 생각과 동일하게 카르세인에게 시간을 좀 주자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공작저에서 하인들은 전부 갈아야겠지.’

명단이야 있지만 더 있지 않겠나.

클레어가 본 방식을 그대로 쓴다면 엠마에게 뒷돈을 받아 카르세인을 괴롭혔던 하인들을 추려낼 수 있을 것이다.

기사들도 마찬가지.

테오 람스테어와 함께 수돗가에서 일을 벌이던 자들은 모두 잡아들였으나 아직 남아있는 기사들이 제법 된다.

공작저에서 더 이상 엠마의 잔재를 남겨선 안 될 것이다. 또한 카르세인의 누명을 풀고자 했던 선량한 자들은 따로 구분하여 상을 내려야 할 것이고.

‘여러모로 할 게 많군.’

아리나는 자신의 집무실로 이동해 펜을 들고 조사를 시작했다.

.

.

.

사각거리며 쭉 놀리던 아리나의 펜이 멈춘다.

어느덧 어둑해진 시각.

해는 완전히 떨어지고 유난히 환하게 보이는 보름달이 찬연한 빛을 내고 있다.

아리나가 잠시 펜을 놓았다.

“…이렇게나 시간이 지났었나?”

공작가의 때를 지워내는 물갈이 작업이 쭉 이어지는 동안 시간 가는 줄을 전혀 몰랐다.

시계를 보던 아리나가 중얼거렸다.

“슬슬 불러와야 할 때겠지.”

카르세인도 연무장에서 밀린 훈련을 끝내고도 남을 시간.

공작저로 돌아와 가족들과 할 이야기도 있고 클레어와 동일하게 사건의 경위를 더 자세히 물어 그들의 형량을 높이는 쪽으로도 황실에 전서를 넣어 볼 생각이다.

제일 중요한 플로라와의 앙금을 풀어야 하기도 하고.

의자를 밀어넣고 일어난 아리나는 외투를 걸쳐 입고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그때였다.

“아리나 아가씨 혹시 여기 계신가요?”

하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자 안절부절못하는 새 하녀가 보인다. 플로라에게 붙여 두었던 새 하녀였다.

“무슨 일이지?”

“그게…”

하녀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아리나 역시 다급히 움직이게 만들었다.

***

“그 그거 내가 도와줄 수도 있어? 가정부 언니에 대해서 제일 잘 아는 건 나니까.”

마치 생색이라도 부리는 듯 셋째가 새초롬하게 그리 말했다.

내 용돈을 야금야금 빼먹다 걸린 가정부가 결국 들키자 먼저 찾아와서 하는 말이 저거였다.

정작 가정부가 저런 짓을 하게 된 이유가 바로 그녀 때문이었는데 말이다.

“김민혁 너도 일 커지는 거 싫잖아? 적당히 가정부 언니 보내기만 하면 나도 딱히─”

지랄하지 말고 닥쳐. 이 꼬맹아.

나는 아마도 셋째의 말을 끊으며 그리 말했을 터였다.

하지만 그 철없는 꼬맹이는 자기한테 욕을 했다며 쪼르르 일러 바치고. 첫째는 내 용돈이 빼돌려지고 있던 오늘 되려 혼을 냈었지.

참 싫었다.

그 집안은 아무리 말해도 내 의견 같은 건 들어주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셋째가 그런 짓을 저지르고 있었단 사실을 나는 꾸역꾸역 숨겨야만 했다.

설령 내 몸이 버티지 못해 응급실에 실려 갔을 때조차 말이다.

“…하. 씨발. 뭔 개꿈이야 또.”

눈을 뜨고 나니 욕지거리부터 나온다.

왜 그 좆같은 옛날 기억이 떠오르는 건지.

꿈에서조차 괴롭히는 그년들 때문에 자꾸만 짜증이 난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꿈에서 벗어나고도 그때 기억이 조금 더 떠오른다.

“그 이후로는…”

가정부는 이때 법적인 재판을 받았었다. 내가 놓았던 덫을 밟는 것으로 인해 야금야금 훔쳤던 돈은 고사하고 그간의 월급까지 모든 돈을 토해내야 하니 잘못했다며 울면서 빌었다던가.

그조차 내게 빈 것이 아니었다.

끝까지 카르세인에게 자세를 낮추지 않았던 엠마와 마찬가지로 첫째와 양어머니에게 무릎을 꿇었을 뿐.

사건이 지난 이후의 이야기를 좀 더 풀어보자면 그 가정부는 사실 내가 다니던 학교 학생의 한 언니였던 모양이고 학교에 이 사실이 퍼지자 동생과 함께 그 지역을 떠버렸다.

학교가 워낙 명문 고등학교인 데다 자제들이 죄다 한가닥 하는 집안의 아들 딸이다 보니 소식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다.

동생 쪽은 강제로 전학을 당하게 된 셈이고 가정부인 언니 쪽은 재판 이후 일자리를 찾기 위해 험하게 굴렀다는 모양이다.

동생 쪽도 앞머리에 롤을 만 채로 내 급식에 올라오는 음식들을 대놓고 쏙 빼다먹는 년이었던 걸 보면 뭐 겸사겸사 잘 된 일이었다.

