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45
빙글빙글 도는 샹들리에·
미세하게 바닥에서 느껴지는 진동·
감각이 예민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불길한 징조가 연회장에서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봤다·
‘슬슬 시작인가·’
-빙글빙글·
샹들리에는 미세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원을 그리며 움직이는 샹들리에의 그림자에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생각에 잠겼다·
‘무엇을 우선순위로 여겨야 할까·’
주인공들의 성장?
아니면 유리아의 확실한 안전?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나오는 결론은 퀘스트의 성공과 관련이 있었다· 나는 유리아를 지키면서 싸울 거고 주인공들 또한 유리아의 안전을 신경 쓰며 싸울 테니까·
내가 결정해야 하는 것은 적극적인 개입으로 이교도의 소탕에 참여할지 아니면 소극적인 태도로 관찰하는 것에 비중을 둘 것인지를 결정해야 했었다·
확실하게 마무리를 지을 거면 내가 나서는 게 최선이고 주인공의 성장을 바란다면 묵묵히 지켜보는 것이 정답이었으니까·
‘곤란하네·’
아가씨랑 빨리 놀고 싶은데·
습격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시기에 갑자기 공격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 습격이라는 수단이 가진 궁극적인 목표이자 이유였으니까·
이번 이교도의 침략은 이런 부류였다·
대주교 두 명·
심문관 20명·
광신도 30명으로 이루어진 별동대는 빠른 속도로 유리아를 납치하기 위한 구성으로 이루어졌었다·
그들은 모두 아카데미 학생보다 경험이 풍부했고 무엇보다 죽음을 불사르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은밀과 타격·
신속과 정밀·
폭발적인 무력보다는 속도에 중점을 두고 있는 이교도의 가장 큰 무기는 신념이었지·
대의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목숨을 바치는 광신도들은 온실 속에 자라온 아카데미 학생들이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녔다·
그들 한명 한명의 무력은 아카데미 학생과 동급 그보다 조금 아래지만 신념 하나만큼은 압도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특히나 대주교라는 존재는 아카데미 학생들과 비교할 수 없는 격차를 가지고 있었고· 나라서 그들을 상대할 수 있는 거지 지금의 미하일과 루인은 버티는 것도 버거울 것이다·
잔잔한 순간에 갑자기 들이닥치면 당황해서 전력을 사용할 수 없을 테고·
정예로 이루어진 이교도 무리는 오로지 유리아를 납치하기 위해 달려드는 메뚜기떼 같았다·
신안의 사용자는 이교도에게도 절실히 필요했으니까·
무도회의 특성상 무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수는 소수· 선도부와 학생회 경비대가 아니라면 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다·
이 규칙에 나 또한 포함되어 있었고·
티르빙은 지금 내 손에 있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지금 가지고 있지 않다는 말이 맞겠지· 연회장 안으로 가지고 오고 싶었지만 쫓겨날 리스크를 안으면서 가져오는 것은 좋지 않은 선택이었으니까·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르라 했던가 무도회에 참석하려면 아카데미의 법을 지켰어야 했었기에 나는 티르빙을 연회장 구석에 숨겨두고 무도회에 참석하였다·
마음만 먹으면 금방 가질 수 있는 곳에 숨겨두고 말이다·
티르빙이라는 검 자체가 상대를 매혹하는 단점을 가지고 있어서 경비대에 맡기기도 그랬고 괜한 물의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고민에 빠진 나는 답답한 심정으로 샹들리에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뱉었다·
‘답답하네·’
내가 가지고 있는 무기는 두 개·
하나는 검이고 다른 하나는 새롭게 얻은 우뢰라는 고유 마법이었다·
-딱·
나는 손에 작은 정전기를 일으키며 손가락을 튕겨보았다·
‘피직·’하며 붉은색 전격을 튀기며 소모되는 마력· 대충 무슨 느낌으로 사용해야 할지 감이 잡히고 있었다·
술식을 구상하지 않고 즉발적으로 나가는 마법· 복잡한 연산이 필요 없이 구상할 수 있는 우뢰는 마력의 소모량은 많았지만 형식에 제약을 두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오히려 다행인 건가·’
내 몸처럼 움직이고 검에 덧입힐 수 있는 응용법을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나는 마력을 갈무리했다·
‘사용해보면 알겠지·’
뭐가 됐는 없는 것보다 나으니까·
마법의 응용법에 대해 복잡한 생각을 하던 중·
“집사님···!”
