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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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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74

누군가가 들이닥치며 테오 람스테어와의 대화는 자연스레 끊겼다.

짙게 자리잡고 있던 어둠이 밝은 빛에 물러나며 플로라는 그제야 안도했다.

누군지는 몰라도 이곳에 찾아온 사람이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자신이 납치되었다는 걸 알릴 수 있다.

테오 람스테어를 벌할 수 있다.

정말로 그거면 충분했다.

어머니께서 잔뜩 화난 표정으로 가문의 기사들을 전부 끌고 와 저 자를 벌하라 명하든.

큰언니가 검을 들고서 테오에게 겨누곤 이 자리에서 목을 쳐버리겠다 소리치든.

작은언니가 잿더미 하나 남기지 않고 그 살결을 태워버리겠단 살벌한 소리를 하든.

어느 쪽이든 좋지 않겠는가.

본 가문의 기사가 오더라도.

바그란드 가신 가문 측 기사가 오더라도.

설령 자신과는 썩 친하지 않은 사람이 오더라도.

황실 측이나 다른 귀족에게 알려져 근위병이나 다른 가문의 기사가 오더라도.

아무렴 상관없다.

이 어두컴컴하고 음침한 곳에 실낱 같은 한 줄기 빛이 흘러 들어왔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카앙! 푸슛!

“크윽!!!”

문을 벌컥 들이밀며 들어온 자는 테오에게 검을 부딪쳤고 쉴새없이 몰아치며 테오의 한쪽 어깨를 베었다.

갑작스레 들어온 환한 빛에 잘 보이진 않지만 자신을 납치한 사내의 목소리는 기억한다. 그 섬뜩한 목소리는 어느덧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욕설을 담으며 뒤로 밀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낯이 익다.

체형은 테오의 몸에 비해 훨씬 더 말랐고 덩치는 아예 테오의 등에 가려질 것만 같다.

묘한 기시감에 제대로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둠에 적응했던 눈이 빛을 만나 이마가 시려 오지만 그럼에도 눈을 떠서 봐야만 했다.

그러면 안 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이 가정이 현실로 들어서게 되면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만 같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일 거야. 가문의 기사 중에 좀 마른 사람인 게…’

-촤악!

한 줄기의 선혈이 튀었다.

분수처럼 튄 혈액은 검을 타고 올라가 플로라의 치마에 불쾌한 무늬를 새겼다.

섬뜩한 감각이었다.

이 피는 테오 람스테어의 피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단순 요행 뿐이겠지. 그래 네놈이 검을 쥐어봤자 거기서 거기일 테니까.”

테오 람스테어의 자신만만한 목소리와 함께 사내가 밀려났다.

착각이 아니었다.

훨씬 모자랐다.

밀어붙이는 듯 보였지만 체격부터가 이미 부족하며 두 검이 맞닿아 부딪치는 걸 볼 때 떨리는 쪽은 테오의 손이 아니었다.

이어 어깨 힘으로 밀고 들어갈 때도.

맞붙던 검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한쪽으로 쏠리며 결국 발길질을 허용했을 때도.

밀리는 건 자신을 구하러 온 사내였다.

그리고 이제는 눈이 빛에도 적응하기 시작했다.

‘뭐야…?’

곧 이곳에서 탈출할 거라며 안도하던 플로라의 가슴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결코 그가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 있다.

이제는 푸른 색이 거의 다 지워져 검게 변해버린 한 사내의 머리카락이 땀에 푹 젖어 있었다.

‘카르세인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건데…?’

자신이 직접 지독하게 괴롭히고. 못살게 굴었던 자가.

다름 아닌 자신을 구하기 위해 검을 들고 나서고 있다.

안도와 외면.

두 감정이 모순적이게도 함께 피어 오르며 플로라는 멍하니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어야만 했다.

-카앙! 캉! 팅!

“네 놈이 감히 나를 상대로 이길 줄 알았나?!”

어두컴컴한 오두막 안에서 살기를 여지없이 드러내는 테오 람스테어의 검격에 카르세인이 밀려났다.

한쪽 어깨를 베였다.

그곳에서 흘러내리는 피가 선명하게 비친다.

바깥의 빛은 원망스럽게도 환한 등불로 그의 상처와 선혈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푸슛!

또 한 줄기의 선혈이 흘렀다.

카르세인의 것이었다.

‘안 돼…’

도망쳐.

