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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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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76

-사각 사각.

제법 익숙한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온다.

머지않아 한 입 크기로 잘 썰려진 사과들이 접시에 놓였다.

‘그 와중에 몇 개는 토끼를 만들었네.’

귀족 가문의 영애가 이런 잔업을 직접 하는데 훌륭한 솜씨를 보이다니.

이 여자도 참 범상치 않다.

카밀라가 예외인 거지 대부분은 손도 안 대봤을 텐데.

“수업이 필요하다더니. 책으로도 충분한 거 아닌가요?”

하르니에가 불평하며 한 조각의 사과를 집어 먹었다.

“책으로도 충분했으면 당신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지도 않았겠죠.”

“허. 기가 차서.”

“뭐가요.”

“제가 지금껏 공자에게 받은 질문이 몇 개인지 알기나 해요?”

“그런 걸 굳이 왜 셉…”

와삭.

하르니에가 대꾸하지 말라는 듯 사과를 내 입으로 집어 넣었다.

“손가락 다섯 개를 채우지를 못해요. 다섯 개의 질문도 안 했으면서 뭘 가르쳐 달라는 건지.”

“그헣게 적흡미까?”

“그럼요! 어떤 귀족이든 말이에요. 이 페이지를 한 시간도 안 돼서 이해하는 사람은 없어요. 근데 거기서 질문이 다섯이 안 될 정도면 제가 뭐하러 필요하겠어요.”

내가 필기하는 걸 쭉 보고 있으면 그게 또 대충 이해하고 넘어간 것 같지 않다고 한다.

가르치는 입장에선 엄청 허탈하다나.

‘흠… 그정돈가? 수능 보는 고3으로선 그렇게 빡빡하지도 않을 텐데.’

나는 입에 든 사과를 마저 씹어 먹으며 그리 생각했다.

“어휴. 그래도 덕분에 후작저에서 물어뜯길 시간이 좀 줄어들긴 했네요. 이만 가볼게요.”

“왜 갑니까?”

“네?”

“후작저에서 물어뜯긴다면서요. 그럴 거면 차라리 여기 있으면 되죠. 마침 그럴싸한 명분도 있는데.”

“아니 그야…”

보라색 눈동자가 이리저리 방황했다.

“다친 약혼자와 함께 있겠다는 명분 가지고 뭐라 그러진 않을 거 아닙니까. 안 그래요?”

“…”

“이럴 때는 서로 이용 좀 하는 겁니다. 저도 마침 약혼녀에게 간호받는단 이유로 공작 부인을 뵈러 가지 않고 있는 거거든요.”

이대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 같은 건 없는 모양인지 바로 가야 한다는 말이 나오진 않았다.

고민에 접어든 거겠지.

“약혼녀로서 재판 도와준 것도 있으니 하루 더 머물다 간다고 후작저에 서신을 써서 보내두겠습니다. 그럼 아무 말 안 나올 테죠.”

잠시 고민하던 하르니에는 한숨을 푹 쉬며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곤 조심스레 내게 물었다.

“그럼 부탁드려도 될까요…?”

수줍게 부탁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괜히 놀리고 싶어졌다.

“물론 대가는 받을 겁니다. 이 자리에서요.”

“대가요?”

포크로 사과를 푹 찍었다.

그리고. 바로 하르니에의 입에다 쑤셔 넣었다.

“웁?”

“비겁하게 사과 먹이면서 말 끊는 게 어딨습니까. 당신도 드세요.”

솔직히 말해서 너무 확 들어오는 바람에 목젖이 찔리는 줄 알았다. 그거 때문에 살짝 당황했었기도 하고 갚아줘야겠단 생각이 들었었다.

물론 진짜 목젖을 찌를 기세는 아니지만 말이다.

“…”

근데 어째 아무런 반응이 돌아오지 않는다.

고개를 떨군 하르니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나름 조절해서 찔러 넣었는데… 설마 진짜 목젖 찔렸나?

