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6
***
믿을 수가 없다·
말이 안 된다·
“어째서?”
추혼대주 환환요요(幻幻妖妖)는 주변의 참상에 눈을 질끈 감았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가?
환술로 무려 초절정 경지를 달성한 그는 그 어떤 일에도 놀라지 않으리라고 자부해 왔건만·
“어찌····”
이제 지천명의 나이에 가까워져 희끗한 머리를 올려 묶은 그의 목소리가 잘게 떨렸다·
사람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을 마주치게 되면 공포심을 느끼기 마련이다·
“쿨럭·”
시작은 단출했다·
내분으로 망해버린 남궁세가의 떨거지 하나를 추격하여 비고의 열쇠를 찾으면 되는 일이었다·
굳이 그가 나설 것도 없이 교의 절정 무사 하나만 보내도 처리할 수 있는 일·
다만 사안이 중요하기도 하고 빠르게 처리할 필요가 있어서 휘하의 부대를 풀어 천라지망을 펼친 것이다·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그간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 짜증이 나던 참이었다· 더욱이 놈을 발견했다며 소식을 알렸던 부대주로부터도 소식이 끊겼으니 그의 짜증이 극에 달했다고 할 수 있음이라·
평소 부대 관리가 귀찮아 알아서 하게끔 풀어줬더니 정신을 못 차리는 건가? 기강 한 번 잡을 때가 됐지·
그러던 차 놈을 발견했다· 남궁세가의 애송이를·
주변의 흔적으로 보아 수하들은 이미 당해버린 듯했다· 놀라운 일이다· 고작 일류로밖에 보이지 않는 풋풋한 애송이인데 말이다·
허나 그는 오랜 세월 거친 강호를 주유한 노강호·
놀라움을 드러내기도 전에 곧장 출수했다·
강호엔 수많은 기인이사와 이치에 벗어나는 일이 허다하다· 그런 일에 일일이 놀라다간 목이 먼저 떨어지기 마련·
상대에게서 한 줌의 내공밖에 안 느껴졌지만 그는 방심하지 않았다·
그의 환운마공이 펼쳐졌다· 안개에 갇혀 대상자가 평소 끔찍하게 생각하던 존재에게 끊임없이 습격받는 환상을 보여주는 지독한 환술·
제풀에 지쳐 내공이 모조리 빨린 채 죽음에 이르고야 마는 그의 독문무공!
허나 녀석이 환술에 당해 불 맞은 노루 마냥 화들짝 놀라 팔을 휘저으며 몸부림쳤을 때였다·
놈의 비명과 함께 인세의 지옥도가 펼쳐졌다·
***
“혹시 자네 그 소문 들었나?”
“아아 무형신검?”
“요새 그분을 모르는 사람이 어딨는가? 눈을 마주치기만 해도 베인다는 무형신검을·”
“하하· 그렇지· 그런데 내가 듣기로는 말일세· 무형신검이 남궁세가의 핏줄이라고 하더군?”
“소문으로는 마교놈들을 징치하기 위해 하늘 위 검선이 직접 내려와 남궁의 마지막 직계에게 강림했다는 말도 있었지·”
“아무튼 다행이야· 덕분에 마교놈들이 재정비한답시고 죄다 후퇴했다지 않나?”
“난세엔 영웅이 등장한다더니 딱 그 짝이야·”
떠들썩한 객잔이 어느새 조용해졌다· 모두가 무인 둘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탓이다· 한참 대화를 나누던 무인들도 이를 깨닫고는 목을 축이며 모두가 들을 수 있게 큰소리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런 말도 있네· 무형신검이 원래는 평범한 무인에 불과했는데 복수에 미쳐 인신공양으로 신선의 힘을 손에 넣었다는 소문 말일세· 아니면 일류에서 순식간에 심검의 경지로 뛰어넘는다는 게 말이나 되냐 이 말이야!”
“히익!”
“허허· 감히 그분을!”
“저런·”
인신공양이라는 말에 조용하던 객잔에 잠시 소란이 일기도 했다· 확실히 모두가 무형신검에 대단한 관심을 보였다· 말하는 무인 역시 일부러 자극적인 단어를 골랐고·
“으음··· 확실히 그분께서 마인들을 척살할 때는 귀기가 서린 얼굴을 하기도 하시지·”
“자네도 알잖나? 천마검이 세상에 나온 그날을·”
“끄응· 그날은 정말이지 전신 아니 아수라가 강림한 줄 알았다네·”
그날의 일을 떠올리는지 말을 잇던 무인이 몸을 살짝 떨었다·
무형신검이 중원 전체에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 ‘마검혈전’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그날을·
무형신검은 천마검을 무림맹에 가져와 대대적으로 공표했다·
-너희들이 찾는 천마검은 내 손에 있다! 어디 가져갈 테면 가져가 보아라· 보름 후 무당파가 있던 호북에서 기다리겠노라!
마교의 중원 침공 전력의 3할이 모인 날이었다·
어떤 이유인지 무림맹에서도 대대적으로 나서 무형신검의 허무맹랑한 선전포고를 홍보하고 다녔었다·
그리고 다가온 그날·
살아 돌아간 마교인은 고작 백을 넘지 않는다고 들었다·
소문은 들불처럼 번졌다·
그날 무당산이 있던 호북으로 모인 것은 마교인들뿐만이 아니었다·
소문을 듣고 구경하러 온 낭인들부터 시작해 정파에서도 적지 않은 인원이 모였고 관에서도 사람이 나왔었다·
폭발할 듯한 긴장감이 무당산을 감싸고 흘렀다· 곧장 전쟁이 터져도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허나·
-이는 천마검에 얽힌 나 개인의 문제이니 다른 이들은 관여할 생각 마시오! 너희 마인들도 다른 이들을 건드린다면 천마검을 영원히 찾지 못할지어다!
