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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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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82

내 손이 테이블로 거칠게 내려지자 낄낄대던 멍청이들은 입을 꾹 다문 합죽이가 되어 버렸다.

남의 첫 데이트? 남의 데이트 장소? 남의 데이트 코스?

그래. 얼마든지 자기들만의 규칙이 적용되어도 괜찮다고 여겼을 거다.

귀족 남녀의 만남에 있어서는.

“참으로 웃기는 일이지 않나? 바그란드 공작가에 속한 나와 테레시아 후작가에 속한 하르니에의 만남이 그대들의 규칙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게 말이야.”

그러나 규칙의 강제성은 귀족이라는 범위 내에서만 제한된다.

가문의 이름을 들먹인다면 그것도 공작가의 이름이 나온다면 강제성이란 건 너무나도 쉽게 부서져 버린다.

지적 훈수를 넘어선 기만과 모욕.

그들의 언동은 이쪽의 입장에서 전혀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단 것이다.

“왜 다들 벙어리가 되셨나? 나와 하르니에보다 훨씬 잘 아는 것처럼 말들 했던 것 같은데.”

“…”

이 자리의 귀족들은 가문의 이름을 들먹인 위압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일은 확실히 처리하는 게 좋겠지.

“거기 너.”

“예 예?”

“어디 얘기해 봐라. 그 썩어 문드러질 규칙을 만든 게 누군지. 내 이 자리에서 직접 붙잡고서 같은 질문을 하려 하는데.”

“그 그게…”

안면에 분칠을 덕지덕지 해댄 사내는 어버버거리며 뒷걸음질쳤다.

이곳에선 제법 목소리가 높아 보이는 녀석이라 대충 짚은 건데 아무래도 제대로 고른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살고 싶다면 다른 자를 팔기 마련이다. 이 자리에서 제법 신분이 높은 귀족이라면 더더욱.

그러나 이 사내는 그 누구의 이름도 입 밖에 내지 않는다.

그렇단 건.

이 규칙을 만든 놈이 이놈이란 거겠지.

나는 놈의 앞에서 대놓고 말해주었다.

“말해 봐. 지루하기 짝이 없는 그 규칙을 따르라 말한 놈은 누구지? 바그란드 공작가와 테레시아 후작가가 따르려면 그게 얼마나 잘난 데이트 코스인지 들어라도 봐야 할 거 아닌가?”

그러자 하르니에가 대뜸 끼어들었다.

“카르세인. 당신이 잡고 있는 자가 이 규칙을 만든 장본인이에요.”

“하 하르니에 영애…!”

“호오? 그렇습니까?”

“네. 매번 똑같은 경치를 보면서 운치 있는 장소라 알리고 똑같은 극단에서 오페라를 들은 뒤 구름다리라는 한심해 빠진 다리를 걸어 야밤에 뻔해 빠진 캠프 파이어를 진행하는 게 첫 데이트 코스의 상식이라 알린 자에요.”

나이스 타이밍.

저렇게 알려진 코스의 문제점을 하나둘씩 지적하며 설명하면 나도 장단을 맞추어 그들의 데이트 코스를 깔 수 있었다.

“참으로 부질없군. 내가 그딴 코스로 하르니에와 첫 데이트를 해야 한다고? 그렇게 시간을 쓸 바에야 축제 거리에서 타국의 명물들을 보는 게 더 즐겁겠군.”

“저도 그런 허접한 캠프 파이어는 죽어도 싫어요. 차라리 알록달록한 눈꽃들이 터지는 하늘이 훨씬 예쁘죠.”

“구름다리 따위를 걸을 바에야 축제 거리에서 경품 하나 더 얻어다 저 아름다운 미모를 빛내는 게 백 배는 더 낫고 말이지.”

“그 그 구닥다리 같은 오페라도 너무 오래 됐어요! 교양이니 뭐니 해도─”

나는 그 이후로 하르니에와 함께 신랄하게 그 규칙을 부숴댔다.

중간중간 하르니에가 오글거리니까 제발 그만 하라는 신호를 보낸 탓에 놀려먹는 재미도 좀 있었다.

그래서.

정리하면.

“쯧. 앞으로 그딴 쓰레기 같은 코스는 입에 담지도 마라.”

내가 그리 말하는 바람에 귀족 커플들은 찍 소리도 못 하고 꼬리를 내려야만 했다는 거다.

***

파티장을 능글능글하고 기름진 멘트로 덮어놓은 나는 썩어버린 귀족 놈들의 표정을 그나마 위안거리로 삼으며 퇴장했다.

물론 문제가 하나 있다면.

“으으…”

내 약혼녀님도 스플래시 데미지에 당해서 놈들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고 있다는 거지만 말이다.

