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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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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96

루스마이어에 다녀온 뒤로 며칠이 훌쩍 지나갔다.

한 마디 말도 없는 외출에서 외박까지 이어지며 클레어가 나를 멈춰 세웠지만 그게 끝이다.

머지않아 참가할 동부 귀족 회의를 대비하고 있으니 클레어는 고사하고 아리나나 이사벨라도 내 방을 찾지 않았다.

각자 바쁜 시기였다.

귀족으로서도 바그란드로서도.

하지만 나에게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이 분기에서 카르세인이 영지를 얻게 되는 건 단순히 메시지로만 뜰 뿐 선택지를 고른 뒤로는 상세한 관리법이 나오지 않았다.

버튼 몇 개로 이루어진 창에서 계산 몇 번만 머리로 두들겨 해결하면 그만인지라 딱히 건들 게 없던 것이다.

즉 이 장면은 게임에선 나오지 않은 장면.

영지를 관리하는 것조차 게임이 아닌 현실로 마주하고 있는 내겐 얼마든지 변수가 생겨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했다.

“후우. 이걸 내가 직접 다 해결해야 한다니.”

서류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체크하는데도 정신이 없다.

에피소드 III. 영주로서의 증명은 총 네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만 클리어할 수 있다.

첫째는 모드리치 백작가 기사들을 쓰러뜨리고 행패를 주민들에게 알릴 것.

둘째는 영지민들이 근방 귀족들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게 할 것.

위 둘은 이미 해결한 상태다.

그러나 나머지가 문제였다.

[ 3. 루스마이어 영지가 다른 영지와 연결되어 충분한 거래가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것. ]

고립된 루스마이어는 다른 거래처를 찾아야 하고 자연스럽게 근방 영지가 아닌 와글루 산을 넘어가는 쪽을 택한다.

그래서 이 조건은 와글루 산에 길을 만드는 사업이 진행된다.

어쨌거나 그 산을 넘어갈 수 있도록 도로를 깔기만 하면 얼마든지 타 영지와의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선택지만 달랑 누른다고 해결됐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내가 그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한

[ 4. 동부 귀족 회의 전까지 영주로서 루스마이어 영지를 부흥시킬 것. ]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봐도 상관 없었던 4번 조건이 더한 압박으로 다가온다.

[ 진척도 : 9% ]

[ 주민들의 수행 능력 : 67% ]

[ 주민들의 불만 : 0% ]

온갖 수치들이 다 표시되어 상태창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가장 아래에는.

[ 종합 달성도 : 3% ]

이 조건을 만족하느냐를 판가름할 종합 달성도가 한 자릿수로 표기되어 있었다.

한 마디로 3번 4번 조건을 만족시키려면 이 사업을 성공시켜야 하고.

루스마이어 영지를 되살리는 이 중대한 사업을 내 손으로 진행해야 한다.

상식적으로 가능할 리가 없다.

어떻게 귀족 가문에서 제대로 수업도 안 받은 카르세인이 망해가는 영지를 되살릴 수 있단 말인가.

배운 적도 없고 배울 수도 없었다.

검이야 휘둘렀지만 영지를 맡아 본 기회는 단 한 번뿐. 그마저도 샤트렌의 수치이자 귀족으로서 한 영지를 망가뜨린 최악의 사태로 남아 있다.

그런데 그런 카르세인이 영지를 되살린다?

그것도 동부 귀족 회의 전까지?

가당키나 한 소릴 해야지.

당최 어떤 식으로 해결했는지도 모르겠다.

게임에서 뭔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도 안 간다.

근데 그걸 성공했다고 하니 참 어이가 없을 일이다.

하지만.

현대 지식을 충분히 갖춘 나라면 어느 정도 비벼볼 만하다.

“카르세인 도련님.”

카밀라가 마침 도착했다.

“들어와.”

“실례하겠습니다.”

루스마이어 영지에 있어 가장 부담이 적은 인물일 뿐만 아니라 루스마이어에 대해서도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

그리고 지금은 내가 시켜놓은 일들을 수행하는 하녀기도 했다.

‘얼굴 보니 딱 알겠네.’

어떻게 됐냐고 물을 필요도 없다.

내 짐작이 고스란히 맞아든 거겠지.

