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03
수도의 어느 한적한 카페·
한파를 피하기 위해 근처 카페로 피신한 유리아와 나는 간단한 음료를 주문하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유리창 너머를 보며 한숨을 뱉었다·
“역시 따뜻한 곳은 좋네요· 2시간 넘게 밖에 있었다 보니 이런 사소한 것에 감사를 하게 됩니다·”
“히끕···”
“역시 사람은 개고생을 한 번 해야 삶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 같습니다·”
유리아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는 나라도 1시간이나 밖에 서 있던 것에 기분이 상해있었기에 나는 딸꾹질을 하는 유리아의 눈치를 보며 쓸쓸하게 지냈던 1시간의 흔적을 슬픈 말투로 토했다·
“춥네요····”
시간이 조금 지났을까 주문한 음료가 조그마한 원형 테이블에 놓이기 시작했다·
소설에서 유리아가 좋아하는 당근 케이크와 따뜻한 유자차 두 잔이 놓이자 나는 점원에게 상냥한 웃음을 지어주며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빨리 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얼굴이 붉어진 점원은 내가 건네는 3골드의 팁을 받아들고서 공손하게 인사했다·
나는 다시 싱긋 웃었다·
고개를 들지 못하는 유리아를 외면하고 모락모락 김이 나는 찻잔을 양손으로 들고 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얼어버린 손이 녹는 것 같군요·”
“히끕··· 죄송해요·”
“아닙니다·”
유리아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중얼거리는 목소리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다는 의지를 격렬하게 드러내고 있었지만 상처받은 내 마음은 좀처럼 치유가 되지 않았지·
조금만 더 놀릴까 하는 나쁜 생각이 들었지만 이대로 더 놀리다가는 유리아가 울 것 같아서 장난은 이쯤에서 그만두기로 생각한 나는 테이블에 조심스럽게 찻잔을 내려놨다·
“많이 추웠죠?”
“아 네···”
춥다는 말에 소심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유리아·
나는 심심한 사과를 던지며 유리아에게 말했다·
“놀려서 죄송합니다· 제 성격이 워낙 괴팍해서 놀리고 싶은 일은 참지를 못해서요·”
“아니에요··· 제가 잘못한 일이니까····”
유리아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정말 죄송해요· 그게···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어제 과음을 하는 바람에 미쳤었나 봐요·”
“괜찮습니다· 늦을 수도 있는 거니까요· 저도 예전에 몇 번 그랬습니다· 아가씨께서 올 때 초콜릿을 사 오라는 부탁을 말이죠· 정말 미안하시면 예전에 제가 유리아씨에게 했던 잘못 하나로 퉁 치죠·”
가볍게 던진 말이지만 나름 무거운 의미를 담아 던진 말이었다· 지금의 만남은 취기를 통해 이어진 만남이었으니까·
조금의 감정의 짐을 덜어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나는 유리아에게 진 빚을 하나 지워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유리아는 내 말에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어렵게 끄덕였다·
“대신에 오늘은 제가 살게요·”
유리아는 오늘 지갑을 열겠다는 말을 했다· 굉장히 건방진 말을 하는 유리아·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유리아의 생활은 그리 좋지 못한 거로 기억하고 있다· 모험가인 아버지· 장학금으로 생활하는 유리아· 학교 생활하기도 빠듯할 텐데 지갑을 열겠다니·
유리아의 지갑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나는 정색하고 유리아의 의견에 철회를 요청했다·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네···?”
“지갑의 두께는 남자의 자존심입니다·”
할부하더라도 지갑을 열 수 있는 것이 남자의 자존심· 그렇기에 나는 유리아에게 얻어먹을 생각은 없다는 의사를 확실하게 밝혔다·
말릭에게 정산을 받지 않았다면 넙죽 받아먹을 테지만 지금은 영앤 리치가 된 지갑이니까· 조금의 사치는 부려도 된다고 생각했다·
유리아는 고개를 푹 숙이고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제가 내도 되는데····”
“마음만 받겠습니다·”
“고마워요···”
“별말씀을요· 대신 오늘 지갑 여시면 앞으로 쭉 얻어먹을 거니까 알아서 하세요·”
“네?”