“카르세인. 당신 때문에 아직도 손발이 오그라들 것만 같아요. 대체 그런 건 어디서 배운 거에요…?”

“…배운 거 아닙니다.”

“하 하긴 그렇죠? 이런 건 다른 의미로 누가 가르치지도 못할 것 같은데. 그럼 이상한 책이라도 본 거에요? 예법서도 막 이상한 걸…”

이봐요 약혼녀 씨. 그게 약혼자한테 할 말입니까?

그런 눈초리를 보내자 하르니에가 흠흠 하고 헛기침을 했다.

“어쨌든 도와줘서 고마워요. 덕분에… 저쪽 그룹은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네요.”

하르니에는 그 뒤로 항상 약혼자가 있는 척 거짓말을 해왔다고 한다.

남자들을 물리기 위함임은 물론 정략혼으로 팔려 나가지 않기 위해 최선의 수단을 취한 것이었다.

실제로 찾아오는 남성들은 연인의 증표를 보이며 떨쳐낼 수 있었지만 사교계 측이 집요하게 파고들어 연인 귀족들이 추구하는 방식에 답해보란 식으로 대응하자 점점 궁지에 몰렸다고 한다.

그녀는 구닥다리 같다고 말했지만 그건 내가 생각해도 진짜 구닥다리 같은 규칙이 맞았다.

“그 괴롭힘도 오늘로 끝이네요. 약혼자가 있다는 게 밝혀졌으니.”

으읏- 하고 그녀가 몸을 풀었다.

목소리만 들어도 개운하다는 게 느껴졌다.

“이젠 진짜로 도움을 받은 대금을 좀 치러야겠네요. 그건 마차에서 해결해도 괜찮을까요?”

그리 물으며 손을 내미는 하르니에.

마차로 돌아가자는 그녀의 의견을 곧장 받아들이며 그 손을 잡았다.

“모셔다 드리죠.”

.

.

.

파티장으로 올 때처럼 텔루모스의 허파에 의해 말이 날뛰는 일은 없었다.

서브 에피소드가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며 세 사내가 내 말을 듣고서 치워버렸다고 보는 게 옳을 테지.

마부 역시 팔을 다쳤었지만 근처에서 회복한 덕에 문제 없이 고삐를 잡았다.

모든 결과가 게임 때와 일치한다.

결국 에피소드를 미리 당겨 진행할 수 있을 거란 내 짐작은 고스란히 들어맞았단 얘기다.

이러면 내가 준비할 건 훨씬 더 명확해진다.

나는 하르니에에게 아까 내 이미지를 망친 건도 있으니 한 가지 요청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이내 사라지고 말았다.

“…”

하르니에는 피곤했는지 서류를 보며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애써 버텨보려는 듯 눈을 비비긴 했지만 그것도 얼마 못 갔다.

이내 눈이 감기고.

보랏빛 눈동자가 무거운 눈꺼풀에 가려졌다.

그리고 서서히 내 균형을 잃고 앞으로 쓰러지고 있었다.

‘어이쿠.’

기껏 마차가 흔들리지 않게끔 서브 에피소드까지 다 깨놨는데 여기서 머리를 바닥에 박으면 안 되지.

꾸벅꾸벅 졸다 몸이 앞으로 기울 것만 같아 어깨를 살포시 잡았다.

“으음…” 하고 목소리가 새어 나오긴 했지만 다행히도 잠에서 깨어나진 않은 모양이다.

그러고 보면 하르니에는 후작저의 눈에서 벗어나 하루를 공작가에서 묵었음에도 잠이 모자란 듯 보였다. 하품을 하면서 할 일이 있다고 했었으니.

필히 무리하고 있었을 터다.

이렇게 졸린데도 끝까지 서류를 붙잡고 있는 걸 보면.

‘나도 한땐 필사적으로 그 집에서 벗어나려고 몰래 잠까지 줄여가며 공부했었는데.’

비록 이 세계처럼 목숨이 오가는 수준은 아니라지만 그 마음만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어쩐다.

이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고. 그렇다고 뭔가 받칠 게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을 것 같고.

하는 수 없었다.

나는 하르니에의 옆으로 자리를 옮긴 뒤 마부와 소통할 수 있는 창을 살짝 열었다.

“마부. 소리를 낮추고 듣도록. 노선을 바꿀 것이다.”

“어디로 가시렵니까?”

“목적지는 같으나 사람이 많은 수도 거리 쪽을 경유하여 천천히 가도록 하지.”

“어… 도련님. 그리 하면 귀가가 늦어지실 수 있습니다만. 괜찮으시겠습니까?”

“상관 없다. 일부러 속도를 늦춰달라는 것이니까.”

마부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 뒤 내 말대로 속도를 늦춰 주었다.

마차 속도가 느려지자 나는 조심조심 움직여 하르니에의 머리를 내쪽으로 기대게 만들었다.

