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31
간단한 질문을 던져봤다·
눈앞에 앉아있는 루인이 과연 내가 알고 있는 루인이 맞을까 하는 의문 때문에·
그가 답할 수밖에 없는 질문을 몇 가지 던져봤다·
-병신입니까?
-아무 이유 없이 맞고 싶습니까?
-혹시 맞는 것이 취향입니까?
하는 내용을 말이다·
물론 이런 정상적인 질문 말고도 루인만이 답할 수 있는 질문을 몇 가지 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진짜와 가짜를 선별하기 위한 질문은 이런 직설적인 말이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얼마 전에 저택을 찾아왔던 놈은 이런 도발을 들을 때 묘하게 어색한 반응을 보여줬으니까·
마치· ‘루인이라면 이렇게 했겠지·’라는 필터링을 걸치고 늦은 반응이 나왔으니· 나는 지금 눈앞에 화염구를 만들고 있는 루인을 보며 생각했다·
이놈은 가짜가 아니라고·
아가씨와 곰탕이는 마당으로 내보냈다· 저택에 있으면 좋지 않은 소리를 듣게 될 것 같았으니까·
루인의 어두운 표정만 봐도 그가 듣기 좋은 말을 하지 않을 거란 걸 직감할 수 있었다·
만약 루인이 코카트리스 토벌 같은 어려운 일을 부탁한다면 내쫓을 생각이다·
뭔가 꺼림칙하기도 하고 귀찮으니까·
나는 그늘이 지어진 루인의 얼굴을 바라보며 차 두 잔을 가지고 식탁으로 걸어갔다·
탁· 소리와 함께 식탁에 놓이는 차 두 잔·
기별이 없이 찾아온 그에게 내가 내어줄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에게 물었다·
“왜 오셨습니까?”
“···”
“말을 하세요· 루인·”
나긋한 음성이 루인을 몰아세우고 있다·
편지 한 통도 없이 무턱대고 찾아오는 손님이 솔직히 반갑지가 않았으니까·
그래서 나는 더욱 나긋하게 그를 몰아세웠다·
“무슨 이유가 있어서 오신 게 아닙니까?”
기분이 좋지 않았으니까·
나는 그를 떠보기 위해 질문 하나를 뱉기로 했다· 내 생각에는 그가 이 저택에 찾아온 이유는 이것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한스·
겨우 잡아서 넘겨줬던 소설 속 악역의 탈옥에 대한 소식을 내게 알리려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도주한 놈을 잡는 것을 도와달라거나· 혹은 그에 대한 정보를 알려달라던가·
탑주가 한스를 잡았던 사람이 나라는 이야기는 안 했을 것 같아서 굳이 이야기하지 않고 있지만 혹시 모르니까·
만약 루인이 내가 한스를 잡았다는 말을 탑주에게 듣게 된다면 의지할 곳은 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유일하게 흑화한 한스를 잡은 사람이자 그와 부딪혀봤으니까·
그래서 나는···
가벼운 도발을 담아 입을 열었다·
“설마 마탑에서 또 사건이 일어난 겁니까?”
“뭐?”
“워낙에 사건 사고가 잦은 곳이지 않습니까· 마탑은요· 최근에 제자 한 명이 좋지 않은 길로 빠졌다는 소문이 들려오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닥쳐라·”
“흐음· 그렇게 화낼 일이십니까? 제 말에 틀린 내용은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닥치라고· 아무것도 아닌 네가 뭔데 감히 마탑을 평가해· 소리 없이 뒤지고 싶냐·”
“아하···· 그렇군요· 억측해서 죄송합니다·”
루인은 보기 좋게 내가 예상을 빗겨나갔다· 한스의 일로 찾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발끈하는 루인의 모습을 보니 헛다리를 짚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럼 뭘까·
이 녹조 대가리가 저택에 찾아온 이유는·
내 얼굴을 보고 싶어서 찾아오진 않았을 것 같은데 솔직히 남정네 얼굴을 보고 싶지도 않고·
뭐 이 녀석도 마찬가지일 테지만·
이제 슬슬 루인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고고한 자존심을 깎아내고 이 저택에 찾아온 이유가 무엇인지· 나를 가장 싫어하는 녹조 대가리가 과연 무슨 생각으로 이 저택에 찾아왔을까 하는 의문이 계속해서 들고 있었다·
재미있는 이야기였으면 좋겠는데····
루인의 탈을 쓰고 온 손님 때문에 기분이 그리 좋지가 않았으니까· 당장에라도 이교도의 본진에 찾아가고 싶을 정도로·
그러니까· 루인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줬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화풀이로 루인의 멘탈을 깨버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잔혹한 의문을 담아서 그에게 물었다·
“그럼 왜 오셨습니까· 솔직히 저희가 웃으면서 이야기할 사이는 아니지 않습니까· 저도 성깔 더러운 남자의 얼굴은 보고 싶지 않고요·”
“말 좀 예쁘게 하지·”
“그쪽 하는 거 보고 결정하겠습니다·”
“진짜 x나 싸가지없네·”
“그쪽은 저보다 더 심하답니다·”
“···”
“노려보지만 마시고 말을 해보세요· 기다리는 것도 슬슬 지칩니다·”
루인은 메마른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자신의 입으로 말하기 어려운 부탁을 하려는 모양·
어색한 기류가 주방을 채우다 못해 거실 밖으로 넘쳐날 때쯤· 루인은 굳게 닫았던 입을 천천히 열었다·
“최근에 내가 술집에서 유리아를 봤어· 혼자서 술을 마시고 있더라고 술도 좋아하지 않는 유리아가·”
“흐음··· 그렇군요·”
“그렇군요?”
