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7
[‘돈으로패는놈’님이 100P를 후원하셨습니다·]
-ㅎㅇ
“어머! 어서 오세요! 후원 감사합니다! 저 힘내서 도전해 볼게요! 아자아자 파이팅!”
화면에서는 귀여운 소녀가 던전 공략을 앞두고 무기를 고르고 있었다· 소녀의 앞에는 단창과 숏소드가 놓여 있었다·
“으음· 뭘 써야 할까요? 아직 주무기를 고르지 못해서요!”
[‘돈으로패는놈’님이 100P를 후원하셨습니다·]
-당연히 창이지·
흠흠·
쪼잔하게 채팅으로 말하지 않는다· 후원 메시지가 그의 채팅창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앗! 후원을! 오늘 무슨 날인가요?! 감사해요!”
갈색 머리를 양 갈래로 묶은 소녀가 허공을 향해 허리를 연신 굽히며 감사를 표했다·
“그렇다면 단창을 사용해 볼까요?”
그때·
[‘외팔이맹인검객’님이 100P를 후원하셨습니다·]
-뭘 모르네· 당연히 검이지·
으응? 검도 좋은 무기지만····
“아앗! 검이요?”
소녀는 약간 당황했다·
어쩌지? 누구 말을 들어야 할까?
[‘외팔이맹인검객’님이 100P를 후원하셨습니다·]
-무알못 무시ㄱㄱ 괜히 만병지왕이 검이겠음?
뭐? 무알못? 이거 지금 시비 거는 건가?
칼슈타인의 이마에 힘줄이 돋았다·
사실 그가 창에 있어 엄청난 조예가 있는 것은 아니었고 피지컬로 찍어 누르기 쉬우면서도 사용하기 편해서 창을 선호할 뿐이다만·
뭔가 묘한 어조의 ‘외팔이맹인검객’·
신경을 건드리는 말투였다·
이에 질 수 없었다·
[‘돈으로패는놈’님이 100P를 후원하셨습니다·]
-초보자에게는 창이 효율적임· 검은 숙련하기까지 너무 오래 걸리고· 그리고 만병지왕은 창이 맞다·
[‘외팔이맹인검객’님이 100P를 후원하셨습니다·]
-하아?
[‘돈으로패는놈’님이 100P를 후원하셨습니다·]
-그리고 던전이면 실습 아님? 숙련자도 다치기 쉬운데 초보자한테 대뜸 검을 추천? 수준··ㅎ
[‘외팔이맹인검객’님이 100P를 후원하셨습니다·]
-개소리· 만병지왕은 검이지· 그리고 평생 병졸로 살 거냐? 당연히 고급 무기술을 익혀야지·
곧장 반박이 달렸다·
음· 뭐지?
그냥 맞다 치고 넘어가면 되겠지만·
뭘까? 사내로서의 본능을 자극하는 미묘한 불쾌감은?
-창은 숙련자 없는 줄 앎? 아무리 우겨도 창이 우월한 건 팩트지·
-모르면 끼어들지를 마라· 게다가 던전이면 난전 아니냐? 당연히 검이 유리하다·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기도 쉽고·
-단창이잖아· 그리고 잡는 부분을 넓게 잡으면 방어에도 좋고·
-애초에 검은 찌르기와 베기 둘 다 가능한데 창은 찌르기 원툴 아니냐? 1보다 2가 강한 건 상식 아니냐?
-상식 ㅇㅈㄹ ㅋㅋ
-하· 열받게 하네· 진형 맞춰서 전투할 거 아니면 당연히 검이다· 머리 안 돌아감?
당연히 후원이 바삐 오갔다·
[‘돈으로패는놈’님이 100P를 후원하셨습니다·]
[‘외팔이맹인검객’님이 100P를 후원하셨습니다·]
[‘돈으로패는놈’님이 100P를 후원하셨습니다·]
[‘외팔이맹인검객’님이 100P를 후원하셨습니다·]
····
논쟁이 이어질수록 소녀의 입가에는 함박웃음이 걸렸다·
결국·
[‘돈으로패는놈’님이 10000P를 후원하셨습니다·]
-됐다· 말을 말자· 아무튼 창ㄱㄱ·
[‘외팔이맹인검객’님이 10000P를 후원하셨습니다·]
-꼴에 1만 포인트? 닉네임이 아깝다· 너 뭐하는 애냐?
