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18
[시점이 이동됩니다·]
푸른 창은 감정이 없는 목소리로 올리비아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때의 당신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집사가 떠나버린 이유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저 기분이 안 좋아서 사직서를 냈다고 생각했고 언젠가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흑마법의 후유증 때문에 리카르도가 당신의 곁을 떠났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의 당신은 말이죠·
-바보 같은 사람이었죠·
-그때의 당신도 당신의 집사도·
푸른 창의 목소리는 감정이 담겨있지 않았다· 일정한 음역대로 말하는 푸른 창의 음성은 차가운 여성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슬픔이라는 감정이 얽혀있는 것만 같았다·
이상하게도 말이지·
-시간은 흐릅니다·
-당신은 예전처럼 아카데미를 다녔고 여전히 미하일을 좋아했습니다· 그의 외모에 빠져 바보 같은 짝사랑을 계속하고 있었죠·
-집사에게는 한 번도 주지 않은 값비싼 선물을 미하일에게 주거나 더 이상 리카르도가 방해하지 않으니 마음 놓고 행패를 부리고 다녔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당신의 인간관계는 망가졌지만 말이죠·
-항상 곁에 있어 주던 집사의 부재는 당신에게 위험으로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해방되었다고 좋아하고 있었죠· 언제나 당신의 억제기가 돼주던 집사의 존재는 당신에게 방해가 됐을 뿐이니까요·
-부모도 자신을 막지 않는데 ‘네가 뭔데’라는 마음으로 말이죠·
-때로는 그가 그립기도 했습니다· 미하일에게 심한 말을 듣거나 모두가 자신에게 등을 돌려 나쁜 말을 뱉을 때 위로해주던 집사의 존재가 그립기도 했습니다·
-솔직한 당신의 마음은 리카르도가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함께한 시간과 우정을 리카르도가 버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 말이죠· 그리고 당신의 돈도 말이죠·
-당신의 생각과 달리 리카르도의 부재는 점차 길어졌고·
-당신의 생활은 점차 무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의 옆에 아무도 남지 않았습니다· 원래부터 아무도 없었지만 집사의 부재로 당신의 외로움은 점차 가증되기 시작했죠·
-당신은 위태로웠습니다·
-흑마법서를 다시 찾아볼까 하는 유혹을 느끼면서 말이죠·
-시점이 이동됩니다·
-당신을 떠난 리카르도의 삶을 당신은 엿보게 됩니다·
-리카르도가 사직서를 내고 6개월이란 시간이 흐른 뒤· 당신은 올리비아를 떠난 리카르도의 삶을 열람하게 됩니다·
-당신은···
푸른 창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처음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푸른 창의 목소리는 차가운 감정이 아닌 깊은 가슴 속에 있는 응어리가 새어 나오는 것 같은 떨림으로 말했다·
-후회합니다·
*
-콜록!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것은 리카르도의 입에서 새어 나오는 붉은 선혈이었다·
거친 기침과 함께 방안에 뿌려지는 붉은 선혈은 하얀 베개와 이불을 더럽히며 선홍빛으로 번져가기 시작했다·
-콜록···콜록··! 하아··· 하아···
기침이 끊이지 않았다·
이쯤 하면 잦아 들을 거라 생각할 만큼의 긴 시간이 지나도 살갗을 벨 것 같은 거친 숨소리는 끊이지가 않았다·
가슴을 부여잡으며 거친 숨을 내뱉는 리카르도의 신음은 거세졌고 동시에 리카르도의 얼굴은 고통에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진통제··· 진통제가 어딨지?
눈을 뜬 올리비아를 반겨주는 것은 낡은 침대에 누워있는 리카르도였다·
살고 있던 저택의 조그마한 방보다 더 초라한 곳에 누워있는 리카르도의 모습이 올리비아의 눈에 처량하게 비춰졌다·
‘잘 산다고 했잖아····’
올리비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리카르도를 향해 말했다·
‘모아둔 돈으로 잘 살 거라면서···!’
변방의 한적한 동내에 가게를 차리고 살겠다던 그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평화와는 거리가 멀었고 행복이라는 감정과 담을 쌓아둔 것 같은 리카르도의 모습은 자신이 상상했던 모습이 아니었다·
‘이게 뭐냐고 바보야···!’
