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16
리카르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들을 수 있을 것 같던 목소리는 뾰족한 송곳으로 낡은 냄비를 긁는 것 같은 쇳소리로 올리비아의 귀에 들려온다·
항상 밝은 목소리로 말해줬던 첫 마디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기분을 헤아리며 시작하고·
먹먹한 마음을 풀어주는 리카르도의 장난기를 머금은 말투는 몸 상태와 관계없이 시무룩한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연한 밑줄을 그으면서 시작했다·
“아가씨· 이런 식의 플러팅은 집사의 심장을 아프게 한다니까요·”
리카르도가 그은 연하디연한 밑줄은 어둠에 잠긴 올리비아의 마음에 웃음이라는 생채기를 내고·
“하하·· 심정지로 죽일 일 있습니까?”
그가 뱉는 작은 미소는 밑줄을 덧칠하며 허탈한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그와 동시에 울리는 알림은·
[리카르도가 만족할 만한 간호하기· (1/1)]
형편없는 간호에 대한 후 한 값을 매겨주고 있었다· 약도 따뜻한 물도 심지어 이마에 손을 대는 것조차 하지 못했던 자신의 형편없는 행동에 대한 값을 후하게 쳐주고 있었다·
올리비아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뭐야····”
“뭐긴요· 일어나보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녀에게 안겨있는 것에 대한 감상평이죠·”
“그게 뭐냐고·”
“음··· 앞으로 자주 해주세요?”
리카르도는 철없는 말을 뱉었다·
모시는 주인에게 가벼운 장난을 뱉으며 감기에 걸린 입을 가리고 있었다·
감기를 옮기면 안 된다고 멀리 떨어지라고 강요하는 리카르도의 배려심 가득한 손길에 올리비아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리카르도는 시계를 보고 멋쩍게 뒤통수를 긁적였다·
“죄송합니다· 너무 좋은 꿈을 꿔서 늦잠을 잤나 봅니다·”
손으로 입을 막고 있는 리카르도의 조심스러운 모습에 올리비아의 고개는 더욱 내려갔다·
사소한 행동하나에 만족하고·
철없는 장난으로 울적한 기분을 풀어주려는 집사의 행동에 기분이 좋아졌으니까·
우울한 기분을 눈치챘는지 리카르도는 올리비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떻게 오신 겁니까?”
“곰탕이가 데려다줬어·”
“역시 주인을 닮아서 똑똑하네요·”
“멍청해·”
“···주인을 말하는 겁니까? 곰탕이를 말하는 겁니까?”
“둘 다·”
확고한 올리비아의 답에 리카르도는 헛웃음을 뱉으며 조심스럽게 올리비아의 어깨를 밀어냈다·
“감기 걸립니다· 돌아가세요·”
“괜찮아·”
“저택에 환자가 두 명이 생기면 굉장히 곤란할 것 같은데요·”
“곤란해도 괜찮아·”
“제가 곤란하단 말입니다·”
1시간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리카르도는 점차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달궈진 쇠 구슬을 머금은 것 같던 숨소리는 점차 안정을 찾아갔고 초점을 잡지 못하던 흐린 눈동자도 점차 맑은 눈동자로 돌아오고 있었다·
침대에 기대어 앉은 리카르도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올리비아의 볼을 꼬집었다·
말랑거리는 감촉을 느끼며 입을 여는 리카르도· 올리비아는 특별히 건방진 집사의 손길을 혼내지 않기로 했다·
리카르도는 환자니까·
오늘은 넘어가기로 했다·
“이야~ 죽을 뻔했네요· 돌아가신 할머니가 강 너머에서 ‘이리와’라고 손짓하는 걸 보고 왔습니다·”
“리카르도는 할머니 없잖아·”
“말이 그렇다는 거죠·”
기지개를 켜며 애써 괜찮은 척하는 리카르도· 올리비아는 리카르도의 떨리는 손가락에 그의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아무리 자신이 눈치 없는 바보라고 하지만 그 정도는 알 수 있었으니까·
숨소리는 아직도 거칠었고·
괜찮았다면 진작에 아침을 준비하러 나갔을 리카르도는 시답지 않은 말을 뱉으면서 침대에 누워있을 시간을 벌고 있다는 것은 올리비아는 알고 있었다·
올리비아는 리카르도의 이마에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아파?”
