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0
남궁진은 여태껏 살면서 그녀 이상의 고수를 본 적이 없었다· 아 물론 [차원 통합 커뮤니티]에 더한 괴물이 있을 수는 있겠지·
허나 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분야는 무력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애매했다· 무학이랄까? 이론적 분야에서 누구도 넘어설 수 없는 거대한 벽을 느꼈다·
그가 감히 평하기를 무(武)에 있어 고금제일인이라 불러도 아깝지 않은 이가 있다면 그녀일 것이었다·
그녀와 무공에 대해 논할 때면 남궁진은 하늘 위의 하늘을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궁진아니고진): 이번에 논의 드릴 무공은 섬전십삼검뢰(閃電十三劍雷)입니다!
-(궁진아니고진): 예예· 일단 구결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궁진아니고진): 예· 그리고 초식의 전개는··· 그리고 내력은 30년 공력으로····
어차피 만날 사이도 아니고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이다· 설마하니 가문의 무공 비전 조금 풀었다고 영향이 있을 리 없었다· 애초에 커뮤니티에 남궁 씨가 그만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보다 놀란 것은 그녀의 식견이었다·
-(궁진아니고진): 예? 아뇨· 이 부분은 원래 이렇게 하는 건데요?
-(궁진아니고진): 예? 어···? 헙!
-(궁진아니고진): 어··· 이 비급을 만들었던 선조님의 원래 의도와는 다른 것 같다고요?
전혀 믿을 수 없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허나·
-진아· 너의 오성이 이토록 뛰어난 줄은 몰랐구나·
-허허· 남궁세가의 홍복이로세·
-과히 천재라는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재능이야·
-근골만 좋았더라면··· 천하제일인이 아쉽지 않았을 텐데·
-진 소협 혹시 저희 세가의 무공도 봐주실 수 있겠습니까?
남궁진은 범부는 천재를 절대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가 하는 허무맹랑한 말들이 그에겐 전혀 다른 세상의 얘기 혹은 말도 안 되는 소리로만 들렸었으니·
이게··· 말이 되는가? 그냥 듣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비급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더 나아가 보완하여 절세의 무공을 만들어내는 경지에 다다랐으니·
아아···· 범부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천재· 하늘의 재주를 지닌 재능이었다·
-(궁진아니고진): 누님!! 아니 선생님!!! 존경합니다!!
-(궁진아니고진): 바쁘시겠지만 한 수 가르쳐주십시오!!
그는 특유의 넉살로 그녀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간단하게 던져주는 한 마디에 막혀 있던 깨달음이 뻥뻥 뚫리기도 했다· 다만 그의 근골이 모자라 아직은 일류에 머물고 있을 뿐이었다·
남궁진은 강호에 관해 이것저것 질문하는 그녀의 질문에 성실히 답했다·
-(궁진아니고진): 예? 백성들의 일반적인 정서요?
-(궁진아니고진): 귀족이라면··· 아 신분제는···
-(궁진아니고진): 뭐···· 사실 무인이라고 해봤자 칼 든 무뢰배 아니겠습니까? 물론 저도 검을 패용하고 다니긴 하지만 일반적인 민초들의 눈엔 똑같이 보일 뿐이겠죠· 다만 문파나 호족들은 치안을 담당하기도 하거든요· 게다가····
-(궁진아니고진):예? 도발에 효과적인 욕이요? 어····
남궁진은 아는 것 모르는 것 모든 것을 성심껏 답했다·
-(궁진아니고진): 아···· 고맙긴요· 하하· 저도 선생님 덕분에 많은 것을 받았으니까요· 게다가 최근에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녀의 처지와 상황은 자세히 모른다· 허나 최근에 혈육을 잃었다는 그녀의 얘기에 많은 위로를 받기도 했다· 그 또한 멸문지화를 당한 상태였으니·
“그나저나 어떻게 다른 세계로 이동하신 거지? 상상도 되지 않네·”
뭐 궁금할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이해하지도 못할 텐데·
그녀와 대화하다 보면 가끔 거리감 자괴감 허탈함 조바심 등이 느껴질 때도 있었다· 허나 이제 그런 건 없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배울 건 배우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선생님이라고 부르게 되었고·
“하하· 선생님께서 강호에 출두하신다고?”
