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9
-(나는야해적왕): 모든 악의 근원은 주딱이다!!
ㄴ우오오!!
ㄴ옳소!!
ㄴ예이!
ㄴ와아아!
ㄴ호에!
ㄴ사상이 제대로 잡힌 녀석이군!
ㄴ좋다! 맘에 든다! 넌 앞으로 신입이다!
-(나는야해적왕): 주딱을 타도하자!!
ㄴ예?
ㄴ어 음?
ㄴ예이!
ㄴ타도! 타도!
ㄴ그 그건 좀····
ㄴ호에에?!
ㄴ너무 나간 것 아닐까?
타도란 말에는 머뭇거리는 녀석들이었다·
이렇게 겁이 많아서야! 물론 그가 경고를 무시하고 차원 통로를 건드린 악질 유저 몇몇을 처단하긴 했지만·
으음· 자업자득인가?
그래도 대충 넘어간 듯싶었다· 리치왕 레이몬드 녀석의 일침에 급격히 다운되었던 분위기가 조금이나마 살아났다·
아까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식은땀이 흐르는 칼슈타인이었다·
ㄴ틀린··· 말은 아니로군·
ㄴ부끄럽다면 부끄럽달까?
ㄴ시무룩····
ㄴ으윽!
ㄴ슬퍼요!
ㄴ흑흑·
ㄴ너무 정론이라 반박할 수가 없군····
ㄴ호에에····
ㄴ음····
리치왕의 팩트 폭격에 격침했던 비밀 결사단 녀석들이었다·
아니 왜 갑자기 자아 성찰을?
그러지 마! 얘들아! 갑자기 왜 반성의 분위기야!
조금 더 격렬히 날뛰어 달라고·
결국 주딱 타도를 강하게 외치며 후원 시스템으로 치킨 두 마리 시켜 먹을 500P까지 뿌리고서야 분위기가 살아났다·
“휴·”
아무튼·
ㄴ(나는야해적왕): 자! 그럼 시작하자고·
ㄴ응? 그런데 넌 누구?
ㄴ어떻게 들어온 거지?
ㄴ누가 추천해줬겠지·
ㄴ설마 우연히 들어온 건가?
물론 정상적인 의문을 품는 녀석들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칼슈타인은 주딱 타도를 외치며 후원 시스템을 이용해 선물 공세를 펼쳐야 했다·
ㄴ(나는야해적왕): 그게 중요한가?! 모두 외쳐!! 주딱 타도!! 치킨 만세!
ㄴ주 주딱 타도!
ㄴ타도!
ㄴ독재에 대항하라!
ㄴ치킨 만세! 콜라 만세!
ㄴ우오오!
ㄴ주딱은 폭거를 멈춰라!
어째 가난한 놈들밖에 없었는지 치킨 공세에 급격히 무너지고야 마는 그들·
ㄴ아···! 어쩜 이런 맛이!
ㄴ흑흑· 처음이야· 이렇게 맛있는 건·
ㄴ그동안 손가락 빨며 구경해야 했는데····
ㄴ황홀해·
ㄴ음! 수 수련도 중요하지만 먹는 것도 중요하지!
ㄴ그 그럼! 먹는 것도 수련이야!
ㄴ이 검은 물! 이렇게 달고 청량할 수가!
ㄴ으음·
‘200P도 없어? 그렇게나 포인트가 부족했다고?’
그렇게 비싼 값도 아닌데?
의문이 들었으나 사정이 있겠지 싶었다·
ㄴ(나는야해적왕): 방장님! 뭔진 모르겠지만 일단 시작하시죠!
ㄴ(어둠의다크니스): 크흠· 뭐··· 정체에 대해서는 곧 밝혀지겠죠·
ㄴ그곳에서 다크니스님의 눈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없으니까요!
ㄴ치킨··· 이제 한 번 먹어봤으니 그곳에서 치킨 열 마리도 먹을 수 있어!
ㄴ드디어 시작하는 건가?
오오! 진짜 뭔가 있긴 있나 보다·
다크니스의 시작하자는 말에 화색을 보이는 유저들을 보며 칼슈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ㄴ(어둠의다크니스): 주딱의 폭거로 인해 그간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꿈의 세계’ 입장을 시작하겠습니다·
ㄴ오! 문제는 해결된 건가요?
ㄴ(어둠의다크니스): 그렇습니다· 주딱의 눈을 피하기 위해 다른 세계의 동족 몇몇을 섭외했습니다·
ㄴ오! 역시 다크니스님!
음? 나는 딱히 무언가를 금지한 적이 없었는데? 커뮤니티 송수신 채널을 건드리는 몇몇 악질 유저들을 징치한 것 외에는?
