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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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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78

여기서 밥을 먹겠다고?

내가 앉아야 할 이 자리에서?

순간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나는 벙쪄버리고 말았다.

하르니에도 당황스러웠는지 내 눈치를 본다.

이 상황에 대해 뭔가 아는 게 없느냐고. 그리 묻고 있는 거다.

‘나도 모릅니다…’

그렇게 카르세인을 싫어하던 플로라가 왜 바로 옆에서 밥을 먹겠다는 건진 정작 내쪽이 제일 궁금하다.

“그러지 말고 제자리로 돌아가거라. 안 그러면 하르니에 영애께서 앉을 수 없잖니.”

“…”

하르니에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플로라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아예 자리에 눌러 앉겠다는 듯 의자 위에서 두 무릎을 팔로 모아 웅크렸다.

“싫어! 나 여기서 먹을 거야.”

“플로라…?”

“그러지 말고 이리 와. 언니랑 같이 먹게.”

“싫어어!”

그 자리의 누구도 플로라가 억지를 부리고 있는 이 상황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알 것 같다.

정확히는 카르세인이 아니라 김민혁으로서 알고 있다.

‘이런 것 하나 하나가 정말 기분이 더럽단 말이지.’

게임 내적으로 생겼던 변화 둘 외에도 하나가 더 바뀌어 있었다.

마지막 셋째 변화.

어제 내 침대에 엎드려 울다 지쳐 잠들었던 셋째의 변화였다.

헤론을 불러 이것저것 물어보니 어제 하루만 그런 게 아니라 사흘 내내 방 앞을 몇 번이고 서성였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이사벨라 아리나 클레어가 설득하며 다시 돌려보냈지만 방 안에 들어온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던가.

설마 아니겠지 하며 넘겼지만 이젠 확신이 들었다.

그 어미에 그 자식인데 뭐가 다르겠나.

“저는 괜찮아요. 카르세인. 제가 클레어 아가씨의 옆자리로 갈게요.”

“그건 제가 안 괜찮습니다. 하르니에 영애.”

“네 네에?”

당황하던 그녀를 지나쳐 의자를 빼어준 뒤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반대편의 의자를 들고 왔다.

“약혼녀와 함께하는 식사 자리인데 이렇게 떨어지면 무슨 의미입니까.”

“카 카르세인?”

하르니에가 기겁하며 대체 무슨 생각이냐 물었지만 나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옆자리에 의자를 놓고 앉았다.

덕분에 식사 자리의 위치가 애매해졌다.

이사벨라 바로 옆에서 오늘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카르세인이 상석 대신 손님 자리보다 아래에 가 있었다.

그리고.

원래 내 자리 옆은 하르니에가 앉을 자리였으나 그 자리를 통으로 비워 버렸다.

즉 플로라가 상석에 앉아 있지만 바로 옆자리는 비워져 있으며 그 아래에 하르니에와 내가 나란히 앉아 있다는 것이다. 플로라와 거리를 두고서.

“…”

이 사실을 눈치챈 플로라가 입술을 꾹 물었다.

“이러면 뭐 딱히 문제 없죠?”

“카르세인…”

나는 뻔뻔하게 하르니에의 옆에 의자를 바짝 붙여 앉으며 말했다.

회복된 카르세인을 오늘의 상석에 앉히는 것을 목표했던 이사벨라는 의도가 크게 틀어진 탓에 곤란해하고 있었다.

아리나 클레어도 예외는 아니다.

예의범절에 걸맞지 않는 행동에 당장이라도 한 마디 튀어나올 기세였다.

“플로라. 언니 옆으로 와서 앉자.”

제일 먼저 목소리를 올릴 줄 알았던 클레어는 나를 꾸짖지 않았다.

나 대신 플로라의 자리를 옮기는 쪽으로 선택한 모양이었다.

“오늘은 카르세인이 상석에 앉아야 하는 날이야. 네가 거기 있으면 안 돼. 응?”

“…싫어.”

“플로라?”

“여 여기만 아니면 되는 거잖아?”

플로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상석 바로 옆 원래 하르니에가 앉아야 할 자리이자 내 바로 옆자리를 차지했다.

