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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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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85

-띠링!

▶늦은 귀가 이벤트가 활성화되었습니다!◀

아니꼬운 목소리와 함께 뜬 상태창이 이제야 이 메시지를 표시하고 있다.

바로 옆에 플로라가 있었다지만 이벤트의 주체는 이쪽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만 봐도 알겠지만 플로라도 한참 기다렸어. 끼니를 챙길 때도 네가 언제 오는지만을 보고 있었고 여기서 기다리지 말고 안으로 들어가자 말해도 거절했었지. 이제 좀 알겠어? 플로라가 무슨 기분이었을지?”

아리나는 마치 내게 꾸중을 들 듯이 말했다.

‘플로라가 무슨 기분이었을지 알겠냐고?’

그 말을 들은 나는 속으로 안심하고 또 안심했다.

‘그래. 이래야지 좀 익숙하잖아.’

내 가족들이란 원래 이런 사람들이지 않았던가.

가족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이 집안에서 동등한 입장이 될 수 없다.

그래봤자 주워온 자식. 피 하나 이어지지 않은 남.

딱 그 정도의 거리다.

원래 이런 생각은 안 하는 편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리나가 참 반가웠다. 무뎌져 있던 내 경각심을 채워주는 건 언제나 첫째였었으니 말이다.

“이 일로 나도 한 마디 해두겠는데 너도 뒤끝 좀 남기지 말고 털어버려. 플로라가 재판장에 못 들어간 이후로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밥도 잘 챙겨 먹지 못하고 있어. 그러니까─”

여기서 무슨 말이 더 튀어나오겠나 싶었는데.

우습게도 아리나는 첫째랑 똑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네 동생 너무 나무라지 말고 관대하게 넘어가. 알았지?”

-네 동생 너무 나무라지 말고 관대하게 넘어가. 알았지?

이쯤 되면 감탄사가 나올 지경이다.

어떻게 토씨 하나 다르지 않고 그 소리가 나오는 걸까.

가정부가 내 용돈을 털고 있단 사실이 밝혀지고 셋째가 실려간 나를 제대로 마주치지도 못하게 됐을 때.

저 말은 현실 첫째의 입에서 나왔던 소리와 토씨 하나 다르지 않았다.

나는 오히려 내 동생에게 관대함을 베풀어 좀 넘어가란 소리를 들었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진심으로 감사해야겠네.’

덕분에 누그러졌던 경각심이 완전히 되살아났다. 느닷없이 플로라가 왜 여기 있느니 하는 시답잖은 의문은 말끔히 사라져 있었다.

무덤덤하게.

언제나 그랬듯 개의치 않는다는 태도로.

아니꼬운 표정을 잔뜩 짓고 있는 첫째에게 답해주었다.

“쟤가 날 기다리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띠링!

▶아리나의 친밀도가 하락합니다!◀

첫째 년이 그랬던 것처럼.

아리나의 표정이 확 일그러졌다.

***

“카르세인. 너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널 이 시간까지 기다린 동생한테 내 알바냐는 식으로 말한 거냐?”

1%의 친밀도가 떨어진 아리나가 성을 내며 물었다.

잘 알면서 묻기는.

“어.”

나는 심드렁히 그렇다고 답했다. 어차피 친밀도가 더 떨어져야 보내줄 테니까.

그러자 눈앞에서 아리나의 눈가가 삐죽하고 움찔거렸다.

날카롭게 변한 첫째의 눈빛을 보고 있자면 공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을 것만 같았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지.

“난 플로라한테 기다려 달라고 말한 적 없어. 쟤가 여기 있는 게 근데 내 탓이라는 것처럼 말한다?”

“카르세인.”

“재판장에서도 말이지. 합리적으로 생각한 거잖아. 엠마는 플로라의 유모인데 혹시나 편을 들면 어쩌겠어?”

“카르세인 바그란…!”

내 이름을 부르며 소리치려던 아리나가 급히 소리를 낮췄다.

혹시나 플로라가 잠에서 깨어날까 염려된 모양이었다.

아리나는 후끈해진 날숨을 뱉어내며 화를 삭이려 했다.

“꼬장 부리는 것도 적당히 해. 어떻게 동생을 상대로…! 플로라는 진심으로 널 걱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는 거라고!”

글쎄.

너는 모르니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겠지.

그 어떤 것도 카르세인에게 허락하지 않았고 이후로도 허락하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꼬장을 부린 건 다름 아닌 플로라인데 말이야.

난 저 녀석이 동생이니 봐줘야 하고 가족 취급조차 해주지 않은 너희는 그냥 넘어가라?

웃기지도 않는 소리였다.

“하지 말라 그래. 그딴 걱정 필요 없잖아.”

“너 이 새끼…!”

“감기 걸리든 말든 알아서 하라 그래. 내 알 바 아니니까.”

아리나의 이가 뿌득하고 갈렸다.

결국 참지 못한 것이다.

