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48
다시 찾아온 저녁·
[활력에 대한 정보를 열람하시겠습니까?]
어둠이 찾아온 방안에서 나는 푸른색 창을 보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 바라보는 푸른 창은 무섭게 느껴졌다· 활력이란 것이 어떤 것을 담고 있는지 어떤 것을 대가를 가지고 소모되고 있는 건지 나는 알 수 없었으니까·
겁이 안 난다면 거짓말이지·
만약 활력이 의미하는 게 수명이라면 솔직히 대안이 없었으니까· 소설의 지식을 뒤져보더라도 수명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단 두 가지·
하나는 소드 마스터 이후의 경지에 오르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사람을 포기하는 방법이다·
전자의 경우는 육체의 완성도를 높여 100년이라는 인간의 수명을 5배에서 7배 나아가 영생에 가깝게 살 수 있는 기적을 만들어내며 후자의 경우 흑마법이란 것을 통해 생을 연명하는 방법이었다·
가능한 후자의 방법은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과 하면 안 될 일이 있으니까·
나름 사랑과 정의를 사랑하는 빙의자인데 악인의 길로 가는 것은 조금 그랬으니까·
그렇다고 소드 마스터 이후의 경지에 오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고· 소설에서 ‘이런 경지가 있다·’라는 언급만 나왔지 실제로 도달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던 신의 경지였다·
소드 마스터에 도달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수명을 늘릴 수 있을 테니까·
나는 걱정을 안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디 한 번 해보자·
일단 매를 맞고 난 뒤에 생각해도 늦지 않으니까· 부딪쳐 보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하며 나는 푸른 창의 질문에 대한 답을 뱉어냈다·
“네·”
[활력에 대한 정보를 열람합니다·]
그리고·
푸른 창은 내가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활력에 대한 정보를 뱉어내기 시작했다·
-외전 102번· ‘활력의 진정한 의미·’의 열람이 시작됩니다·
***
오늘도 화창한 저택의 아침·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올리비아는 깜빡이는 눈으로 새벽의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짹! 짹!
“으으으···”
새벽부터 지저귀는 새소리 때문에 잠에서 깬 올리비아는 귀를 막고 허공에 주먹질했다·
치킨으로 만들어버려도 시원치 않은 녀석들의 지저귐은 오늘따라 더 크게 들려오고 있었다·
-짹짹 짹짹!
“이이익! 한 입도 거리도 안 되는 새 새끼들이!”
리카르도가 빈민가 부랑아였던 시절· 올리비아는 참새를 먹어본 적이 있었다· 구걸 통에 금화를 넣어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구운 참새를 받은 기억은 그리 반갑지 않은 추억이었다·
-이게 뭐야?
-참새요·
-그거 먹어도 되는 거야?
-네·
-아닌 것 같은데····
-그럼 먹지 말던가요·
-안 먹을래·
-그럼 저 혼자 다 먹겠습니다· 맛있겠다···!
-이이익···! 혼자 처먹지 마!
닭다리는 코딱지만 한데 먹을 살은 없었고 발라낼 뼈가 많았던 최악의식재료로 올리비아는 기억하고 있었다·
맛도 없는 녀석이 단잠을 방해하는 것에 짜증이 나는 올리비아는 참새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다시 잠에 들고 싶은데 자꾸만 방해를 해왔으니까· 이렇게 되면 제국을 걱정하는 마음을 뱉어내야 하는 급박한 상황·
아직 시간이 이른데····
[06:12]
리카르도를 깨우기에는 너무 시간이 이르다고 생각하는 올리비아는 목울대로 넘어오는 애국자의 마음을 입술을 꾹 닫고 참아내기 시작했다·
“공···”
-짹짹짹!
“이이익···!”
못 참겠다·
“공습경···!”
입술의 끝에서 ‘공습경보’라는 말이 떨어지려는 순간· ‘텁’하고 입을 막아오는 낯선 이의 손길이 올리비아의 입을 막아왔다·
“합···!”
올리비아는 자신의 입을 막은 경박한 손가락을 따라서 눈을 데구루루 굴렸다· 어느 놈인지 모르겠지만 제국의 안위를 걱정하는 애국자의 마음을 방해하는 것에 기분이 나쁜 올리비아·
짜증을 담은 목소리로 한마디 하려는 찰나·
“제국은 안전하답니다· 아가씨·”
“엣···?”