ㄴ기다렸어요!
ㄴ기대하고 있습니다·
ㄴ빨리 시작하시죠· 얼른 그녀를 만나고 싶습니다·
ㄴ저도··· 부모님을 빨리 뵙고 싶습니다!
어쨌든 시작한다고 하니 기다리면 알게 되겠지·
그렇게 비밀 집회가 시작되었다·
ㄴ(어둠의다크니스): 다들 이전에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심리적 장벽을 거둬주십시오· 저항하시면 안 됩니다· ‘꿈의 세계’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ㄴ네! 그간 포인트를 열심히 모아뒀습니다!
ㄴ맞아요! 먹고 싶은 것도 참아가며 열심히 아꼈습니다!
ㄴ두근두근·
“?”
얘들아 뭐야? 나도 알려줘! 너희끼리만 얘기하지 말고!
ㄴ(어둠의다크니스): 새로 오신 해적왕님도 제가 말하는 것만 잘 따라와 주면 됩니다·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 그래?
ㄴ(어둠의다크니스): 초대장을 보내겠습니다· 모두 집중해주시고 마음을 편안한 상태로 유지해 주십시오· 무엇이든 이룰 수 있고 떠나보낸 소중한 사람도 만날 수 있는 ‘꿈의 세계’로 직접 인도하겠습니다·
뭐야 뭐야? 본격적이잖아?
ㄴ(어둠의다크니스): 그럼 그곳에서 뵙죠· 여러분·
ㄴ네!
ㄴ어서!
ㄴ빨리 빨리!
ㄴ(어둠의다크니스): 밤이 되었습니다·
응?
“····”
ㄴ(어둠의다크니스): 눈을 감아 주십시오·
일단 시키는 대로 하자·
칼슈타인이 눈을 감았다·
“····”
시키는 대로 마음의 장벽을 허물고·
그 어떤 것도 받아들이겠다는 열린 마음!
“····”
으음· 얘네들 사기치는 거 아니겠지?
‘아무것도 느껴지는 게 없는데?’라는 생각이 들 무렵·
지루한 시간이 이어진 끝에 커뮤니티와 이어진 연결망으로부터 실낱같은 무언가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무언가가 조심조심 그에게로 접근했다·
주변을 더듬으며 연결망을 최대한 우회해 접근하는 무언가·
오! 뭔진 모르겠지만 얼른 와라!
보이지 않는 무형의 실오라기 한 줄기가 올 듯 말듯 헤매다가 마침내 그에게 닿았다·
드디어 시작하나?!
***
몽마(夢魔)·
혹은 몽환족이라고도 불리는 신비로운 종족·
일반적으로 남성체는 인큐버스로 여성체는 서큐버스라고 알려진 몽환족은 타인의 꿈에 간섭해 온갖 술수를 부리는 고위 마족이다·
그런 몽환족 중에서도 ‘여왕’이라고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서큐버스퀸 셀레나·
희미한 빛이 어린 칠흑 같은 흑발 위로 한 쌍의 푸른 뿔이 굽이져 있었으며 어깻죽지 위로 두 쌍의 피막 날개가 곱게 접혀 품위를 드러내고 있었다·
서큐버스퀸·
종족명에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만큼 일반적인 몽마들과는 애초에 격이 다르다· 타인의 정기를 빨아 겨우 연명하는 하급의 몽마들과 다르게 ‘꿈의 세계’를 창조하고 다룰 수 있는 권능을 지닌 그녀다·
어느샌가 나긋이 열린 셀레나의 푸른 눈동자가 미려하게 휘어졌다·
으음·
꿈의 세계로 연결된 유저들에게서 ‘카르마’가 모여드는 이 순간은 언제나 설렘을 동반한다·
그녀가 직접 창조해낸 것이나 다름없는 그녀의 세계가 한층 더 견고해지고 생기가 피어나는 감각·
참으로 중독적이다·
커뮤니티 내 다양한 세계에서 모여든 유저 탓일까? 그들에게서 뽑아낸 기운은 그녀의 ‘꿈의 세계’를 유지하고 가꾸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 비교를 불허할 만큼·
물론 대가를 받는 것은 고객들과 사전에 논의된 사항이다· 타인의 꿈에 관여하는 만큼 상대방의 동의와 협조가 필요했으므로·
‘그들에게 원하는 꿈을 선사하고 대가로 카르마를 받고·’
서로가 윈윈 아니겠는가?
