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86
“이게 그렇게 막 쉽고 편리하고 그런 건 아니거든?”
끼리릭-
파아앙-
칼슈타인 인근에 떠 있는 패널 중 하나에서 강력한 충격파가 터져 나오며 인근의 괴수들이 튕겨나갔다·
“흐음·”
그리고 또 다른 패널에서 전류 튀는 소리가 들리더니 새하얀 자기장을 뿜었다·
“끼에에엑!”
칼슈타인이 점찍은 괴수 둘이 자기장에 주르륵 끌려들어왔다·
서걱-
칼슈타인이 가볍게 휘두른 창날에 목이 날아가는 괴수 둘·
“뭐 있으면 편한 건 사실이지·”
파츠즛-
또 다른 세 개의 패널에서 붉은 전류가 튀더니 레이저를 내뿜으며 주르륵 긁었다·
화르륵- 화륵- 화륵-
고열의 굵직한 레이저가 긁고 지나간 자리엔 재만 남았다·
이에 교대하듯 또 다른 패널들에서 레이저가 주위를 긁기 시작했다·
퍼펑- 파츠즛- 화륵-
칼슈타인의 주변에 뜬 24개의 패널들이 저마다 바쁘게 움직였다·
“그런데 정신 감응으로만 조작하는 거라서 적응하는 데 시간 좀 걸릴걸?”
ㄴ····
ㄴ장비가 열일하네·
ㄴ혼자서 파티사냥한다는 게 이런 건가?
ㄴ24개 전부 직접 조종하는 거라고?
ㄴ이기어검?
ㄴ장비가 알아서 폴링해주는 주딱 센세·
ㄴ아까 미사일 맞고도 멀쩡한 놈들 아니었나? 그냥 녹는데?
ㄴ우주 함선보다 강한 개인 장비···?
“함선은 고속정 타입이라서 좀 약한 편이고·”
ㄴ아니···· 미사일 수만 발 쏘는 함선이 약하다면····
ㄴ그걸 처맞고도 살아남은 괴수는 어디의 괴수?
ㄴ어디긴 어디야· 우주 괴수지ㅋㅋㅋ
ㄴ근데 범위기로는 좀 약한 거 아니냐?
“뭐···· 이런 것도 가능하긴 해·”
24개의 패널들이 들고 있는 창대를 중심으로 하나로 뭉치더니 거대한 포신을 형성했다· 그에 칼슈타인이 손잡이를 잡고 에테르를 밀어넣으니 전방에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응집된 구체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파츠츠즛-
밟고 있는 소행성이 쩌저적 갈라지며 돌조각들이 떠올랐다·
ㄴ합체도 가능한 거였냐고ㅋㅋㅋ
ㄴ못하는 게 뭐지? 아까 이동도 보조해 주던데·
ㄴ상하좌우 위아래 자동 발판····
ㄴ저게 원래 방패였다고ㅋㅋㅋㅋ
ㄴ그것도 지금 들고 있는 창에 붙어 있던 거였음·
ㄴ무슨 15단 변신 방패도 아니고····
포신에서 붉은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쩌어엉-
칼슈타인의 몸이 뒤로 휙 젖혀질 정도의 강한 포격·
포신에서 쏘아진 붉은 섬광이 칼슈타인의 시야를 전부 가릴 정도였다·
섬광의 궤도를 따라 괴수 수천 마리가 붉게 타오르며 산화한다·
쿠우웅-
기어코 수백 킬로미터나 되는 거대한 괴수의 심장을 파괴하며 섬광이 사그라들었다·
ㄴ어어 넘어간다 넘어간다!
ㄴ한 방·ㅋㅋㅋㅋㅋ
ㄴ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ㄴ야 저거 ㅈㄴ 큰 괴수 아니었나?
ㄴ원근감이 좀 이상해서 눈치 못 챘는데··· 어지간한 나라 크기는 되지 않을까?
ㄴ우리 세계에 출현하면 종말이야·
ㄴ아니 아이스크림 먹는 것보다도 쉽게 잡는데?
ㄴ덩치만 큰 게 아닐까?
ㄴ그럴 리가 있냐고ㅋㅋㅋㅋㅋㅋ
ㄴ그래서 주딱 양반! 15단 변신 방패 안 파냐고!
ㄴ가챠 열심히 돌리면 주딱이 쓰고 있는 장비 구할 수 있나요?
ㄴ되겠냐고ㅋㅋㅋㅋ
ㄴ쓰벌 누군 오우거 하나 잡으려고 별 지랄을 다 떠는데·
ㄴ24개도 필요 없다· 저거 하나만 있어도·····
“흐음· 15단 변신 방패라··· 틀린 말은 아니지· 이런 것도 되거든·”
칼슈타인이 포신을 놓자 촤자작 분리되더니 그의 전신 갑주에 하나씩 결합되기 시작했다·
철컥- 철컥-
지잉- 철컥-
덩치가 두 배는 커진 듯한 칼슈타인·
그의 견갑부터 시작해 흉갑 완갑 하갑과 등 뒤의 날개 부분까지 구성된 갑옷이 완성되었다·
쿵· 쿵·
걸을 때마다 딛고 있는 지면이 쩌적 갈라진다·
ㄴ댓?