처음엔 마교인들은 비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랬던 것도 잠시· 그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표정이 창백하게 바뀌었다·
그날의 참혹한 현장을 봤던 이들은 감히 무형신검에게 대들 생각 따위 하지 못했다·
지켜본 모두가 위화감을 느낄 정도로 이질적인 신위(神威)였다·
수백의 마인들이 단 일격에 분리되는 현상은 착시현상마저 일으켰다·
‘혹시 내 눈에 이상이 생겼나? 어째서 내 눈이 반으로 갈라진 것 같지?’
이윽고 무형신검의 주위 20장 반경이 밑도 끝도 없이 갈라지며 검풍을 일으켰다·
그날 있었던 일은 아직까지 회자될 정도로 뜨거운 논제였다·
“어떤 이유 때문인지 지금은 칩거에 들어가셨다는군·”
“그러게·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마교인들을 몰아낼 수 있었을 텐데· 아쉽군 아쉬워·”
“듣기로는 살업(殺業) 때문이라고도 하더군·”
“그날 호북산에 모인 종자들은 중원을 짓밟고 온갖 중범죄를 일으키던 놈들 아닌가! 어째서 무형신검께서 마음의 고통을 받아야 한다는 말인가?!”
“그거야··· 모르지· 우리 같은 무지렁이가 그분의 뜻을 어찌 예단할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칩거에 들어간 무형신검에게 감히 따져 물을 사람은 없을 터였다·
그리고 남궁진은·
번쩍-
[반사 신경 강화 알약(R)]
-신체의 반사 신경과 동체 시력을 소폭 올려주는 알약·
번쩍-
[역장 제어 장치(SR)]
-지름 60cm 육각형 형태의 역장을 생성 고정 제어 장치· 허공 좌표에 고정할 수 있으며 동력은····
번쩍-
[반영구 배리어 생성 반지(SR)]
-에테르를 다룰 수 없는 일반인도 사용 가능한 반영구 배리어 생성 반지· 은하 제국 제일의 디자이너가 직접 디자인한····
허공답보(虛空踏步)와 호신강기(護身罡氣)를 손에 넣고 있었다·
***
-작성자: 궁진아니고진
-제목: 이거 좋은 건가요?
첫 뽑기인데 초진동 블레이드(SSR) 뽑았습니다·· 이거 좋은 건가요?
-작성자: 궁진아니고진
-제목: 다행이네요· 최근 힘든 일이 있었거든요· 말하기도 쉽지 않은·
그래도···
-작성자: 궁진아니고진
-제목: 이번엔 이게 나왔습니다··
조금 아쉽네요· SR은 평범한 것 맞죠?
비르델은 커뮤니티를 종료하며 고민했다· 방금 봤던 글은 최근 원성이 자자한 화제의 글이었다·
“····”
뭔가 묘하게 기분 나쁜 글이었다·
사실 그녀로서는 크게 관심이 없다고 할 수 있겠지만 만약 커뮤니티 내 분란을 조장하는 글이라면 직접 제재해야 할 테니 고민이 되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최근 들어 [차원 통합 커뮤니티]에 변화의 바람이 불면서 이용자 수가 급증하고 있었다·
늘어난 이용자들이 평범하게 활동한다면 그녀로서도 굳이 신경 쓸 이유가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급증한 이용자들의 숫자에 따라 ‘비정상’적인 이용자들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 근래에 들어 바빠진 그녀였다· 물론 ‘마법은거들뿐’이라는 새로운 부관리자가 열심히 일하는 듯해 검술을 수련할 시간은 있었다만·
그녀는 눈을 감고 호흡을 가라앉혔다·
스읍- 하아····
흐르는 폭포 소리가 지워지고 졸졸졸 강물이 흐르는 소리가 지워진다· 끼룩끼룩 풀벌레 소리와 바람결에 풀잎이 흔들리는 소리마저도 지워지며 점차 내면의 깊숙한 무(無)의 세계로 빠져든다·
전신의 감각이 체내로만 집중되며 무의식과 의식의 영역 사이 어딘가를 유지한다·
움찔-
심장 어림에서 좁쌀만 한 무언가가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다· 분명 슈트의 동력원과는 뭔가 다른 느낌·
은색의 불꽃이라고 할까?
심상 영역에 들어갈 때면 언제나 은색의 불길이 자리하고 있었다·
정체가 뭘까?
알 수 없다·
허나 무시할 수도 없었다·
얼마 전 그날 차원참을 수련하던 그녀가 작은 벽 하나를 넘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펼쳤던 참격·
무언가를 베어내 소멸시켰다는 자각은 있었지만 정작 그것이 무엇인지는 몰랐다·
다만 그 이후로 생긴 이상 현상에 골머리를 앓을 뿐·
특히 이 불꽃을 얻고 나서부터는 기묘한 감각이 점차 확대되기 시작했다·
세계를 차원이라는 존재가 손에 만져질 듯 극명하게 느껴진달까?
허나 홀로 고민해봤자 아무런 답이 없었고 아무래도 관리자님께 물어봐야 할 것 같았다·
감히 먼저 말을 걸어도 될지 고민이 됐지만····
그녀는 입술을 깨물곤 결심을 굳혔다·
[(악마왕비르델): 그··· 저··· 한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우주황제): 응?]
곧장 답장이 온 탓에 창백하던 그녀의 얼굴에 혈색이 돌았다·
[(악마왕비르델): 그··· 얼마 전 있었던 일인데요····]
그녀는 그녀가 겪고 있는 이상 현상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다·
[(우주황제): 흐음· 그래?]
다행히 그가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았다·
다음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