사실 예전엔 어떤 기운인지도 정확히 모르고 수급했었으나 이제는 그것이 ‘카르마’라는 것임을 알고 있다·
커뮤니티 관리자가 카르마 포인트 제도를 정비한 후 유저들에게 뽑아먹는 기운의 효율이 획기적으로 오르기도 했다·
도대체 무얼 어떻게 한 것인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다만 최근엔 커뮤니티 업데이트가 진행됨에 따라 카르마 포인트의 소비처가 우후죽순 늘어나 고객이 쉽사리 모이지 않았다·
‘있던 고객도 떨어져 나갈 판이니!’
게다가 ‘꿈의 세계’엔 나름 복잡한 조건들이 있어서 아무나 고객으로 받을 수도 없었다· ‘꿈의 세계’는 섬세한 예술 공예품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한 명쯤 추가하는 거야····’
눈을 감고도 쉽게 할 수 있는 일·
그녀는 꿈의 세계를 펼쳐 커뮤니티와 연결된 통로로 유저들을 하나씩 초대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꿈의 세계’에 진입해 원하는 사람과 만나고 원하는 것을 보고 원하는 것을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낼 터다·
‘좋아 좋아·’
그간 커뮤니티를 사용하며 부단히 연구했던 터라 막힘없이 진행되었다· 마지막 신입 외에는 이미 한 번 이상은 연결했던 적이 있어 부담이 적었다·
“자··· 신입아· 너는 어딨니?”
그녀는 커뮤니티와 연결된 통로를 권능으로 더듬어 가며 천천히 길을 찾았다·
그러던 와중 그녀는 최근에 있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부르르-
절로 몸이 떨릴 만큼 공포스러웠던 기억·
이전에 통로를 잘못 건드려 관리자의 분노를 사 하마터면 영면에 들 뻔하였다·
‘커뮤니티와 연결된 것이 차원 통로라는 것도 공지사항을 읽고서야 알 수 있었지·’
여러모로 아는 것도 많고 위험하기도 한 관리자였다·
그 때문에 그녀는 커뮤니티 내 다른 몽마 8명을 모아 관리자에게 걸리지 않고 통로를 이용하는 방법을 연구하느라 골머리를 싸매야 했다·
‘후후· 역시 저번과 달리 반응이 없군·’
다행이었다· 눈치를 못 챈 듯싶었다·
저번엔 통로 한 번 잘못 건드렸더니 무시무시한 폭발물(?)이 배달되어 거처를 통으로 날려버렸던 걸 생각하면····
‘앗! 여긴가?’
해적왕이라는 신입과 연결된 통로를 찾을 수 있었다· 여기까지 오는 데도 꽤 많은 심력이 소모됐다·
뭔가 다른 통로보다도 튼튼하고 넓은 통로·
‘그래도 이번 한 번만 연결하면 다음부터는 쉽겠지·’
그리 생각했을 때였다·
마침내 연결된 통로를 따라 신입과 접촉을 했을 때·
화아악-
“꺄아아악!”
그녀의 정신이 마치 영혼이 통째로 뽑히는 것처럼 어딘가로 빨려 들어갔다·
화아악-
시커멓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손을 더듬었다·
“여 여긴?”
정신을 차린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거대하고도 거대한 눈동자·
실로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하늘 전체를 가리고 있는 눈동자가 하늘에 떠 있었다·
아!
“끄 끄윽!”
정신이 무너진다·
영혼이 갈려 나간다·
아 안 돼!
이곳에 머물면 안 돼!
저것을 바라봐선 안 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존재가 흩어질 것 같은 섬뜩한 감각이 그녀를 덮쳤다·
“끄아아악!!”
그녀가 간신히 몸을 움직이며 발버둥 치고 있을 무렵·
하늘 전체를 메우고 있는 거대한 눈동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 맙소사!
존재만으로도 영혼이 짓눌리는 끔찍한 감각!
저 시선이 이쪽으로 향하면 영혼째로 짓뭉개져 버릴지도 몰라·
딱딱-
그녀의 이가 잘게 떨리며 소리를 냈다·
“끄 끄어억!”
그녀의 눈알이 흰자위를 보이며 뒤집어지고 입에서 거품이 새어 나올 무렵·
번쩍-
화아악-
말도 안 되는 존재와의 연결이 뚝 끊겼다·
“쿨럭····”
현실로 돌아온 그녀의 입에서 시커멓게 죽은 피가 울컥 토해졌다·
“미 미친!”
내가 방금 뭘 본 거야?
그녀의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덜덜 떨렸다·
저 신입이라는 놈·
절대 평범한 존재가 아니다·
미친·
그녀의 눈에서 실핏줄이 터져 피가 흘러내렸다·
잠깐 접촉한 것만으로도 그녀는 죽음에 이를 뻔했다·
대 대체 내가 뭘 건드린 거야?
그녀는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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