ㄴ이번엔 합체 로봇이냐고····
ㄴ어어···?
ㄴ뭔가 유치한데··· 성능이 괴랄해····
ㄴ낭·만·
ㄴ그러니까ㅋㅋ 왜 성능은 또 좋냐고·
[속도형 모드로 전환]
촤자작-
전신갑주에 붙어 있던 패널들이 유선형으로 변하며 그 사이로 부스터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부스터에서 푸른 섬광이 뿜어져 나오며 시동을 알렸다·
ㄴ키야·
ㄴㅋㅋㅋㅋㅋ부스텈ㅋㅋㅋ
ㄴ아니 이것저것 다 집어넣었네ㅋㅋㅋ
ㄴ아 그래서 안 살 거냐고 ㅋㅋㅋ
ㄴ팔면 개처럼 짖어줌ㅋㅋㅋ
“음· 너희 동체시력이 따라올지는 모르겠네·”
츠팟-
그 말과 함께 사라졌다·
ㄴ??
ㄴ?
ㄴ어···· 이게 주딱이 보는 시야인가?
ㄴ다른 시간 속에서 살고 있는 거 같은데요?
ㄴ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ㄴ주딱아 카메라 좀 고정해봐라! 하나도 안 보여!
퍼펑- 펑- 푸학- 펑- 쿠웅-
칼슈타인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괴수들이 지우개로 지우듯 사라지기 시작했다·
ㄴ미친· 괴수들이 불쌍합니다·
ㄴ괴수인권협회에서 왔습니다· 학살은 멈춰 주세요·
ㄴ학·살·
ㄴ멈춰! 하나도 안 보여!
ㄴ저거 어느 정도 속도로 움직이는 거야?
ㄴ빛의 속도··?
ㄴㅋㅋㅋㅋㅋㅋ
ㄴ순간이동 하는데요?
괴수가 끝도 없이 밀려들었지만 도무지 긴장감이라고는 들지 않는다·
게다가·
ㄴ지원 왔네·
ㄴ저게 다 몇 대야·
ㄴ주딱의 따까리·
ㄴ아까부터 뒤만 따라오던데·
ㄴ쟤들도 쟤들이다· 따라잡으면 도망치듯 혼자 앞서가고 또 뒤쫓고·
ㄴ나는 주딱이 우주 함대에 쫓기는 줄 알았어·
ㄴ저 속도로 괴수를 쓸어담는데 쫓아올 수나 있겠냐고ㅋㅋㅋㅋㅋ
칼슈타인의 장비 시연회에 시청자 수가 폭증하고 있었다· 원체 신비주의인 주딱이었던지라 모두의 관심을 끌고 있었는데 장비 시연회까지?
현재 차원 통합 커뮤니티에 접속 중인 유저 대부분이 몰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장비라고 부르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어?
ㄴ얼마 전에 전 재산 털어서 스태프 샀다고 히히덕거렸는데····
ㄴ야··· 난 처음부터 봤는데 지금 나온 게 그나마 상식적인 수준임·
ㄴ상식?
ㄴㄹㅇㅋㅋㅋ
ㄴ처음엔 주작인 줄 알았어·
ㄴSF 영화도 저런 식으론 안 만들 듯ㅋㅋㅋ
ㄴ밸런스 어디갔냐고ㅋㅋㅋㅋ
ㄴ도대체 주딱에게 부족한 건 뭘까?
ㄴ가질 거 다 가진 황제라면 배불뚝이 아저씨여야 하지 않냐고!
ㄴ신은 어찌하여····
ㄴ오히려 괴수가 불쌍한데?
ㄴ본격 괴수 학살 방송·
후원 포인트가 일정 금액 누적되면 하나씩 장비를 소개하는 주딱·
-주딱까지 달고 리액션은 좀 부끄럽잖아? 하하·
농담 아닌 농담에 다들 무시하려 했지만·
ㄴ어어· 후원금이 하늘을 뚫는데요?
ㄴ하늘만 뚫냐· 우주를 뚫을 것 같은데·
ㄴ숨어있던 거물들 죄다 몰려온 듯·
ㄴ모두의 관심을 받고 있는 주딱·
ㄴ아 그럼 안 궁금하겠냐고ㅋㅋㅋㅋ
ㄴSF 장비라고 부를 정도면 저 정도여야 함?
ㄴ다 저런 걸 쓰지는 않겠지· 황제인데 하이엔드급 아니겠어?
