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81
단지 서 있는 것만으로도 육중한 압력이 전신을 짓누른다·
[벌레 같은 것들!]
강하다· 몸을 움직이기도 쉽지 않다·
거대한 나무줄기의 환영이 하늘을 덮으며 떨어진다· 마치 부처의 손이 떨어지는 것 같다·
으윽! 피해야 해·
“아스트랄 중화기를 가동한다! 그것만으로도 움직임이 한결 수월하다!”
차원문을 이용하기 전에 사용했던 아스트랄 중화기·
전신 슈트에 부착된 아스트랄 중화기를 가동시켰다·
츠즈즛-
다채로운 빛깔의 역장이 온몸을 감싸자 몸을 짓누르는 압력이 현격히 줄어들었다·
츠팟-
쿠구구궁- 우지끈-
강하다 해도 상대가 불가능한 건 아니야!
“공격할 때는 반드시 의념을 심어라! 그러지 않으면 공격이 먹히지 않는다!”
“중화기는 에테르가 소량이라도 첨가된 병기와 탄을 사용해!”
보법과 경공으로 이곳저곳을 날뛰는 무림 백병대·
그들은 천신과 같은 그들을 상대하며 차차 적응하고 있었다·
의념·
현경의 경지라면 다들 심검에 대해 조금은 깨닫게 된다· 심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의념·
이곳에 의념을 다루지 못하는 무인은 없었다·
““은하! 은하! 은하!””
[이 이··· 하찮은 인간 놈들이!]
쿠구궁- 서걱-
츠즈츳- 츠팟-
스카이보드를 타고 하늘을 빠르게 활공하며 날아다니는 무인들·
그들은 심지어 허공답보를 활용해 스카이보드에서 벗어났다가 다시 되돌아오기도 하는 등 극한의 기예를 사용한 공중전을 펼치고 있었다· 하늘을 무대로 평지처럼 전투하는 그들·
“혼자 처치하겠다는 욕심은 버려! 우리는 백병대다! 힘을 합쳐라!”
본디 무인이라면 합격술에 있어 굉장히 보수적인 게 사실·
허나 이곳에 그리 생각하는 무인은 단연코 없었다·
그들의 정체성은 무인이 아니라 군(軍)이었다·
[끄아악!]
의념이 담긴 강기 다발이 집중 포격되고 그 사이로 현경의 무인들이 뛰어들어 놈들의 몸을 헤집는다·
“성천검결!”
“파천구뢰도!”
저마다의 절세신공이 광선검을 통해 펼쳐지며 번쩍번쩍 눈 부신 빛을 토해낸다·
하나하나의 일격에 심상이 어리며 거대한 기운을 응축시켜 상대에게 향한다·
[감히···! 하찮은 것들이!!]
“치고 빠져!”
“집중해!”
분노한 은빛의 거인이 주먹을 휘둘러 오지만·
“플라즈마 에테르탄을 사용해!”
“다들 피해! 이번엔 에테르 집속탄이야!”
쐐애애액-
“서둘러!! 빠져나간다!!”
“조금만 더!”
쿠구궁-
파츠츠츠즛-
꾸우웅-
온갖 중화기가 놈들의 몸에 직격하며 피해를 주고 시야도 가려준다·
스카이보드에 올라타 기예를 선보인 그들은 다시 본대와 합류해 레이드를 이어간다·
“놈들의 시선을 끌고 주의력을 분산시키는 데 온 힘을 쏟아라!”
“지금이다!! 달려들어! 붙어!!”
“신교를 위하여!!”
은빛의 거인들을 처치하는 것에 감히 욕심부리지 않는다·
그들은 거인들의 주의를 끌고 분산시키기만 하면 되었다·
“버텨라!”
당연히 현경 무림인들의 존재는 세피로트 일족에게 있어 상당히 거슬리는 것이 사실이었다·
[이 이···!]
[말도 안 돼!]
[아무리 필멸자라도 하나하나가 세계의 용사급인가?]
[방심하지 마라! 방심만 안 하면 위험하지 않다!]
[이 녀석들!!]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헤쳐나간다·
그거면 된다· 그거면·
무림인들은 정신없이 전장을 누비며 전장의 어떤 곳을 향해 슬쩍 시선을 던졌다·
쿠우웅-
콰아앙-
[끄아아악!!]
[사 살려줘!]
[안 돼! 내 성혈이!]
[꺄악! 피해!]
[아 안 돼!]
[인간이··· 아니야···!]
[당황하지 마라!]