“그… 괜찮습니까?”

볼을 긁적이며 그리 묻자 하르니에가 고개를 확 들었다.

파르르 떨던 그녀는 내게 성큼성큼 다가오기 시작했다.

“왜 그러십니… 까?”

“이 이…!”

“어…? 어어?”

불현듯 위기를 감지했다.

이 사람 진심이다. 손이 저 위까지 올라간 걸 보면…

‘그때처럼 때리려는…?’

아니. 영문도 모르고 맞는 건 뭐야!

뭐라 변명이라도 해 보자!

“호 혹시 제가 무슨 실수라도…”

“그걸 지금 몰라서 물어요?!”

“…네.”

저 진짜 모르는데요.

포크로 사과 입에 넣은 거 돌려준 게 그렇게 큰 실수는 아니잖아.

…아니 아닌가?

‘사실 하르니에에게 사과를 먹으면 화가 난다는 그런 게 있기라도 한 거라면…’

그 사이 하르니에가 한 걸음 더 다가왔다.

기분 탓인진 모르겠지만 왠지 아까보다 더 화난 것 같다.

“아 당신은 모르겠죠. 그래 당신은 그런 사람이었죠.”

다시 손이 번쩍 들어올려졌다.

“그럼 그냥 맞기나 하면 되지 않을까요?”

오. 다른 사람들은 저 미소를 보고 단박에 반할 것 같은데.

왜 내가 보기에는 살인적인 미소 같을까.

나도 모르게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쳤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미래가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어느덧 나는 침대를 넘어 벽까지 몰려 있었다.

최후의 변명을 입에 담아본다.

“하르니에 영애? 저 환잡니다…?”

“아니에요. 아주 아주 건강하시잖아요? 이렇게 움직일 정돈데.”

“먹은 게 없어서 속도 쓰리고 아주 머리도 어지럽고…”

“사과. 먹었잖아요? 빈속도 아니라서 괜찮아요.”

“툭 치면 쓰러질 것 같지 않으십니까?”

“아뇨? 카르세인 공자는 아~~~~~주 팔팔해 보여요.”

어라 안 통하네…?

…좆됐다.

직감이 들었다.

내 등에 그때와 같은 손바닥 자국이 새겨질 것만 같은 그 쎄한 느낌이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두 번이나아…!”

하하 그냥 맞자.

…경험상 이런 건 빨리 맞는 게 덜 아프더라고.

-짜악!

“으억!”

일어나자마자 맞는 등짝 스파이크는 아주 매웠다.

***

푸쉬이이익.

그런 소리가 내 등에서 뜨거운 열기를 내뿜으며 들릴 때쯤 카밀라가 식사를 들고 찾아왔다.

“도련… 님? 여기서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어요?”

그러자 하르니에가 재빠르게 내 대답을 가로챘다.

“아무 일도 없었어요.”

“네…?”

“아무 일도 없었다구요.”

질문을 받은 대상은 나인데 왜 하르니에가 나서냐는 듯 아리송해하던 카밀라였지만 나도 딱히 뭐라 대답할 순 없었다.

카밀라를 등진 채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듯 하르니에가 도끼눈을 뜨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카밀라한테 물어보고 뭐 잘못된 거라도 있나 물어보려고 했더니만.’

그걸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저리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으니.

…진땀이 절로 흘렀다.

“아 아무 일도 없었어.”

“그렇다기엔 도련님의 안색이…”

“아 안색 말이지! 괜찮아! 일어난지 얼마 안 돼서 그런가 보네. 하. 하하!”

“네에…?”

카밀라가 재차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어나셨을 때 안색이 그리 나쁘시진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어? 아 그게 말이지! 배가 너무 고파서 말이야.”

“…”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에요?

라는 목소리가 들리진 않았지만 카밀라의 눈빛이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의심스러운 건 알겠다. 카밀라.

근데 어쩔 수 없어.