“너라는 인간은…! 역시 달라지질 않는구나. 동생의 마음조차 헤아려주지 못하고 그런 식으로 냉정하게 고개를 돌려버리다니…!”

-띠링!

▶아리나의 친밀도가 감소합니다!◀

[ 현재 수치 : 24% ]

“그래. 역시 카르세인 네게는 과한 권한이었다. 조금이라도 바뀌었다 생각하고 동부 귀족 회의에 데리고 갈 생각을 한 내가 멍청했군.”

-띠링!

▶아리나의 친밀도가 감소합니다!◀

[ 현재 수치 : 22% ]

“천민스러움을 벗지 못한 네 권한은 내 손으로 직접 회수해야겠지. 이 자리에서 네 동부 귀족 회의 참여 권한을 박탈한다. 이것만은 어머니께 말씀드린다 하더라도 절대 철회하지 않을 거다!”

아리나가 그리 언성을 올렸고.

“우으응…? 큰언니?”

이와 동시에.

잠들었던 플로라가 깨어난다.

“미 미안해. 플로라. 언니 목소리가 너무 컸지?”

“으응. 아니야… 그보다 무슨 일이야? 언니가 왜 여기 있… 아.”

부스스한 눈을 비비던 플로라.

그녀는 나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돌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곧바로 시선을 피하면서 우물쭈물거리다 아리나에게 안기는 걸 보면 잠이 싹 달아난 것 같다.

바로 그때.

내 우측에서 한 물체가 환한 빛을 뿜기 시작했다.

‘…메모리얼인가.’

저건 언젠가 카르세인이 바깥에서 가져왔다던 화분이었다. 메인 에피소드 하나를 결정 짓고 나면 여기서 얻는 거였다.

현재는 내가 메인 에피소드를 당겨 진행한 만큼 바로 보이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런데.

▶조건을 만족해 메모리얼을 자동으로 획득합니다!◀

-화악!

돌아갈 때쯤 가지고 갈 필요는 없는 모양이다.

메모리얼은 이번에도 홀로 빛나며 카르세인의 과거를 보여주었다.

점멸하는 시야.

이번 메모리얼의 위치는 이곳 공작저였다.

***

저택 입구에서 카르세인이 등장한다.

카르세인의 몰골은 오늘도 정상적이지 못했다.

흙먼지를 뒤집어 쓴 정도면 연무장에서 구르기만 해도 저 정도겠구나 싶겠지만 여기저기 얻어 맞은 흔적이 보인다.

날카로운 무언가에 살갗이 찢겨 피가 나고 있지만 자상은 아니다.

대신 멀리서 던진 무언가에 생겨난 타박상이 보인다. 언뜻 보기에도 잔뜩 보이는 저 피멍들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것들이었다.

그 상태로 카르세인은 공작저에 발을 들였다.

“도 도련님! 어쩌다 이런 몰골로…!”

셰이든이 경악하며 비틀거리며 돌아오는 카르세인을 붙잡았다.

“…산적들을 만났어.”

“도련님…”

산적이라니.

뻔한 거짓말이지 않나.

카르세인이 변명을 댔다는 걸 셰이든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이건 돌팔매질과 농기구 등에 맞은 것이지 산적들의 무기에 당했다고 보기 어려웠다.

근래에 들려오는 소문을 들어보면 샤트렌 영지의 일일 터.

당장이라도 헤론과 함께 이 사실을 마님께 전달한다면 영지민들은 무거운 형에 처해질 것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더 묻지 않은 것은 카르세인이 자기가 누구에게 당했는지 발설하고 싶지 않다는 심리가 엿보였기 때문이다.

“우선 치료하도록 합시다. 도련님.”

“아니야. 나 지금 할 일이 있… 윽.”

“그리 비틀거리시면서 할 일이라니요.”

“정말 급한 거라서 그래.”

하는 수 없이 셰이든은 카르세인의 치료를 미뤄야만 했다.

“급한 일이라면 마님께 말씀드리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어머니껜 안 돼.”

“예?”

“절대 절대로 안 돼. 어머니가 이 사실을 아신다면…”

카르세인은 그것만은 안 된다는 듯 격하게 고개를 저었다.

대신 다른 사람을 찾는다.

“혹시 클레어… 아니 아리나가 어디 있는지 알아?”

정신병에 걸린 공작가의 가주 대신 카르세인은 아리나를 찾았다.

그 말에 셰이든은 고개를 틀었다.

그야 아리나라면 찾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이쪽으로 오고 있었으니.

“그 몰골로 나를 왜 찾고 있다는 거지? 카르세인.”

진절머리가 다 난다는 듯한 표정으로 아리나는 카르세인에게 쏘아 말했다.

그러나 지금 당장 카르세인에겐 아리나가 자신을 쏘아보든 말든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샤트렌 영지 사람들이 날 쫓아내 버렸어. 딱 하루만 내일 하루만 더 거기에 출입하게 해 줘.”

“하.”

가당치도 않은 소릴 들었다는 듯 아리나가 혀를 찼다.