그렇지 않고는 루스마이어를 한참이나 관리해왔던 카밀라가 저런 표정을 지을 수가 없다.

“도련님의 말씀대로 와글루 산은 큰 기반암 하나가 크게 튀어나와 있는 구조인지라 마수들의 영역이 깊숙한 장소까지는 펼쳐져 있지 않았다고 합니다.”

“역시나.”

“조사 결과 마수들은 대개 변두리 지역. 그러니까 저희 마을을 빙 둘러 지나는 장소에 위치했었습니다. 그것도 울타리를 쳐서 해결하면 얼추 통로로 쓸 수 있어 보입니다.”

“그만큼 조사했단 건 아예 탐사가 진행됐단 소리니까 내가 말했던 도면도 만들었겠네?”

“네. 탐사를 진행한 주민들이 상당히 꼼꼼하게 만들어 뒀더군요.”

그녀가 내게 도면 세 개를 건넸다.

각각 정면 측면에서 와글루 산이 가진 강도를 나누어 표시한 도면이었다.

그걸 보는 순간.

나는 입꼬리를 씨익 들어올렸다.

“카밀라. 기존의 도로 건설 건은 폐기한다. 주민들에게도 멈추라고 해둬.”

“네 네?”

카밀라가 이런 소릴 내뱉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와글루 산에다 도로를 까는 이 사업은 카밀라에게만은 공유한 상태다.

그녀는 우려를 표하며 되물었다.

“도련님. 송구하오나 연유를 묻고 싶습니다. 지금 당장 이 사업을 진행해 다른 영지와 거래를 진행하더라도 늦을 텐데… 그걸 취소하시는 이유가…”

말을 끝까지 마치진 않았지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진 알겠다.

“걱정되는 거야 이해한다. 이대로 진행해도 모자랄 상황에 저걸 취소까지 하고 있으니 도통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겠지. 근데 난 아무 생각 없이 그 사업을 철회하려는 게 아니야. 루스마이어를 포기할 생각은 더더욱 없고.”

“그럼… 감히 주제 넘는 것을 무릅쓰고 여쭤보겠습니다. 어째서 그걸 취소하신 건가요?”

“시간이 부족하거든.”

“시간이요?”

“내가 저 영지의 영주가 된 건 다름이 아니라 동부 귀족 회의에 참가할 권한을 얻기 위해서야. 그 사업을 진행해 버리면 한참 늦어져 버려.”

이 사업을 취소하면 루스마이어 영지는 끝장난다.

그걸로도 모자라 제2의 샤트렌 영지가 될지도 모르지.

또한 이 악명이 고스란히 카르세인에게 씌워져 되돌릴 수 없는 사태가 발발할 가능성마저 존재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급한 게 바로 시간이다.

‘그 회의에 참석할 권한이 사라지면 바로 배드엔딩이야.’

샤트렌 영지는 카르세인을 향한 악감정을 나날이 키워가고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식으로 죽을지 모른다.

게임에선 뜬금없이 이쪽을 너무 놔뒀다가 마을 주민에게 죽어버리는 배드엔딩도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니 시간을 단축시켜야 한다.

무슨 수를 써서든.

“뭐… 지금 밝힐 생각은 없었지만 카밀라 너 한 명 정도라면 괜찮겠지.”

“네?”

나는 보란 듯이 도면 위에다 선을 쭉 그렸다.

그리고 바로 옆에 있던 서류까지 그녀에게 보란 듯이 내밀었다.

그 둘을 바라보던 카밀라는 순간 헉! 하고 헛숨을 들이켰다.

“쉬잇. 알았지?”

더 설명할 건 없었다.

***

‘세상에…’

카르세인의 방에서 고개를 숙이고 나온 카밀라는 아직도 머리에 커다란 망치가 내려쳐진 것만 같았다.

루스마이어가 처한 상황을 고려해 와글루 산을 깎아 타 영지로 넘어가기 위한 도로를 만드는 계획 자체도 사실 쉽게 시도할 만한 건 아니었다.

루스마이어 영지에 대해 꼼꼼히 공부하고 맹점을 놓치지 않고서야 나올 만한 선택이었단 거다.

하지만 그걸 철회하는 건 더더욱 시도할 만한 일이 아니었다.