지금 그 얘기를 조금이라도 꺼냈다간 내 등에 하르니에의 손바닥 자국이 하나 더 생길 것 같거든.

“아 아하하! 배가 고픈데 이제 좀 먹… 을까?”

너도 의심스럽다는 거 알아!

근데 불꽃 스파이크 한 대 더 맞으면 저 밥을 먹지도 못할 것 같거든…?

제발 눈치 채줘라. 카밀라.

뭔 일이었는지 묻지 말고.

그리 혼신의 기도를 보내자 카밀라는 나와 하르니에를 잠깐 흘겨본 뒤 묵묵히 식사 준비를 시작했다.

슬쩍 하르니에의 눈치를 살피자 도끼눈이 사라져 있었다.

‘사 살았다…’

그제야 한숨 돌리며 테이블 의자에 앉을 수 있었다.

테이블 위에 차려진 상은 그다지 화려하지 않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거지만 그 당연한 걸 모르는 사람들도 있었지.

그런 부분에서 카밀라는 클레어와 확실히 달랐다.

‘전부 내가 소화하기 편한 걸로 가져왔네.’

게다가 싹싹하게도 켈비아 알레르기가 검증되었다는 걸 보여주듯 앞접시에 각 음식의 일부를 따로 떼어놓고 지시약까지 떨어뜨려 놓았다.

단순히 싹싹하기만 한 게 아니다.

카밀라는 어쩌면 이 집안의 그 누구보다 카르세인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인물일지도 몰랐다.

센스 있게 하르니에가 먹을 음식까지 키트에 담아온 걸 보면 이번 챕터에서도 도움이 될 가능성이 컸다.

더군다나 카밀라는 하녀. 위치까지 딱이었다.

“나가보겠습니다. 좋은 식사 시간 되십시오.”

“아니. 잠깐 기다려 봐. 카밀라.”

“도련님?”

나는 식사 자리에서 일어나 서신 한 장을 건넸다.

아까 하르니에의 앞에서 썼던 테레시아 후작가로 보낼 서신이었다.

“후작가로 보낼 서신이야. 이걸 어머니께 전해 드리고 분위기를 좀 파악해줬으면 좋겠는데.”

“알겠습니다. 도련님.”

우선 챕터2의 에피소드가 얼마나 진행됐는지를 알아야 했다.

진행창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지만 이때 정보를 캐내기엔 카밀라만한 적합자가 없었다.

카밀라는 고개를 꾸벅 숙인 뒤 머지않아 나타났고 다른 가족들에게 의심 받지 않도록 음료를 가져오며 완벽히 눈을 속였다.

“어떻게 됐어?”

“그게…”

카밀라는 조금 망설이다 답했다.

“도련님께서 몸을 회복하시는 대로 동부 귀족 회의에 함께 참석할 예정이라고 하셨습니다.”

“…어머니께서 직접 그렇게 말씀하셨단 거야?”

“네. 도련님.”

어쩐지 카밀라의 화법이 전달하는 어투인가 싶더라니.

이사벨라가 직설적으로 그리 말한 모양이었다.

우선 동부 귀족 회의인가.

그렇다면 분기는 결정되지 않았다.

다음 일정은 내 손에 결정될 가능성이 높단 얘기다.

“그 외엔?”

“바그란드 공작가 중앙 복도의 액자를 바꾸겠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중앙 복도라면…”

하르니에도 조금 놀랐는지 입매를 가렸다.

중앙 복도의 그림은 가족 사진이었다.

그것도 당시 문제를 일으켰던 카르세인의 모습만 그려져 있지 않은.

‘속 보이는 짓을.’

그래. 뭐 마음대로 바꾸라고 해.

공작저는 당신들의 것이 맞으니 그것까진 관여하지 않을게.

‘지금 나한텐 챕터 2가 어디서부터 진행될 건지가 제일 중요하니까.’

나는 식사 자리에서 일어나 쪽지 한 장과 지도 하나를 꺼냈다.