학살이 펼쳐지고 있는 전장·
거리가 있고 흐릿한 안개 때문에 자세히는 보이지 않았지만 느낄 수 있다·
어마어마한 신화가 펼쳐지고 있다는 것을·
은빛의 기운으로 몸을 감싸고 있는 거인들이 무참히 터져나가는 전장·
아··· 칼슈타인 폐하!
황금빛 갑주를 두르고 거대한 창을 휘두를 때마다 거인들은 비명을 지르고 육체가 터져나가기 바빴다·
쿠구구궁-
안개가 붉게 물들 정도로 거대한 붉은 기운이 용솟음치는 전장·
그 전장의 한가운데 그분이 계신다· 홀로 이토록 강대한 적들을 상대로 분전 중이시다·
가슴이 웅장해졌다·
“허어어····”
“경이로워·”
“역시 은하신교·”
“은하! 은하! 은하!”
“칼슈타인 폐하!”
신화대전을 펼치고 있는 전장을 볼 때면 지친 몸에서 힘이 샘솟는다·
“버텨라! 우리의 역할은 지키기만 하면 된다!”
“위대하신 폐하의 애완용을 지켜라!”
“역시 폐하께서는 용(龍)마저 지배하시는 분!”
“티끌도 다치게 하지 마라!”
“거기!! 집중해!”
한편 그들의 말을 들은 용용은 형용하지 못할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물론 용용도 무림인들을 마법으로 보조하며 활약을 펼치고 있다지만·
“시 시발····”
평소 욕을 절대 하지 않는 고상한 드래곤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을 수 없다·
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ㅋㅋㅋㅋ애완용ㅋㅋㅋㅋㅋ
ㄴ아 틀린 말 아니라고ㅋㅋㅋㅋ
ㄴㅋㅋㅋㅋㅋㅋ드래곤이 어디까지 추락하는 거야?
ㄴ아 판타지 최강자 드래곤 맞냐고ㅋㅋㅋㅋ
ㄴㅋㅋㅋㅋㅋㅋ
하필 지금은 또 커뮤니티도 연결된 상태라 방송을 켜고 있었다·
“용생····”
용용의 허탈하면서도 어이가 없어 하는 표정이 고스란히 송출된다·
ㄴ잡몹 쩌리 취급 오졌다ㅋㅋㅋㅋ
ㄴㅋㅋㅋ아 걸어 다니는 보물 고블린이라고요!ㅋㅋ
ㄴ응 SSS급 짐꾼이면 지켜야지·
ㄴㅋㅋㅋㅋ인벤토리를 지키기 위한 주딱의 고군분투!
당연히 용용의 허탈함과는 별개로 커뮤니티 유저들은 무림 백병대에 관심을 보였다·
ㄴ미친ㅋㅋㅋ
ㄴ저게 뭐시여?
ㄴ아티팩트?
ㄴ딱 보면 모르냐ㅋㅋ
ㄴ진정한 기계화 보병인가?
ㄴ파워드 슈트? 외골격 장갑?
ㄴ최소 화경으로 보이는데····
ㄴ아까 의념 어쩌고 한 것 보면 현경이 아닐까 추측됨·
ㄴ그게 말이 됨?
ㄴ현경 부대라고?
ㄴ아···· 저기에 있는 형님 한 분만 우리 세계로 오면 세계 정복 쌉가능·
ㄴ미쳤네·
ㄴㅈㄴ 멋있네·
ㄴ주딱이 통치하는 나라는 저런 애들이 우주에 널려있는 곳임?
ㄴ광선검 저거 왤케 세 보이냐·
ㄴ실제로도 센 듯· 거인들도 은근 피하려고 함·
수백 명의 무인이 보드를 타고 다니며 공중전을 펼치는 광경은 나름의 풍취가 있었다·
번쩍번쩍 광선검과 화려한 빔이 하늘을 수놓고 갖가지 역장이 펼쳐지며 무수한 폭발이 일어난다·
웅장한 전장의 한가운데에서 용용이 느끼는 감정은 뭐라 형언할 수 없었다·
실제로 병사(?) 하나하나가 용용의 세계에서 용사로 추앙받는 자들을 보는 듯했기에·
물론 용사라는 수식은 인간들 사이에서만 해당하는 말이었지만·
그들이 무리 지어 군을 이루고 있다·
드래곤도 그 앞에서는 꼬리를 내릴 터·
퍼펑-
츠즈즛-
서걱-
우우웅-
푸슝푸슝-
말도 안 되는 퍼포먼스·
실제 거인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넣을 수 있는 걸로 봐서는 용용 그 자신보다 뛰어난 구석이 있었다·
금속으로 이루어진 각종 장비를 착용하고 하늘에 폭발을 수놓으며 격전을 펼치고 있는 그들·
마법은 먹히지도 않던데····
그에 드는 생각은·
“사이보그 드래곤····”
혼잣말하는 용용의 얼굴에선 깊은 고뇌가 느껴진다·
ㄴ댓?
