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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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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95

‘이걸로 첫 단계를 밟을 수 있겠어.’

그 집에서 탈출할 때도 그랬지만 자립을 위해서는 반드시 자금이 필요하다. 어느 쪽으로든 의식주를 챙기지 않고는 답이 없는데 그걸 위해 확보해야 할 돈은 어느 세계에서든 공통인 셈이다.

따라서 바그란드 공작가에서 탈출하기 위한 첫 걸음도 마찬가지다.

쯔꾸르 게임에 불과한 이곳에서도 카르세인을 독립시키려면 돈은 꼭 필요하다 볼 수 있었다.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 할 때도 돈을 얻어내지 않고는 미래가 전혀 보이지 않았었다.

그럼 이곳에선 돈을 어떻게 얻어내는가.

그건 다름 아닌 이 루스마이어 영지를 기반으로 해 시작한다.

일정 수치 이상의 친밀도를 쌓고.

영지민들로부터 서브 에피소드 몇몇을 수행해 신뢰도를 채워 넣고.

그렇게 인식을 평판 등급으로 올린 뒤 랭크를 어느 정도 쌓고 나서야 그들에게 진정으로 영주 자리에 머무를 수 있게 된다.

영주가 된 카르세인이 저들에게서 세금을 걷을 수 있게 되었을 때 비로소 사재가 생긴다. 그게 내가 발견한 자금 마련 방법이었다.

영주로서 내리는 명령의 요구 랭크는 C다. 최하 랭크인 F에서부터 최소 C까지 올려야만 가능하나 현재 내 랭크는 이 에피소드를 수행함으로써 B에 도달했다. 충분히 실행에 나설 수 있는 랭크란 것이다.

우선 나는 헴넌에게 뜯은 돈을 바라크에게 건넸다.

“이 돈은 오늘 이내로 전부 털어 써라. 타 영지에서 식자재나 생필품 마수들을 상대하기 위한 수리용 물자까지 전부 구매해 와야 한다.”

“이걸… 전부 하루만에 말입니까?”

“그래. 영지민 전원을 대동하는 한이 있더라도 전부 구매해야 한다.”

“혹 어떤 이유에서인지 여쭈어도 괜찮겠습니까? 이 돈이면 아껴 쓸 경우 몇 달은 버틸 수 있을 돈이다 보니…”

바라크도 바보가 아니다.

이 영지를 얼마나 가꿔왔겠나. 이런 단순한 셈어림도 못 할 만한 자였다면 촌장의 자리에 앉지도 못했을 것이다.

아니 정확히는 이 사내가 있었기에 영지가 유지될 수 있었던 걸지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은 얘기가 다르다.

“아마 다른 영지에선 이 소식이 들어가는 순간 루스마이어를 다시 한 번 철저히 고립시키려 들 것이다.”

“…예?!”

“너희에게 돈이 쥐어졌단 사실이 알려지면 시세를 급히 변동시키겠지. 그럼 이 돈은 그대로 공중에 흩뿌려지는 거나 다름없다.”

심지어 루스마이어는 타 영지에서 물품들을 구입해 와야 하는 을의 입장. 시세를 억지로 바꿔버리는 건 근방 영지 전원에 피해를 줄 테지만 그들은 귀족이기 때문에 다시 돌려주는 방식으로 민심을 컨트롤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면 또 다시 루스마이어만 말짱 도루묵인 것이다.

“그 상황을 막으려면 하루만에 다 터는 수밖에 없지. 통행료를 받고 난 뒤로도 마찬가지다. 원래 사던 곳에서 제값에 살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버리도록.”

“그럴 수가… 저흰 자생이 어려운 영지입니다. 충분한 거래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니 새로운 마을과 접촉을 해야지.”

“새로운 마을이요?”

나는 어리둥절해하는 바라크에게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저기다.”

“저긴 그냥 와글루 산이 아닙니까? 거긴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데…”

“설마 저 산 뒤쪽의 다른 마을과 접촉하라는 말씀은 아니겠지요?”

