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36
오늘도 평화로운 데스문트가의 저택·
평소보다 일찍 퇴근한 다르바브는 낯선 손님의 등장에 목도리를 푸는 것을 멈추고 가만히 서 있었다·
-지그시·
묘한 기류가 흘렀다·
손님이 온다는 언질을 받은 적이 없는데 당당하게 현관 앞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손님과 눈싸움을 하는 다르바브·
무표정으로 앉아있는 손님은 뚱한 눈으로 다르바브를 바라보고 있었다·
“애비·”
건방진 첫마디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여성· 손님의 첫마디를 들을 다르바브는 굳은 표정으로 답했다·
“그래 올리비아·”
“응·”
이어지는 말이 없이 두 부녀는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고 있는 것처럼 진한 눈싸움을 하는 부녀·
다르바브는 목도리를 풀며 올리비아에게 물었다·
“애비가 보고 싶어서 왔느냐·”
“아니· 리카르도가 버리고 갔어·”
“정말인가·”
“아니· 리카르도가 휴가를 써서· 놀러 왔어·”
“그렇군·”
다르바브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오랜만에 딸과 놀 생각에 신이 난 다르바브였다·
근데 저건 뭐지·
다르바브는 올리비아의 옆에 조신이 앉아있는 검은색 털 뭉치를 바라봤다· 저번에 왔을 때는 이런 게 없었던 것 같은데 뭐지·
-곰·
반려동물로 키울 종자는 아닌 것 같았다·· 저런 짐승을 애완동물로 키우기에는 문제가 많았으니까· 먹는 양도 상당할 테고 일단 저 녀석이 배가 고플 때 생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다르바브는 올리비아의 옆에 앉아있는 검은색 털 뭉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올리비아 저건 뭐냐·”
“곰·”
“그건 알겠는데 왜 저게 네 옆에 있는 거지·”
“비상식량이야·”
살벌한 호칭에 태연한 표정으로 다르바브를 바라보고 있던 곰탕이는 고개를 돌려 올리비아를 바라봤다·
-곰?
동물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왠지 살벌한 욕을 뱉는 것 같은 짐승의 울음소리· 곰탕이와 눈이 마주친 올리비아는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곰·
“음···”
-고오옴·
“흐음···”
다르바브는 의사소통이 통하는 듯한 딸의 모습에 흥미를 느끼며 물었다·
“대화하는 것이냐·”
“아니· 뭔 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그럼 왜 반응을 하는 거냐·”
“얘도 무시하면 기분 나쁠 거 아니야·”
“···”
자신의 딸은 상당히 배려심이 많다고 생각하는 다르바브였다· 동물까지 배려해주다니 동물 애호가가 따로 없지 않은가· 물론 사람에게는 한없이 차가운 성격이지만 말이지·
다르바브는 동물 애호가가 된 올리비아가 자랑스러웠다·
곰탕이와 정체 모를 눈싸움으로 원만한 합의점을 찾은 올리비아는 곰탕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까 했던 말에 대하여 추가 설명을 붙이기 시작했다·
“취소할 게 비상식량이 아니라 보약이야·”
-곰?