모순적이게도 자신을 구하러 온 카르세인에게 플로라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것이었다.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플로라는 몇 번이고 그리 웅얼거렸다.

그게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철없는 소녀가 납치되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하지만.

“별 것도 아닌 게 말이야. 너 때문에 여럿이 피해를 보잖아. 어? 빨리 뒈져버려 뒈지란 말─”

-챙! 촤악!

“크윽?!”

“파악 다 끝났다. 대가리에 열등감만 꽉 찬 새끼야.”

그는 도망치지 않았다.

***

테오 람스테어.

엠마나 그 하녀들과 크게 다를 것 없이 명실상부 챕터 1에서 물리쳐야 할 카르세인의 주적이었다.

놈은 행적을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듯 교활하고 영악한 놈이다.

카르세인을 효과적으로 고립시키는가 하면 공작저에서 어떤 취급을 받는지 알아내 겉으로 보기에 오해를 사기 딱 좋은 장면을 만들어낸다.

하물며 수습 기사들 중 가장 윗선에 올라 몇 달 후엔 정식 기사가 될 놈이니 카르세인으로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였겠지.

하지만 내가 보고 있는 테오 람스테어는 그 정도의 강자가 아니다.

한없이 약해 빠진 놈이었다.

자기 자신을 인정하지도 못할 만큼 부족한 놈이었다.

그렇기에 온전한 자신의 힘 대신 타인의 힘을 빌리려 한 것이다.

이런 놈들에겐 철칙이란 게 있는 법이다.

자기보다 강한 자는 건드리지 않는다.

대신 자기보다 약한 자는 한없이 괴롭힌다.

쓸모가 있어 보이면 받아들여 이용하고 무리 지어 압박을 심어다 준다.

이걸 힘이라고 믿는다.

무리를 지어 아래로 거느린 힘을 자신의 힘이라 믿는다.

그렇게 만든 허상의 힘은 결코 제 것이 아닐 텐데도 말이다.

한 층 한 층 틈틈이 쌓은 게 아니다.

억지로 타인의 것을 빌려 와 쌓은 것처럼 보이게 해놓았다.

노력하지 않았다.

훨씬 더 쉽고 간편한 수단을 이용해 사람을 풀어 장악할 뿐이다.

급하게 기다리지 못한 채로.

놈은 그렇게 노력이란 공든 탑을 세워본 적 없이 편법을 쓴 게 전부다.

왜 이런 짓을 하는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포기했기 때문이다. 가진 자를 시기하고 질투했기 때문이다.

남들이 열심히 쌓아온 길에서 이탈하며 외면했기 때문이다.

열등감.

그 알량한 열등감을 이겨내지 못했던 거겠지.

추하게 자긴 이 방법이 맞다는 둥의 합리화를 이어 가면서.

어쩌면 그래서 플로라와는 닮았던 걸지도 모른다.

이 에피소드에서 그들 모두가 내 적이었던 게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

셋째도 플로라도.

열등감이라는 교집합이 있었기에 그런 거겠지.

그러한 열등감을 가지고서 자기 가족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챙! 푸슉!

“윽…?!”

나는 지지 않는다.

결국 아무런 힘도 가지지 못한 양아치 놈에 불과한 테오 람스테어에겐 져선 안 된다.

윤지 누나가 그랬고 현성이 형이 그렇게 가르쳤으니까.

“왜. 네가 왜 베인 건지도 이해 못 하겠어?”

“그 입 닥쳐…!”

“제대로 휘두르긴 커녕 약한 놈만 골라 팼겠지. 그러니 본 실력은 뭣도 없었을 테고 말이야.”

“닥치라고 했잖아. 이 천민 새끼가!!”

휙! 휙!

브루스와 마찬가지로 힘만 잔뜩 실렸을 뿐인 검은 그만큼 대처하기도 쉽다.

좀 더 낫기야 하겠지만 그래봤자 오십 보 백보.

건실하게 훈련하지 않고 편법이나 써가며 훈련하는 척을 해왔던 놈은 그 육신마저도 균형있게 잡히지 못했다.

이제야 보인다.

무게 중심은 앞으로 쏠려 있지만 그에 반해 행동력은 현저히 낮은 겁쟁이인지라 다리는 뒤쪽에서 받침대 역할밖에 하고 있지 않다.

무식하게 달려와 힘으로 찍어 누르는 것.