ㄴ사펑 무림인들 장비도 장비인데· 이걸 보니까 보급형이라는 게 확 느껴지네ㅋㅋㅋㅋㅋㅋ
ㄴ뭔가 착각하는 거 아냐? 적 상대가 비교가 안 되잖아· 철검이랑 핵무기 정도의 차이인 듯·
ㄴㅋㅋㅋㅋㄹㅇ 주딱 개 쉽게 잡는 거 보고 오해하지 말자·
ㄴ저거 한 마리 잡는 것만으로도 떼로 죽어나갈 텐데·
“장비는 이쯤 하자· 이제부턴 나도 정신 없어질 것 같아·”
칼슈타인은 네임드 개체 몇 마리를 발견하곤 갑주 형태를 해제하고 방패로 전환했다·
ㄴ예? 이제부터라니요? 저희는 지금도 정신 나갈 것 같은데요?
ㄴ아직도 더 보여줄 장비가 남았냐고ㅋㅋㅋㅋㅋ
ㄴ후원 저게 다 얼마야····
ㄴ인생····
ㄴ스읍·
ㄴ아니 그래서 팔아주냐고!! 자랑만 하지 말고!!
ㄴ나중에 기분 좋으면 몇 개 풀어준대·
ㄴㄹㅇ?
ㄴ프리미엄 붙여서 ㅈㄴ 비싸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살 사람이··· 있긴 할까?
ㄴ살 사람은 많지·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 없을 뿐·
이제껏 거의 보이지 않던 네임드 개체가 발견되기 시작했다·
쿠웅- 콰직- 으직- 쿠웅-
지금까지는 장난이었다는 듯 거칠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칼슈타인·
콰지직-
맨손으로 괴수를 찢어버리는 그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영상으로 송출된다·
ㄴ아아····
ㄴ갓 뎀!
ㄴ개아프겠다·
ㄴ주딱은 괴물을 맨손으로 찢어~
ㄴ누가 괴수인지 모르겠는데요?
ㄴ박탈감····
칼슈타인은 점점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집중하고 있는 그의 눈에 채팅창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파아앙-
밀려나는 괴수의 파도·
이윽고 쏘아 보낸 투창·
쿠구궁- 쿵-
뭉텅이로 삭제되는 괴수 무리·
전신이 터져 조각난 거대 괴수·
카가강- 캉-
전신의 갑주로 괴수의 이빨을 받아내는 칼슈타인·
파앙- 푸학-
기계적으로 보일 정도의 단순하면서도 호쾌한 움직임·
들어오는 족족 모조리 터뜨려버리는 칼슈타인은 흡사 괴수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보이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온갖 기계 장치들이 그를 보조하며 온갖 광선과 탄환을 펑펑 쏘아댄다·
이를 본 커뮤니티 유저들은 점점 말이 없어졌다·
ㄴ····
ㄴ허어····
ㄴ미쳤네·
ㄴ살육 기계네·
ㄴ누가 기계인지 모르겠는데?
ㄴ깝치지 말자 얘들아·
넋 놓고 그의 학살을 지켜본다· 아름다움마저 느껴질 정도!
허나 칼슈타인은 커뮤니티의 반응을 확인할 여유가 없다·
“시간이 지체되는군·”
[생각보다 저항이 거센 걸 봐선 제대로 찾아온 것 같습니다·]
“그건 다행이지만·”
쿠우웅- 번쩍-
-크르륵·
-끼에에엑!
-캬하아악·
몸을 던져가며 그의 발걸음을 조금이라도 붙들려는 괴수·
일반 괴수들 틈에 섞여 간간이 원거리 공격을 시도하는 네임드 괴수들·
쿠우웅- 번쩍-
아무리 칼슈타인이라도 시간이 조금씩 지체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그러던 차
그가 날린 투창으로 인해 밀집도가 낮아진 괴수들 사이로 무언가가 시야에 들어왔다·
녀석이다·
“···아리아· 봤지?”
[네· 확실히 봤습니다·]
초거대 괴수 위에 올라탄 채 고위 개체들을 이끌고 전장을 떠나가는 No·17 프로히덴·
심지어 엠사이트를 두 마리나 달고 있었다·
뒷모습뿐이었지만 어찌 모를까·
“어딜 그리 몰래 가시나····”
씨익 웃은 칼슈타인이 체내에서 에테르를 끌어올렸다· 엠사이트의 통신 방해 전파가 일시적으로 흔들렸다·
[길을 열어라·]
우우웅-
그간 칼슈타인의 뒤만 졸졸 따라오던 함대의 진형이 바뀌기 시작했다·
ㄴ괴수야! 도망쳐!
ㄴ돔황챳!
ㄴ주딱 눈 뒤집어졌다!
ㄴ어 딜도 망가!
ㄴㅋㅋㅋㅋㅋ 괴수 조졌네· 튀다가 딱 걸림·
ㄴ괴수: 이걸 걸리네·
ㄴ꺅! 주딱이 쫓아온다!
언제나 그렇듯 커뮤니티는 호들갑 일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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