“잘 알면서 왜 물어.”

그러자 영지민들이 난색을 표했다.

“영주님. 저 산을 돌아가는 건 무리입니다. 마수들이 나타나는 곳과는 거리가 멀긴 하지만 그래도 저 험한 산을 넘어가 물건을 구해올 수는 없습니다.”

“덤터기를 쓰는 한이 있더라도 통행료를 받아 해결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뭣하면 저희 쪽에서도 통행료를 올리는 방법이 있지 않습니까.”

표면상으로는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대응하면 저쪽에선 거리낄 것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땡큐일 거다. 통행로만 확보하면 그만인 귀족들에 비해 이쪽은 고립되면 고립될수록 더 힘들어지기 마련이다.

극단적으로 나온다면 아예 루스마이어와의 거래를 끊어버리란 소리까지도 나올 테지.

그러니 답은 하나뿐이다.

“과거에 너흰 조각사의 마을이었다지?”

“도련님께서 그걸 어찌…?”

까딱.

나는 턱짓으로 카밀라를 가리켰다.

“그렇군요. 카밀라 님께서…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겁니까? 저흰 이제 더 이상 조각을 할 수가 없습니다.”

영지민들이 모두 침울한 표정을 짓는다. 렘텐 마을 촌장 바라크는 그 와중에도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먹고 살기도 바쁜 처지이지 않습니까. 간단한 것부터 건물 인테리어에 위치하는 것까지 크기 모양 관련 없이 그 소모처는 주로 귀족들입니다. 헌데 조각상들은 이제 모두 귀족들이 점유한 브랜드 위주로 운영되고 있지요. 게다가…”

바라크가 도중 한숨을 푹 쉬며 다시 말을 이었다.

“심지어 조각이라는 건 예술품인 만큼 트렌드를 타는지라 하루아침에 일거리가 사라져 버린 루스마이어의 입장에선 이 일을 놓는 수밖에 없습니다.”

“글쎄. 이것조차 귀족들이 의도한 바라면 어떨까.”

“…예?”

“루스마이어는 그 역사와 전통이 유구히 흘러 귀족의 예술을 넘본다는 소리가 나왔지. 그 정도로 뛰어난 자들이 헐값에 조각을 팔아대는 꼴을 보고 있자면 귀족들의 입장에서 어떻게 느껴질 것 같아?”

당연히 그 오만한 놈들은 전원이 기분 나빠하기 마련이다.

자기보다 한참 아래인 것들과 동등한 걸 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치를 떨 만큼.

“그래서 귀족들이 너희를 이 땅에서 완전히 없애버리려고 한 거다. 이 영지의 역사도 전통도. 이곳에서 조각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덮어버리려고 한 거지.”

“그럴 수가…”

“그뿐만이 아닐 거다. 나조차도 루스마이어의 조각상에 대해선 알고 있었으니 뒤처진다는 생각을 은폐하고자 그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

“…”

고요한 침묵 아래 영지민들이 분노에 잠겼다.

단순히 일거리가 아닌 그간의 전통이 담긴 기술을 고작 그런 이유로 덮어버렸다고 했단 사실에.

그런 루스마이어 영지민들에게 나는 한 가지 새로운 가능성을 제안해 보았다.

“저 산은 큰 기반암 하나로 이루어진 돌산이지. 그러니 ────.”

영지민들은 그 말을 듣고서 경악했다.

누군가는 터무니없는 소리를 들었다는 기분도 들었을 것이고 누군가는 그게 말이 되냐며 혀를 찰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예 반기를 들며 역시 나도 똑같은 미친놈이란 소리가 나왔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들 중 어느 한 사람도 내게 입을 열지 않았다.

빠르게 토의를 거친 그들의 입에서 나온 거라곤.

“…충분히 가능할 법한 이야기 같습니다.”

할 수 있을 거라는 대답이었다.

***

그날 밤은 공작가로 돌아오지 않고 루스마이어에서 묵었다.