그 외엔 아무런 기교도 없는 놈이었다.

-츳!

근육이 뒤틀리며 역동작에 걸린 놈의 팔에 가볍게 생채기를 내줬다.

-츳!

다시 이를 아득 물며 달려드는 테오 람스테어. 이번엔 반대편에도 가벼운 생채기를 내줬다.

두 번이다.

연속으로.

우연이라는 생각은 이제 버렸을 것이다.

슬슬 농락당하는 기분을 참지 못한 놈이 달려들었을 때.

대놓고 검대를 쥐어틀어 돌린 뒤 면상에다 주먹 한 방을 꽂아 주었다.

“크헉!”

놈이 철푸덕하고 쓰러졌다.

꼴사납게 쓰러진 놈은 어느새 숨을 헐떡이고 있다.

정작 먼저 지쳐야 할 건 나였을 텐데도 말이다.

“건실하게 세운 탑 대신 야매로 덕지덕지 올려놓은 척이나 하는 돌무더기 따위는 아무런 의미도 없지. 그래서 넌 날 이길 수가 없는 거야.”

“네놈이…!”

“솔직히 말해 봐. 한 번도 성실하게 임한 적 없잖아?”

매번 야비하게 빠져나가기나 했겠지.

“으아아아악!!!”

광기에 저렸던 눈이 완전히 뒤집혔다.

있는 힘을 다해 검을 미친 듯이 휘둘렀다.

그러나 이제는 맞지 않는다.

잠깐이나마 검에 묻었던 핏물은 어느새 털리다 못해 바닥에 눌러 붙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처음에 흘렸던 피가 굳기 시작한 그 시간까지.

단 한 번의 타격조차 놈에게 허용하지 않았다.

-퍼억!

다시 한 번 면상에다 꽂힌 주먹.

이제는 코가 깨져선 진득하게 코피가 흐른다. 곱상한 얼굴 아래 가려졌던 시꺼먼 민낯이 드러난 걸로 모자라 추한 몰골이었다.

슬슬 마무리를 지을 때였다.

검을 바닥에 꽂고서 몸을 겨우 지지하는 놈에게 나는 여유롭게 검신을 들이댔다.

“기사로서 수치로군. 그 검은 지팡이에 불과한 모양이지?”

“이 천민에 불과한 자식이…!”

참 단순한 도발인데도 어김없이 달려들었다.

그렇게 카르세인을 향해 도발할 때는 몰랐겠지. 녀석이 얼마나 속이 타들어갔을지 말이야.

그러니 네겐 전부 갚다 못해 몇 배로 돌려주겠어.

윤지 누나 현성이 형과의 약속을 깨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야.

───!

거칠게 부딪친 도신이 하늘을 날았다.

천장을 날다 부딪친 도신은 그대로 바닥에 챙강- 하는 소리와 함께 고꾸라지듯 누웠다.

반으로 갈라진 채.

“마 마나가 담긴 검이 깨진다고…?”

“마나의 문제가 아닐 텐데.”

“뭐라고?”

“마구잡이로 쓰는 넌 모르겠지. 어딜 어떻게 잡으면 어느 부분이 약해지는지. 무게 중심에 따라 몸과 검이 어떤 쪽으로 부하를 받는지 말이야.”

“웃기지 마. 내가 이 내가 네놈에게 완패했다는 소릴 지금…!”

그래.

받아들일 수 있을 리가 없겠지.

아직도 난 기억하고 있다.

무리에 속해 있단 이유 하나만으로 내게 꺼드럭치다 된통 깨져버린 그 양아치 놈들의 패배한 면상을.

그게 딱 네 모습이었어.

테오 람스테어.

-푸욱!

“끄아아아악!!!”

검이 살갗을 파고들어 시뻘건 혈을 내뿜자 놈의 입에서도 고통 어린 목소리가 배어 나왔다.

“날 해하려다 실패한 너는 내게 누명을 씌웠지. 그 와중에 선량한 사람의 팔 을 못 쓰게끔 크게 벴고. 그러니 똑같이 돌려 받아야 하지 않겠어?”

“뭐 뭐? 너 지금 설마…”

-뚜두둑!

무언가가 뜯어지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테오 람스테어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테오의 등에 꽂힌 검은 그 상태로 진득하게 후벼파며 오두막 바닥을 혈수로 가득 적시게 만들었다.

