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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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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83

“아가씨께서 왜 이렇게 늦으시지?”

하르니에를 기다리던 미나가 불안한 듯 중얼거렸다.

그녀의 주인은 약속 시간에 철저한 편이다.

간혹 늦는 경우야 있다지만 그건 사교계의 견제에 치이거나 후작저의 눈치를 봐서이기 때문이고 준비 중인 계획에 있어서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다.

그런 하르니에가 지금껏 도착하고 있지 않으니 불안할 따름이었다.

“너무 늦는데… 답장도 없으시고. 이러면 저 불안해 죽겠다구요. 아가씨…”

미나가 발을 동동 구르며 지금이라도 상단 쪽에서 서신이 도착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파티장에서 사교계의 견제를 꺾고 돌아오겠다는 중요한 용무를 보고 온다고 했었다.

어제 공작저에서 머문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는 조금 놀랐지만 그 이상을 머문다는 서신은 도착하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미나의 생각대로 하르니에는 진작 후작저에 도착했어야 할 시간이라는 것이다.

하르니에가 어디선가 발목을 잡힌 게 아니고서야 이리 늦을 리 없단 사실에 불현듯 싸한 느낌이 든다.

“설마… 귀족들이나 사교계 쪽에서 눈치를 챈 게 아니라 다른 사고를 겪으신 거야?”

하르니에를 놓아주지 않을 만한 건덕지를 쥐고 있던 사교계.

그 파티장은 하이에나 굴이나 다름 없었다.

위험한 장소로 들어간 건 사실이지만 귀족들이나 사교계 측에서 발을 묶어두려고 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건 발이 묶인 게 아닌가.

“그래. 뭔가 이상하잖아. 이렇게 조용할 리가 없다고.”

그 파티장에 사람을 몇이나 심어 두었던가. 이리 늦은 시간이라면 연락통이 하나쯤 도착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았다.

일이 꼬이더라도 귀족들의 파티장이니만큼 소식이 닿을 테고.

파티장에서 사고가 생겼다면 역시나 귀족들의 장소라는 이유로 목소리가 더 크게 닿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무런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이리 조용하다면 오히려 외부에서 일이 터졌을 가능성이 더 컸다.

미나가 그리 안절부절못하며 급히 상단의 사람들을 풀려고 할 때.

한 마차가 자리에서 멈췄다.

‘저 마차는… 바그란드 공작가의?’

천만다행이었다.

다른 가문의 마차가 보였다거나 바깥으로 나갔던 후작저의 마차가 아닌 게.

‘방심하면 안 돼. 그 사람도 결국 남자인걸.’

계약 약혼을 진행한 바그란드 공작가의 마차인 만큼 우려했던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건 짐작할 만했다.

다만 하르니에가 여태 남성들에게 어떤 제안을 받아가며 정략혼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는지 감안하면 방심할 수 없다.

시꺼먼 속내로 가득한 제안.

노골적으로 특정 부위로 향하는 음흉한 눈빛.

그 아름다운 외양을 갖고 품고자 하는 수작질들을 숱하게 겪고 쳐내왔던 그녀에게 있어 모든 남자는 한 마리 짐승과도 같았다.

그러자 미나는 문득 저 상황이 굉장히 위험한 상황임을 깨닫게 되었다.

‘마차라면… 단 둘이서만 있을 수도 있는 거잖아!’

제국 절세의 미녀는 참으로 애석하게도 팔려가기 일보직전인 자신의 몸을 어떻게든 지켜낼 궁리를 해야만 했다.

바그란드 공작가라고 해서 다르다는 희망?

그런 건 없다.

오히려 하르니에에게 손을 뻗었다면 더 뻗었지 반대는 아닐 것이다.

귀족의 정점에 군림한 바그란드 공작가라 한들 남자는 똑같이 남자다.

게다가 온갖 사건사고를 몰고 다니는 그 남자가 공작가의 힘과 권력을 이용해 하르니에를 몰아세우는 일도 적지 않을 것이다.

‘서둘러야 해!’

미나가 치마를 들추어 허벅지에 숨긴 작은 나이프를 꺼낸다.