마수들을 처리하고 귀족들을 상대해 압력을 가해두면 뿌리치는 손길 에피소드가 클리어된다.

하지만 거듭 고려해야 할 건 이 게임의 시점이 오로지 카르세인에게 맞춰져 있다는 것과 이 에피소드를 앞당긴 만큼 다른 변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보니 밤에 돌아오기보단 아침에 돌아오는 쪽을 선택하고 싶었다.

쭉 지켜본 결과 큰 문제는 없었다.

B랭크의 평판으로 인해 지시에 불평하는 자들은 보이지 않았으며 바라크가 주민들을 설득해 타 영지에서 최대한 물품을 구입해오는 걸 두 눈으로 확인했다.

통행료 쪽은 귀족들도 언짢은 표정을 보이긴 하지만 카르세인의 영지라는 사실이 알려진 뒤로는 함부로 대하지 못했고 마수들이 한 차례 습격해오는 걸 봤으나 잘 막아냈다. 이번엔 전리품도 차곡차곡 챙겨놨고.

경비 쪽이 불안하긴 하지만 정 불안하면 공작가의 기사 몇 명을 보내놓으면 될 일이다.

어느 쪽으로든 후련하게 끝마친 편이었다.

기존 루트에 비해서는 훨씬 더 좋은 쪽으로 해결됐고 이 에피소드는 어차피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는다.

슬슬 공작가로 돌아갈 때기도 한 만큼 마음 편히 돌아갈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의문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있었다.

눈꽃 축제.

나는 그때 얻은 반지가 있었다. 하르니에와 연인 사이인 것을 확실히 증명하기 위한 증표로서 끼운 웨데로스 왕국 제 반지 말이다.

아무도 관심없을 줄 알았다.

이 영지에서 그런 쪽엔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을 줄 알았다.

근데 내 예상과는 달리 이 반지를 알고 있다는 듯 말하는 노인이 있었다.

슬슬 발을 떠야겠다며 방을 정리하고 나왔을 때.

한 노인이 찾아왔었다.

-영주님. 혹시 그 반지 말입니다만… 잠시 볼 수 있겠습니까?

나는 얼마든지 보라고 말했었다.

그리고 노인은 경악했고 말이다.

-이건 웨데로스 왕국의…! 영주님 이걸 착용하신 뒤 거부 반응이 오지 않으셨습니까?

-음? 그런 건 없었는데?

-없었… 다고요?!

재차 경악하는 노인.

왜 그러냐며 내가 묻기도 전에 그는 잠시 기다려 달라 부탁했고 허겁지겁 어디론가 간 뒤로는 델피나를 데려왔다.

-델피나는 감별 마법을 쓸 수 있습니다. 잠시 잠시 이대로 손을 뻗고 기다려 주십시오.

노인은 감별 마법이 새겨진 스크롤을 델피나에게 내밀었고 델피나는 노인이 시킨 대로 마법을 썼다.

감별 마법진이 새겨지자 반지는 환히 빛나기 시작했고.

이내 허공에 한 문양이 새겨졌다.

노인은 멍하니 문양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건… 진짜 진짜 웨데로스 왕국의…!

그 뒤로는 어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냐고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이냐는 말만 반복했다. 더 이상 무어라 물을 수는 없었다. 혼이 빠진 듯 중얼거리던 그 노인은 머지않아 부르르 떨며 기절해버렸기 때문이다.

그저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답을 받기야 했지만… 마음에 걸린다.

진짜라는 말이 나오는 걸 보면 경품으로 얻게 된 이 웨데로스 왕국 제 반지가 가짜도 있는 걸까?

게다가 거부 반응은 또 무슨 말일까?

여전히 모르겠다.

◆웨데로스 왕국 제 반지

내 눈에는 그저 아무런 설명 문구도 나오지 않는 한 아이템으로밖에 보이질 않으니.

-띠링!

▶뒤늦은 귀가 이벤트가 발생합니다!◀

그 사이 마차가 공작저로 도착했다.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상태창이 띄워졌고 익숙한 이벤트 발생 텍스트가 떴다.