“뭐·”
-고오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곰탕이는 올리비아가 미웠다·
그리고 다르바브는·
“곰이라···”
곰이 키우고 싶어졌다·
“나도 키우고 싶군·”
*
많은 생각을 해봤다·
이번 에피소드에 대해서·
이번에도 빙의자의 개입을 통해 에피소드를 원활하게 끝내야 할지 아니면 주인공 스스로의 힘을 믿어봐야 할지 고민했다·
내가 직접 도와주기에는 걸리는 일들이 많았고 주인공들을 믿기에는 실패에 대한 페널티가 너무나도 컸다·
유리아의 흑화라·
외전에서도 나오지 않은 내용이었다· 순백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유리아가 흑화를 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으니까·
게다가 유리아의 흑화는 곧 소설의 중심이 틀어진다는 소리가 됐다·
이런 페널티가 걸려있는데 머저리 같은 주인공들의 손에 세계의 명운을 맡기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이야기겠지· 하···
그리고 세 개의 보상·
활력의 정보와 숨겨진 마법의 재능· 마지막으로 마력 능력치 +100은 무시할 수 없는 매혹적인 보상이었다·
특히나 활력에 대한 정보는 더욱더 구미가 당겼고·
활력을 소모할수록 몸에 오는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사용할 때마다 발생하는 통증도 평소에 걸리지도 않는 감기에 걸린 것도 활력과 관련이 있는 거겠지·
구체적으로 활력이 어떤 것을 대가로 소모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활력을 무턱대고 사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까지 알고 있는 내가 정보는 두 개·
활력은 시간이 지나도 회복이 안 된다는 것과 활력은 줄어들어도 능력치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 정도·
그 외의 활력에 대한 모든 정보는 미지수였고 경험으로 알아차려야 했었다·
그러니까· 찾아야겠지·
실패에 대한 막대한 페널티도·
성공에 대한 보상도 퀘스트를 무시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결정을 내린 나는·
지금 유리아 앞에 서 있었다·
“리카르도?”
갑작스러운 등장에 유리아의 눈동자는 동그랗게 떠져 있었다· 중고 옷가게에 내가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 했을 거고 수도에 내가 있었다는 것을 몰랐을 테니까·
나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놀란 유리아를 바라봤다·
“네· 저랍니다·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여기는 어떻게?”
“저도 옷이 필요해서 말이죠·”
나는 바지 주머니를 뒤집어서 유리아를 보여줬다·
“아시다시피 제가 돈이 많이 없지 않습니까? 제국에서 이런 이벤트를 한다길래 한걸음에 달려왔습니다·”
유리아는 멍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하멜에서 고작 옷 한 벌을 사려고 제국까지 달려온 사람은 나밖에 없을 테니까·
나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유리아의 이마를 톡 건들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왜요· 꽃 거지 처음 보십니까?”
“아니··· 그게·”
“빨리 고르죠· 좋은 옷을 다 뺏깁니다·”
유리아의 얼굴에 약간의 홍조가 서려 있었다·
[유리아 Lv· 32]
[직업 : 아카데미 학생/성녀 후보]
[호감도 : 10]
[좋아하는 대화 주제 : 친구/봉사/정의/잘생긴 남자/첫사랑/생명의 은인/아버지/리카르도/피어오르는 첫사랑/무도회]
[싫어하는 대화 주제 : 올리비아/생활고/이교도/무능력한 자신/(New!)부끄러워···]
바자회같은 곳에서 드레스를 고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 수 있었다·
호감도 창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고 소설에서도 유리아가 중고 드레스를 고를 때 부끄러워했다는 묘사가 있었으니까·
다른 학생들은 새 드레스를 고르지만 유리아는 누군가가 입었을지 모르는 중고 드레스를 찾고 있는 스스로가 우스웠을 테니까·
그래서 나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유리아를 대하고 있었고 그녀의 기분에 맞춰서 에피소드의 시작을 열었다·
나는 옷 무더기에 손을 깊게 넣어서 주섬거리기를 반복했다· 시선을 옷 무더기에 고정하고 태연한 목소리로 유리아를 향해 말했다·
“중고도 나름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물가가 워낙 살벌해야 말이죠· 저도 아카데미 다닐 때 중고 옷을 자주 사서 입었거든요·”
“아카데미는 교복을···”
“저는 집사복만 입지 않습니까·”
“아···”
“잘 찾아보면 좋은 물건이 많습니다·”
나는 다시 한번 옷 무더기 속에 손을 깊게 넣고 무언가를 찾기를 반복했다·
‘어디에 넣어뒀더라···· 여기 즘에 넣어뒀었는데·’
유리아는 나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굳었던 얼굴이 점차 편안하게 펴지기 시작했다·
옷 무더기를 뒤지던 유리아는 작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저는 리카르도가 이런 것을 싫어할 줄 알았어요·”
“사람 보시는 눈이 없으시군요· 싼 거라면 환장하는 놈인데·”
“올리비아랑 같이 다니시니까 비싼 옷만 입을 줄 알고·”
“음··· 확실히·”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유리아의 생각에 긍정을 표했다·
몰락하기 전까지 아가씨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도 같았으니까· 봉급도 그렇고 입는 옷도 먹는 음식도 어지간한 귀족보다 좋은 대우를 해줬던 것은 맞는 사실이었다·
유리아의 말에 틀린 점이 없었기에 나는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고 묵묵히 옷더미를 뒤지기를 반복했고 유리아는 속에 품고 있던 이야기를 천천히 꺼내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이런 걸 싫어할 테니까· 같이 가자는 말도 못 했어요·”
“확실히 친구들에게 이런 명당을 알려주는 것이 껄끄럽긴 하죠·”
“네?”