“그럼… 내가 여기 앉을래.”

클레어의 말이면 어지간해선 들었었던 플로라가 지금은 말대꾸를 하며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는 중이었다.

‘그런 식으로 나오시겠다?’

뭐 이럴 때는 약혼녀 핑계만한 게 없겠지.

하르니에에게 몸을 더 가까이 붙였다.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사교계의 영애들 앞에서 보란 듯이 보였던 것처럼.

이번에는 가족들 앞에서 그녀의 어깨를 확 당겼다.

“어맛?”

“난 어딜 앉든 좋지만 하르니에의 옆자리가 아니면 그냥 일어날 거야.”

“카 카르세인…! 그게 무슨…!”

“그 동안 일이 있어서 못 만났었잖습니까. 오늘 치를 채워야 하지 않겠어요?”

-달그락.

“콜록 콜록!”

그 말에 클레어가 입을 벌린 채 식기를 떨어뜨렸고 아리나는 갈증을 해소하려 들었던 물컵을 테이블에 놓고 켁켁거렸다.

그리고 플로라는.

“…”

입술이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다음에는 2인용 좌석도 따로 곳곳에 배치하라 명해야겠구나.”

“고 공작 부인…?”

“두 사람이 그리 가까운 사이인데 여태 몰랐던 내가 미안하다.”

“저기… 그게…”

하르니에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이어지는 두 번의 박수소리.

이젠 식사 시간으로 돌아가자는 이사벨라의 정리에 토다는 사람은 없었다.

물론 하르니에의 시선이 찌릿하고 따갑게 다가오긴 하지만… 서로 도움을 준다고 했으니 이 정도로 뭐라 하진 않을 거 아냐?

아무튼 이걸로 좌석 얘기는 끝이었다.

플로라가 고개를 숙인 채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이 보였지만 그딴 건 내 알 바 아니다.

본격적인 식사 시간이 시작되자 이사벨라는 새로 뽑은 하인들을 전부 식당으로 불렀다.

‘카르세인. 앞으로 그런 일은 없을 거란다.’ 라는 말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식사 시간에 저해되지 않도록 깔끔하게 그룹을 지어 소개하는 점이나 새 기사들의 명단이 뽑혀오는 걸 봐선 정말로 공작가 내에서 카르세인을 괴롭히는 일은 여기까지인 모양이었다.

“마지막으로 새 하녀장은 과거에 귀족이었다. 앞으로 위계질서가 흐트러지는 일 같은 건 없을 거야.”

소개 도중 불현듯 과거에 귀족이었다는 말에 머리가 번뜩였다.

‘잠깐만. 데올 데올… 이 성은…?’

고개를 돌리자 타샤가 방긋 웃었다.

‘그런 거였나.’

왜 커다란 은혜를 입었다고 말한 건지 이제야 알겠네.

“저기 카르세인?”

“왜 그러십니까.”

“기분 탓인진 모르겠는데 그 카밀라라는 하녀랑 저 타샤라는 하녀장의 예법이나 기품을 볼 때 분위기가 비슷해 보여요. 무슨 관계에요?”

이쪽도 제법 눈치가 빨랐다. 고작 그런 걸로 분위기가 비슷하단 걸 알아차리고 내게 귓속말을 하다니.

“모녀관곕니다.”

“모녀… 요?”

“예. 마력 공황 병환을 앓았었다는 걸 보면 확실할 겁니다.”

하르니에가 둘 다 전 귀족이었단 사실을 어렴풋이 눈치챘는지 손으로 입매를 가렸다.

“데올… 이제 알겠네요. 처음 소개할 때 성을 듣곤 긴가민가했는데 과거에 귀족이었던 가문의 성일 줄이야.”

우연이긴 했지만 아리나가 하녀들의 프로필을 내밀었을 때 본 적이 있었다.

카밀라 데올.

그게 카밀라의 풀네임이었다.

챕터2부터 카르세인의 아군으로 포함되는 타샤 데올이 사실은 카밀라의 어머니라. 이것도 또 묘하다고 해야 할지.

“그랬군요. 새로 부임한 하녀장이 전담 하녀의 어머니라니… 든든하겠는걸요?”