“네가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현실 같은 건 내 알 바 아니야. 하지만 다른 사람의 현실을 망가뜨렸으면 그만한 대가는 받아야지.”

“그 그만둬. 그만 두… 으아악!!”

-뿌두둑!

검끝으로 느껴진다.

방금 놈의 뼈에 금이 갔다.

놈이 고통을 찬찬히 느낄 수 있도록 금간 뼈를 검끝으로 가볍게 툭툭 건드려 주었다.

“이건 라디엘 그루페인의 몫.”

“으아아악!!”

“이건 네놈 때문에 속썩이고 있을 마크 레델타인의 몫.”

“끄아아악!! 그 그만 그만!!”

“이건 알량한 열등감에 빠진 네놈 때문에 오히려 가해자가 되어 버린 카르세인 바그란드의 몫.”

“아아아악!! 제 제발! 제발 그만둬!!”

그리고.

이건 나라는 전혀 모르는 사람의 몫이겠지.

“팔이라도 잘 붙어있다면 광산에서 몇십 년의 노역살이를 하다 지금처럼 뒷돈을 주고 빠져나올 수라도 있겠지. 그래도 명색이 기사니 말이야. 하지만 지금처럼 팔이 정상적이지 못할 경우엔 어떨까.”

“으 아 안 돼. 안 돼!! 당장 그만 두란 말이야-!!”

“자업자득이다. 이 새끼야.”

실컷 무시당해 봐.

그 사람들이 받은 고통의 몇 배 몇십 배 몇천 배.

그 고통을 받으면서 노역소에서 썩어버려.

-우두둑.

금간 뼈가 완전히 끊어졌다.

아마도 놈은 부러진 뼈로 인해 한쪽 팔은 완전히 쓸 수 없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긴급하게 현대의 의사가 찾아와 수술을 한다 치더라도 완전한 회복은 불가능할 테고 말이다.

쇼크로 인해 기절한 놈은 게거품을 물고 쓰러져 버렸다.

나는 그 광경을 무미건조하게 바라보았다.

살인까지는 아니지만 칼로 사람을 베고 몸을 망가뜨렸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몸이 전혀 떨리지 않았다.

…이건 아마도 카르세인의 분노가 담긴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며 뒤로 돌아섰다.

플로라는 얼이 나간 채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제법 놀란 모양이다.

눈앞에서 생가결단을 각오한 두 사람이 싸워 피를 흘리고 있고 그 장면을 목격하기엔 꼬맹이에겐 일러도 너무 일렀을 거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동정심이나 걱정 따윈 생기지 않지만 말이지.

‘슬슬 한계인가.’

솔직하게 말하면 무리했다.

카르세인의 몸이 약한 것도 있지만 그만한 집중력을 단 몇 초만에 쏟아부었으니 정상일 리가 없다.

그것도 검을 부딪쳐 살생이 오가는 상황을 현대인이 어떻게 침착히 대응하겠는가.

나도 피가 이리 튀고 살갗을 가르며 뼈를 부수는 경험 같은 건 해본 적도 없었다.

몸도 정신도.

굉장히 많이 지쳤다.

▶테오 람스테어를 쓰러뜨렸습니다!◀

▶선택지 이상의 결과를 불러일으키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플로라를 구출해 에피소드를 완료하세요.◀

진행창이 뜬 걸 보면 다행히도 이걸로 끝인 모양이다.

자꾸만 흐려지려는 정신을 어떻게든 붙잡고 플로라의 재갈을 뺐다.

이어 밧줄을 베어 손발을 다 풀어줬으니…

▶출혈 상태에 빠졌습니다!◀

▶혼란 상태에 빠졌습니다!◀

▶두 상태 이상을 견딜 만한 HP가 없습니다. 기절 상태 이상에 빠집니다!◀

할 일은 다 끝났다.

눈앞의 시야가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에피소드 VI. 실종을 클리어했습니다!◀

▶CHAPTER 1이 종료됩니다!◀

“카 카르세인!”

자자.

이걸로 에피소드는 끝냈으니 배드 엔딩은 완벽히 회피했을 것이다.

“───! ─────!!”

감각이 사라져 가는 그 순간에 플로라가 뭐라 하는 모양이지만…

몰라. 지금은 이대로 드러누워 잘 것이다.

***

그가 검을 들고 싸우는 상황이 보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덜컹덜컹 뛰었다.