연회장 한구석에 반갑게 손을 흔드는 한 명의 소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노란색 드레스를 펄럭이며 열심히 손을 흔드는 연갈색 머리카락의 소녀·
히스타니아 한나는 반갑게 손을 흔들며 내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까치발을 들며 내 얼굴을 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한나의 모습에 작은 미소가 새어 나왔다·
‘잘 지낸 것 같네·’
깡충깡충 뛰는 한나는 건강해 보였다·
방학 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한나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이전과 다르다는 것을 나는 단번에 알아차렸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던 마력의 흐름은 올곧았고 몸의 움직임 또한 이전과 다르게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히스타니아의 가주 로웬처럼 말이었다·
로웬과 비견될 정도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상태창에서 읽기는 했었는데 이 정도 일 줄이야·
나는 뿌듯한 마음을 숨기고 한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오랜만입니다· 한나 씨·”
“네! 잠시만요···!”
한나는 많은 인파를 뚫으며 내 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찾으려고 했는데 잘됐네·’
히스타니아 저택 이후 처음 보는 한나·
한동안 사라져서 어디 갔나 했었는데 활기찬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
한나가 아니었다면 무도회에 들어올 수도 없었을 테니까·
-이봐·
-네 사장님·
-사장님이 아니라 말릭·
-네 형님·
-···하아· 혹시 3일 뒤에 시간이 비나?
-형님이 비우라면 당장이라도 비울 수 있습니다·
-그럴 필요는 없다· 후··· 한나에게 무도회 초대장을 받았는데 내가 그때 일이 있어서 말이야·
-아···
-시간이 괜찮으면 네가 대신 가줄 수 없나· 시간 외 급여는 확실하게 지급하도록 하지·
-빛이 납니다·
-낯뜨거운 아부는 그만하면 안 되나·
-숨을 쉬지 말라는 겁니까?
-하아···
무도회에 오자마자 한나를 찾으려고 했지만 갑자기 유리아의 일이 터지는 바람에 못 찾았는데· 이런 식으로 내 앞에 나타나 준 한나가 고마웠다·
퀘스트에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한나도 지켜야 했으니까·
어느새 코앞에 다가온 한나는 유리아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초롱초롱한 눈을 뜨고 나를 올려다봤다·
“집사님! 오랜만이에요·”
“네 잘 지내셨습니까?”
“네···! 그··· 아까 봤어요·”
“뭐를 보셨다는 건지?”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턱을 긁적거렸다·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서 낯뜨거웠으니까·
한나는 이런 내 생각을 모르는지 우수에 찬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저 녹조 대가리한테 욕하는 거요· 엄청 멋있었어요! 나중에 저도···!”
오빠가 아니라 내가 와서 정말 다행이라고 더 잘생겨진 것 같다며 낯부끄러운 칭찬을 뱉는 한나·
나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한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건강 해 보여서 다행입니다·”
“집사님 덕분에 잘 지냈어요·”
“아니요· 제가 뭘 한 게 있다고요·”
다행이다·
지켜야 할 사람이 한곳에 모여있어서 부담이 줄었다· 흩어져 있었다면 한 명씩 찾아야 했었으니까· 나는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한나와 담소를 나눴다·
비록 유리아와 한나의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흘렀지만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아가씨의 근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려는 순간·
-쿠궁·
정적이 흐르기 시작했다·
연회장에서 학생회장 샤르티아의 다급한 혼잣말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경비대···! 아니 왜 연락을 안 받는 거야···!”
