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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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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99

일이 영 손에 잡히질 않았던 클레어는 산책이라도 나가야겠다며 잠시 펜을 놓고 공작저를 걸었다.

그녀는 몰랐겠지만 공작가의 하인들은 모두 둘째 아가씨가 왜 저러나 하며 눈치를 잔뜩 보고 있다.

평소 같았다면 “안녕하세요 둘째 아가씨!” 하고 힘찬 목소리로 인사하는 신입 하녀들도 보였겠으나 지금은 그럴 엄두조차 보이지 않는다.

아니꼬운 얼굴.

사납게 치켜 올라간 눈매.

날카로운 눈썹.

누가 봐도 클레어는 화가 난 모습이었다.

-좋을 대로 생각해.

그런 클레어의 귓가에 카르세인의 냉랭한 대답이 맴돌았다.

곧바로 찌푸려지는 미간.

발걸음도 덩달아 멈춘다.

가족들을 걱정시켰다는 정도로만 그쳤으면 될 일을 왜 관여하냐는 듯한 말을 듣자마자 기분 나쁠 소리가 섞여 버렸다.

여기서 카르세인이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는 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그건 클레어 본인도 자각하고 있다.

그러나 그 뒤가 문제다.

왜 자기가 그런 말이나 들어야 하냐며 되묻거나 짜증을 내는 등의 표현이었다면 클레어도 얼른 사과했을 것이다.

헌데 좋을 대로 생각하라니.

아무 신경도 안 쓰인다는 듯 그리 말하고 지나쳐 가는 카르세인을 보며 왠지 모를 찝찝함이 느껴졌다.

그 찝찝함이 클레어를 여기까지 이끌고 온 것이다.

‘하 씨. 대체 뭐지?’

옷차림과 헤어 스타일은 사람의 인상을 바꾼다는 모토를 가진 클레어다. 그런 그녀가 다시 머리를 긁적였다.

머리가 헝클어지는 것보다 이 찝찝한 기분이 더 깊이 각인된 것이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암만 떨치려 해도 카르세인의 심경은 알 수 없었다.

좀 더 걸어야 했다.

복잡한 마음으로 다시 산책로를 걷던 그녀는 이내 후원에 다다랐다.

그러다 우연히 어머니의 목소리가 그곳에서 흘러나오고 있음을 인지했다. 후원의 실내 정원은 직접 가꾸는 만큼 여기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거야 그러려니 했다.

다만.

“네 기분이 나빴던 것은 알고 있단다. 카르세인. 허나 이번에는 제대로 꾸짖어야겠구나.”

어머니와의 대화 대상이 카르세인인 것은 클레어의 이목을 끌기에도 충분했다.

클레어는 후원의 뒤쪽으로 돌아 모자간의 대화를 엿듣기 시작한다.

어떤 대화인고 하니.

카르세인이 그간 받지 못했던 돈과 그 지출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러고 보니… 요새 한동안 안 보였었지. 어디 갔나 했더니 용돈을 쓰고 다닌 모양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그 정도가 과했다며 어머니는 따끔히 지적했다.

한땐 클레어도 들었던 말이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는 공감이 갔다.

다만 그 긴 말을 들을 동안 카르세인은 토씨 하나 달지 않았다.

오로지 어머니의 목소리만이 들려오는 걸 보면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은 것만 같았다.

클레어는 그게 영 이상하게만 느껴졌다.

‘나중에 가서 그 말을 하려는 건가?’

한 부티크를 운영하다 보면 이런저런 이야기가 들려오기 마련이다.

클레어도 그래서 알고는 있다.

카르세인의 돈이 어느 쪽으로 사용됐는지.

루스마이어 영지.

그 어떤 가문의 비호도 받지 못한 채 나날이 문제를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던 그곳은 하루아침에 한 사내의 비호를 받게 되었다.

그게 카르세인이었다.

당연하겠지만 어머니께서도 이 말을 듣고 화를 낼 리는 없다.

좋은 곳에 쓴 것이다.

사치를 부린 게 아니라 한 영지를 돕기 위해 사용한 것이다.