“이런 갑작스러운 행동을 플러팅이라고 한답니다·”
“그래서··· 아파?”
리카르도는 올리비아의 손에 자신의 손을 포개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건강합니다·”
상냥하게 웃는 리카르도의 미소와 함께 그의 뜨거운 체온이 올리비아의 손바닥에 느껴졌다·
올리비아는 심장이 쪼그려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거짓말하지마· 아프잖아·”
“정말로 안 아프답니다·”
새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튼튼한 이두박근을 보여주는 리카르도· 신뢰를 잃은 리카르도의 행동은 위로가 되지 않았다·
올리비아는 볼에 바람을 빵빵하게 넣고 리카르도를 나무랐다· 왜 약속을 왜 어기냐고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기로 분명 약속하지 않았냐고· 분노를 담아서 올리비아는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는 리카르도에게 말했다·
“아프면 말하기로 약속했잖아·”
“···하하··”
“약속한 지 얼마나 지났다고 또 어겨· 내가 얼마나 걱정한 지 알고 있어?”
“죄송합니다· 이게 저도··· 갑자기 아픈 거라서 당황해서 그만·”
“거짓말·”
올리비아는 고개를 ‘휙’ 하고 돌리며 자신의 화난 기분을 리카르도에게 표현했다· 바보 같은 집사는 이렇게 혼내도 못 알아들으니까·
언제나· 몇 번이고 리카르도는 자신에게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을 거란 걸 올리비아는 알고 있었다·
도움이 되지 않을 걸 알지만· 이런 어설픈 간호밖에 해줄 수 없는 모질이란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런 어설픈 간호라도 하고 싶어서·
그래서 더 화가 났고· 입술이 삐쭉 튀어나오는 것 같다·
동시에 속상하기도 했고·
라카르도에게 따뜻한 물 한잔도 못 가져다주는 자신이 쓸모가 없어서 속상했다·
괜한 마음에 올리비아는 퉁명스럽게 리카르도에게 소리쳤다·
“내가 그렇게 못 미더워?”
“아니요· 얼마나 믿는데요·”
“믿는다면서 왜 말 안 하는데!”
“아가씨께서 걱정하시잖아요·”
리카르도는 단호하게 답했다·
“저는 제가 아픈 것보다 아가씨가 맘고생 하는 게 더 싫습니다·”
“나는 내가 모르고 있는 게 더 싫어·”
“그럼 아쉽게 된 거죠·”
계속 단호박 같은 답을 뱉는 리카르도를 한참을 째려보던 중·
어색한 분위기를 이기지 못한 리카르도는 주섬주섬 이불을 걷어내고 일어나려고 했다·
“저도 참···· 아침 준비를 안 했네요· 빨리 가서····”
“가지마!”
“네?”
“오늘은 쉬어·”
리카르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럴 수는 없다는 소심한 반항을 뱉었다·
“배고프지 않습니까·”
“배 안 고파·”
“오늘 하녀님도 안 오시는데요?”
“굶어야지·”
“오···”
눈을 반달처럼 뜨고는 ‘제가 아는 아가씨는 밥을 굶으면 죽습니다·’라는 미심쩍은 미소를 짓는 리카르도·
올리비아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의지를 확고하게 밝혔다·
“오늘은 내가 요리해줄게·”
“네?”
“죽·”
“죽여버린다고요?”
“아니!”