“네 손으로 망친 영지에 다시 들어가게 해 달라? 그런 커다란 사고를 직접 쳐놓고?”

“지금 당장은 뭐라고 해도 상관없어. 내일 하루만…!”

짜악-!

불쾌한 살결의 마찰 소리가 입구에 정적을 만들어내고.

그 어느 때보다 내려앉은 목소리로 아리나는 욕을 입에 담았다.

“그 입. 닥쳐라 카르세인.”

“…”

“너 때문에 수많은 영지민들이 분노에 휩싸였다. 네 억지에 네 생떼에 그 사람들의 생계가 흔들렸다. 그러고도 넌 지금 샤트렌 영지에 들어가겠다고?”

카르세인이 멍한 눈으로 아리나를 올려보았다.

시퍼런 눈빛에서 짙은 경멸감과 혐오감이 느껴졌다.

“역시 너 같은 건 어머니께서 데려오지 말아야 했다.”

차가운 비수가 꽂혔다.

잔인하고 싸늘한 한 마디였다.

셰이든이 눈치를 보며 끼어들까 싶었지만 그것으로도 모자란 건지 아리나는 한 마디를 더 붙였다.

“주제를 알아라. 네 위치는 동부 귀족 회의에서 영지민들을 살피는 어엿한 귀족이 아니라 걸음마부터 떼야 하는 애새끼에 가깝다. 아무것도 배우지 못해서 피해만 끼치는 주제에.”

너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

그런 말이었다.

그러자 카르세인이 부르르 떨며 돌아가던 아리나의 발목을 붙잡았다.

“너 지금 뭐하는…!”

“상관없어! 그런 건 당장 상관 없다고!”

“뭐?”

“제대로 못 배운 놈이든 걸음마부터 떼야 하는 애새끼든 귀족이 아닌 천민이란 소리를 듣든 아무 상관 없어. 딱 하나만. 이거 하나만 영지에다 가져다 줘!”

흙먼지가 진득하게 묻은 손으로 카르세인은 아리나에게 화분 하나를 내밀었다.

그가 여태 주민들에게 얻어맞으면서도 애지중지하며 영지에서부터 가져온 것이었다.

그러나.

아리나는 그 화분을 매정하게 내팽개쳐 버렸다.

-쨍그랑!

조각난 화분 병이 바닥을 어지럽혔다.

“앞으로 넌 샤트렌 영지 출입 금지다. 방으로 돌아가서 반성이나 해라. 그런 쓰레기를 가져달란 부탁 말고.”

아리나의 구두 소리가 또각거리며 울려 퍼진다.

점차 멀어지는 구두 소리에 눈치를 보던 셰이든은 지금이겠거니 하며 주저앉은 카르세인에게 다가갔다.

“도련님. 이만 돌아가시…?”

“셰이든. 혹시… 화분 하나만 구해줄 수 있겠어?”

“…그야 어렵지는 않습니다만. 어디다 놓으실 생각입니까.”

“샤트렌 영지로 가져갈 순 없을 테니… 여기다 놓으려고. 혹시 혹시라도 영지민들이 오면 알아볼 수도 있잖아.”

아리나 아가씨께서 뭐라 하시지 않겠습니까?

라는 말을 차마 셰이든은 꺼낼 수가 없었다.

뭔가에 사로잡힌 카르세인의 눈은 여전히 화분에 고정되어 있었다.

***

▶메모리얼이 종료됩니다!◀

“…”

화분이라는 단서를 붙잡고서 뭔가를 알리고자 했던 카르세인과 이 카르세인의 부탁을 매정하게 짓밟아버린 아리나.

이걸로 또 하나 녀석의 비참한 과거를 알아 버렸다.

동시에 나의 비참한 과거 역시 드러났다.

굳게 마음을 먹고 탈출 계획을 세우기 전의 나.

그런 나를 쓰레기 보듯 쳐다봤던 첫째.

가족이랍시고 도움을 줘보려 해도 내 의견 같은 건 들이밀지도 못했었지.

그래. 결국 부탁하는 자세 자체가 잘못된 거다.

부탁이 아니라 스스로 해내야 한다.

메모리얼이 끝난 나는 무덤덤히 화분을 챙기며 아리나에게 말했다.

“그딴 권한. 마음대로 가져 가.”

“너…!”

“권한…? 가져가다니? 언니 그게 무슨 소리야?”

플로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아리나가 당황한 듯 말을 얼버무린다.

“플로라는 알 거 없어. 그렇게 중요한 건…”

“그래. 썩 중요한 건 아니지. 누구 말마따나 난 천민이라서 말이야.”

“…!”

“그 그게 무슨 소리야. 넌 천민이 아니라─”

“아니. 천민 맞아. 과거에도 현재도. 그리고 미래에도 쭉 천민일 거야.”

어버버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한 플로라와 여전히 분기를 드러내고 있는 아리나를 뒤로 한 채 나는 돌아섰다.

그러나 내가 걷고 있는 방향은 공작저 저택이 아닌 연무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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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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