바그란드로서 응당 잘한 일이라고. 귀족으로서도 올바른 선행을 한 것이라고. 당장은 그렇게 말할 터였다.

“잘 들었습니다.”

머지않아 카르세인이 입을 열었고.

“그 말을 들은 걸 기분 나빠 하는 거니? 카르세인.”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지극히 옳으신 말씀이니까요.”

“…그러니.”

어머니께선 너무 냉랭한 어조에 한 번 더 물었지만.

클레어는 알 수 있었다.

그건 너무 무미건조한 대답이라는 걸.

그 순간 싸한 느낌이 클레어의 등골을 타고 흘렀다.

설마 저대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건 아니겠지?

설마. 설마 그럴 리가.

아무리 그래도 이건 지나친 걱정일 거라며 클레어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카르세인은 루스마이어와 관련된 건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성적표를 묻었단 옛날 얘기에서 동부 귀족 회의 주제로 대화가 흘러간 뒤로도 마찬가지.

그걸 듣고 있던 클레어는 기가 찰 지경이었다.

잠시 후 카르세인이 대화를 마치고 걸어 나온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클레어는 카르세인의 팔을 붙잡으며 막아섰다.

“카르세인. 너 왜 그랬어.”

“뭐가 또 그렇게 불만인데?”

“이 멍청아! 엄마한테 똑바로 얘기 안 했으면 혼 안 났잖아!”

왜 그걸 똑바로 말하지 않은 건지.

클레어는 답답해하며 그 자리에서 카르세인이 꺼냈으면 했던 말을 제 입으로 꺼냈다.

“네 돈 루스마이어 영지 사는 데에 쓴 거였잖아. 그것만 똑바로 엄마한테 말했으면 엄마도 안 혼냈을 텐데 정말 그걸 몰랐다고 할 거야?! 아니잖아!”

변명이나 핑계가 아니라 충분히 근거를 대며 올바른 지출이었다 주장할 수 있었다.

루스마이어의 상황은 어머니도 알고 있기에 짤막하게만 언급해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멍청하게 잘못한 사람처럼 서 있지 않아도 됐다. 이미 엠마 때문에 카밀라를 도우려 했단 전례도 있었지 않은가?

못해도 사치를 부린 게 아니라고만 섞어도 되는데 그걸 왜 혼나고만 있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말했으면 좋겠다는 심정이었다.

어머니께 그대로 전달하면 되니까.

그러나 카르세인은 언제나 그랬던 그 눈빛으로.

“네가 그걸 뭐하러 신경 쓰는데?”

또 한 번.

자기 잘못을 부정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뭐…?”

클레어가 넋 나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가능성 없는 영지에다 그런 돈을 소비했다. 뭐 과소비라고 볼 수도 있겠지. 게다가 너도 엿들어서 잘 알다시피 성적표도 꽝이라서 말이야. 틀린 거 없잖아? 샤트렌 영지 때를 감안하면 영주로서 자격이 없는 놈인데.”

“야. 카르세인.”

“혼날 만해. 여태 내 인식이 그래왔으니까. 전혀 문제될 거 없잖아?”

아무 문제도 없다는 듯.

이게 정상적인 반응이라는 듯 제 처지를 깎아내리고 있었다.

클레어가 무거운 한숨을 내뱉으며 물었다.

“너 대체 왜 그래? 지금 후원에서 내가 옛날에 뭐라 한 것 때문에 그래?”

“그건 아니지만 그때도 내가 잘못한 건 맞긴 하네. 이번이나 그때나 난 여전히 공작가에 흠이나 내는 놈인 모양이야.”

“허…!”

기가 찬다.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후원에서 땅 파고 있었던 거야 엄마가 직접 가꾼 정원이니까 뭐라고 한 거 맞아. 근데 이번엔 아니잖아.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잘못한 사람처럼 굴어?”

그때와는 다르다. 그마저도 사소한 부분을 짚기야 했지만…

지금은 카르세인에게 아무런 잘못도 없었다.