어차피 이건 원래 발생하는 이벤트다. 챕터 2가 한 에피소드를 찾아 클리어할 때마다 늦게 귀가하거나 외박이 이루어지는 만큼 감수해야 했다.

그래서 누가 나를 마중하러 나왔느냐가 문제인데.

“아침이 다 돼서 돌아오네? 야 너는 어딜 갔다가 지금 돌아와? 심지어 외박을 한다고 하면 외박을 한다고 말이라도 해야지 가족들 다 걱정하게 이게 무슨 짓이야?”

팔짱을 낀 채로 아니꼬운 눈빛을 보이고 계신 둘째가 보인다.

하필 외박일 때는 또 클레어라니.

운도 나쁘지.

외박의 경우에는 클레어가 가장 많은 친밀도를 갉아먹으며 곤란한 선택지를 내어준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친밀도가 높다는 점이다. 좀 깎아먹지 뭐.

“내가 어디서 뭘 하든 네가 무슨 상관인데.”

“허? 너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

“그건 내가 할 말이지. 옛날엔 아무 신경도 안 써놓고 왜 이렇게 요새 참견이 심해졌나 모르겠다?”

선택지들의 강도가 클수록 친밀도가 더 많이 깎인다. 다만 카르세인의 행동력과 체력 및 시간은 덜 깎이기 때문이 이쪽이 더 나은 편이었다.

뭐… 여기서는 게임이 아니니까 클레어에게 한대 쥐어 박힐 것도 각오해야겠지만 말이다.

이미 예상했듯 둘째는 사납게 인상을 일그러뜨리며 내게 다가왔다.

“카르세인. 말 가려서 하지? 가족 걱정하는 데에 참견이라고?”

“사실이잖아? 괜한 참견이기만 하니까. 아 그게 아니면 이걸로 한 소리 하고 싶어서 그래?”

“이게! 지금 하루 사이에 갑자기 말도 없이 바깥에 다녀와 놓고 그딴 식으로 나와?”

-띠링!

“넌 진짜 우릴 손톱만큼도 가족으로 보지 않는구나?”

“좋을 대로 생각해.”

나는 그리 말하고는 클레어를 지나쳐 갔다.

방금 뜬 상태창은 뭐 어차피 클레어의 친밀도가 떨어져 있기나 하겠지. 딱히 체크할 것도 없을 거다.

***

공작가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은 모두 플로라가 꾸민 짓이었으므로 그간 바락바락 소리쳤던 카르세인을 꾸짖었던 클레어도 마음이 썩 편치 않았다.

플로라에게 매를 드는 건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클레어의 마음 한 켠에 자리잡고 있는 이 감정을 쉽게 해소할 수만은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냐는 플로라의 물음에 그녀 역시 답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 카르세인이 외출을 나갔단 소식을 듣게 되었다.

타이밍도 참 나쁘지.

만나서 그 얘길 좀 더 나눠보기라도 하려 했더니 마침 자리를 비워 버렸다.

그래도 곧 돌아오겠지.

시간이 지나면 공작저로 돌아올 테니 그때 얘기해보려 했다.

그래. 식사 시간.

그때가 가장 좋을 것이다.

돌아오고 나면 분명 배가 고플 테니 음식도 미리 명해 준비해 두고. 마침 동부 귀족 회의도 코앞인 만큼 샤트렌 영지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었다.

‘샤트렌 영지로 매달 빠져나가고 있는 그 돈은 뭐… 갚지 말라고 해야겠지.’

클레어는 샤트렌의 수치라 불리는 그 사건의 당사자들에게 사비를 보내 수습하고 있었다.

매번 영지 얘기가 조금이라도 나오면 카르세인이 욕을 먹기 십상이니 이번에는 아예 동부 귀족 회의에서 자기 옆에만 딱 달라 붙어 있으라고 말할 생각이었다.

또 플로라도 잘못을 뉘우쳤다고 말한다면 그 애도 충분히 받아들여 줄 테지. 카르세인도 많이 바뀌었으니까.