올리비아는 떨리는 눈으로 리카르도를 바라봤다·
그가 흑마법을 이기지 못했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올리비아의 마음은 굳건했었으니까·
조금은 흔들렸지만 리카르도는 이겨낼 거라고 믿었다·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당당히 이겨낼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눈에 비치는 그의 모습은 자신의 믿음을 부정하게 만들었다·
올리비아의 마음에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찰나의 희망을 품었던 믿음이 일렁이는 파도처럼 출렁거리고 있었다·
-리카르도는 흑마법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푸른 창의 다시 한번 올리비아의 잘못을 상기시켜줬다·
‘알아· 나도 안다고·’
묵묵하게 들려오는 여성의 목소리에 올리비아의 심장은 타들어만 갔다·
-원래라면 당신이 겪어야 할 흑마법의 부작용을 리카르도는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옮기고 말았습니다· 조금이라도 당신이 아프지 않았으면 해서 그가 가지고 있는 ‘한계돌파’라는 능력을 사용해 당신에게 쏟아부었죠·
‘그래도 지금은 리카르도가 건강하잖아····’
푸른 창은 올리비아의 중얼거림에 반문이라도 하듯이 차가운 목소리로 몰아붙였다·
-다르지 않습니다·
-만약 그때 리카르도의 운이 좋지 않았더라면 당신이 보고 있는 리카르도의 모습은 현실이 되었을 겁니다·
-운이 좋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요·
-리카르도의 수명은 이제 4개월도 남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리카르도는 당신에게 사직이라는 이별을 고한 거겠죠·
푸른 창은 묵묵하게 이야기를 했다·
운이 좋은 거라고·
그런 푸른 창의 무미건조한 음성은 올리비아의 가슴을 송곳으로 내리 찔렀고 동시에 올리비아는 허망한 눈으로 리카르도를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마··· 리카르도는 강해! 이런 것 따위에 지지 않는단 말이야···”
올리비아는 다시 한번 푸른 창에 울분을 뱉었다· 리카르도는 약하지 않다고 분노를 담아 푸른 창에게 반문을 뱉었다·
하지만 푸른 창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무시로 일관했다·
4개월·
리카르도에게 주어진 시간이 4개월이라고 했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환상 속의 공간이라고 하지만 시한부를 고하는 푸른 창의 음성은 올리비아에게 한밤중에 울리는 고라니의 울음보다 더 무섭게 들려왔다·
‘그럴 일 없어·’
올리비아는 고개를 저었다·
부정하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머릿속에서 리카르도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지금까지 어떤 환상을 보더라도 리카르도가 죽는 미래는 본 적이 없었으니까·
자신의 죽음에 슬퍼하고 다치는 환상은 본 적이 있어도· 그의 얼굴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되는 환상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다·
언제나 밝게 웃어주고·
항상 옆을 지켜주던 리카르도의 밝은 미소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환각이 끝나면 볼 수 있는데도·
올리비아는 무서웠다·
머릿속에서는 ‘다시는 볼 수 없다’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하게 차오르고 눈물이 차오를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고작 환상 속의 세상이지만 리카르도를 다시 못 본다는 말이 올리비아에게는 그 어느 말보다 무서웠으니까·
서서히 맑아지는 눈동자 속에 침대에 누워있는 리카르도의 모습이 비치기 시작한다·
침대에 누워있는 리카르도의 모습은 야위어 보였다·
눈가에 다크 서클이 가득했고 숨은 거칠었다· 온몸을 가득 채웠던 근육은 그대로 남아있긴 했지만 이전만큼의 웅장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침대에 걸터앉은 리카르도는 지친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들썩이는 가슴으로 어렵게 숨을 내수고 있는 리카르도는 끔찍한 고통이 찾아왔는지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올리비아는 떨리는 손을 그에게 뻗어봤지만·
[관찰자 시점입니다·]
애석하게도 푸른 창을 그것을 허락해주지 않고 있었다·
-하아···하아··· 이제 이 약도 안 드네· 비싸게 샀는데··· x발·
리카르도는 손에 든 약통을 침대 밑에 던지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얀 약을 입으로 쑤셔 넣는 리카르도의 지친 모습은 올리비아의 마음을 무겁게 가라앉게 만들었다·
-잘 지내고 있으려나·
약을 삼킨 리카르도는 미간을 찌푸리며 흘러가듯 말을 내뱉었다·
그가 걱정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올리비아는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자신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몸이 이래서 찾아가지도 못하겠네·
살며시 이불속에서 드러나는 리카르도의 몸· 셔츠를 입고 있지 않은 그의 몸에 가득한 상처에 올리비아는 마른 숨을 내뱉었다·
-제가 봐도 징그럽네요·
리카르도의 오른손부터 시작하는 상처는 그때 옷장에서 훔쳐봤을 때보다 더 끔찍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괴사된 피부는 온몸으로 번지며 상체를 삼켰고 목덜미까지 찾아온 그의 썩어가는 피부는 삶을 옥죄어들고 있었다·
침대의 시트는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진물과 피로 인해 더럽게 물든 지금· 올리비아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나 때문에 저렇게 된 거야?’