상상만 해도 즐거웠다·
뭐 그쪽 무림 입장에서는 재앙일지도 모르겠다만·
아무튼 대화를 끝마칠 때쯤 되어 바깥에서 그를 재차 찾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런 너무 몰두했나 보다·
남궁진은 정중히 대화를 끝마치고 문밖을 나섰다·
무림맹주와 무당파 장로였다·
남궁진은 괜히 헛기침하며 무게를 잡고 그들을 맞이했다·
***
웅성웅성-
무림맹의 정문으로 수많은 무사가 사열해 있었다· 청룡단 주작단 현무단 백호단 할 것 없이 장로와 원로를 포함해 무림맹 대부분의 무인들이 정문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갈라져 대기하고 있었다·
수백 명의 무사가 내뿜는 열기와 자신감이 하늘도 꿰뚫는 듯했다·
“맹의 위세가 하늘을 찌르는구려·”
“허허· 겁도 없이 이곳에 홀로 찾아올 생각을 하다니· 아무리 천마라도 우리 맹의 위세를 직접 마주하면 후회하지 않겠습니까?”
“배짱 하나는 인정해 줘야겠지·”
“어쩌면 모든 걸 포기해서 오는 걸지도 모르지요· 허허·”
“마침 저기 누군가 오는군·”
“···갑옷?”
사열한 모두의 눈빛이 정문 바깥을 향했다·
절그럭-
핏물에 젖은 전신 갑옷을 착용한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검붉은 갑옷 아래로 점점이 떨어지는 핏방울이 바닥에 눌어붙어 짙은 피비린내를 풍기는 듯했다·
뭐지?
이질적인 갑옷의 형태는 차치하더라도 태도랄까? 분위기? 모든 것들에게서 위화감이 느껴졌다·
왜일까·
“···!”
“허허····”
“맹주· 저자가 확실하오?”
“····”
“실로 야만적인 자로군요·”
“갑주의 형태를 보니 여인인 것 같네만·”
“얼핏 보이는 체형이····”
“겁도 없군요· 여기가 어디라고·”
그러고 보니 이곳은 무림맹 본단의 정문이다· 그것도 수많은 무인이 지키고 있는·
그러한 곳에 이처럼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도 저렇듯 아무 일 없다는 것마냥 태연하게 걸어온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
저벅- 저벅-
그러거나 말거나 상대는 정문에 도착해 태평하게 주위를 훑어보았다·
“여기가 무림맹이라는 곳인가?”
뭐지? 별다른 내공이 느껴지지 않는데? 설마 진짜 저 자가가 마교의 새로운 교주라고?
허나 무림맹주의 속내가 정리되기도 전에 누군가 인파를 뚫고 나섰다·
“이곳이 어디라고 그 더러운 낯짝을 들이대느냐?”
맹주는 무당파 장로의 급발진에 당황했다·
‘아니 아직 마교 교주가 맞는지도 확인이 안····’
이해는 간다· 무당파의 멸문으로 사형제들과 스승 제자 가리지 않고 모두 잃은 그에게 천마신교는 불구대천의 원수나 마찬가지·
그래도 시기와 장소는 가려야 하지 않겠는가?
“환영 인사가 형편없군·”
붉은 갑옷에서 고저 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섬찟-
남성인지 여성인지도 구분이 되지 않는 인공적인 목소리에 무사들 사이의 분위기가 삽시간에 얼어붙었다·
헌데 어째서 웃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지?
맹주는 전음으로 무당파 장로를 말리려 했다· 허나 그러기도 전에 장로가 먼저 검을 뽑아 들었다·
“환영? 환영이라고 했느냐? 우리 무림맹을 능멸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어찌 그런 말을 지껄일 수 있느냐!”
무림맹주는 무당파 장로가 이성을 잃은 채 앞뒤 없이 나선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무림맹의 체면을 걸고넘어지며 자신의 행동이 무림맹을 대표하는 것처럼 은근히 몰아간다·
여우 같은 노친네!
일단 장로를 말린 후 신임 교주가 대답할 수 있는 퇴로를 만들어주···
“말이 많군· 검을 뽑았으면 덤벼야지 혓바닥으로 싸울 셈인가?”