든든하고 말고. 챕터 2에서 타샤는 카르세인의 주요 조력자 중 하나였다.

그래서 친밀도 박스를 보면.

[ 타샤 데올 ]

[ 친밀도 : 52% ]

이미 50%를 채워놓고 있다. 이번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그 수치에 육박한 이사벨라를 보면 그녀가 카르세인에게 얼마나 호의적인 인물인지 알 수 있다.

이유는 뭐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

식사 자리가 끝났다.

아마 이 아침 식사 자리에 참여한 것으로 그들의 목적은 달성됐을 거다.

새 기사들의 고용증서를 내밀며 사용인들을 소개한 건 엠마의 의뢰를 수행했던 자들을 남김없이 이곳에서 쳐냈음을 의미하고.

동부 귀족 회의에 참석해야 하니 내 몸 상태를 체크할 겸 식사 자리에 불러 얼마나 회복됐는지를 확인했다.

그 외엔 자잘하게 앞으로 그런 일이 없을 거란 당부라거나 약혼녀 하르니에와의 관계는 어찌 진행되고 있는가를 묻는 거였지만…

‘유일하게 아무런 목적도 달성하지 못한 사람이 있지.’

장담컨대 반드시 날 찾아올 것이다. 진행창에 뜨지 않고 있더라도 말이다.

“하르니에. 미안하지만 제가 찾아가기 전까지 치장 핑계를 대주실 수 있겠습니까.”

“핑계요?”

“절 찾아올 손님이 있거든요.”

“음… 알았어요. 시간을 달라는 거죠?”

눈치를 챈 하르니에는 공작가에서 하루 묵었던 방으로 돌아가 주었다.

식사가 끝나는 대로 그녀를 도울 생각에 외출이 예정되어 있지만 그 정도는 늦춰도 괜찮다나.

5분 정도 예법서를 읽으며 기다리자 문이 두드려졌다.

-똑똑.

“카르세인 들어가도 돼?”

조그마한 그 손으로 내 방문을 두드린 플로라가 그리 물었다.

‘제법 빨리 왔네.’

이번에는 어떤 잔꾀를 부릴지 고민이라도 하는 줄 알았는데.

나는 턱을 괸 채로 심드렁하게 들어오라 말했다.

-달칵.

방문이 조심스럽게 열린다.

순간 덩치가 더 크길래 뭔가 했더니 눈꽃 축제 때 친밀도 작을 위해 챙겨줬던 곰인형을 안고 있었다.

“…!”

눈이 마주치자 플로라는 마치 뒤에 숨듯 예전에 받았던 그 곰인형 뒤로 자기 얼굴을 숨겼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시선을 책에 고정한 채 한 페이지를 넘기며 물었다.

“무슨 일인데.”

그러자 플로라가 곰인형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나 이거 안 버렸어.”

“그래서?”

“그 그냥 그렇다구우…”

한참을 고민하는 듯 하더니 고작 입에서 나온 게 저건가.

이 꼬맹이는 참 여전하다.

“고작 그 얘기 하러 온 거면 그냥 나가줬으면 하는데.”

“…”

“아니면 뭐. 네가 부탁하면 뭐든 들어주던 엠마나 테오 하녀들까지 다 사라지고 나니 괴롭힐 방법이 없어서 아쉬워?”

툭.

곰인형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럴 리가 없잖아! 난 난 그냥 네가 괜찮아졌는지 물어보려고…”

그렇게 말을 얼버무려봐야 시간 끌기에 불과한 변명이다.

식당에서 다들 내가 괜찮다는 걸 봤는데 얘만 못 봤을 리도 없다.

“그럼 얘기 끝이네. 누가 일부러 먹이던 켈비아 열매도 없었으니 볼일은 끝이겠지?”

“아니야. 아직 아직 할 말 남았어.”

차락.

또 한 페이지를 넘겼다. 플로라가 헛소리를 하는 통에 다 읽은 것이었다.

왜 여기 왔는가.

그건 나도 얼추 짐작하고 있다.

이번엔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답해주었다.

