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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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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98

조금 전까지만 해도 모자 사이에서는 찬바람이 가시고 따스한 기류가 피어오르던 참이었다.

그러나 이 따스한 기류는 생겨나기도 전에 사라졌다.

어째서인지 카르세인으로부터 차디찬 바람이 쌩하고 불어온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 손짓 한 번에.

살짝 놀란 탓에 이사벨라는 한 번 더 묻는다.

“그 말을 들은 걸 기분 나빠 하는 거니? 카르세인.”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지극히 옳으신 말씀이니까요.”

“…그러니.”

손을 밀어낸 것 때문에 순간 그런 생각이 든 모양이다.

순간 왜 그런 착각을 한 걸까. 카르세인의 태도가 비뚤어졌던 것도 아닌데.

순순히 자기가 잘못한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은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볼 수 있었다.

또한 한 마디 한 마디에도 변명을 대거나 토를 달지 않는 등 지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걸 보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마지막으로 반항의 여지를 준 게 아니라 단순 질문이었다. 그게 끝이냐는 게 다였지 않나.

‘나도 좀 예민해진 모양이야.’

이사벨라는 괜한 생각을 다 한다 싶어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미안한 마음에 뺨을 어루만지려던 손의 경로를 바꾸어 카르세인의 손을 쓰다듬어 본다.

“사실 그런 돈은 공작가의 사업으로도 충당하고도 남는단다. 어찌 만들든 네 용돈 정도는 영지민들보다 여러 사업의 이윤으로 만드는 편이지. 돈에 대한 경각심을 좀 새겨주고자 했던 것이니 혹여라도 기분 상해 하진 말거라.”

“아까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저는 속상한 생각 같은 건 들지 않습니다.”

“그러니. 부쩍 대견해졌구나.”

그래. 옛날과는 달랐다.

제 돈이 제게 할당된 거라며 소리치는 카르세인은 없다.

그 돈도 똑바로 못 쓰냐며 바락바락 화를 낼 카르세인도 없고 두 누나나 여동생에 비해 자유롭지 못하다고 소리칠 카르세인도 없다.

어엿하게 한 명의 바그란드로 자라난 카르세인은 이미 그 시절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덕분에 이사벨라도 한시름 마음을 놓고서 털어놓을 수 있게 되었다.

“동부 귀족 회의 건은… 내가 직접적으로 도울 수는 없게 되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거라. 네 누나들이 어떤 사람들이니. 충분히 도와주고도 남을 거다.”

물론 아리나가 카르세인의 동부 귀족 회의 참여 권한을 반드시 박탈하겠다며 엄포를 놓기야 했지만 그리 박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지금처럼 어느 정도 손을 써두기도 했고.

따라서 조금만 두 누이에게 도움을 받는다면 카르세인도 문제 없이 이번 시험을 넘길 수 있으리라.

그렇다면 딱 하나만 주의하면 된다.

“샤트렌 영지 쪽은 신경 쓰지 말거라. 너는 네 시험에만 집중하면 된단다. 카르세인.”

샤트렌 영지.

과거의 트라우마가 남아있을 수 있다.

그때를 잊지 못하고 카르세인이 궁지에 몰릴 수 있다.

이사벨라는 우선 그 불안을 떨쳐내야 했다.

“비록 일이 그리 되었다만 클레어가 부티크 사업을 통해 번 돈의 일부를 지원금으로 보내고 있단다. 샤트렌 영지 측에서도 크게 말이 나오지는 않고 있으니 차곡차곡 준비해 보거라.”

굳이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이 클레어가 번 돈의 일부가 지원금으로 들어가고 있다.

샤트렌 측에서는 이 지원금을 받으며 카르세인에 대한 원망을 줄여 나가고 있으니 영지가 회복될 때까지 저쪽은 한 수 접어두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문득 카르세인이 묘한 말을 했다.

“옛날 기억이 좀 나네요. 이 후원에서 예전에도 물을 주고 계셨었죠.”

“물을 줄 때…?”

“그때 전 흙 묻은 손으로 가꾸고 계셨던 정원을 파헤쳤습니다. 기억하십니까?”

“그야… 기억은 한다만…”

오늘처럼 후원에서 기다리고 있자 세 딸이 찾아와 성적표를 건네던 날이다.

하지만 이걸 왜 묻는 건가.

이사벨라가 말을 끝까지 잇지 않고 의문스러운 눈빛을 보이자 카르세인은 선뜻 대답했다.

“그때 제가 땅을 판 건 너무 초라한 제 성적표를 거기다 묻으려고 그랬던 겁니다.”