‘그래서 님 티어가?’를 시전하는 검객이었다·
나? 주딱이자 은하 제국 황제·
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
[‘돈으로패는놈’님이 10000P를 후원하셨습니다·]
-님보단 잘살고 있으니 걱정 ㄴㄴ
[‘외팔이맹인검객’님이 100000P를 후원하셨습니다·]
-ㅋ 수준하고는· 쫄리지?
10만 포인트? 그래도 나한테 포인트로 비비는 건 좀····
[‘돈으로패는놈’님이 1000000P를 후원하셨습니다·]
-괜히 깝치지 말고· 그냥 가라·
결국 둘이서 인신공격에 돈지랄까지 해가며 승부를 가렸다·
당연히 채팅창에선 난리가 났다·
ㄴ대체 뭐하는 녀석들임?
ㄴ몰라· 창인지 검인지 뭐가 중허냐?
ㄴ금액 올라가는 거 봐라ㅋㅋㅋ 멸망전 들어감ㅋㅋ
ㄴ이야· 쟤네 지금 자존심 때문에 저러는 거 맞냐?
ㄴ외팔이맹인검객 쟤 논검탭에서 네임드임ㅋㅋㅋ
ㄴ들어 보니까 단신으로 왕국 세웠다던데?
ㄴ나라 하나 세우면 카르마가 얼마야?
ㄴ내가 볼 땐 돈으로패는놈이 질 것 같음ㅋㅋ 보통 저런 닉 한 애들치고 정상이 없지·
ㄴ그런데 너보단 잘 살 듯
ㄴ님아· 팩폭 자제 좀요 ㅅㅂ
ㄴㅋㅋㅋ
ㄴ아무튼 우리랑 노는 물이 다른 듯ㅋㅋ
ㄴ하와와 여고생쟝 던전 공략이나 보러 왔는데 재밌는 구경하고 가네·
점차 커져가는 액수에 다른 시청자들도 하나둘씩 찾아오기 시작했다·
ㄴ여기가 멸망전 맛집인가요?
ㄴ뭘하면 포인트를 저렇게 쌓아둘 수 있을까?
ㄴ와 ㅋㅋㅋ개꿀잼ㅋㅋ
ㄴ이야 천만 포인트를 우습게 던지네 ㅋㅋ
ㄴ꿀잼ㅋㅋㅋ
ㄴ멸망전 직관 ㅋㅋㅋ
그러던 와중 ‘돈으로패는놈’이 사고를 쳤다·
[‘돈으로패는놈’님이 100000000P를 후원하셨습니다·]
-ㅎ
1억? 시청자들은 처음에 잘못 본 줄 알았다·
미친? 그게 뭐가 중요하다고 1억 포인트를?
일반인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씀씀이!
ㄴㅅㅂ 1억?
ㄴ1억이 뉘집 개 이름이냐?
ㄴ쟤는 개 이름으로도 1억 쌉가능이지·
ㄴ이야· 자존심에 억 단위 포인트 쓰는 애들은 뭐하는 놈일까
ㄴ정상은 아니지·
ㄴ우리들 입장에서야 그런 거고 쟤들에게는 푼돈 아닐까?
ㄴ1억이 푼돈···? 내가 푼돈의 정의를 잘못 알고 있나?
ㄴ여하튼 보통 사람이라고 볼 순 없겠지·
ㄴ칼잽이 쫄리쥬?
거물들의 설전에 소녀는 입을 떡 벌리며 말을 못 잇고 있었다·
금액도 적당한 금액이야 기뻐하지· 1억?
현실감이 없는 숫자였다·
“····”
결국 칼잡이 놈이 1억 포인트에 부들대며 패배를 시인했다· 물론 떠나기 전 정신승리 멘트는 국룰이었다·
[‘외팔이맹인검객’님이 10000P를 후원하셨습니다·]
-ㅅㅂ···· 아무튼 검이 최고임·
띠링-
[‘외팔이맹인검객’님이 나가셨습니다·]
ㄴ1억?