“한번 무너진 자존심은 일으킬 수 없답니다·”
사소한 장난을 해주며 조금은 가라앉은 분위기를 풀어냈다·
나는 유리아를 향해 웃어주며 그녀의 지각을 용서해줬다· 사람이라면 늦을 수 있고 늦잠을 잘 수 있다고 나도 늦게 왔었다는 거짓말을 핑계로 그녀에게 심심한 위로를 건네주었다·
“아무튼 오늘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할 일도 없었는데 유리아씨 덕분에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군요·”
“아니에요··· 제가 부탁했는데요·”
유리아도 나와 마찬가지로 감사를 전했다· 작게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하는 유리아의 목소리에는 작은 떨림이 일고 있었다·
“나와주셔서 고마워요·”
그렇게 우리의 친해지길 바래는 시작되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유리아의 머리 위에 흐릿하게 보이는 호감도 창을 봤다·
[유리아 Lv· 32]
[직업 : 아카데미 학생/성녀 후보]
[호감도 : -7]
[좋아하는 대화 주제 : 친구/봉사/정의/잘생긴 남자/첫사랑/생명의 은인/아버지/(New)리카르도/(New)피어오르는 첫사랑/(New)미치겠어··· 옷 괜찮으려나?]
[싫어하는 대화 주제 : 올리비아/앞과 뒤가 다른 사람/거짓말쟁이/생활고/(New)이교도/(New)무능력한 자신]
지난번에 봤을 때 호감도 수치가 ‘-81’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보니 크나큰 발전을 이룬 호감도 창이었다·
이 상태로 간다면 노후에 세계관 최강자가 될 유리아에게 빌붙어 먹고 사는 게 가능할 지경·
천천히 이야기의 꽃을 피우며 나는 유리아와의 대화를 시작했다·
어떤 이야기가 좋을까·
소설과 현생을 기억하는 나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유리아가 좋아하는 대화 주제는 아무래도 건전한 대화일 테니까·
아가씨나 나는 누구를 밟았다는 불건전한 대화를 주로 했었는데 유리아는 그런 것보다는 도덕적인 이야기를 좋아할 테니까·
꽃이나·
인형·
그리고 아카데미 일상이려나·
조심스럽게 고민을 한 뒤·
나는 입을 열었다·
“오늘 예쁘시네요·”
역시 이것부터 시작하는 게 최선일 것 같다·
*
수도의 어느 병원·
진지한 표정으로 순번을 기다리는 데스문트 일가는 진료실로 들어가는 환자들을 심각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과거의 데스문트라면 의사를 저택에 불러서 진찰했을 테지만 1년의 불경기를 겪고 나서 검소한 삶을 배운 데스문트 가족은 막대한 부를 가지고 있음에도 귀한 발걸음을 하고 순번을 기다리고 있었다·
겸사겸사 올리비아와 데이트를 하고 말이지·
“다음 3번 환자분 들어오실 게요·”
올리비아는 다음 환자를 부르는 간호사의 얼굴을 보며 다르바브에게 물었다·
“애비· 우리 부르는 거 아니야?”
“아니다· 우리는 4번· 다음 차례다·”
“아닌데·”
올리비아는 ‘3번’이라는 숫자가 적힌 종이를 다르바브의 눈에 보여줬다·
의아한 표정을 짓는 다르바브·
“뭐지·”
다르바브는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4번 번호표를 봤다· 왜 저게 올리비아의 손에 있는지 불길한 예감이 드는 다르바브는 자신의 사랑스러운 딸에게 물었다·
“손기술이 좋군·”
“안 훔쳤어·”
“뭐···!?”
올리비아는 다르바브의 손에 들린 번호표를 손으로 가리키고는 ‘이건 애비가 뽑은 거·’라고 말하고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3번 번호표를 가슴에 가져다 대고 당당하게 말했다·
“이건 내가 뽑은 거야·”
“아니···”
다르바브의 눈가는 시큰하게 달아올랐다·
“훔치지 않고 스스로 뽑다니···! 성장했구나· 올리비아·”
“응· 2번 꺼 뺏으려고 했는데· 그러면 리카르도가 혼낼 테니까·”
성장한 올리비아의 모습에 다르바브는 눈가를 손으로 가리고 고개를 들었다·
“애비 울어?”
“아니다· 눈에 먼지가 들어가서 그런 것뿐이다·”
그리고· 묵묵히 페x리 1호기의 손잡이를 잡고 있던 카일은 떨리는 목소리로 올리비아에게 말했다·
“올리비아·”
“웅·”
“설마 네가 번호표를 뽑은 거냐? 네 손으로?”