“왜 발끈하십니까· 저는 대답을 한 것뿐인데·”
루인은 기계처럼 뱉는 반응이 불쾌했는지 눈알을 부라리며 나를 노려봤다·
“계속 말하세요· 듣고 있습니다·”
“하아··· 그래· 내가 참아야지·”
“감사합니다· 그래서 본론은 뭡니까?”
“그때 내가 이상한 것을 봤거든·”
“이상한 것이라면···?”
-쾅!
루인은 찻잔을 거칠게 내려놓으며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리고는 짧고 굵게 한 마디를 뱉었다·
무거운 감정과 질투라는 졸렬한 감정이 담긴 음성으로 내게 말했다·
“너·”
“···”
“네가 있었다고·”
“그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건지 저는 모르겠는데요?”
“네가··· 혼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유리아 옆에 앉아서 친한 듯이 말을 걸었잖아· 내가 가려고 했었는데·”
‘아···’
“풉·”
그만 웃음이 나와버렸다·
이놈이 저택에 온 이유가 고작 이것 때문인가 싶어서· 나름대로 무거운 부탁을 들을 마음의 준비를 했었고 친절히 거절할 답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고작 이런 이유 때문에 저택에 찾아온 루인의 걸음이 우스워서 웃음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정적이 흘렀다·
내 입에서 흘러나오는 비웃음 때문에 루인의 표정은 살얼음을 밟은 사람처럼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 웃어·”
“아니 그냥 웃기지 않습니까· 고작 유리아랑 술 마시는 것 가지고 저택으로 찾아오신 게·”
“고작? 지금 고작이라고 했냐?”
“아니··· 푸흡··· 루인 씨는 지금 이 상황이 웃기지 않습니까? 같이 술 먹는 게 어때서요· 그리고···”
나는 비아냥을 담아서 그에게 말했다·
“그쪽이 유리아랑 무슨 사이인데 이러시는 건지· 저는 영문을 모르겠어서 말이죠·”
나는 차가운 음성으로 루인에게 답했다·
내 말에 틀린 게 있냐고·
너는 유리아와 아무런 사이도 아닌데 이런 식으로 찾아와서 말하는 게 웃기지 않냐는 물음에 루인은 거칠게 의자에서 일어나 나를 노려봤다·
하지만·
“···”
루인은 입을 열 수 없었다·
내가 뱉은 말에 오점은 없었고 그는 아직 유리아를 좋아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을 테니까·
계속 신경 쓰이는 사람·
고작 이 정도로 유리아를 생각하고 있을 루인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봐· 아무 말도 할 수 없지·
루인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본인도 이런 상황이 답답한지 주먹을 불끈 쥐고 입을 뻐금거리는 게 전부였다·
나는 루인에게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왜 말을 못 하냐는 비아냥을 담아서·
“설마· 앞으로 유리아를 만나지 말아라··· 이런 부탁을 하시러 오신 겁니까?”
“···”
“정론인가 보군요· 근데···”
나는 말을 흐리며 루인이 잊고 있는 한 가지의 사실을 전했다·
소설을 보면서 느꼈고·
소설의 빙의되면서 느꼈던 감정을·
루인에게 스스럼없이 말했다·
“당신이 저에게 이럴 자격은 없지 않을까요?”