ㄴ돔황챳!
ㄴ쫄튀ㅋㅋㅋ
ㄴ정신승리ㅋㅋㅋㅋㅋ개웃기네ㅋㅋㅋ
ㄴㅋㅋㅋㅋㅋㅋ
ㄴ와 0이 몇 개야·
ㄴ처음 보는 닉인데···· 누군지 아는 사람?
아무튼 소녀의 입장에선 노났다· 얼떨떨한 소녀의 두 눈동자가 거칠게 떨렸다· 던전 따위 졸업하고 평생 놀고 먹어도 문제없을 액수가 순식간에 벌렸다·
“이 이게····”
[‘돈으로패는놈’님이 10000000P를 후원하셨습니다·]
-아무튼 잘 놀다 간다· 힘내고·
“일 십 백 천···· 헙! 네 넵! 저 정말 감사해요! 창 반드시 쓸게요! 감사합니다!”
소녀는 기어코 눈물을 터뜨리며 감격을 표했다·
칼슈타인은 코밑을 슥 훔쳤다·
뭐···· 창vs검이 뭐가 중요한가 싶지만····
그냥 더 잘 싸우는 놈이 이기겠지·
애초에 소녀가 이세계의 힘든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몬스터를 잡아가며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기특해서 후원한 거니까· 소녀 가장을 기부하는 마음으로 즐길 만큼 즐겼다·
‘하와와여고생쟝’의 공식 성좌 랭킹에 나란히 1 2등을 올린 ‘돈으로패는놈’과 ‘외팔이맹인검객’·
후원 금액이 찍힌 성좌 랭킹 스샷이 커뮤니티에 퍼져 한동안 논란이 일었다·
저거 대체 뭐하는 놈이냐고·
그 돈 차라리 나 달라고· 해달라는 거 다 해주겠다고·
무기 한 번 고르려다가 인생 대박 쳤다고·
소녀가 펑펑 우는 스샷이 커뮤니티에 박제되기도 했다· 커뮤니티 유저의 부러움과 원성을 사야 했다·
이후 검vs검방 창vs검 마법사vs기사 컨셉의 방송이 우후죽순 올라왔다·
그리고 적지 않은 수의 유저들이 깨달았다·
이거··· 잘만 뜨면 인생 역전?
후원 시스템· 그냥 미쳤다!
간곡히 성좌의 간택을 기다리는 유저들이 늘어났다·
물론 칼슈타인은 거기까진 찾아가지 않았다· 잠깐 논 것으로 만족했다·
“흐흐흠· 이젠 뭐해 볼까?”
물론 그가 이렇게 편하게 쉴 수 있는 것도 열심히 일했기 때문이다· 그간 괴수와 은혈과 관련해 부지런히 일했었으니까·
실제로 지금도 본 계정으로 온갖 정보가 들어오고 있으며 아리아가 확인하면서 부지런히 쳐내고 있었다·
그리고 연구 분야에는 각계각층의 인재가 투입되어 원활히 진행 중이고 필요한 곳에는 천문학적인 투자가 이미 들어간 상태·
말해 뭐해?
괜히 아리아가 통 크게 100억을 넘겨준 것은 아니다· 그러니 좀 쉰다고 해서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은 없으리라·
그러니 이렇게 커뮤니티에 뻘글도 올리고 여러 영상도 보며 심신을 달래는 거지·
그래· 이 맛이야· 생산적인 활동 없이 아무것도 안 하며 시간을 보내는 느낌·
그러던 와중 그의 눈길을 끄는 방송 컨셉이 있었다·
“아바타 소개팅?”
뭐지?
[이웃나라 공주님께 혼담 넣으러 갑니다· 엄청 예쁘시다던데ㅎ 후원 포인트에 따라-]
혼담?
우주의 황제가 되고도 아직 솔로인 날 두고 혼담?
용서할 수 없다·
[‘돈으로패는놈’님이 100P를 후원하셨습니다·]
-얼마에 어디까지 가능?