“너 잘못한 사람 아니야. 근데 왜 아무런 자격도 없는 놈이라고 비하하는 건데. 똑바로 말했으면 이렇게 혼날 게 아니라 오히려 칭찬 받았을 거 아냐! 과소비라고? 아무도 관심없는 빈 영지 하나 살 돈이면 공작가가 아니라 내 선에서도 처리되는 수준이야. 공작가 장부에 구멍은커녕 흠집도 못 내는 수준이라고! 그걸 왜 과소비라 말하면서 네 잘못으로 치부하는 건데?”

그것뿐만이 아니다.

“게다가 뭐? 샤트렌 영지에 보내는 내 지원금을 전부 네 용돈으로 돌리라고? 언니나 나한테 도와달라고 하면 이번 일을 잘 설명해서 그깟 권한도 다시 돌려받을 수 있잖아. 왜 그러는 건데. 남들은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지내려고 하는데 넌 왜 힘든 길을 못 걸어서 안달이냐고!”

둥부 귀족 회의 참여 권한도 그렇고.

샤트렌 영지 지원금 얘기도 그랬다.

“그걸 왜 마다하는 건지 진짜 모르겠어. 왜 그러는데?”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서.

왜 이렇게 나오는 건지 모르겠어서.

진심으로 화가 나서.

클레어는 그렇게 바락바락 소리쳤다.

속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쏟아낸 클레어가 씩씩거리며 숨을 골랐다.

그녀가 숨을 고르는 동안 카르세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침내 클레어의 호흡이 잔잔해졌을 때.

카르세인은 그제야 꾹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난 그걸 마다하면서 혼자 해결해야 하는 게 정상이잖아?”

“뭐… 라고?”

“덜 떨어지는 천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천것. 어딜 가든 사고를 터뜨려 대는 문제아.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사는 데다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떽떽거리며 우겨 대는 공작가의 오점. 그게 나야.”

그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여기서 공작가의 손길을 빌린다고? 귀족의 고고함에 바그란드에 먹칠 같은 걸 안 하려면 당연히 내 스스로 해결해야 하지 않겠어?”

그 순간 마치 카르세인의 말을 부정하기라도 하듯 클레어가 두 어깨를 잡았다.

“야. 누가 그딴 말 했어. 어떤 새끼가 너한테 헛바람 넣은 건데. 어?”

벽안이 형형하게 피어올랐다.

정말로 분노에 잠긴 눈이었다.

“바깥 놈들이야? 아니면 예전처럼 공작가에서 있던 일이야? 말해. 어떤 새끼들이 너한테 그딴 말을 함부로 지껄였냐고!”

“아무도 그런 말 안 했는데.”

“헛소리하지 마!”

그럴 리가 없다고.

클레어는 소리쳤다.

다른 누군가에게 그런 소리를 듣지 않고서야 카르세인이 이렇게 나올 리 없다.

“언니가 그랬어? 아니면 플로라가 그랬어?! 누군데. 누구냐고!”

아무리 그래도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이렇게 참고 있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적어도 클레어가 생각하기엔 그랬다.

“엄마나 언니한테 말 못 하겠어서 그런 거지? 그럼 나한테 말해. 내 손에서 전부 처리해 줄 테니까. 가주의 힘은 없어도 내가 그 정도는 나서서 해결할 수 있어!”

그래.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다.

예전처럼 내부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바그란드의 둘째로서 해결하면 될 일이고. 바깥 일이라면 클레어 바그란드로서 나서서 해결하면 된다.

그러니 클레어는 카르세인이 가슴 한 켠에 안고 있는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길 바랐다.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그러나.

카르세인은 그런 클레어의 기대를 싸늘하게 밀어낸다.

“필요 없어.”

“…너 진짜!”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네. 이건 내 스스로 내린 판단이야. 누군가에게 협박을 받았거나 핍박당해서가 아니라.”

제 두 팔을 밀어내는 카르세인을 보며 클레어는 넋이 나갔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어딨어.’

해명할 수 있는 걸 안 해서 혼난 게 스스로 내린 판단이라고?