***

카르세인의 성적은 틀린 것 하나 없는 만 점 짜리 성적표다. 두 누나와 한 여동생과는 달리.

당연히 나이에 비해 배우는 영역이 다른 만큼 다 맞췄다는 게 더 잘한 건 아니다.

사칙연산이 이차 방정식이나 지수 로그 함수에 비할 정도가 아니고 그 이차 방정식과 지수 로그 함수조차 적분과 통계 및 기하와 벡터에 비할 정도가 아닌 만큼 수준을 고려해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그 모든 걸 동시에 배워 얻어낸 성적표라면 그건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냉정하게 나는 그 셋을 아득히 뛰어넘은 수준이라 말할 거다.

같은 시간 동안 같은 걸 배운 게 아니라 한없이 부족한 시간 내에 그들이 배울 것을 모두 익혔다.

그렇게 받아낸 성적표가.

차별까지 받으며 얻어낸 성적표가.

바로 이것이다.

카르세인은 정말로 칭찬 받아 마땅할 성적표를 가지고 있었다.

이 종이 공에 들어있는 글귀들은 초라한 게 아니라 휘황찬란한 노력의 증거였다.

그러니 나는 거짓말을 할 것이다.

카르세인의 노력을 알아줄 사람은 적어도 이 사람들이 아니다.

아니. 저들이 알아선 안 된다.

끝까지 모른 채로. 아무것도 알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성적표를 땅에다 묻으려 했다니… 그런 일이 있었구나.”

이사벨라는 고개를 저으며 내 손을 꼭 잡았다.

“사람이 실수라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법이야. 배움에 있어서도 틀리는 게 많을 수 있는 법이고. 난 네가 그렇게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안 좋게만 바라볼 생각은 없다.”

마찬가지로 나를 혼낼 일은 없다고.

그녀는 말한다.

“이번 동부 귀족 회의에서도 그것 때문에 많이 시달렸겠구나. 그래. 내 아리나에게 말해두마. 이런 옛날 얘기를 해주면 그 아이도 어련히 받아들여 줄 게다.”

-띠링!

[ 1. 그럼 아리나한테 꼭 좀 전해주세요. 제 권한 때문에 걱정이라고요. ]

[ 2. 아리나 말고 클레어한테 말해주세요. 샤트렌 영지도 클레어가 지원금을 보내주고 있잖아요. ]

[ 3. 필요 없습니다. ]

원래라면 답은 2번이었겠지.

간혹 선택지에 저런 식으로 아무 예고 없이 힌트가 쓰여져 있는 경우가 있다.

상식적으로 카르세인이 망쳤다던 샤트렌 영지를 지금 돌보고 있는 사람이 없다면 그건 그것대로 금세 데드 트리거가 찾아왔겠지.

따라서 저게 정답인 것이다.

클레어가 샤트렌 영지에 지원금을 보내 카르세인의 똥을 치우고 있으니 그녀의 도움을 받는 편이 훨씬 수월했을 거다.

그러나 나는 고르지 않는다.

[ 3. 필요 없습니다. ]☑

“필요 없습니다.”

“…카르세인?”

“아리나나 클레어의 도움을 받아가며 간신히 동부 귀족 회의의 시험을 통과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런 식으로 해결하면 전 계속 이 자리에 머물게 됩니다.”

“카르세인…”

“그리고 공작 부인의 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사벨라의 두 손을 슥 밀어냈다.

“제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그 초라한 성적을 직접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저는 제 자리에 서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 상황도 똑같죠. 공작가의 힘이나 주변 사람들의 힘만 받아 올라가면 저는 바뀌지 않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살짝 벌어졌던 이사벨라의 입가가 좁혀졌다.

선택지에서 얻은 정보도 있었지.

망설일 필요 없이 그걸 입에 담았다.

“클레어가 영지에 보내고 있던 지원금. 그거 전부 제 쪽으로 돌려 주십시오.”

“뭐? 그게 무슨…!”

“똑바로 갚아야 할 거 아닙니까. 제 돈조차 공작가의 돈인 마당에 클레어의 사재를 빌려 일을 무마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제가 직접 해결하는 게 옳을 텐데요.”

“그리 진행하면 네 용돈이 전부 날아가고 말 거다. 클레어는 생각보다 많은 돈을 거기다 쓰고 있어.”

그렇겠지.

샤트렌 영지는 회복되기 힘들 지경까지 갔다고 했다.

그런 그들을 먹여 살릴 수준으로 지원금을 보낸다고 하면 아무런 수입이 없는 카르세인은 모든 용돈을 쏟아 부어야 한다.

허나 그조차 개의치 않는다.

그건 공작가의 돈이자 내가 갚아야 할 돈이다.

