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21
열람에 포함되지 않은 이야기 속·
흑마법을 이기지 못한 된 리카르도는 깊은 한숨을 뱉으며 낡은 천장을 바라봤다·
“운이 없었네···”
모든 게 엉망이다·
몸도·
정신도·
모든 게 엉망이다·
두 사람의 목숨이 판돈으로 걸려있던 도박이 패배로 끝나면서 시작된 일이었다·
아가씨를 포기하면 희귀 속성인 백마법을 얻을 수 있었고 아가씨를 선택하면 흑마법의 내성을 얻을 수 있는 선택의 갈림길·
나는 목숨이라는 판돈을 걸으며 배팅을 시작했었다·
언제나 나의 편에 설 것 같았던 운의 부재는 실패라는 결과를 불러왔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몰락은 한순간에 찾아와 삶을 좀 먹어갔다·
상태창은 패배한 내게 말했다·
[메인 퀘스트 ‘두 개의 동아줄’]
◈보응 받지 못한 사랑에 올리바아가 흑마법을 시도하려고 합니다·
1· 2층으로 가서 올리비아를 구한다·
보상
1· 올리비아의 생존
2· 올리비아의 호감도 +1
3· 특성 〈흑마법 내성 Lv·3〉
페널티 : 50% 확률로 사망·
2· 무시한다·
보상
1· 모든 캐릭터 호감도 +10
2· 마력 능력치 +30
3· 특성 〈백마법 Lv·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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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널티 : 올리비아 사망·
[50%의 확률에 당신의 운이 닿지 못했습니다· 한계돌파를 사용한 페널티로 〈올리비아의 생존〉을 제외한 모든 보상이 무효로 처리됩니다·]
[육체의 숨이 멎기까지 2년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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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를 선고받은 인생은 처음 겪는 것 같다· 전생과 현생을 포함해서 말이다·
죽음의 공포는 생각보다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예상했던 결과라서 그런 걸까 조금은 무서웠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고개를 끄덕이며 무덤덤하게 받아드릴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죽음이라는 공포보다는 홀로 남은 아가씨의 모습이 걱정되었고 아가씨의 운명을 비틀었다는 안도감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그리고 더 이상 아가씨를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슬펐고 소설의 끝을 함께 할 수 없는 것에 우울했었다·
그래도 판돈의 절반을 사수한 도박이었으니까· 나쁘지 않은 결말이 아닐까·
“병신·”
허탈한 웃음이 나온다·
유리아의 말처럼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싶어서·
나도 잘 모르겠는 걸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나도 유리아의 질문에 답을 내리기 어려웠다·
아가씨가 흑마법을 사용하고 6개월 후·
나는 몸이 망가지는 것을 깨달았다·
검은 반점에서 그칠 줄 알았던 피부의 변색은 범위를 넓혀가며 커지기 시작했고 간지러움만 있던 피부의 증상은 점차 뼈를 긁어내는 듯한 통증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은 잦아들 생각을 하지 않았고 호흡은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버틸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때까지 나는 건강했고·
운이라는 희망의 여신이 다시 한번 찾아올 줄 알았으니까·
하지만···
상태창은 희망이 없는 내게 다른 길을 보여주지 않았다· 나의 실수로 벌어진 일에 책임을 지라는 듯이 말이다·
“쪼잔한 새끼·”
하여간 필요한 순간에 찾아오지 않는 놈이었다· 상태창이란 녀석은 말이다·
살 수 있는 방법은 존재했다·
엘리석이란 신의 눈물이 말이다·
하지만 엘리석의 존재는 소설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그 위치도 몰랐기에 찾을 수가 없었다·
나 하나 살자고 수많은 사람을 살리는 영웅을 죽이는 선택을 하는 것도 마음에 걸렸고·
그래서 나는 이별을 택했고 쓸쓸하게 이곳에 누워있는 거겠지·