“뭐?”
“유리아가 신경 쓰인다면 유리아가 괴롭힘을 당할 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관하던 사람이 저에게 왜 이런 부탁을 하는지 저는 궁금해서 말이죠·”
“방관을 한 게 아니라····”
“거짓말·”
나는 미소를 지었다·
“조잡한 거짓말이네요·”
정말이지·
“루인 씨·”
웃음을 참을 수가 없네·
“유리아를 좋아하십니까?”
“···닥쳐·”
“그런데 말이죠·”
나는 조금은 잔혹한 말을 루인에게 말했다· 조금은 아프겠지만 아니· 많이 아프겠지만 소설에 나와 있는 정론이자 그녀의 호감도 창이 말하는 담백한 결론을 나는 루인의 귀에 흐리듯이 말했다·
“유리아 씨는 당신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말이죠·”
나는 마지막으로 루인에게 말했다·
“이번에 제가 물어보겠습니다·”
가장 궁금한 이야기이자 축객령의 의미를 담아서·
“유리아를 좋아하십니까?”
그가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던졌다·
*
저택을 빠져나온 나온 루인은 어두운 표정으로 마당을 걸었다·
“지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x 같게·”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원래는 리카르도에게 유리아를 건들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었다·
리카르도와 엮이면 엮일수록 유리아가 힘들어했었으니까· 그리고 술집에서 리카르도와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 하고 있는 유리아를 봤을 때·
속이 뒤틀렸으니까·
루인은 이 감정을 해결하고 싶어 했다·
한스의 일로 복잡해진 감정이 잊고 있던 기억의 한 장면을 더욱 강하게 자극한 것 같다·
이 감정을 지워내야 조금은 머리가 개운해질 것 같았으니까·
솔직히 리카르도가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거라고 예상했다·
유리아와 관련된 일에서는 리카르도는 유했고 최대한 말을 아꼈으니까· 그저 ‘알겠다·’라고 대답할 줄 알았는데·
리카르도는 살벌한 말로 자신의 기분을 망쳐놓았었다·
“지랄하지마···”
주먹을 꽉 쥔 루인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지랄하지 말라고·”
여러 가지 감정을 담은 혼잣말을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안 좋아해·
계속 생각이 나는 것뿐이니까·
다른 남자랑 같이 있는 게 기분이 더러워서 그런 거지· 이상한 마음을 품고 있는 게 아니야·
우정· 그래 우정이니까·
그리고·
지켜주면 될 거 아니야·
한스에게서도·
다른 위협에서도·
유리아를 지켜본다면 유리아가 자신을 좋아하게 될 테니까·
루인은 조급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제발 뭣도 모르는 놈이 참견을 안 해줬으면 했다·
자기보다 나을 게 없는 놈이니까·
“하 x발 진짜 뭣 같네· 저택 색도 이게 뭐야 x나 유치하게·”
루인은 조금 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택의 마당에 울려 퍼질 정도의 큰 음성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 순간·
낯선 여성의 음성이 루인의 귓가에 들려왔다·
“응?”
날카롭고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루인의 혼잣말에 반응하여 반문을 뱉어냈다·
“뭐야?”
거대한 곰에게 손을 달라고 가르치는 여자는 맹한 눈을 뜨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너야?”
“···”
“네가 나한테 시비 건 거야?”
하얀색 머리카락·
바퀴가 달린 의자에 앉아있는 여자의 맹한 눈은 점차 어두운 안광을 품기 시작했다·
“하아···”
루인은 올리비아가 싫었다·
“야·”
“야···”
“안 들려?”
동시에·
올리비아가 무서웠다·
“내가 착하게 묻잖아·”
*
-네가 마탑주의 제자라고?
-···
-지랄하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reader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추신)
백마법이 누구에게 갈까· 걱정을 하시는 독자님이 계십니다!
힌트를 드리자면!
루인은 절대 아닙니다!
아마 독자님들이 가장 반응이 좋을 녀석에게 갈 것 같습니다!
그리고 유리아 이벤트 때 루인의 멘탈이 완전히 갈려나갈 예정이랍니다!
감사합니다!
[후원 감사]
하늘연달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항상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님에 앞으로 소설이 기대될 수 있는 일러스트 제작의 요정···! 소식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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