그리곤 소리를 내지 않고 마차로 조심조심 다가갔다.

마차 앞까지 다가왔다.

이 문을 열면 하르니에가 보일 것이다.

최대한 빠르게 끝내야 한다.

아가씨에게 손을 대고 있을 그 파렴치한 남자가 당황하며 움츠러들 때 확실하게 치명타를 넣고서 빠져 나와야 했다.

‘후.’

떨리는 마음으로 미나가 숫자를 센다.

카운트가 끝나면 신속하게 비집고 들어갈 생각이었다.

셋 둘.

그리고 마지막 하나를 셀 때.

“거기. 하르니에가 자고 있으니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오도록.”

“…!”

카르세인의 목소리가 마차 안에서 들려왔다.

가까이 접근하는 동안 별다른 소리는 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마차 문에 손을 뻗고 있는 걸 미리 알고 있기라도 하듯 소리를 낮추어 말하고 있었다.

“약혼녀가 마차에서 잠든 지 1시간 40분 정도 지났다. 2시간 정도는 푹 재우고 싶다만. 20분의 시간만 허락해 줄 수 없겠나.”

“…”

다시 한 번 마차에서 들려오는 카르세인의 목소리.

아이러니하게도 허락을 구하고 있는 듯한 모습에 하르니에의 말을 하여금 떠올리게 된다.

-카르세인 공자는 그런 사람 아니야.

여태 더러운 짐승처럼 욕정을 품고 달려드는 남자들을 상대해왔던 아가씨의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왔었다.

약혼 얘기까지 나온 걸 보면 정말로 손을 대지 않은 게 아닐까?

자그마한 희망을 품고 미나는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그리고 보았다.

카르세인의 어깨에 기대어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하르니에의 모습을.

마차에 있는 건 단둘뿐이었다.

그러니 틀림없이 그 더러운 손을 아가씨의 몸에 댔을 거라 생각했는데…

-차락.

카르세인의 두 눈은 오로지 책에 가 있을 뿐이었다.

그가 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내가 하르니에의 몸에 손을 댈 줄 알았던 모양이지?”

“예? 아…”

“괘념치 않아도 된다. 나 역시 똑같은 남성이니 이런 미인을 옆에 두고 있다면 누구라도 그리 생각할 법하겠지. 더군다나 하르니에를 따르는 자라면 더더욱 경계해야 할 일이고 말이야.”

남자를 짐승처럼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충분히 이런 의심 정도는 하고 있는 것이 맞다고.

약혼녀가 좋은 하녀를 두었다며 그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또한 위협을 느끼고 찾아온 것 또한 정상적인 반응이니 딱히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미리 못을 박기까지.

이 목소리마저 자잘하게 하르니에를 배려하듯 낮추고 있으니 여태 봐온 사내들과는 달라도 확연히 다르다 단언할 수 있었다.

“딱 20분. 그 정도만 더 재우고 싶군. 나를 도우려다 이리 잠든 거라서 말이야.”

“그게 무슨 소리죠? 아가씨께서 당신을 도우려다 그렇게 됐다니…”

“너도 잘 알지 않나. 이것 때문이란 걸.”

그가 서류를 하나 건넸다.

미나도 조금은 낯익을 샤트렌 영지의 보고서다.

“파티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이렇게 잠들었거든. 아침에 하품을 하길래 물었더니 어젯밤엔 공작가에서 할 일이 있어서 그랬다고 했고 마차 안에서는 내내 이걸 붙잡고 있더군.”

“이걸… 요?”

어쩐지 이상하다 싶었다.

샤트렌 영지는 하르니에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

오히려 카르세인 바그란드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하지만 지금 본 샤트렌 영지 보고서는 조금 더 많은 정보가 정리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아가씨는 정황상 이걸 카르세인 도련님에게 주려고 했단 얘기가 되는데.’

미나가 이 사실을 눈치채자 카르세인이 그녀의 의문을 해소하고자 맹점을 콕 짚어왔다.

“내가 파티장에서 약혼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걸 대가로 이걸 정리해주려 한 거겠지.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하길 바란 건 아닌데 의도치 않게 내가 원인이 되어 버렸어.”