“그리고 참새한테 화를 내시면 어떡합니까· 예전에 맛있게 드셨으면서·”
리카르도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올리비아의 귓가에 들려왔다·
리카르도는 올리비아를 바라보며 작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피곤한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리카르도의 눈빛은 어딘가 많이 지쳐 보였고 잠을 한숨도 자지 않은 것처럼 피곤해 보였다·
올리비아는 입술을 뻐끔거리며 리카르도를 바라봤다·
“리하르도?(리카르도?)”
리카르도가 입을 막고 있는 탓에 제대로 된 발음이 나오지 않는 올리비아는 입을 벌려 리카르도의 손을 ‘앙’하고 깨물었다· 짭짜름하게 느껴지는 리카르도의 손바닥의 맛은 맛이 없었다·
“왜 무십니까!”
“그냥·”
“그냥이 어디 있습니까! 나름 달콤하게 깨워줬다고 생각했는데···!”
“히힛···!”
올리비아는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보이며 리카르도를 빤히 바라봤다· 손수건으로 손에 묻은 침을 닦는 리카르도는 미간을 찌푸리며 올리비아의 머리를 천천히 쓸어내리고 있었다·
“물지 마십쇼· 아픕니다·”
“맛없어서 이제 안 물 거야·”
“···”
리카르도는 ‘나중에 초콜릿을 발라보겠다’라며 중얼거린 뒤 미소를 짓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가씨·”
“응·”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습니까? 더 자시지·”
“저 새들이 깨웠어·”
올리비아는 참새를 향해 손짓하며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단잠을 방해한 참새들에게 정의의 철퇴를 내려달라며 요구하는 올리비아·
리카르도는 미소를 지으며 ‘참아주세요·’라는 동물인권가 같은 말을 뱉으며 올리비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올리비아는 리카르도가 뱉은 질문을 똑같이 말해보았다· 왜 일찍 일어났냐고 더 잘 시간이 아니냐며 올리비아는 리카르도를 바라보며 말했다·
“리카르도는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아직 해도 안 떴어·”
“아··· 악몽을 꿔서 말이죠·”
“악몽?”
“네·”
올리비아는 악몽이라는 말에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악몽은 무섭긴 했으니까· 귀신이 나오거나 간식을 뺏기는 꿈을 꾸면 다시 잠들 마음이 싹 사라지는 것을 알기에 걱정을 담은 목소리로 리카르도를 향해 물었다·
“간식 뺏기는 꿈 꿨어?”
“아니요·”
“뭐야·”
올리비아는 시시한 리카르도의 꿈 이야기에 따분한 한숨을 뱉으며 고개를 저었다·
“무서운 꿈이 아니네·”
“그런가요? 저는 엄청 무서웠는데·”
“많이 무서웠어?”
“네· 무척이나 무서웠습니다·”
‘무척···’이라고 하는 리카르도의 한숨이 올리비아의 귓가에 들려왔다· 많은 고민을 담은 듯한 리카르도의 떨리는 숨소리에 올리비아는 고개를 돌려 리카르도를 바라보며 물었다·
“밥 먹어· 배고파서 그래·”
“아닙니다· 그냥 생각이 복잡해져서 잠이 안 오는 것뿐입니다·”
“복잡해?”
“네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던 일이 있었는데 꿈에서 보니까 무서워졌다고 해야 할까요?”
“리카르도 겁쟁이·”
“아가씨보단 아닙니다·”
“이이익! 내가 어때서!”
“바퀴벌레 때문에 같이 자자고 조르신 분은 어디 있는데요?”
“걔는 죽었어·”
“푸핫···!”
리카르도는 자신이 꾸었던 악몽에 대해서 자세하게 말하지는 않았다· 아가씨가 들으면 놀라 자빠질 거라면서 꿈속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비밀로 하는 리카르도는 조금은 암울한 표정을 지으며 꿈에 대한 감상을 말하고 있었다·
“엄청 무서웠습니다·”
리카르도는 올리비아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을 멈추고 가만히 멈춰서 있었다·
떨리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리카르도의 눈빛에 올리비아는 주인으로서의 당당함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힘찬 목소리로 리카르도를 향해서 말했다·
“걱정마· 내가 리카르도를 지켜줄 거니까·”
“오··· 이건 좀 감동인데요?”