“···!”
마교 교주의 거침없는 도발에 장로의 말문이 턱 막혔다·
아마 장로 본인도 정말로 싸울 생각은 없었을 수도 있다· 비록 멸문했다지만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음을 정파에 외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쯤에서 둘을 중재해서 체면을···
“저승에서 네놈의 스승이 한탄하겠구나· 더러운 겁쟁이 위선자 같은 제자를 두었다고·”
“!!”
기사멸조를 논하는가?! 어찌 저런 저급한 도발을?
허나 같은 도발이라도 누가 말하고 누가 듣냐에 따라 다른 법이다·
마교에 의해 멸문한 무당파의 생존자로서는 최악의 도발일 터·
끝내 눈이 뒤집힌 장로가 육양신공(六陽神功)을 극성으로 끌어올리며 태청검법(太淸劍法)으로 찔러 들어갔다·
‘결국 이리되는구나···· 아니 어쩌면 나쁘지 않을지도·’
눈이 뒤집혔다고는 해도 흔들리지 않는 초식의 궤적과 집중력을 보면 허투루 검을 뽑은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초절정 경지 무인의 근거리 기습은 그만큼 매서웠다·
허나·
서걱-
“!!”
“무진 도우!!”
“아미타불·”
“장로님!”
“끄아아아악!”
무진 장로의 잘린 오른팔에서 핏줄기가 치솟으며 장내의 무사들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간악한 마교 같으니!”
“감히 무림맹을 습격해?!”
“쳐라!”
“멸마대는 앞으로 나서라!”
순식간에 전투 태세를 완료한 무인들이 흉흉한 기세로 붉은 갑옷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이런···! 그림이 결코 좋지 않다· 사자로 찾아온 상대와 일대일 생사결도 명분에 문제가 될 수 있는데 겁박? 게다가 찾아온 자는 천마신교의 교주였다·
아무리 마교라 할지라도····
허나 무림맹주는 그러한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
자신이 목격한 것을 되새기느라 그럴 틈이 없었다·
방금··· 내가 뭘 본 거지? 분명····
무진 장로가 펼친 태청검법의 상승초식이 상대의 손에서 고스란히 펼쳐졌던 것 같다· 그도 완벽히 확신할 수 없는 이유는 그만큼 찰나의 순간이었던 탓이다·
‘아냐···· 똑같지는 않았어· 오히려···!’
무진 장로 특유의 버릇과 습관을 제거하고 한층 더 진화시킨 태청검법이랄까?
말도 안 되는 가정에 그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아마 무림맹 화경 이상의 고수들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을 터·
무림맹주는 고개를 털어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를 목격했을 때 뇌가 정지하는 것과 비슷했다·
‘이럴 때가 아니야·’
당장이라도 혈전이 펼쳐질 듯 흉흉한 분위기에 그는 얼른 어딘가로 전음을 날렸다·
-무형신검· 자네 차례일세· 약속대로 저자를 처리해주게· 아니 막아주기만 해도 되네· 남궁세가의 재건은 내가 책임지고 도와주겠네!
그래· 네가 천마신교를 힘으로 뒤집고 교주직을 쟁취했다고?
허나 이쪽도 그 정도의 패는 있다·
너희에게 신임 교주가 있다면 정파엔 무형신검이 있다·
결코 그에 못지않은 정파의 신성이!
자! 정파의 기상을 보여다오!
전음을 보내고 얼마 되지 않아 장내로 서광이 내리쬐며 구름이 갈라졌다· 그뿐인가? 하늘에서부터 신비로운 안개가 내려 깔리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천상의 음률이 들리는 것 같았다·
정파 무인들의 입이 쩍 벌어졌다· 이는 무림맹주도 다르지 않았다·
하늘 위에서부터 죽립을 쓴 누군가가 도포를 휘날리며 구름을 밟고선 천천히 걸어 내려오고 있었다·
마치 천신(天神)이 강림한 듯했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한편 남궁진은 아래를 내려다보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너 너무 연출이 과한데? 이렇게 보는 눈이 많을 줄이야!’
뽑기에서 나온 물품의 효과가 그의 상상을 뛰어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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