“…”

“아무튼 이런 큰 빚은 남겨두고 싶지 않아. 그러니 조금이라도 재워놓으려 한 거다.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군.”

그 말에 미나는 완전히 경계를 풀게 되었다.

바로 옆에 있는 아가씨가 제국에서 정략혼을 맺고 싶어 남자들이 환장하는 여인임에도 이 사내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행동하고 있다.

마차 안에서 옅게 들려오는 하르니에의 숨소리와 차락- 하고 넘어가는 종이 소리를 듣고 있자면 그는 정말로 귀인이나 다름없었다.

아가씨의 눈은 정확했던 것이다.

미나는 그제야 안심했다.

“그럼 모포를 조금 가져다 드려도 괜찮을까요?”

“음? 여기서 더 재우자는 건 아니겠지?”

“말씀하신 의도가 맞아요. 하르니에 아가씨는 저택에선 몇 시간 못 자고 일어나실 게 뻔하거든요.”

예상 밖의 대답이 찾아왔는지 카르세인의 눈이 두 번 꿈뻑거렸다.

“흠. 그건 곤란하지 않나? 나도…”

“그럴 분이 아니란 걸 알고 있으니 함께 주무셔도 괜찮습니다. 사실 후작저는 지금 비어 있거든요.”

카르세인이 자기도 다른 남자들과 똑같은 말을 하려는 것 같자 곧바로 저지하는 미나.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자 조금 더 세게 나갔다.

“아니면 오히려 도련님께서 후작저에서 하루 묵고 돌아가셔도 괜찮습니다. 그 편이 아가씨의 수면 시간이 더 늘어날 테니까요.”

“그건 나도 좀 곤란한데. 나도 공작저로 돌아가서 해야 할 일이 남았거든.”

“그럼 두 시간 아니. 한 시간 정도만 마차에서 재워주실 수는 없을까요?”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지?”

“아가씨는 평소에 주무실 시간을 줄여 가며 일하고 계세요. 오히려 공자께서 계신 지금 같은 때가 편히 잠들 수 있을 정도로요.”

그 말에 잠든 하르니에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카르세인.

검은 눈동자에선 자그마한 고민의 기운이 느껴졌다.

‘아가씨. 겉으로는 괜찮은 척 하시면서 넘겼지만 저는 알아요. 이런 빈틈이 생기는 건 시간 문제였다는 걸.’

후작저와의 연을 끊기 위해 항상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지만 사람의 몸이라는 건 한계가 있는 법이다.

언젠간 지쳐 쓰러지고 지금처럼 빈틈을 보이게 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이 빈틈을 막아줄 자가 눈앞에 있지 않은가.

하르니에는 지금처럼 드높은 벽에 가로막혔을 때 잠시 기대어 한숨 돌리는 걸 도와줄 자가 필요했다.

생판 남이라곤 하나 이 사소한 배려를 한 번이라도 아낌없이 내어줄 수 있는 자가 필요했다.

올곧고 정갈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필요했다.

그는 모든 조건을 만족한다.

하르니에 테레시아라는 사람이 언젠가 지쳐 쓰러졌을 때 스스럼없이 손을 내밀어 끌어 올려줄 사람이었다.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부디 저희 아가씨께서 짧게라도 눈을 붙일 수 있게 도와주세요.”

“…”

한동안 침묵이 돌았다.

카르세인은 말없이 색색거리며 곤히 잠든 하르니에를 물끄러미 지켜볼 뿐이었다.

그러다 머지않아 그가 한숨을 푹 쉬었다.

“내 탓도 있으니 원. 거절할 수도 없겠고… 참.”

역시.

마지못해 받아들인 것처럼 보여도 그는 그런 사람이겠구나 싶었다.

“…후작가의 눈은?”

“하르니에 아가씨를 제외한 후작가 전원이 지금은 동부 귀족 회의를 준비하고 있어 크게 의심을 사진 않을 겁니다.”

후작저에서 파티장으로 찾아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 것도 다 이런 이유다.

