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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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 관리 부서 차관 칼렌·
그는 한껏 긴장한 채로 의복을 점검하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곧 황제 폐하를 알현하게 되니 언행에 주의하십시오·”
냉랭한 여성의 목소리에 그는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러면서도 눈동자를 슬그머니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했다·
은하제국 제1 재상과 수석 비서관을 겸임하는 여인이 그를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매의 눈으로 점검하고 있었다·
‘후우···· 진정하자·’
은하제국의 제1 재상의 정체는 누구에게도 밝혀지지 않았다· 항간에서는 황후 후보 중 하나라는 말도 있었으니 조심해서 나쁠 게 없었다·
칼렌은 심호흡을 멈추지 않으며 긴장감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황후 후보도 후보지만 알현 대상을 생각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했다·
칼슈타인 바빌론·
종말의 군주 전지의 황제 살육의 마에스트로 성계 파괴자 도살을 노래하는 자 제노사이드 딥 임팩트 등 살 떨리는 별명을 무수히 가지고 있는 군주였다·
그의 눈에 띄었다 하면 어떤 인재도 수하를 자청하며 밑으로 들어가길 무릎 꿇고 빌며 그가 마음먹었다 하면 불가능한 일은 없다고 전해진다·
그가 황제가 되자마자 한 일은 각계각층의 탐관오리들을 참살하는 일이었으며 그때 숙청으로 흘린 피가 행성을 뒤덮었다고 한다· 칼슈타인 황제는 우주 거대 세력 중 잔인하기로 소문난 우주 해적 연합단 ‘스패로’마저도 학을 떼는 피의 군주·
심지어 지성이 없는 미확인 적대적 우주 생명체들조차 그에게 함부로 달려들지 못한다고 하니 그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었다·
2만8천년간 지속되었던 제3차 우주 대전쟁을 종전시킨 영웅으로 어떠한 세력도 무시할 수 없는 전쟁 억지력을 가졌다고 평가되는 칼슈타인은 전무후무 유일무이 군주였다·
황제의 밑에는 그림자처럼 그를 보좌하는 숨은 칼들이 셀 수 없이 많았고 그의 눈과 귀는 은하 전체를 주시하고 있다는 소문마저 있었다·
그의 앞에서 거짓은 통하지 않으며 단 하나의 거짓이라도 발설하게 되면 눈과 혀를 내려놓고 나와야 한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야말로 공전절후 고금제일 황제의 알현을 앞두고 칼렌이 긴장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칼렌은 변방의 행성에서 몸을 갈아넣으며 겨우 풀칠하던 공장 노동자로 수명이 반토막 난 채로 죽지 못해 살아가던 천민이었다· 그랬던 그가 칼슈타인 황제의 한마디로 차관이라는 자리까지 올랐으니 황제의 영향력은 눈으로 보지 않아도 익히 알 수 있음이라·
“들라·”
단 한 마디에 문밖에서도 위엄을 느끼게 하는 것은 그의 업적 때문일까? 아니면 그의 유전자 때문일까·
칼렌은 의문을 삼키곤 예법에 따라 고개를 45도 내린 채 흐트러짐 없이 발걸음을 옮겨 대례를 올렸다·
“흠····”
여상한 콧소리 한 번에 알현실에 묵직한 긴장감이 내려앉았다· 그즈음에서 칼렌은 자신 외에도 마키아 장관이 알현실에 자리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의 안색을 슬쩍 살피니 자신과 그리 다르지 않음을 눈치챘다· 긴장한 채 단 한 마디라도 실수할까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모습·
그는 같은 처지의 사람이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내심 안도감이 들었다·
‘이럴 때가 아니지·’
그는 얼른 정신을 차리며 황제와 재상의 말에 귀 기울였다·
“그대들에게 시킬 일이 있는데 말이야····”
그들은 황제의 의중을 살피며 눈을 마주치지 않게 고개를 숙이곤 머리를 팽팽 돌렸다·
***
대전의 알현실에서 나온 칼렌 차관은 황궁을 벗어난 뒤 후들거리는 다리를 진정시켜야 했다·
‘정작 황제 폐하께서는 몇 마디 말하지도 않았는데 이토록 힘들 줄이야·’
황제는 ‘그래·’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반드시 성과를 보이도록·’처럼 몇 마디 입을 열었을 뿐 명령 하달과 설명은 재상의 입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압도적인 기세와 범접할 수 없는 위엄에 감히 고개를 들기 어려웠다·
잠시 숨을 고르고 있자 마키아 장관이 등 뒤에서 나타났다·
“칼렌 차관 잠시 나 좀 보지·”
“예 알겠습니다·”
칼렌은 마키아 장관과 함께 차에 올라탔다· 차에 올라타자 차량은 자동으로 시동이 걸리더니 목적지를 설정하고 공중으로 부양하기 시작했다·
“후우···· 폐하의 경지가 날로 깊어지는 듯 함세· 이제는 같은 자리에 있기도 참 버거워·”
“어디 마키아 장관님만 그러겠습니까? 저도 혼쭐이 났습니다·”
“아니야· 내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더욱 크게 느껴지더군·”
“하하·”
마키아 장관의 앓는 소리를 몇 마디 듣자 본격적으로 임무에 관해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폐하께서 원하시는 것은 타 차원의 진출과 정복이 아닐까 싶네·”
“예?”