올리비아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리카르도가 알려줬어· 가게나 은행을 갈 때 번호표를 뽑고 들어가라고·”
이전의 올리비아라면 순번이고 뭐고 일단 들어가고 ‘내 차례야· 나 시간 없어·’라고 했을 게 분명했는데· 기다림이라는 인내를 배운 올리비아가 자랑스러운 카일은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5번 번호표를 멍하니 보며 감동에 부르르 떨었다·
“다 컸구나···”
“응·”
카일은 벅차오르는 감동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카일은 진료실로 들어가기 위해 휠체어를 밀었다·
그리고 그때·
새치기하는 건방진 녹색 대가리가 카일과 다르바브를 지나치고 진료실로 들어가고 있었다·
올리비아는 당당하게 걸어가는 녹조 대가리를 보면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내 차롄데?”
“맞다·”
“맞지·”
올리비아는 다시 한번 물었다·
“근데 쟤는 뭔데 새치기해?”
“···맞지·”
“저 x새끼가···”
데스문트 가문은 한마음 한뜻으로 녹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청년을 향해 걸어갔다·
다르바브와 카일은 영광적인 순간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올리비아는 그냥 기분이 나빠서·
흉흉한 기세를 품고 녹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의 뒤에 섰고·
선두에 선 카일은 올리비아의 휠체어의 손잡이를 다르바브에게 넘겨주며 매우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거기 녹색·”
“뭐?”
“입원하고 싶나?”
고개를 돌린 루인의 앞에 흉흉한 기세를 풍기는 카일이 눈에 들어왔다·
“뭐?”
카일은 루인을 보며 짧게 말했다·
“입원해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reader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추신)
정말로 유리아 파트는 여기서 끝입니닷!
다음 파트는 아가씨의 턴···! 입니닷!
(!)독자님들의 최애 캐릭터는 누구신가욧!?
[후원 감사]
SUNHYUK님 3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너무너무 재미있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이 요정··· 많은 생각에 잠겨있습니닷!
이것이 최선일까하는 생각을 말이죳!
다소 밍밍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매일같이 하고 있습니닷!
하지만 다음파트···!
열심히 써보겠습니닷!
독자님에게 오늘 하루가 굉장히 인상적인 요정! 따뜻한 아메리카노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kimdoyunniming님 5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오늘도 찾아와주시다니!
이 요정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항상 부족한 요정이지만 노력하고 발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 게임을 전부 삭제했습니닷!
하루에 한 두판씩···! 소소하게 했지만 과감하게 삭제한 요정!
독자님에게 12월의 끝을 안전하게 보낼 수 있는 제설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unatic님 3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아닛··· 이 요정··· 눈을 비볐습니다···!
항상 재미있게 읽어주셔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립니닷!
요즘 요정의 고민이 있다면 나태해진 요정에 대한 채찍질이 아닐까 싶습니다!
항상 발전하겠습니닷! 감사합니닷!
독자님에게 연말에 끝· 아쉬움이 남는 한 해 혹은 뿌듯한 한 해를 보냈을 지도 모르는 2023년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해줄 요정! 불꽃놀이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NUUCON님 12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닷!
어···? 엣···? 음?!!!
이 요정 순간 눈을 의심했습니다·
이런 무시무시한 후원을 받다니·
최근 수상할 정도로 요정은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노력해야하고 발전해야겠다는 경각심을 심어주는 지금·
한동안 나태해졌다고 생각하는 요정이랍니다···!
이 요정···! 다음파트 힘내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기대하시는 맛이 아니겠지만 말이죠···!
독자님에게 오늘은 대요정의 기운을 빌려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023년 12월의 마지막이 다가오는 지금· 엄청난 행운의 요정!!! 로또의 1등의 요정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늘연달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닷!
오늘도 찾아와주신 독자님···!
이 요정 오늘도 역시 어딘가에 계실지 모르는 독자님을 향해 동서남북으로 그랜절을 올렸습니다!
한 해의 끝이 다가오는 중···! 항상 건강 챙기시길 바라며···
한해를 마무리하는 최강의 요정···!
가나 초콜릿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파페포포님 2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었다니···! 이 요정 감사합니다!
건강하게 완결까지 달려가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맨탈이 강해졌다고 생각하는 요정·
바퀴벌레와 같은 멘탈을 갈고 닦고 있는 중입니다·
한가지 스토리에 희망을 드리자면···!
해피엔딩입니닷!
꼬아서 만든 해피엔딩이 아닌 모든 독자님들이 아하! 오홍! 하는 엔딩입니닷!
완결까지 한참 남았지만 말이죠!
독자님에게 12월 30일을 맞이해서 한 살이 젊어지는 요정···! 썬크림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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