ㄴ미친ㅋㅋㅋ
ㄴ메탈 드래곤 가나요?ㅋㅋㅋ
ㄴ주딱한테 빌어보자·
ㄴ용용아! 정신 차려!
ㄴ갬성 오졌다·
ㄴㅋㅋㅋㅋ
ㄴ낭·만·
ㄴㅋㅋㅋㅋㅋ
ㄴ용용아 주딱한테 성형 한번 받자!
커뮤니티 유저들은 장난스레 말을 던질 뿐이지만 실제로 용용은 진심으로 고민했을 정도다·
아무튼 그건 나중에 고민할 일·
당장은 주딱의 짐(?)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었다·
‘응· 절대로 무서워서 숨어 있는 게 아니야! 주딱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거지!’
용용의 주위로 수십의 무사들이 포진하고 있다·
사이버펑크 무림인 중에서도 정예로 보이는 자들·
갑옷이라기보다는 두툼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로봇을 껴입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들은 조금의 동요도 보이지 않고 묵묵히 전선을 관찰하며 전장을 지휘하는 듯했다·
‘대체 뭐가 뭔지····’
가끔 은빛의 기운을 두른 적이 기습할 때면·
우우웅-
[치지직-]
[전원 소형 에테르 주포를 가동하라·]
우우웅-
쩌어엉-
그 어느 병기보다 막강한 빛줄기가 빗발쳤다·
장엄한 빛줄기가 화망을 갖춰 상대의 육체를 소멸시켰다·
상대는 부활해가며 몇 번 달려들기도 했지만 결국 포기한 걸로 봐선 뚫는 게 쉽지 않아 보였다·
우우웅-
파츠츳-
주위를 뒤덮는 역장 보호막도 영향이 있는 것 같고·
‘미친·’
그래도 어찌어찌 버틸 수는····
그 순간 용용의 뇌리에 경종이 울렸다·
어?
주위를 둘러보자 정예병들도 당황한 것이 틀림없었다·
모두가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
하늘 전체를 덮은 은빛의 거대한 몽둥이·
“!!”
절로 고개가 숙여질 듯한 신령스러움이 느껴지는 거대한 몽둥이가 하강하고 있었다·
무언가 달랐다·
하늘이 무너지는 게 이런 것일까?
마치 공간이 층층이 밀리며 중첩되어 떨어져 내리고 있달까?
병사들 모두의 포격이 동시에 하늘로 향했다· 수준급의 무인인 만큼 모두 반사신경이 뛰어났다·
빗발치는 포격·
허나 떨어지는 은빛 하늘은 흔들림이 없다·
공간이 비틀리며 그들의 포격이 왜곡되는 것 같달까?
피 피해야····
허나 하늘이 무너지는데 어디로 피해야 할까?
흐릿한 거대한 인영이 내려치는 몽둥이가 하늘 전체를 뒤덮는다·
그리고 그 순간 전장 전체를 뒤덮는 소름 끼치는 기운·
모두가 하늘에서 고개를 돌려 어느 한 곳을 바라봤다·
칼슈타인 바빌론·
그가 있는 곳이었다·
경지에 다다른 무인이라면 내공을 활용해 어지간한 빛으로는 눈도 깜짝 안 할 테지만 그들 모두 눈을 감아야 했다·
전투 중에 눈을 감는다는 것은 수치·
허나 아무도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스스로의 눈을 지키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영혼을 지키기 위해일까?
고색창연한 황금빛 섬광이 폭발한다·
용용 무인들 적들 가릴 것 없이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다·
죽는다·
살려줘·
죽여줘·
이곳 전장에 있는 자들은 어느 정도 심상을 다룰 수 있는 자들·
그들 모두가 공통으로 느낀다·
심상이 붕괴한다!
그리 느끼는 것은 결코 자신들이 약해서가 아니었다·
이건 순리다·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현상과도 같은 것·
황금빛 섬광이 하늘을 꿰뚫는 순간·
무림 백병대 전원은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렸다·
아아 신이시여·
그들은 전율에 몸을 떨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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