동부 귀족 회의에서 이번엔 제대로 된 성과를 보여야 한다며 그들은 하르니에만 쏙 빼두고 저택을 뜬 상태다.

덕분에 보는 눈이 겸사겸사 사라졌으니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었다.

그러나 카르세인은 미나의 의견을 단호히 잘라 버렸다.

“그럼 하루를 머무는 건 더더욱 위험하겠군.”

“어째서요?”

“오늘 하르니에는 파티장에서 의심을 벗으며 귀족 무리를 떨쳐냈다. 하르니에를 압박할 세력 하나가 떨어져 나간 상황이니 후작저 쪽에도 소식이 들어갔을 수 있어.”

“…!”

“나와의 관계가 단순 약혼이 아니라는 걸 의심하며 빠르게 돌아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하르니에는 덜미를 잡히고 말겠지.”

미나의 등골에 서늘한 한기가 스쳐 지나갔다.

‘그렇구나. 아무리 귀족끼리 파벌이 정해져 있다곤 하지만… 적군의 적은 임시적으로나마 아군이 될 수 있어.’

카르세인의 말대로 후작저 또한 귀족이다. 사교계와 모종의 결탁을 하지 않았다고 단정해선 안 됐다.

“일가가 후작저로 돌아오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아 아마… 말이 전속력으로 뛰면 세 시간일 겁니다.”

“그럼 한 시간 정도가 한계겠군. 하르니에는 여기서 재운 뒤 깨워서 보낼게.”

“알겠습니다. 서둘러 모포를 둘 가져올게요.”

고개를 숙이고 문을 닫는 미나.

세상 모르고 푹 잠든 아가씨가 이 소식을 듣지 않아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들었으면 왜 그런 짓을 하냐며 펄쩍 뛰었을 테니 말이다.

그거랑은 별개로 두 사람.

어쩐지 묘한 부분에서 교집합이 있다.

그래서인지 모종의 기대감이 부푼다고 해야 할까.

‘음음. 제법 잘 어울리긴 하잖아?’

비록 상상이긴 하지만 그 상황을 잠깐이나마 떠올린 미나는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채 모포를 가지러 갔다.

***

“으으음.”

하르니에의 입에 미소가 걸린다.

그만큼 단잠을 자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 며칠 사이 바쁜 일이 너무 많아서 잠을 제대로 잔 적이 없었다.

할 일은 매일 같이 산더미처럼 쌓이고.

몸은 하나밖에 없고.

피로는 배로 쌓여만 갔다.

침대에서 뒹굴거리고 싶은 마음? 당연히 굴뚝 같았다.

문제는 그럴 수가 없었다. 후작가의 눈을 완벽하게 속여야 했기 때문에 쉴 시간도 내기 힘들 정도였다.

미나가 좀 쉬라고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내면 괜찮다며 피로를 가리기 바빴다.

하지만 오늘은 예외다.

동부 귀족 회의에서 가장 뒤처지는 한 명을 의도적으로 떼어놓고 간 탓에 푹 쉴 수 있다.

파티장에서 사교계 측의 의심까지 털어냈으니 몇 시간 정도는 더 잘 수 있다. 하르니에는 침대에 묻혀 잠드는 이 감각에 다른 일들은 잠시 내려놓기로 했다.

포근하다.

따뜻하다.

신체 정면에 덮인 이불뿐만 아니라 전신을 감듯 담겨오는 이 온기에 묻혀 몇 시간은 푹 잘 수 있을 것만 같은…

‘응?’

그 순간 묘하게 피어 오르는 위화감.

파티장에서 돌아오고 난 뒤 침대로 간 적이 있던가?

아니. 그걸 배제하더라도 등에 받치는 게 침대 시트가 맞나? 덮고 있는 것도 어쩐지 이불이 아닌 것 같은데?

그럼 이 따뜻한 건 뭐지?

각진 듯 하면서도 어째 온기가 느껴지는 게…

…설마.

그러다 푹신한 이불이 아닌 사람의 온기가 느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눈이 번뜩 뜨였다.

“잘 주무셨습니까?”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건 카르세인의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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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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