조금은 무거운 마음으로 한편으로는 좀 더 훌훌 털어버릴 마음으로.

그렇게 클레어는 카르세인을 기다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카르세인은 돌아오지 않았다.

어찌 된 건지 새벽이 될 때까지도 도착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인들은 그 어떤 보고도 듣지 못했으며 집사 역시 고개를 저었다.

유일하게 하녀장 타샤만이 카르세인의 단서를 조금이나마 알고 있었다. 그마저도 전담 하녀인 카밀라와 함께 중요한 일을 하러 간 상태라 외박이 확정되었다는 것밖에 전해 듣지 못했다.

그 말을 듣고 확실한 얘기냐며 타샤에게 몇 번이나 물었는지 모르겠다. 클레어는 타샤로부터 안심해도 된다는 말을 몇 번이나 듣고서야 잠을 청했고 그 뒤로도 조금은 잠을 설쳤다.

아침이 다가왔다.

푸르륵거리는 말소리와 함께 마차에서 카르세인이 내렸다.

클레어가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침이 다 돼서 돌아오네? 야 너는 어딜 갔다가 지금 돌아와? 심지어 외박을 한다고 하면 외박을 한다고 말이라도 해야지 가족들 다 걱정하게 이게 무슨 짓이야?”

우선 잔소리부터 해야겠거니 싶었다. 행선지도 안 밝히고 집안에 알리지도 않아 걱정을 시켜댔으니 말이다.

그래도 잔소리는 여기까지.

뭘 하다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잔소리만 하려고 한 게 아니었다.

그런데.

“내가 어디서 뭘 하든 네가 무슨 상관인데.”

카르세인의 그 한 마디에 온열은 차디찬 냉기로 뒤덮이고.

곧바로 속에서 열기가 확 피어 올랐다.

“허? 너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

“그건 내가 할 말이지. 옛날엔 아무 신경도 안 써놓고 왜 이렇게 요새 참견이 심해졌나 모르겠다?”

참견이 심해졌다고?

그 말을 듣자마자 카르세인에게 문득 화가 났다.

“카르세인. 말 가려서 하지? 가족 걱정하는 데에 참견이라고?”

“사실이잖아? 괜한 참견이기만 하니까. 아 그게 아니면 이걸로 한 소리 하고 싶어서 그래?”

한 번 화가 뻗치기 시작하자 그때부터는 되돌아 올 수 없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또 짜증을 내고 있었다.

“이게! 지금 하루 사이에 갑자기 말도 없이 바깥에 다녀와 놓고 그딴 식으로 나와?”

문제는 문제대로 일으켜 놓고.

걱정은 그렇게 시켜놓고.

가족의 걱정을 아무 쓸모도 없는 참견으로 치부하는 게 괜히 싫었다.

그래서 또 소리쳐 버리고 말았다.

“넌 진짜 우릴 손톱만큼도 가족으로 보지 않는구나?”

씩씩거리며 그리 물었을 때. 클레어는 순식간에 공기가 얼어붙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실수였다.

함부로 담아선 안 될 말이었다.

바로 바로 철회해야…!

“좋을 대로 생각해.”

카르세인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그리 대답하자.

-뚝.

그 순간 클레어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끊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화기가 사그라든다.

싸늘한 냉기가 덮치는 것만 같다.

아무 표정 하나 짓지 않고서 좋을 대로 생각하라는 저 한 마디에.

클레어는 그 자리에서 멍하니 카르세인이 지나쳐 가는 걸 보고만 있었다.

붙잡지 않았다.

아니. 붙잡을 수가 없었다.

예처럼 일갈하거나 때릴 생각은 추호도 들지 않았다.

불현듯 찾아오는 이 찝찝하면서도 묘한 기분에 가슴이 쪼그라드는 것만 같았다.

‘이게… 대체 무슨 기분이야…?’

-띠링!

[ 클레어 바그란드 ]

[ 친밀도 : 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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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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