돈으로 혼내주리라!
***
“모두 출석했군요· 모이기 쉽지 않은 멤버이긴 합니다만·”
은발 여인의 나른하면서도 퇴폐적인 목소리가 개회를 알렸다· 그녀의 목소리에 따라 주변의 어두운 공간이 무한히 확장되며 정육면체의 폴리곤이 곳곳에서 재조립되면서 그 위로 사람들의 인영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 모두 조용히 중앙의 여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은하 제국 제1 재상이자 수석 비서관·
아리아·
퍼스트 네임도 없는 일반 평민으로 보이지만 그곳의 누구도 무시하지 못했다·
그야 그녀는 명실공히 황제 폐하의 최측근이었으니까·
이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심지어 그녀가 인간이 아닌 안드로이드 단말이라는 것을 아는 몇몇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개회 선언에 가상 회의실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으음·”
그중 회의실 구석에 서서 눈치를 보는 거구의 사내가 있었으니·
마일로 랭카·
‘뤼피르 성계 강습 작전’이자 ‘싱글 넘버 토벌전’이라고도 불리는 격전에서조차 살아남은 위대한 영웅·
구국영웅회의 일인이자 폐하께서 자리를 비우실 때 서브 탱커의 포지션을 맡은 그는 은하 제국 최상류층의 일원이었다·
그런 그도 이곳 회의실에서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회의를 주관하는 ‘아리아’를 포함해 그녀의 우측에 선 별빛 머리의 여인 ‘막시엔 아스테리아’·
그 둘만 해도 무시무시하건만·
눈동자를 조심히 돌리자 회의실 구석진 곳에 자리한 후드를 뒤집어쓴 작은 체구가 보였다·
카밀라 바샤티렛·
그녀의 입에 착용된 방독면에서 규칙적인 쇳소리가 회의실을 울렸다·
쌔액- 쌔액-
허나 누구도 따져 들지 못했다·
칼슈타인 바빌론 막시엔 아스테리아를 포함해 대영웅의 일인이자 집행부 수장·
카밀라 바샤티렛에게 감히 딴지를 걸 사람은 없었으니·
내정계 원탑 아리아 혹은 우주 검성 막시엔이 아니면 그녀를 말릴 사람이 없었다· 게다가 둘은 이미 익숙한지 신경을 안 쓰기도 했고·
그건 마일로 또한 마찬가지였다·
“다들 이번 일의 경위를 확인하셨겠지요?”
“····”
고개를 끄덕이거나 묵묵히 지켜보는 그들의 안색에 당황함은 없었다·
칼슈타인 황제 폐하의 일인 만큼 모두가 숙지하고 왔기에·
“폐하의 옥체는 괜찮으신가요?”
누군가의 질문에 의료국의 일인자가 답을 했다·
“별다른 징후는 없으셨다· 실로 다행인 일이지·”
“어쩜· 그 힘을 사용하시고도····”
“그렇다고 마음을 놓을 순 없지· 다름 아닌 싱글 넘버와 관계된 만큼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회의실에 작은 소란이 일었다·
허나 이어지는 아리아의 말에 이내 잠잠해졌다·
“황제 폐하의 [정신불변]은 문제없습니다· 걱정하실 정도는 아닙니다·”
모두가 혀를 내둘렀다·
“경이롭기까지 하군·”
“폐하가 아니라면 그 누가 감당하겠나?”
“그건 그렇지요·”
“호호· 역시 폐하셔·”
모두가 감탄과 함께 경외를 느꼈다·
허나 그런 와중에 누군가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모두의 입을 다물게 했다·
쌔액- 쌔액-
“···막시엔· 너무 무능력한 거··· 아니야···? 그 힘을··· 쓰시게 만들다니····”
카밀라 바샤티렛이었다·
폐부가 시릴 만큼 차가워진 분위기에 마일로는 그만 집에 가고 싶어졌다·
적어도 그가 생각하기에 이곳 구국영웅회는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는 예비 황후 선발전의 각축장으로 변질된 지 오래였다·
‘나는 여기에 왜 불린 걸까·’
튼실한 체격의 근육질 마일로는 울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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