멍하니 리카르도를 바라보고 있을 때쯤·
컵에 물이 떨어진 리카르도는 침대에서 벋어나기 위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손으로 침대를 짚고·
앓은 한숨을 뱉으며 침대 옆에 있는 나무 휠체어를 향해 천천히 손을 뻗고 있었다·
쿠션도 없고·
그저 나무로만 되어있는 볼품없는 휠체어를 향해 손을 뻗는 리카르도의 처량한 모습에 올리비아는 떨리는 발걸음으로 휠체어를 밀어주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관찰자의 시점입니다·]
차가운 푸른 창은 언제나 그렇듯 자신의 알량한 손길을 허락해주지 않았다·
-하나· 둘·· 셋···! 흣차·
-꽈당!
-하하···
리카르도는 웃고 있었다·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멍하니 바라보고는 천장을 향해 깊은 한숨을 내뱉는 대도 그의 입가에는 웃음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올리비아는 그의 웃음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바보야···’
아무도 없는 외로운 방에서 홀로 있는 그가 바보 같았으니까·
항상 옆을 지켜주던 자신과 다르게 혼자 있는 리카르도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워 보였다·
동시에 죄책감이란 감정이 찾아온다·
슬픔에 눈을 가리고 있는 사이 리카르도의 나지막한 음성의 올리비아의 가슴을 차갑게 찌르고 들어온다·
-뭐 이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모습을 안 보여줘도 되니까요·
자신의 신세에 한탄하지 않고 그저·
-근데··· 보고 싶긴 하네요· 아가씨·
웃고만 있었다·
-제가 아파서 다행입니다·
-시점이 이동됩니다·
[〈3번째 외전〉 ‘어느 악녀의 슬픈 사랑 이야기’의 두 번째 장· ‘나는 네가 창피해’가 시작됩니다·]
-이 이야기에서 유리아는 당신을 증오하게 됩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reader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
한나 로얄티콘이 출시 발매되었습니다!
엄청난 퀄리티!
이 요정 기쁨의 춤을 춥니다!
많은 사랑 감사합니다!
추신)
이번 파트는 길게 갈 것 같습니다!
3화에서 4화 정도를 생각하고 있습니닷!
엔딩에 관한 질문이 몇가지 있었습니다만!
이 요정 확실하게 말씀 드리자면!
해피엔딩이랍니다!
비록 하렘의 탈을 쓴 순애라는 소리를 듣지만···!
언젠가 유리아와 한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일 미래를 그립니다!
감사합니다!
[후원 감사]
(오늘은 요정이 피로로 쉽니다!)
하늘연달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오늘도 찾아와주신 독자님!
맛없는 것을 선물한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습니닷!
더욱 분발해야하는 것이 요정의 숙명이지만···!
요정 노력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비공개로 1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요정 항상 찾아와주시는 독자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어제의 댓글이 매우 좋아서 요정 깜짝 놀랐답니다!
맛이 없다는 댓글이 가득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더욱 발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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