“벌이라 생각하고 받도록 하죠.”

“벌이라니… 카르세인 너…”

“동부 귀족 회의에 참여할 권한도 그곳에서 볼 시험도. 전부 홀로 해결할 겁니다. 저도 언제까지고 공작가에서 밥만 축내는 짐승이 될 생각은 없으니까요.”

그 말을 마친 뒤 나는 이만 가보겠다고 말했다.

이사벨라는 더 이상 나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만 가봐도 좋다는 말을 들은 나는 곧바로 등을 돌렸고 이사벨라 대신 상태창이 나를 쫓아왔다.

-띠링!

▶히든 에피소드. 구겨진 성적표를 클리어했습니다!◀

▶선택지 이상의 결과를 불러일으키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보상

[ ??? ]

‘또 히든 에피소드인가.’

이번엔 시작한 줄도 몰랐던 히든 에피소드가 자동으로 클리어되어 있었다.

보상 창은 더할 나위 없이 초라했다.

플레이어로서 이 선택지를 고르는 바람에 이사벨라의 힘은 물론이고 아리나 클레어의 도움조차 뿌리친 상황이다.

하지만 저 하나만 남고 텅텅 비어 있는 보상이야말로 진짜 보상이나 진배 없었다.

조금씩 공작가와의 줄을 끊어가고 있다는 게 보상이지. 그럼 뭐가 다른 보상이겠나.

솔직한 마음으론 지금까지 받았던 것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보상이었다.

두 번이나 그런 경험을 한 것만 같아서 이 부분은 좀 빡치지만 말이다.

그 사이 진행창을 슬쩍 흘겨본다.

▶사치는 금물 이벤트가 진행 중입니다.◀

▶아리나의 집무실로 향해 대화하세요.◀

‘아. 맞다. 이 이벤트 해결하는 건 아리나였지?’

후원에서 이사벨라를 만나는 건 이 이벤트를 클리어한 게 아니다.

그 말은 아직 한 단계 더 좆같은 일을 경험해야 할 가능성이 높단 얘기다.

괜히 감정 들어가서 짜증이 난 건 맞지만 이것도 찰나의 감정이다.

나는 적당히 털어 버려야겠단 생각으로 후원을 빠져 나왔다.

그런데.

후원을 벗어나자마자 나는 덥석 팔을 붙잡혔다.

“카르세인. 너 왜 그랬어.”

핑크빛 머리. 사납게 올라간 눈매.

클레어였다.

얘가 여기서 왜 나를 만나는 걸까. 이벤트를 해소하기 위해 만나야 하는 건 아리나일 텐데.

그 순간 상태창이 다시 켜졌다.

-띠링!

▶가려졌던 보상이 드러납니다!◀

■보상

[ 다음 이벤트에서 주변 인물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

[ 해당 효과로 클레어가 이사벨라와의 대화를 엿들었습니다! ]

‘그걸 엿들었다고.’

▶밝혀진 보상으로 인해 추가 이벤트가 발생합니다!◀

▶이벤트로 인해 클레어의 친밀도가 변화할 수 있습니다.◀

[ 현재 친밀도 : 47% ]

뭐가 뭔지 모르는 마당에 상태창은 그러거나 말거나 내게 추가 이벤트를 넣고 있다.

기존의 전개엔 이런 이벤트? 당연히 없다.

뭐가 뭔지 모르는 마당에 클레어가 내 팔을 붙잡으며 선택지와 함께 대화를 마쳐야 하는 상황 같은 건 모른다.

근데 막상 클레어가 그걸 엿들었단 사실은 크게 문제될 게 없다.

똑같이 대답하면 되니까.

-띠링!

이사벨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클레어도 나에게 할 말이 많은 눈빛이다. 아마도 크게 다르지 않게 뭔가 맘에 안 드는 걸 지적할 생각이겠지.

“뭐가 또 그렇게 불만인데?”

나는 태연한 표정으로 클레어의 반응을 기다렸다.

“이 멍청아! 엄마한테 똑바로 얘기 안 했으면 혼 안 났잖아!”

클레어는 답답한 듯 소리쳤다.

“네 돈 루스마이어 영지 사는 데에 쓴 거였잖아. 그것만 똑바로 엄마한테 말했으면 엄마도 안 혼냈을 텐데 정말 그걸 몰랐다고 할 거야?! 아니잖아!”

예상했던 대로 목소리가 영 언짢은 건 맞았다.

근데 이쪽이라.

그럼 답은 이거다.

[ 1. 네가 그걸 뭐하러 신경 쓰는데? ]☑

“네가 그걸 뭐하러 신경 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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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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