“좋은 상품은 독차지하는 것이 최고이지 않겠습니까· 경쟁자를 없애고 좋은 옷을 챙기는 게 이 시장의 목적이니까요·”
깊숙이 옷더미에 손을 넣기를 몇 번·
나는 손끝에 걸리는 부드러운 촉감을 느끼며 천천히 당겨오기 시작했다·
‘···찾았다·’
유리아의 얼굴은 평소보다 붉어 있었다·
“리카르도는 이러는 거 안 부끄러우세요? 남들이 쓰던 옷 입고 괜찮은 옷 찾아서 웃고 있는 사람이 창피하지 않아요?”
“아니요?”
서서히 몸 안으로 부드러운 옷감을 끌어온 나는 빙그레 미소를 지어주며 유리아를 향해 펼쳤다·
“이런 옷도 있지 않습니까?”
“어···?”
순백의 드레스·
유리아가 좀 전까지 봐왔던 드레스가
쌓여있던 옷 무더기 속에서 나오자 유리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입을 막았다·
“아니··· 이 드레스가 왜···”
“이게 바로 운이라는 겁니다·”
미리 말하지만 이 드레스는 내 돈으로 산 새 상품이었다·
아가씨의 드레스처럼 그리 비싼 가격도 아니었고 영앤 리치에 첫발을 디딘 부자로서 이 정도 사치는 큰 무리 없이 감당할 수 있는 지출이었다·
그러니까·
“받으세요·”
이건 유리아를 위한 선물이었다·
알고 있는 드레스를 입고 있으면 얼굴이 변해도 찾을 수 있을 테니까·
혹시 모르잖아·
호감도 창이 먹통이 될지도·
그러니까 이건 위치추적기와도 같았다·
이번 이벤트에서 유리아는 한스의 손에 의해 잠깐 아름다움을 잃게 되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reader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내일은 휴재입니다!
이유는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오겠습니다!
[후원 감사]
하늘연달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오늘도 찾아오신 독자님···!
즐거운 명절 보내셨나요?!
이 요정은 항상 독자님에게 새배를 올리고 있습니닷!
이번 명절에 과도한 기름을 섭취한 것에 대한 요정! 속 편안의 요정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두두다다_352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히익!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부족함이 많은 요정과 함께해주셔서 이 요정···!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독자님에게 즐거운 명절에 더 기쁜 소식을 전해줄 행복의 요정! 새벳돈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Raigon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전역 축하드립니다!
그 기분···! 이 요정 분명 요정나라에 살지만 공감이 됩니다·
마치 요정견습 학교에서 졸업한 기분일거라고 생각합니다!
많이 힘드시고 지쳤을 일들이 많았겠지만 무사히 전역하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자님에게 전역을 축하하는 의미로 이번에는 재입대의 악몽을 방지하는 꿈의 요정! 사회의 꿈을 선물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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