한 줄기 선혈이 흐를 때면 절로 쪼그라들고.

옷이 찢어지고 여기저기 밟히고 채이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다시 부풀어 오르기도 했다.

쉴새없이 뛰고 쪼그라들고 부풀어오르는 걸 반복했을 때.

카르세인은 어느새 테오를 쓰러뜨린 뒤 다가오고 있었다.

족쇄가 풀렸다.

두 손을 묶은 밧줄이 사라졌다.

재갈마저 떨어지며 입이 열렸다.

하지만 두 눈은 여전히 카르세인에게 꽂혀 있었다.

-툭.

“카 카르세인!”

그가 갑자기 쓰러지자 심장이 철렁했다.

아직 밧줄 자국이 고스란히 남은 두 팔로 얼른 받쳤지만 너무나도 나약한 탓에 제대로 받아줄 수도 없다.

머리를 받쳐 더 다치지 않게 만든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카르세인의 눈은 감겨버린 뒤였다.

“이 일어나 봐! 일어나 봐아!!”

덜컥 겁이 났다.

이대로 쓰러져 버린 꿈 속의 장면이 떠오른다.

이곳저곳 난 상처에 카르세인의 피가 묻어 나왔다.

“피 피가…”

양손에 진득하게 묻은 핏물이 섬뜩하게 느껴진다.

기분 나쁜 감각이었다.

다쳤을 때 흘러나오는 액체에 불과한 이 피는 그저 귀찮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었는데.

제 피가 아닌 카르세인의 피를 양손으로 가득 묻힌 지금에 이르러선 결코 그런 하찮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시 싫어. 싫어…!”

무서웠다.

이 피가 카르세인의 것이라는 게.

두려웠다.

자신 때문에 다쳐 흘리고 있는 피라는 게.

이대로 카르세인이 죽을 것만 같아서 그 꿈에서 본 장면이 일어날 것만 같아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플로라는 카르세인을 끌어안고서 호소하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누가 좀 도와줘어!!”

그 간절함이 바깥에도 전해진 것일까.

머지않아 공작가의 두 언니가 도착하고 곧바로 카르세인은 응급 처치부터 시작했다.

의원이 무어라 말은 하고 있지만 들리지 않았다.

그것이 설령 가벼운 상처라 말했음에도 귀가 아예 닫혀 버렸다.

이 순간 플로라는 여전히 카르세인의 손을 꼭 붙잡으며 울고 있었다.

“내가 내가 잘모태쓰니까 제발 일어나 줘어…”

빌고 또 빌었다.

자신 때문에 이렇게 된 그가 일어나 주기를.

꿈처럼 그가 불타 사라지지 않기를.

“미아 내… 그러니까 흡! 일어나 줘어…”

나 때문에 이렇게 만들어서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그러니까 이대로 쓰러지지 말고 제발 일어나 줘.

발음이 뭉개지며 그 말을 직접 입에 담지는 못했다.

하지만 여태 불쾌하게만 느꼈던 감정들이 그제야 해소되었다.

그 말을 조금이라도 입에 담고 나서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히든 에피소드를 클리어했습니다!◀

▶플로라의 친밀도가 변화합니다!◀

[ ??? : 60%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앞으로 당분간 오타 지적을 제외한 댓글답변 후기 글 전부 남기지 않고 벽 보면서 글 쓰겠습니다.

+오해의 소지가 생긴 후기처럼 보였다는 사실을 조금 늦게 깨닫고 몇 자 더 써봅니다.

현재 저는 병원을 주기적으로 다녀오고 있습니다.

입원은 잦고 심전도부터 시작해 CT MRI 촬영까지 이어지고 있어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합니다.

한 대학병원을 몇 년동안 꾸준히 다니고 있어요.

무리라는 걸 압니다. 그래서 애초에 주 6일 연재를 목표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주7일을 쭉 유지하고 있던 이유는 그래도 한 편 한 편 재밌게 읽어주시는 독자분들이 계셔서였습니다.

그러나 오늘로서 비축분을 모두 소모했습니다.

댓글을 보며 히히덕거리거나 지적에 시무룩해할 때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벽을 보고 쓴다는 말은 부족해진 비축분을 만들어내기 위함이었습니다.

저 짤막한 후기 글이 기분 나쁘실 만한 점이 있다는 점을 뒤늦게 인지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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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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