끝까지 아가씨의 옆을 지키고 싶었지만 초라해진 모습을 아가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짐이 되고 싶지 않았고 어두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망가져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내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으니까· 아무리 티격태격하는 아가씨와 나 사이라지만 마무리는 아름답게 끝내고 싶었다·
어딘가에서 잘살고 있겠지라는 네버엔딩처럼 하나의 추억이 되어 살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게 마음처럼 잘 안되더라·
처음은 분명 끔찍한 악연이었는데 이상하게 지금은 보고 싶은 사람이 되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악녀·
더러운 성격을 가지고 있고 패악질을 좋아하는 악녀·
빙의를 했을 때 가장 피해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악녀는 어느새 내게 가장 큰 존재가 되어 살아가고 있었다·
“진짜 악녀네요·”
침대에 누워있는 나는 소매로 뜨거워지는 눈가를 가렸다·
“무식하게 예뻐가지고···· 성격이 외모랑 똑같이 생겼으면 눈길도 안 줬을 텐데 말이죠·”
악녀답지 않게 너무 아름다운 아가씨의 잘못이 컸다·
시작은 최악이었는데 말이지·
빈민가 시절 그녀에게 목숨을 구제받고 동시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얻고 티격태격하면서 정이 들어버린 것 같다·
언젠가 도망가겠다고 다짐했던 마음은 어느 순간에 아가씨의 운명을 비틀어버리겠다는 목적으로 바뀌어 버렸고 아가씨와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함께한 13년 동안 올리비아라는 악녀는 내 삶에 너무 거대한 존재로 자리 잡았다· 내가 아니더라도 행복해줬으면 하는 동경의 대상으로···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이제는 그 마지막 불꽃을 태워야 할 시간이 찾아온 것 같다·
리카르도는 천천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움직이지 않는 다리가 오늘따라 무겁게만 느껴졌다· 몸 상태도 최악이고 숨소리도 최악이지만 오랜만에 아가씨를 볼 생각에 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여기서 더 발악한다면 2개월 정도는 살 수 있겠지만 좋아하는 여자가 슬픈 일을 당하는 건 남자로서 두고 볼 수 없는 일이니까·
그리고 아가씨가 곱게 당할 사람이 아니란 걸 아니까·
나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한계돌파가 ‘재생’의 한계를 시험합니다·]
[한계돌파가 ‘체력’의 한계를 시험합니다·]
[한계돌파가 ‘마약성 진통제’의 한계를 시험합니다·]
[한계돌파가····]
·
·
·
“가자·”
집사로서 마지막 업무를 할 차례가 다가왔다·
*
고개를 숙이고 있는 올리비아의 앞에 리카르도는 서 있었다·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던 리카르도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검은색 집사복을 입고 서 있었다·
올리비아의 눈동자는 크게 떨렸다·
입술을 뻐금거리며 놀란 올리비아는 주먹을 불끈 쥐고 리카르도에게 소리쳤다·
-왜! 지금 오는 거야!
울컥한 감동에서 나오는 고함이 아닌 늦어도 너무 늦어버린 집사의 등장에 화가 나서 올리비아는 소리쳤다·
-내가 얼마나 개고생한 줄 알아!
-죄송합니다· 오랜만의 휴가가 너무 달아서요·
-너 1년 동안 감봉이야! 그리고 내 성격이 뭐가 어쩌고 저째?
툭· 어색하게 웃는 리카르도의 머리 위에 썩은 계란이 주르륵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이거··· 조금 심하네요·
투툭· 리카르도의 등에 관중들이 던진 돌멩이와 토마토가 올리비아에게 품은 분노를 담고 떨어져 내렸다·
-아카데미에서 꺼져!
-저런 악녀는 진작에 쫓아내야 했었는데···!
-끼리끼리 어울리네!
-미친년 우리 아카데미에 발도 들이지 못하게 혼내버려!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눈치를 본 줄 알아! 너 때문에 내 아카데미 생활이 망했어····
-꺼져라 이 악녀야!
리카르도는 작게 웃으며 올리비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등 뒤에 무엇이 떨어지던 관중들이 어떤 말을 뱉든지 그저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올리비아의 몸을 확인하고 있었다·
다친 곳은 없는지·
까진 곳은 없는지·
조심스럽게 올리비아의 몸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들 살벌한 농담을 하는군요·
리카르도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올리비아에게 물었다·
-다 죽일까요?