자칫 잘못했다간 루스마이어는 제2의 샤트렌이 되어 카르세인을 덮칠 게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카르세인은 이 결단을 굽히지 않았다.

그럴 만한 근거를 제시하며.

전혀 생각지도 못한 쪽에서 공식을 만들어내며.

두 가지 조건에 시간까지 줄여야 한다는 이 어려운 과제의 답을 내놓았다.

멍하니 복도를 걸으며 카밀라는 그 대화를 떠올리고 또 떠올렸다.

그러다 문득 한 목소리가 카밀라의 흐려졌던 주의를 바짝 당겨 세운다.

-짝!

타샤가 멍하니 걸어가던 카밀라의 눈앞에 손뼉을 쳐 정신을 일깨운다.

“카밀라. 정신을 다른 곳에 두고 있구나.”

“…!”

그녀의 어머니 타샤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머니가 아닌 하녀장이다.

타샤는 언성을 올려 카밀라를 크게 꾸짖었다.

“도련님과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진 모르겠다만 너는 카르세인 도련님의 전담 하녀다. 그런데 이렇게 정신을 다른 데 두고 있으면 어떡한단 말이더냐.”

제 딸이지만 그렇기에 품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더 크게 꾸짖어야 했다.

카밀라도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똑바로 처신하겠습니다.”

“그래. 도련님께 폐가 될 일은 하지 말거라. 카밀라.”

“명심하겠습니다. 하녀장 님.”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든 카밀라는 곧바로 카르세인의 지시를 이행하러 출발했다.

그런 카밀라와 반대로 타샤는 걱정이 한가득한 마음으로 카르세인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카르세인의 방문을 두드리며 타샤는 말한다.

“카르세인 도련님. 바쁜 시기라는 건 알고 있으나 도련님의 호출을 명하셨습니다.”

***

카밀라를 보낸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하녀장 타샤로부터 호출을 전달 받았다.

사실 언제쯤 오는지 내 쪽에서도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다.

▶이벤트 발생!◀

▶사치는 금물 이벤트가 발생했습니다.◀

▶지정된 장소로 이동해 특정 등장인물과의 선택지를 완료해야 합니다.◀

[ 지정 장소 : 아리나의 집무실 ]

이벤트의 이름부터가 사치는 금물이라는 걸 보면 알 수 있듯 돈 때문이다.

꼭 루스마이어뿐만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챕터 1을 해결한 뒤로 카르세인은 매달 상당한 양의 돈을 지급받게 된다.

하지만 챕터 2로 들어와 어느 메인 에피소드를 진행하든 간에 이 돈이 빠지게 되는데 이로 인해 이 이벤트가 발생한다.

플레이어에게 큰 돈이 들어온다 한들 그만한 페널티가 발동된다는 걸 알리기 위한 시스템의 제약이라고 볼 수 있겠다.

‘참 모순적이지. 정작 귀족이라 돈이라도 막 쓸 수 있었다면 좋겠지만 그것마저도 막아 버렸으니.’

뭐 어쨌건 불평할 게 아니라 가야 한다.

이 이벤트를 그냥 무시할 수도 없고 어느 정도의 돈을 사용했을 때 페널티를 받는 건지 툴팁으로 확인하려면 이 이벤트를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

옷을 차려 입고 나온 나는 예를 갖추는 타샤를 보며 지금 가겠다고 말했다.

“도련님?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아리나가 나 부른 거 아니야?”

“아닙니다 도련님. 아리나 아가씨가 아니라 마님께서 부르셨어요.”

“…어머니가?”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존 전개는 이사벨라가 아닌 아리나의 호출이다.

공작가의 돈을 썼다면 재무에 손을 대고 있는 아리나가 이 사실을 눈치챌 것이 뻔하며 게임 내적으로 봐도 카르세인의 사치를 지적하는 전개와 함께 선택지를 띄우기 딱 좋다.

하지만 여기서 이사벨라의 호출이라니…

뭐 됐어. 일단 이벤트부터 꺼버리고 생각하자.

“어디로 가면 되는데?”

“후원에서 만나자고 하셨습니다. 따르는 하녀나 시종들은 어찌 할까요.”

“다 물려 둬.”