“응· 그러니까 여기 누워·”
올리비아는 침대 옆을 통통 두드리며 리카르도에게 누우라고 말했다· 남녀가 한 침대에 눕는 것은 굉장히 불손한 일이란 것을 알고 있지만 악몽을 꾼 집사에게 옆자리는 정도는 내어줄 수 있으니까·
무섭다고 찾아온 집사를 매몰차게 쫓아내는 주인은 아니었기에 올리비아는 몸을 꿈틀거리며 침대 옆에 빈자리를 만들어 주고는 이불을 조금 넘겨주었다·
멍하니 바라보는 리카르도·
어색한 시선이 허공에 교차하고 있었다·
“누워·”
“상당히 매력적인 제안이긴 합니다만 아가씨와 한 침대에 누우면 심장이 제 역할을 못 할 것 같은데요·”
“나 냄새 안 나·”
“그 이유가 아니긴 한데···”
리카르도는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화끈거리는 얼굴을 감싸 안았다· 열이라도 나는 건지 귓불이 붉어진 리카르도의 얼굴에 올리비아는 지그시 리카르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리카르도 열나?”
“아니요·”
“아닌 것 같은데· 얼굴이 빨개·”
“기분 탓입니다·”
집사의 말은 믿을 게 못 된다는 걸 알고 있는 올리비아는 리카르도의 손목을 잡고 침대로 당겨왔다·
“이이익!”
방심한 리카르도의 몸이 올리비아의 손에 이끌려 침대에 앉혀졌다·
누워있는 올리비아의 머리맡에 손을 가져다 댄 리카르도· 중심이 무너진 리카르도의 몸은 다소 이상한 자세로 올리비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연인들끼리 키스를 하는 것처럼 자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리카르도의 얼굴·
올리비아는 뚱한 표정을 짓고 리카르도의 볼을 양손으로 잡아 자신의 얼굴에 가까이 들이밀어 보았다·
‘톡’하고 서로의 이마를 붙인 올리비아는 당황한 리카르도의 표정을 보며 짧고 간결한 답을 뱉었다·
“열은 없네·”
“아니···”
“왜· 아파?”
다시 한번 리카르도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가져다 대려는 올리비아의 손길에 리카르도는 황급히 올리비아를 떼어냈다·
“뭡니까···!”
“건강 체크·”
“열을 이렇게 재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올리비아는 당당한 표정을 지으며 리카르도에게 답했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여기 있는데 뭐가 어떠냐는 마음으로·
“왜 틀렸어?”
“아니 맞긴 한데· 다른 사람한테 이런 식으로 열 재면 안 됩니다· 정말···”
올리비아는 리카르도를 향해 답했다·
“나는 다른 사람한테 안 할 건데· 애비도 안 재 줄 거야·”
“왜요?”
“귀찮아·”
올리비아는 방긋 웃으며 리카르도의 손목을 잡고 옆에 누우라고 아양을 떨었다·
“리카르도는 내 집사니까 열 재 주는 거야·”
리카르도는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올리비아의 옆에 누워 말했다·
“정말이지··· 진짜 못 말리겠습니다·”
악몽에 떨고 있던 리카르도는 올리비아의 옆에 누워 눈을 감았고 두 사람은 천천히 눈을 잠에 들었다·
그렇게 다섯 시간 뒤·
“리카르도··· 배고파”
올리비아는 리카르도를 깨웠다·
*
[열람의 마지막 부분·]
나는 떨리는 눈으로 푸른 창이 보여주는 환상을 보며 손을 떨고 있었다·
익숙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비극은 나에게 처음으로 ‘공포’라는 감정을 떠올리게 만들고 있었으니까·
사선을 넘는 전투를 할 때도 느껴보지 못한 공포를 나는 고작 아가씨의 방안에서 느끼고 있었다·
-리카르도···?
-···
-일어나봐 리카르도·
아가씨는 차갑게 식어버린 내 몸을 끌어안고 울고 있었다· 쉼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쏟아내며 내 이름을 부르고 있는 아가씨는 외딴 섬에 홀로 있는 사람 같았다·
차오르는 슬픔을 감당하지 못하고 가슴을 두드리고·
믿지 못한다는 말을 뱉어내며 나를 꼭 끌어안고 있는 아가씨는 쉼 없이 내게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응?
-···
-왜 대답이 없는 건데?
-···
-나 이제 걸을 수 있어··· 봐봐···· 이렇게 걷잖아· 보라고 리카르도···!
기나긴 슬픈 끝에 아가씨의 눈물이 멎는 순간·
차가운 어둠이 아가씨의 몸을 삼키며 넘실거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공포였다·
내가 죽는 것보다 더 큰 공포·
-살릴 거야·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활력은···]
[사용자의 수명을 매개체로 소모됩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reader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후원 감사]
하늘연달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오늘도 찾아오신 독자님!
이 요정 감사의 인사를 올려드립니닷!
독자님에게 시간을 보람차게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의 요정···! 여가 생활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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