다른 가족들에게 얼마든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데도 그걸 뿌리치는 게 자기 판단이란 말이야?

훨씬 더 편한 길을 걸을 수 있음에도 도움의 손길 하나 받지 않고서 험한 길을 걷고 있는 것조차 네 판단이라고?

“…대체 왜 그러는 건데. 그렇게까지 거짓말 해야 해?”

“아니. 진심이야.”

아니길 바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칼답이 되돌아왔다.

그게 더 화가 났다.

“한 마디만 하면 되잖아. 도와 달라고. 그게 그렇게 싫어?”

“…”

“똥고집 부릴 게 아니라 자존심 부릴 게 아니라! 누구에게든 한 마디만 해서 도와 달라고 하면 훨씬 쉽게 갈 수 있잖아. 그게 그렇게 싫냐고!”

카르세인은 아무 말 없이 클레어를 지나쳐 간다.

등진 채 들려오는 건 딱 한 마디였다.

“필요 없어.”

어디선가 거센 찬바람이라도 불어온 것일까.

그 말에 클레어의 부글부글 끓던 속은 일순간에 잠잠해졌다.

-띠링!

[ 클레어 바그란드 ]

[ 친밀도 : 56% ]

***

[ 1. 클레어의 조언을 받아 이사벨라와의 오해를 푼다. ]

[ 2. 클레어의 도움으로 이사벨라와 다시 대화한 뒤 아리나를 찾아간다. ]

[ 3. 클레어와 함께 이사벨라를 찾아가 루스마이어 영지 얘기를 꺼낸다. ]

클레어가 그 대화를 엿들은 여파로 긴급 이벤트라며 갑자기 이런 선택지가 떴다.

하지만 그것도 얼추 다 해결한 참이었다.

[ 5. 대화를 끝마친 뒤 클레어 이사벨라의 도움을 받지 않고 아리나를 찾아간다. ]☑

그걸 엿들었든 말든 나는 저들의 도움을 받을 생각이 없다.

다른 선택지를 골라 일이 술술 풀릴 수야 있겠지만 그건 내가 바라지 않는다.

어차피 카르세인은 혼자였다.

구겨진 만 점짜리 성적표를 보여주던 메모리얼에서도 그랬듯 카르세인은 이 가족들에게 바라는 게 없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원래 내 가족들에게 바라는 게 없었듯 지금의 내게도 공작가에 바라는 건 없다.

설령 그들의 도움을 받지 못해 힘들고 고된 길을 걸어야 한다고 한들 이 결정은 되돌리지 않을 것이다.

혼자 해결하는 건 이제 익숙하니까.

그래서 클레어에게 필요 없단 말을 남기고 돌아선 참이었다.

▶사치는 금물 이벤트가 진행 중입니다!◀

▶아리나를 만나 대화하세요!◀

아직 시스템의 요구는 끝나지 않았다.

이사벨라나 클레어의 경우엔 추가 이벤트로 취급한 모양이지만 어차피 아리나를 만나야 한단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아리나 역시 이사벨라나 클레어와 대화했던 내용 중 뭐든 집어가며 물어올 테지. 선택지와 함께 말이다.

슬슬 이동하자.

이것도 시간이 길어지면 무슨 변수가 생겨날지 모르니까.

그렇게 발걸음을 떼려 하자 곧바로 뒤통수에 클레어의 목소리가 꽂혔다.

“아오 이 멍청한 새끼. 그래! 그렇게 똥고집이나 부려! 이 병신 새끼야!”

언제나 그랬듯 둘째마냥 입이 걸걸하다.

그런데… 뭐랄까.

평소답지 않은 느낌이었다.

이번에도 괜히 심통이 나선 날 쫓아와 몇 마디 하거나 마음에 안 들면 손이라도 올라갈까 싶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냥 좀 ───면 될 것이지. 하여간 ────── 가지고!”

클레어는 바짝 짜증을 내며 무어라 궁시렁거리더니 자기 머리를 고정시키던 핀을 풀어헤치며 반대편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방금 그 말은 취소다.

저러는 거 보면 평소랑 똑같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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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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