그녀가 바란다면 진정으로 그러겠다는 어투로 리카르도는 친절하게 올리비아의 의사를 물었다·
죽어가는 몸이지만 충분히 할 수 있었고·
죽어가는 몸이기에 칼춤을 출 수 있었다·
리카르도의 진심을 알아차린 올리비아의 눈동자는 크게 떨렸다· 산책을 하러 가자는 듯한 가벼운 말투로 뱉고 있지만 그녀의 대답에 따라 리카르도가 어떻게 움직일지 알고 있었으니까·
천천히 리카르도의 등 뒤에서 붉은색 오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흉악한 오러는 빠르게 군중을 휘어잡고 있었다·
올리비아에게 향하던 욕설은 리카르도의 살기에 눌려 침묵으로 바뀌었다· 떨어져 내리는 오물 또한 리카르도의 오러에 막혀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다·
리카르도는 손을 털며 미소를 지었다·
-장난입니다·
리카르도는 살며시 무릎을 굽히며 올리비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니까·
그리고는 올리비아의 손에 있던 검은색 물체를 빼앗아갔다· 얼마나 꽉 쥐었는지 땀에 흥건하게 젖은 검은색 돌은 리카르도의 입가에 쓴웃음을 짓게 했다·
-이런 건 아가씨의 손으로 하지 맙시다· 기껏 흑마법을 막았는데 또 사용하시면 제가 뭐가 됩니까·
-알고 있었어···?
-저는 아가씨의 모든 걸 다 알고 있습니다· 13년이면 아가씨의 팬티 색깔도 안 보고 맞출 수 있죠·
-무슨 색인데···
-하얀색 곰돌이?
-아니야· 검은색이야
-이런··· 그래도 팬티색을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리카르도는 웃고 있었다·
-아가씨도 이제 새로운 삶을 사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천천히 올리비아의 손에서 빼앗은 검은색 돌은 칠흑 같은 어둠을 빛내며 떨림을 일기 시작했다·
수식· 연산· 마법의 천부적인 재능· 그리고 흑마법을 실패한 경험까지·
모든 조건이 부합한 올리비아는 최악의 마녀가 되기 충분했다· 게다가 어둠으로 떨어지는 감정의 늪은 올리비아를 타락으로 이끌기 충분했고·
-그러니까·
리카르도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올리비아를 꼭 끌어 앉았다·
-이제 그만 합시다·
리카르도는 구박받고 박해받는 자신의 그늘이 되어 아랫입술을 깨물고 울고 있었다·
눈시울이 새빨갛게 붉어져서 울음을 참고 있는 리카르도의 볼에서 작은 눈물방울이 흘러내렸다·
떨리는 눈동자와 함께 리카르도의 손에서 작은 빛이 일었고·
그와 동시에·
리카르도는 올리비아에게 작별의 말을 건넸다·
-저와 함께했던 추억이 즐거웠으면 좋겠습니다·
-갑자기 왜 그래···?
-그냥 오늘은 감성적이고 싶습니다·
-아니야··· 뭔가 달라·
-똑같은걸요·
뭐·
-좋은 인생이었습니다·
리카르도의 몸은 타들어 갔다·
몸에 가득한 흉터를 남기고·
그리고 유리아는 모르고 있던 흉터를 감춘 채·
작은 미소와 함께 인사를 마쳤다·
[열람이 종료됩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reader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어라··· 예약을 잘못해서 너무 일찍 올라갔습니다·
흐엑···!
추신)
길었던 감기 파트가 끝이났습니다·
아마··· 반응이 안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닷·
분명 기대하신 부분이 있었을 텐데 말이죠···!
빨리 넘어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 그러면 너무 길어질 것 같다고 생각해서···! 말 입니닷!
이 부분은 언젠가 완결 이후 외전으로 풀도록 하겠습니다·
외전 1) 리카르도가 죽은 뒤 올리비아의 피폐·
이런 식으로 말이죠!
감사합니닷!
추신2)
혹시 후원 맨트에 아쉬움을 느끼셨다면 후원 이후에 댓글로
후원) 이라고 입력을 해주시고 댓글을 남겨주신다면···!
이 요정 작가의 말에 적용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후원 감사]
하늘연달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항상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님에게 오늘은 추우면서 비가 오는 비인간적인 날씨임을 대변하며!
핫팩과 보온병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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