“폐하께서는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먼 미래의 은하 제국을 바라보고 계시겠지·”
“그렇··· 겠지요·”
칼렌은 내심 의아함을 숨겼다·
‘결국은 정체불명의 커뮤니티를 해킹해서 원하는 기능을 넣을 수 있도록 준비하란 말 아니었나? 기왕이면 이용자들의 정보도 수집하고 좌표도 따고·’
아니다· 지엄한 황제께서 그런 가벼운 사안에 직접 명령을 내릴 리 없었다·
칼렌은 고개를 흔들곤 마키아 장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영생의 옥체까지 손에 넣으셨으니 필멸자의 관점으론 감히 재단할 수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적어도 칼렌의 머릿속에서 칼슈타인 황제가 커뮤니티에 글을 싸지르면서 낄낄거리는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어쨌든 재상께서 ACC를 가동하신다니 실패할 걱정은 덜었습니다·”
“그래· 게다가 폐하께서 직접 내린 지시가 아니더라도 폐하의 숨겨진 진의를 파악하고 미리 준비하는 것은 수하된 자로서 당연한 도리겠지·”
“예 당분간은 바쁠 것 같습니다·”
“그래· 최대한 빨리 처리하자고·”
칼렌과 마키아는 임무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황궁에서 점차 멀어졌다·
***
빅뱅(Big Bang)이 이러할까·
우주 한복판의 새까만 암흑 공간을 배경으로 붉고 푸른 빛무리가 점멸했다·
후우웅-
허공에 떠 있는 칼슈타인의 뒤로 행성 하나가 죽음을 맞이하며 단말마를 내지르고 있었다·
별의 표면에서는 균열이 일어나 조각조각 떨어져 나왔고 자잘한 균열 사이로 뜨겁고 눈부신 붉은 파동이 맥동하고 있었다· 별은 끊임없이 쪼개지며 또 쪼개졌고 이내 태양처럼 섬광을 내뿜더니 가로로 둥근 파동의 고리를 발산하며 한 줌의 먼지로 흩어졌다·
고오오-
별의 죽음·
단 한 번의 공격으로 행성에 죽음을 선고한 칼슈타인은 뒤돌아서며 2km에 달하는 전용 병기를 손에서 놓았다·
지이잉-
마치 창처럼 생긴 전용 병기 주위에 위성처럼 떠돌던 패널들이 푸른 역장을 내뿜으며 창날을 감싸며 철컥- 철컥- 소리를 내면서 순식간에 보관함으로 변해 2km의 거대한 창을 뒤덮었다·
황금빛 전신 갑주를 착용한 칼슈타인의 주위로 강화슈트를 입은 장교가 뽈뽈뽈 날아왔다·
-고생하셨습니다·
끄덕-
칼슈타인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날려 기함으로 귀환했다·
황제 칼슈타인이 떠난 자리에 머물던 장교는 황제 전용의 에테르 병기를 회수하는 작업을 이어갔다· 그는 작업을 멈추지 않으면서도 주먹을 쥐었다 펴며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애를 써야 했다·
‘다중확률 물리연산 에테르 융합 병기의 성능을 이만큼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은 폐하밖에 없겠지·’
단 한 번의 휘두름으로 플랜트에 잠식당한 대행성을 소멸시켰다· 그 광경은 온갖 전장을 돌아다닌 그였음에도 등골이 쭈뼛 설 수밖에 없었다· 플랜트의 어마어마한 방어력조차도 폐하의 앞에서는 바람 앞의 등불이었다·
한편 황제 전용 기함으로 복귀한 칼슈타인은 행성 폭발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었다·
찰-칵-
차원 통합 커뮤니티에 내장된 기능이었다· 참고로 보정도 할 수 있었다·
-제목: 오늘 업무 끝! 이제 퇴근 시간^^
(대충 행성이 폭발 중인 사진·jpg)
힘 좀 썼더니 맥주 땡기네·
└····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허세는 우주 제일인 듯ㅋㅋㅋ
└도대체 이런 글은 왜 올림?
└믿을 만해야 추천이라도 눌러주지ㅋㅋ
└ㅈㄴ 한심하누
└탈멘
└본좌도 대륙 정도는 부술 수 있다만은····
└내가 본 허언증 중에 제일 심한 듯ㅋㅋ
└허언좌 어서 오고·
└미친ㅋㅋㅋ 주작이 어디까지 날아오를지 지켜보는 중
└탈멘
└ㅋㅋ행성 뿌셔?
└야 저게 말이 되냐ㅋㅋ 뽀샵을 얼마나 했는지 저기 기다란 창 봐봐라ㅋㅋ 저 비율에 저 길이ㅋㅋㅋ말이 됨?ㅋㅋ
└우주인데 안 될 게 뭐있음?
└저게 ㄹㅇ이면 커뮤니티 무력 원탑 아님?
└천상계네
└저걸 믿냐고 게이야····
만약 그들이 사진 속 행성이 태양의 몇십 배나 되는 유르슈나급 대(大)행성임을 알았다면 까무러쳤을 일이었다·
칼슈타인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댓글을 달았다·
└다들 저 정도는 하지 않음?^^ 별로 대단할 것도 없는데· 그것도 못 하면 빙의 왜 함?
띠링-!
└이ㅅㄲ 말투 왜 이럼? ㅅㅂ
└뽀샵 기술은 천하제일인 듯
└누가 이ㅅㄲ 커뮤에 불러들였냐? 관리자 나와!
└관리자가 어딨음ㅋㅋㅋ
└중2병 봐라 우주에 웬 갑옷이냐
└양심 없누
└참교육 마렵네
└빙의 왜 하냐니! 내가 하고 싶어서 했냐고! 나! 돌아갈래애애액!
└찐
└허언좌 참교육 파티원 모집(1/1000)
└222(2/1000)
└행성도 뿌시는데 천 명으로 되겠냐고 아 ㅋㅋ
‘우주황제’의 명성이 커뮤니티에 진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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