지도 위에 약도가 슥슥 그려지고 이내 표시가 끝나자 카밀라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번에 엠마가 횡령하다 남은 돈을 한데 모아 건넸다.

“여길 찾아가서 그 안에 든 일을 좀 수행해줘. 거기서 돈이 얼마나 들든 개의치 않을 테니 마음껏 쓰고.”

“…도련님.”

카밀라가 하르니에를 슬쩍 살폈다.

역시 꼼꼼하다. 혹여 약혼녀가 이런 중요한 얘길 듣고 뒤통수를 치지 않을까 의식한 거겠지.

“그렇군요. 이 하녀가 카밀라라 당신이 제 서신을 이쪽으로 보내라고 한 데엔 다 이유가 있었네요.”

하르니에도 이걸 보고 나름 안심한 모양이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이 약혼 서로가 맹세의 보옥을 걸고 진행한 계약 약혼이거든요.”

“계약… 약혼이라고요?”

“네. 서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돕고 돕는 관계랄까요. 그래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하르니에 영애의 말대로야. 카밀라.”

나마저 긍정하며 고개를 끄덕이니 경계심이 사라졌다.

의심에 대해서는 용서를 구하는 모습까지. 귀족으로서의 올바른 마음가짐까지 지니고 있어 하르니에도 괜찮다며 얼른 고개를 들길 권유했다.

몇 마디 정도의 대화가 더 이어지고 다시 둘만 남자 하르니에는 방긋 웃으며 내게 물었다.

“오랜만에 느끼네요. 저런 올바른 경계심이라니. 게다가 품위도 하녀답지 않고요.”

“카밀라는 원래 귀족이었습니다.”

“어머 그런가요?”

“예. 어머니의 마력 공황 병환 때문에 신분을 내려놓았거든요.”

“그랬군요. 어쩐지 기품이 흐트러지지 않더니.”

그리 납득하고는 나를 흘깃거리며 무어라 중얼거렸다.

“네?”

“아무것도 아니에요.”

뭐라고 한 건진 모른다.

근데 얼핏 보기로는 하르니에의 낯이 제법 밝아 보였달까.

뭔진 모르겠지만 아까처럼 맞을 일은 없을 것 같다.

***

어느덧 밤이 찾아와 있었다.

카르세인의 도움을 받아 후작저에서 잠깐이지만 해방의 기분을 느낀 하르니에는 매번 싫기만 했던 타인과의 식사 시간에 대한 생각을 조금 바꿔 잡을 수 있었다.

식사 시간 자체는 몇 가지 문답이 오갈 뿐인 대화의 자리였지만 그 덕분에 하르니에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 남자를 붙잡아 계약한 건 정말로 운이 좋았다고 말이다.

‘그거 아나요 카르세인? 그런 눈빛을 보이는 사람은 흔치 않다는 거.’

카밀라의 눈빛이 아직도 선명하다.

주인의 비밀스러운 지시가 밖으로 새어나가는 게 아닐까 잔뜩 경계하며 의심하던 그 눈빛은 단순히 회유나 제안을 권유한 수준이 아니었다.

‘충성이죠. 그리고 당신은 필히 그 하녀에게 어마어마한 자비를 베풀었을 테고요.’

카밀라에게 있어 카르세인은 그럴싸한 주인 정도가 아니라 평생의 은인일 것이었다.

그렇기에 운이 좋았다.

그는 좋은 사람이었다.

혹시나 악인이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든 과거의 자신에게 한 소리 하고 싶을 정도로.

“그럼 저도 도움을 받은 값을 해야겠죠?”

헤론에게 안내받은 손님 방에서 잠자리에 들기 전 하르니에는 펜을 들어 서신을 쓰기 시작했다.

[ 미나에게. ]

[ 갑작스럽게 부탁해서 미안해. 미나. ]

[ 샤트렌 영지에 대해서 좀 조사해줄 수 있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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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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