얼핏 보면 큰 변화가 생긴 것 같지만 정작 제일 큰 변화가 생긴 건 나였다.

“그때부터 알바를 시작했구나.”

용돈 같은 건 어차피 없는 셈 치면서 나는 그간 가정부에게 빼앗기던 돈 전부를 한 서랍에 넣어두기 시작했었다.

빼앗기고 나니 그제야 실감했다. 이들에게 받는 돈은 내 돈이 아니라는 걸.

탈출까지 이용할 수 있는 돈이라곤 하나 그들의 도움 같은 건 최대한 밀어내겠단 마인드가 확고히 잡혔었다.

비록 첫 알바는 힘들었어도.

응급실에서 돌아오고 나서 몸을 충분히 쉬지 않아서 그런지 하루 내내 자버렸어도.

학업과 병행하며 밤낮 중 쉴 시간이 없었어도 말이다.

“그러고 보니 알바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됐을 때 풀썩 쓰러지는 걸 셋째한테 눈앞에서 들킨 적이 있었구나.”

그래. 그건 확실히 이상했다.

그때 꼬맹이 녀석 표정이…

-쿵쿵쿵!

“카르세인 안에 있나?”

아리나였다.

더 이상 옛날 생각이나 할 때가 아니구나.

문은 열기 싫다.

그래서 안 열고 그 상태로 말했다.

“무슨 일인데.”

“플로라가 여기 찾아오지 않았나?”

“걔가 여길 왜 오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금쯤 자기만 쏙 뺐다며 이사벨라에게 쪼르르 달려가 일러바치곤 내 욕을 한 바가지로 하고 있을 텐데.

아리나가 내 비아냥을 부정하며 말을 이었다.

“아니야. 플로라는 그 이후부터 네게 죄책감을 크게 갖고 있었다. 재판이 끝나고도 내가 말했잖아. 막내가 어떻게든 널 도와주려 했었다고. 그러니 널 찾으러 갔다고 보는 게 중론이잖아!”

“무슨 헛소리를…”

-띠링!

그 순간 상태창이 강제로 켜졌다.

“정말 정말로 널 만나기 위해 밖으로 나갔던 게 아니라고…?”

아리나의 걱정스러운 목소리 사이로 뜬 상태창은…

내 눈을 의심케 만들었다.

▶오류 발생!◀

▶해당 분기에 개입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닙니다.◀

▶대안 결정 중…◀

‘씨발 뭐야. 이게 뭐냐고!’

익숙한 창에 나는 속으로 욕부터 질러 버렸다.

에피소드 VI는 재판에서 엠마와 테오를 확실히 정리함으로써 끝난다.

어떻게 보면 내게 있어서는 가장 쉽고 이 게임을 통틀어서도 준비만 잘 해두면 큰 변수는 없었다.

이런 창이 뜰게 아니란 말이야!

▶에피소드 VI의 진행이 끝나지 않았음을 확인했습니다!◀

▶히든 에피소드의 조건을 만족했음을 확인했습니다!◀

▶에피소드 VI의 클리어 조건이 변경됩니다.◀

▶두 개의 에피소드가 합쳐집니다!◀

▶결과 도출 중…◀

‘분명히 끝냈잖아. 그때 분명히 알람음이…!’

…아니. 잠깐만.

‘내가 그걸 확인했었나?’

확인하지 않았다.

피곤한 마음에 가족들의 친밀도를 소모해 연무장에 틀어박히는 것을 선택했을 뿐이다.

라디엘 때와 마찬가지로 에피소드 VI가 클리어됐단 말이 없었다면?

“너도 모른다면 그럼 플로라는 어디에…!”

아리나의 입에서 플로라의 행방에 대한 의문이 피어나자

▶에피소드 VI. 실종이 진행됩니다!◀

▶본 에피소드는 히든 에피소드임과 동시에 메인 에피소드입니다!◀

▶플로라를 찾으십시오.◀

[ 제한 시간 : 30분 ]

[ 제한 시간 내에 플로라를 찾지 못할 시 사망합니다! ]

[ 시간이 전부 지날 경우 에피소드가 자동으로 실패하며 사망합니다! ]

나는 더 이상 잠이나 자고 있을 때가 아니란 걸 인지했다.

덜컥 문을 열어 젖혔다.

“자세히 말해 봐. 언제 어디서 플로라가 뭘 하고 있었는지!”

***

▶플로라를 찾으십시오.◀

[ 제한 시간 : 25분 31초 ]

[ 제한 시간 내에 플로라를 찾지 못할 시 사망합니다! ]

[ 시간이 전부 지날 경우 에피소드가 자동으로 실패하며 사망합니다! ]

아예 모른다.

이런 전개는 없었다.

본 적도 들은 적도 경험한 적도 없다.

그러나 멍하니 있다간 죽는다.

그 꼬맹이가 아무리 싫어도 지금만큼은 찾아내는 수밖에 없다.

“하르니에 영애!”

“카르세인?”

“여기에 혹시 제 허리까지 오는 금발의 꼬맹이 못 봤습니까?”