불길함을 담은 샤르티아의 혼잣말은 앞으로 일어나 일에 대한 불길함을 예지하고 있었다·
한나는 떨리는 눈으로 연회장의 천장을 바라봤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며 느꼈냐고 중얼거리는 한나·
스승이 된 입장으로 한나의 성장이 정말 자랑스러웠다·
멍청한 미하일이나 루인은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연회를 즐기기에 바빴으니까·
나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한나를 향해 말했다·
“손님이 온 것 같은데요·”
“···”
“음··· 어떻게 할까요·”
-쿠궁·
떨어질 것처럼 격하게 흔들리는 샹들리에를 바라보는 한나는 손에 오러를 모았고 나 또한 희미한 오러를 내뿜으며 기다렸다·
-지지직···
금이 그어지는 연회장의 천장은 조금의 기다림을 주지 않고 많은 파편을 날리며 바닥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무너지는 천장 속에 밝게 떠 있는 달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샹들리에는 중앙에 떨어지고·
수많은 건물의 잔해들이 쏟아지는 연회자 천장 가운데·
검은 두건을 쓴 인영들이 하나둘 빠른 속도로 연회장 가운데에 무릎을 꿇고 앉기 시작했고·
그들의 가운데에 하얀 사제복을 입은 한 명의 남자가 사뿐히 내려오고 있었다·
사제는 양손을 펼쳐 미소를 지었다·
두건에 가려져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마력은 대주교의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좋은 저녁입니다· 여러분·”
소설 속에서 큰 비중을 가지지 않은 악역 ‘비방의 대주교 미르바엘’이 하늘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꿇어앉은 이교도를 향해 한 명의 남자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평범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 귀족 영식은 머리를 거칠게 쓸어넘기며 이교도 무리로 걸어갔고·
공간이 일그러짐과 함께 변모하는 얼굴을 본 루인의 표정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한스···!”
“오랜만입니다· 탐욕의 대주교님·”
“오랜만입니다· 비방의 대주교님·”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됐다·
그리고·
한스는 비방의 대주교를 향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퇴각합시다·”
“그게 무슨 소리인지?”
“일이 틀어졌습니다· 저 괴물은···”
-번쩍···!
순간· 한스의 머리 위로 적색의 낙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콰드등!!!
쉴세없이 몰아치는 적색의 낙뢰 사이로 나는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를 뚫으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안 되죠·”
시작도 안하고 보낼 수는 없었다·
*
많은 시간이 흘렀다·
리카르도는 미친 듯이 번개를 쏘아붓기 시작했고 미묘하게 이교도의 퇴로를 무너뜨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오묘했다·
대주교를 피해가는 낙뢰와 아카데미 학생들이 위험한 순간에 떨어지는 낙뢰들에 미하일은 이상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왜·’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가 마법을 쓰는 것도 놀라웠지만 그보다 더 미하일을 당황하게 하는 것은 리카르도가 남을 도와주고 있다는 것에 미하일은 놀라고 있었다·
자신이 위험할 순간에 떨어지는 낙뢰들을 보며 미하일은 빠득 이를 갈았고 이교도를 마무리 짓지 않아서 생긴 갑작스런 상황에서 떨어지는 낙뢰에 미하일의 마음은 더욱 복잡해져갔다·
‘왜·’라는 의문이 한번 더 미하일의 손을 감싸는 순간·
-휘익···!
하얀색 옷을 입은 사제의 검이 자신의 볼을 스치고 지나갔다·
미하일은 떨리는 눈으로 사제를 바라봤다·
“흐흐흐··· 이게 무슨 일입니까·”
“···”
“저런 괴물이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강함·
지독한 살의에 미하일은 검을 고쳐잡았고·
-파직!
적색의 번개가 다시 한 번 떨어지며 미하일을 돕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reader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추신)
오늘은 퇴고가 많이 어설픕니다···!
피로도 MAX를 찍었기 때문엣···!
죄송합니닷···!
[후원 감사]
하늘연달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오늘도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파트가 끝이 보이고 있습니다···!
한동안은 아가씨와 리카르도의 일상이 등장할 것 같습니다···!
독자님에게 행복한 하루가 가득한 기쁨의 요정···! 뜨거운 마음의 화산··! 온천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마방님 2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흐익! 반갑습니다 독자님!
오늘은 비가오는 날입니다·
길이 미끄러운데 조심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독자님에게 뜨거운 마음과 사랑이 가득한 행복의 나라! 애버랜드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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