본의 아니게 그녀의 어깨를 다시 끌어당기게 됐지만 이건 혹시 모르니까. 어쩔 수 없는 스킨십인 셈 쳐두자.

썩 편하진 않겠지만 지금 어딘가 기댈 만한 게 있다고 하면 이 정도밖에 없었다.

그리곤 장난스레 불평해 본다.

“외간 남자가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잠들면 어떡합니까. 쯧.”

물론 어디까지나 장난이지만 말이다.

남은 건 저 서류인가.

아직도 손에 쥐고 있는 저 서류를 빼내기만 하면 후작저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대략 한 시간에서 두 시간을 충분히 잘 수 있을 거다.

-팔랑.

‘됐군. 이런 건 나중에나… 응?’

한 영지와 관련된 보고서와 대략적인 지형 및 생산물 등 여러 정보가 한 번에 들어왔다.

그런데 그 영지의 이름이 어째서인지 내겐 제법 익숙하다는 거다.

[ 샤트렌 영지 보고서 ]

잠을 잘 못 잤냐는 물음에 하르니에가 하품을 한 이유.

그건 해야 할 일이 있어서라고 했었다.

이 서류는 오늘 하르니에가 마차에서 종일 붙잡고 있었다. 파티장으로 들어갔을 때를 제외하곤 계속 정리 중이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조금 전까지 붙든 채로. 저 눈꺼풀이 닫기기 전까지 들고 있던 그 서류가 바로 이것이다.

그리고.

마차에 오르고 난 직후.

“보 보답은 똑바로 할 거라니까요? 흥. 조금만 기다려 봐요. 만족할 만한 걸로 가져다 드릴 테니까.”

투덜거리며 하는 말이 그거였다.

‘…그게 설마 이거야?’

잠꼬대하는 하르니에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나는 본의 아니게 어리둥절해지고 말았다.

생각이 딱히 길어지지도 않았다.

암만 봐도 이게 나에게 주겠다던 만족할 만한 걸로 가져다 주겠다던 것이 아닌가.

잠을 줄여가며 이걸 준비하느라 꽤나 고생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가족한테조차 못 받았던 호의를 이 여자에게 받게 되다니…’

정말이지.

적응이 안 된다.

***

해가 져가고 있다.

한낮엔 허연 입김이 나오지 않을 만큼 날이 좀 풀리긴 했지만 해가 졌을 때는 다시 입김이 나올 만큼 여전히 쌀쌀하다.

그럼에도 한 소녀는 저택 밖을 나와 있다.

멍하니 공작저의 저택 정문을 바라보며 떠오르기 시작한 달과 함께 그 자리에 쭉 서 있었다.

그런 소녀를 지켜보다 마음이 쓰린 가족이 모피를 들고 와 어깨에 덮어주었다.

“아직도 여기 있으면 어떡해. 플로라.”

“아리나 언니.”

큰언니의 손길에 잠시 막내의 고개가 돌아갔다.

하지만 얼마 안 가서 다시 정문 쪽으로 시선은 옮겨진다.

아리나가 한숨을 삼키며 플로라의 손을 잡아본다.

“플로라. 겨울이 다 가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추워. 들어가서 기다리자. 응?”

“…괜찮아.”

“여기서 쭉 기다리기만 하면 다리도 아플 텐데?”

“안 아파. 언니. 나 정말 괜찮아.”

“후우.”

결국 그 무거운 한숨이 입 밖으로 내어지고 만다.

플로라는 무슨 영문인지 대낮부터 이곳에 머무르고 있다.

멍하니 같은 장소만을 바라본다. 하녀들이 이러지 말고 들어가시는 게 어떻냐 첨언한들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식사 시간 동안에도 잠깐 식당에 들렀을 뿐 내내 정문이 보이는 방향으로 고개가 돌아가 있었다.

원인은 한 사람.

카르세인이었다.

‘그간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대체 무슨 말을 했길래 플로라가 이렇게…’

듣기로는 카르세인이 외출하기 전 플로라가 녀석의 방으로 찾아가 대화를 나누었다고 들었었다.

대화 내용은 얼추 듣지 못했지만 그 이후부터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만은 안다.

‘나도 더는 넘기기 어렵겠어.’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은가.

카르세인이 돌아오면 한 마디 해야겠다는 심경으로 아리나는 저택으로 돌아갔다.

“…”

큰언니 아리나가 발걸음을 돌린 사이.

플로라는 여전히 정문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아프면 안 돼… 카르세인…”

고작 베인 수준이었다.

연고까지 가지 않더라도 몇 분만 지혈하면 크게 문제는 없다.

누가 들으면 너무 호들갑을 떤다며 비웃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 붉은 액체를 볼 때마다 플로라는 도무지 진정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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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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