“아뇨. 그런 사람은…”

제기랄. 공작저에 아리나의 명령이 떨어져 사람을 찾고 있으니 좀 더 머물러 달라며 조치를 취하기야 했다지만 남은 시간 안에 해결이 될 것 같지 않다.

문제는 아무런 단서가 없다는 것.

재판장에서 돌아간 이후 플로라를 발견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게 발목을 꽉 붙잡고 있었다.

“아 잠깐만요. 플로라 영애를 말하는 거라면… 잠깐 본 것 같기도 한데…”

“…!”

“어디였지? 재판장에서 돌아가시는 걸 분명 봤던 것 같은데…”

하르니에가 골똘히 생각에 빠졌다.

이럴 때 방해하면 안 된다. 나는 천천히 심호흡하며 기다렸다.

“저기. 저쪽 길로 갔었어요.”

하르니에가 손가락으로 한 방향을 가리켰다.

저 방향이면… 후원 쪽인데?

“정확히 말하자면 재판장에 들어오지 못한 때가 아니에요. 제가 발길을 잠시 틀어 공작저를 둘러보던 중 그때 우연히 발견한 거였어요.”

그렇단 건…

‘하르니에가 본 게 플로라의 마지막 모습일 가능성이 높아.’

유일한 단서를 얻었다.

나는 곧바로 그쪽으로 숨이 차도록 달렸다.

후원 안쪽. 꽃이 핀 길 사이로 플로라의 흔적이 있다면 뭐든 찾아야 한다.

어디냐. 어디야.

도대체 어디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건데!

“잠깐만요! 가 같이 좀…”

“하르니에? 왜 따라 온 겁니까?”

“여기 들어오자마자 느낀 건데 은은한 향이 나요.”

“향이요?”

“확실하진 않지만 이건 수면제 향이에요. 여기 제 옷에 있는 보석이 반응하고 있으니 확실할 거에요.”

“수면제란 건… 설마.”

하르니에가 눈을 가늘게 좁혔다.

“납치. 그것도 상당히 공을 들여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아요.”

-띠링!

▶단서를 발견했습니다!◀

◆후원에 깔린 은은한 수면제 향

플로라는 누군가에게 수면제를 들이마시고 쓰러져 납치당했다.

그리 보는 것이 중론이다.

보석에서 빛을 뿜고 있단 사실을 확인한 하르니에는 수면제의 종류에 대해 말했다.

“이 수면제는 손수건에 묻혀서 쓰는 편이에요. 효과가 너무 강해서 자기는 들어마시면 안 되니까 일회성으로 쓰기 위해서죠.”

“그 말은 이 수면제를 강하게 쓸 수는 없었다 그러니 충분한 장비가 있지 않다. 그렇게 보면 됩니까?”

“맞아요. 적어도 몇 초 정도는 발버둥쳤겠죠.”

“그럼 이곳에 흔적이 남아있을 수도 있겠군요.”

곧바로 후원 근처를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발견했다.

-띠링!

▶단서를 발견했습니다!◀

◆주황색 스카프

범인이 남긴 단서를.

“스카프… 영애들이 사용할 만한 건 아니네요.”

“…예.”

이건 나도 알고 있다.

여성용이 아닌 남성용이다. 주로 영애들에게 선물을 받아 사용하는 부류의 스카프다.

그렇기에 범인을 특정할 수 있다.

놈은 두려웠던 게 아니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스윽.

‘피… 흩뿌려진 게 아니라 몸을 타고 떨어진 거군.’

▶단서를 발견했습니다!◀

◆방울진 혈액

[ 위치 : 후원 ]

판결의 보옥이라는 낙인을 피했다.

툴레아 광산으로 향하는 건 당일이 아닌 다음날.

따라서 놈은 뒤가 없다 여기고 한 가지 숙원을 이루는 것만을 고대하며 일을 벌였다.

그래.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플로라를 납치한 이유는.

-띠링!

▶범인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세요!

[ 1. 카르세인 바그란드를 향한 복수. ]

[ 2. 플로라의 ──── ]

[ 3. 바그란드 공작가의 ──── ]

다름 아닌 나를 향한 복수 때문이다.

***

-뚝. 뚝.

물소리가 들린다.

한 방울 한 방울. 어디선가 떨어지고 있는 소리였다.

그 물소리는 이상하게도 눈살이 찌푸려질 것처럼 듣기가 싫다.

묘한 쇳비린내까지 코에 감기니 눈꺼풀이 무겁다 한들 절로 뜨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눈을 뜬 플로라.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두 팔이 딱딱한 나무 의자에 꽁꽁 묶여 있었다.

재갈이 물려 있고 두 다리 역시 밧줄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다.

암흑시야에 방황하던 동공은 어둠 속에서 다가오는 인영만을 담을 뿐이었다.

한 사내의 목소리가 섬뜩하게 귓가에 감겼다.

“일어나셨습니까? 아가씨.”

“…!”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어떤 일을 당했었는지도 떠올렸다.

테오 람스테어.

자신을 후원에서 납치한 그가 이름을 부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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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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