혹시 모른다. 다른 가족들에게 카르세인의 사치 얘기가 들리면 어느 쪽으로든 부정적으로 들리기 마련.

카르세인에게 우호적인 인물인 타샤에게 이 선을 지켜두라 명하는 편이 좋았다.

타샤는 내 지시에 따라 하녀들과 시종들을 모두 물렸고 나는 그렇게 홀로 이사벨라를 찾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후원으로 가는 길에서 환히 빛나는 한 물체가 나타났다.

“이런 곳에 메모리얼이…?”

어떤 메모리얼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필요하겠지. 어떤 쪽으로든.

-띠링!

▶구겨진 성적표 메모리얼을 획득했습니다!◀

눈앞이 점멸했다.

위치는 변하지 않았다.

원래 서 있던 후원. 그곳에서 한 여인이 취미 삼아 키우는 식물에다 분무기를 써서 물을 주고 있다.

이사벨라였다.

지금보단 좀 더 젊은 시절의.

***

“엄마아아!”

한 소녀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어미에게 달려온다.

“플로라. 그렇게 뛰어다니다간 다친다고 말했잖니.”

“히히. 안 다쳐!”

하여간 못 말리겠다는 듯 팔자 눈썹을 보이며 막내딸의 금발을 쓰다듬는 이사벨라.

그러자 플로라는 살짝 떨어져 제 어머니에게 보여준다.

“짠! 엄마. 이거 봐라? 엄청 많이 맞췄지?”

“후후. 열심히 공부했네?”

“응! 그래서 엄마한테 보여주려고 가져왔어!”

이가 빠져 아직 발음도 제대로 되지 않는 플로라지만 귀엽게도 이걸 자랑하고 싶어 찾아온 게 아니겠나.

이사벨라는 미소를 머금은 채 막내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춰주었다.

“다음에도 열심히 하렴?”

“응! 히히.”

그 사이 두 자매가 다가왔다.

이사벨라가 젊어진 만큼이나 두 자매도 어렸다.

“어휴. 우리 막내는 언니들한테 그렇게 자랑하는 거보다 엄마한테 자랑하는 게 더 좋은가 봐?”

“참. 클레어 너도 자랑하고 싶다고 말하지 그래.”

“뭐 뭐?!”

-샥!

“헉! 어 언니!”

“클레어도 이번에 도로시 부인의 수업을 열심히 듣더니 이런 성적이 나왔더군요.”

“자랑스럽구나. 도로시 부인의 수업은 제법 어려울 텐데.”

“아이 진짜. 이러려고 가져 온 게 아닌데…”

클레어가 새침하게 팔짱을 끼고서 시선을 돌린다.

그 모습을 보며 아리나와 이사벨라는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아리나. 너는 어찌 됐니?”

“네?”

“열심히 공부한 건 너도 마찬가지잖니. 칭찬은 고루 받아야 마땅할 테고.”

어쩔 수 없다는 듯 아리나도 성적표를 내놓았다.

가장 나이가 많이 찼던 만큼 틀린 문제가 현저히 적다.

“큰언니는 틀린 게 거의 없어!”

“와. 이래놓고 내 성적표만 쏙 빼다 준 거야? 언니도 참.”

“아니야. 이제는 슬슬 아예 틀린 게 없어야지. 부족했던 거야.”

“겸손도 좋지만 열심히 한 건 인정받아야 한단다. 아리나.”

“네. 앞으로 더 증진할게요. 어머니.”

그 말에 아리나도 짤막하게 만족의 대답을 보였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가족 전원이 모여 조금씩 성적표를 드러내는 모습은 태양이 내리쬐는 햇살만큼이나 따사로웠다.

그 정도로 후원에선 포근하고 다정한 온기가 흘렀다.

그러나 해가 있다면 그림자도 존재하는 법.

그늘진 한 장소에서 저들에게 끼지 못한 한 소년은 조용히 자리에서 벗어났다.

이후 보이지 않을 장소에서.

아무도 모르는 그늘진 장소에서.

몰래 땅을 파기 시작했다.

소년이 땅을 파기 위해 손에서 꾹 쥐고 있던 힘을 풀자 물체는 힘없이 낙하했다.

꾹 쥐고 있었던 그것 역시 자매들의 것과 마찬가지인 한 장의 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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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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