올리비아는 팔을 걷으며 말했다·
“내가 죽 만들어줄게·”
“아가씨· 정말 죄송하지만···”
리카르도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파도 절대로 요리는 시킬 수 없다는 눈빛으로 말하는 리카르도·
리카르도는 깊은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올리비아에게 말했다·
“아가씨의 요리는 정말 최악이랍니다·”
“이이익···!”
올리비아는 리카르도의 가슴을 향해 소심한 주먹질을 했다· 탄탄한 리카르도의 가슴에 자신의 연약한 공격이 먹히지 않은 거란 걸 잘 알면서도 무시하는 리카르도의 괘씸한 말투에 화가 났다·
“내가 요리할 거야!”
“저는 일찍 죽기 싫습니다· 저번에 아가씨께서 미하일한테 초콜릿 만들어 준 답시고 저한테 먹였던 거 기억나십니까?”
“맛있게 먹었잖아!”
“기절한 것을 맛있게 먹었다고 표현하지 않습니다·”
리카르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절망스러운 올리비아의 요리실력에 대한 짧은 한 줄 평을 뱉었다·
“독 내성만큼은 자신 있었는데 독 내성을 뚫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아마도 제가 실험당한 덕분에 미하일의 목숨을 살릴 수 있었겠죠· 그 친구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올리비아는 고개를 숙이고 주먹을 쥐었다·
“어쩌라고!”
올리비아는 씩씩거리면서 리카르도를 때렸고 확고한 고집에 결국 리카르도는 백기를 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죽’
침대에 앉아있는 리카르도의 앞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색 액체가 담긴 그릇이 놓여있었다·
올리비아는 이마에 고인 땀을 닦아내며 리카르도를 향해 그릇을 내밀었다·
“자!”
“색깔을 보아하니 사약이군요?”
“아니야·”
“그럼 고문?”
“이이익!! 먹으라고!”
리카르도는 올리비아의 손에 묻어있는 초콜릿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이건 그냥 초콜릿을 녹인 거 아닙니까?”
“맞아·”
“이게 죽이라고요?”
“초콜릿 죽·”
주방에 갈 수 없는 올리비아는 아끼고 아꼈던 보물 주머니 속에 있는 초콜릿을 녹여서 죽을 만들었다·
그리고·
-냠·
“커헉···!”
리카르도는 기절했다·
-띵
[리카르도를 위해 죽을 끓여주기 (1/1)]
올리비아의 요리는 형편없다·
*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밤은 찾아온다·
조용한 소식을 물어다 주는 밤은 언제나 그랬듯 조용했고 두려움을 가져다주었다·
리카르도는 금세 기력을 되찾았다·
만들어준 죽이 도움이 됐다고·
이번에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데이트를 했다는 깔끔한 감상평을 내린 리카르도는 최악을 맛본 덕분에 내성이 늘었다며 좋아했다·
“···그렇게 맛없나?”
올리비아는 자신이 만들고 남은 죽을 보여 고개를 갸웃했다· 한 수저만 먹어볼까 했지만····
‘커헉··· 제가 죽으면 제 방에 있는 금서들은 제 관에 넣어주십쇼·’라는 리카르도의 유언을 들은 덕분에 쉽게 손이 가지 않았었다·
침대에 누운 올리비아는 눈을 감았다·
“하아···”
[열람하시겠습니까?]
살벌한 밤의 시간을 틈타 자명종을 두드리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reader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추신)
이번 파트는 뭔가 빌드업이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닷!
급하게 마무리지려는 느낌···!
조미료만 가득 부은 것 같군요!
더욱 발전하겠습니다!
요즘 들어서 ‘흠···’
이런 느낌이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맛있는 것 같으면서 애매한 느낌!
요정 인지하고 다시 한 번 달려보겠습니다!
잠은 요정에게 사치니까 말이죠!
감사합니다!
[후원 감사]
하늘연달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오늘도 찾아오신 독자님! 항상 감사합니다!
독자님에게 늦은 시간에도 힘이 나는 최고의 활력의 요정! 미소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