“내 몸 걱정은 필요 없어. 어차피 아무도 못 믿을 공작가 안에서 하르니에가 도와줬으니까. 아 끼니도 문제 없을 거야. 그것도 가져와 주더라고. 이렇게 보니까 약혼녀가 뭐든 다 도와줘서 참 편하더라고?”

“…”

“네가 굳이 뭘 신경 쓰니 마니 할 것도 없단 거야. 다 하르니에가 대신 해줄 테니까.”

그러자 플로라가 입술을 또 삐죽 내밀며 나를 지그시 지켜본다.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나를 지켜보고만 있다.

-차락.

“이만 돌아가. 어차피 네 얘긴 앞으로 안 꺼낼 거거든.”

“뭐?”

“그거 걱정하고 온 거잖아? 혹시나 내 입에서 엠마에게 거들었던 네 행동들이 가족들에게 전해질까 봐 그걸로 가족들이 널 혼내는 게 아닐까 싶어서 찾아온 거잖아?”

금빛 머리카락이 움찔거렸다.

그래. 싫겠지.

가족들에게 관심이 끌리는 것도 불만인데 오히려 혼나기까지 하니까 얼마나 싫었겠어.

“그때도 말했지만 말이지. 난 네게 있어서 한 명의 눈엣가시에 불과해. 앞으로도 아무것도 안 가지고 조용히 살아줄게.”

“난 너한테 그런 거 바란다고 한 적 없어…!”

“글쎄. 아무 일 없길 바라는 거 아냐? 내 머릿속에서 그 기억이 사라지길 바라고 있잖아.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네가 말했던 것처럼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채로 네가 날 괴롭혔단 사실만 잊혀지길 바라고 있잖아?”

-차락.

“소원대로 무덤까지 들고 가줄게. 내 입에서 네가 날 괴롭혔단 얘기가 튀어나오는 일은 결코 없을 거야.”

필요하다고 말하는 일도 없을 거고 나 스스로도 절대 손을 뻗어달라 부탁할 일도 없을 거다.

설령 선택지엔 카르세인의 그 멍청한 말들이 튀어 나오겠지.

하지만 난 그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나도 네 도움은 필요 없으니까.”

그 한 마디에 플로라가 울상을 지으며 소리쳤다.

“바보. 이 바보 멍청이! 넌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 멍청이야!!”

이걸로 이 얘기는 끝.

다시 찾아온 이 아침 식사 자리에서 결국 플로라와의 관계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화를 표출했으니 곧 씩씩거리며 돌아가겠지. 그리곤 내가 알던 CHAPTER 2의 두 번째 분기를 타고서 에피소드를 진행하게 해줄 거다.

책을 덮으며 이젠 밖으로 나갈 시간이었다.

‘음?’

근데 손에 뭔가 이물감이 묻는 느낌이 드는 게 아닌가.

어쩐지 손가락 끝이 따끔거린다 싶더니.

빨간 액체가 살갗을 찢고 나오는 중이었다.

‘아이 씨. 하르니에의 손가락에 왜 그렇게 베인 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건지 알 것 같네.’

종이에 베여본 건 처음이 아니다. 학창시절에 종이를 넘기다 수없이 베여봤었으니까.

하지만 이 세계의 종이가 훨씬 날카롭다.

기술이 부족한 건지 게임 속 세계관이라 대충 만든 건진 몰라도 이 세계의 종이는 끝부분이 잘 다듬어지지 않았다.

핏물이 맺히는 걸 보니 당분간 귀찮게 약을 발라야겠거니 싶었다.

그런데.

-띠링!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플로라가 내 손을 갑작스레 잡아챘다.

[ 플로라 바그란드 ]

[ ??? : 65% ]

▶플로라의 친밀도 박스가 변화합니다!◀

▶손가락에 흐르는 피를 지혈하세요!◀

▶피가 멎기 전엔 외출이 불가능해집니다!◀

손가락을 지혈하라는 단순하고 의미 없어 보이는 진행창이 떴다.

놀랍게도 이건 한 번도 본 적 없는 메시지였다.

그러나 더 놀라운 건.

“아 아프지 마아… 아프지 마아…!”

자기 손수건을 꺼내 핏물이 흐르는 손가락을 꼭 누르며 겁에 잔뜩 질려선 벌벌 떠는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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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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