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57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람이 미워질 때가 있다·
흐린 기억 속에 남아있는 소년과 머리 색이 같아서·
소년이라면 그러지 않을 행동을 하는 모습이 싫어서·
이유 없이 그가 더 미웠다·
자신의 기억하는 소년의 모습은 언제나 올곧고 굳건했으니까· 이슬로 사라졌던 소년과 비슷하게 생긴 그 남자가 기억 속의 소년처럼 올곧았으면 하는 이기적인 생각 때문에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실제로 그 남자가 악인이기도 했지만 말이지·
정의보다는 사적인 이익을·
생명의 소중함보다는 살생을·
유리아를 배척하고 악행을 일삼는 녀석은 악인 그 자체였으니까·
자신과 전혀 맞지 않는 사람이고·
사상이 달랐던 남자였으니까 섞일 수가 없었다·
숙소에 짐을 푼 미하일은 침대에 앉아 낡은 사진을 보고 있었다·
-혼자서 뭐해· 빨리 와!
-···너희랑 사진 찍기 싫어·
-닥치고 빨리와!
미하일은 자신의 손목을 바라봤다·
사진을 같이 찍자고 보채던 소년의 손길이 닿은 곳을 미하일은 바라봤다·
손목에는 그날의 온기가 남아있는 것 같았다· 무리에 섞이지 못하는 자신의 손목을 잡고 미소를 지어주는 소년의 자상한 손길이 아직도 이 자리에 머물러있는 것 같았다·
-자· 스마일!
-싫은데····
-웃어!
찰칵·
“···”
미하일의 추억은 낡은 사진 한 장이 전부였다·
빈민가의 힘든 생활도·
소년의 모습도·
자신의 어린 모습도·
빛바랜 낡은 사진 한 장에 담겨있었다·
좋은 추억이 아니지만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을 담아두었던 사진을 보는 미하일은 쓴웃음을 지었다·
“멍청이·”
미하일은 창문 사이로 새어 나오는 달빛에 사진을 비추며 고개를 떨궜다·
‘나 잘하고 있지···?’
‘열심히 하고 있는 데·’
그 아이라면 뭐라고 말해줬을까·
올바르게 살고 있다고 등을 토닥여줬을까 아니면 바보같이 산다며 엉덩이를 걷어찼으려나·
전부 부질없는 망상이지만 미하일은 자신이 뱉는 질문에 대한 답을 듣고 싶었다· 모진 말이라도 좋으니 한 번만 딱 한 번만 그 아이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고개를 숙이고 밤을 지새우는 미하일은 사진을 꼭 끌어안고 잠을 청했다· 이번에는 악몽을 꾸지 않기를 바라면서·
쉽게 잠자리에 들지 못하는 어두운 밤이 불어오는 바람은 커튼을 흩날리며 산들바람을 불어내고 있었다·
그렇게 10분 정도가 지났을까·
-톡·
작은 돌멩이 하나가 창문을 넘어 숙소 안으로 떨어졌다·
미하일은 몸을 일으켜 세우며 창밖을 향해 머리를 내밀었다· 늦은 시간에 누가 자신을 부르는 지가 궁금해서·
천천히 미하일은 하얀 이마를 창밖으로 내밀었고·
“꺅!”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미하일은 자신의 이마를 쓸어내렸다·
따끔하게 느껴지는 통증에 숙소 바닥을 내려보는 미하일은 손톱만 한 작은 돌멩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창밖에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돌을 던진 모양· 강하게 던지지 않아서 기습이나 습격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겠지만 미하일은 기분이 상해있었다·
아무리 심성이 착해도 이유 없이 돌을 맞는 건 못 참으니까·
미하일은 따끔거리는 이마를 부여잡고 창밖을 내려다봤다·
이 늦은 시간에 누가 이런 짓을 했을지 걸리면 혼내겠다는 마음으로 천천히 고개를 내밀었고·
창밖에 보이는 남자의 얼굴에 미하일의 표정은 굳어졌다·
“나이스샷···! 어라 들켜버렸네?”
돌멩이를 품 안에 가득 안고 있는 리카르도는 손을 흔들고 있었다· 반가운 사람이라도 본 듯 격하게 손을 흔들고 있는 리카르도의 모습에 미하일은 깊은 한숨을 뱉으며 검을 찾았다·
‘리카르도···’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남자·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죄책감 없이 밸 수 있을 것 같은 남자는 밝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
한적한 하멜의 식당 안·
나는 죽일 듯이 노려보는 미하일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왜 그렇게 보시나요· 기분 나쁜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닥쳐·”
“그렇게 끔찍한 말을···!”
나는 미하일을 한번 놀려주고는 손을 들어 점원에게 닭강정 하나와 맥주를 주문했다·
“미하일도 맥주 드시겠습니까? 제가 사도록 하죠·”
“안 먹어·”
“왜요· 원래 이런 날에는 술 한잔 걸치고 떠드는 게 추억인데·”
“너랑 같이 앉는 게 역겨우니까· 안 먹는 거야
“그런가요···? 제가 남자여서 그런 건 아니고요? 이런 여자에 미친 사람! 로리콘!”
미하일은 금방이라도 검을 뽑을 것처럼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맥주를 내오는 점원에게 ‘이 친구가 원래 성격이 더러워요· 이해 좀 부탁드려요·’라며 미하일을 성격 파탄자로 만들었다·
어색한 미소를 짓는 점원·
나는 테이블 위에 팁을 올려두고 점원에게 공감을 강요했다· 미하일을 따돌리는 것에 투자하는 돈은 아깝지 않으니까·
“감사합니다!”
역시 돈이 최고야·
나는 점원의 밝은 미소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는 미하일의 얼굴을 보며 ‘인격 파탄자래요’라는 비아냥을 뱉었다·
점원의 얼굴에 홍조가 생기는 건 덤이었다·
미하일은 한심하단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그래서 본론이 뭐야?”
한숨을 푹 쉬며 본론을 이야기하라는 미하일의 딱딱한 모습에 서운한 감정을 느끼는 나였다·
“제가 언제 미하일 씨에게 부탁만 하는 사람입니까? 오랜만에 얼굴을 봐서 반가워서 그러죠·”
“···입에 침이나 바르고 말하지·”
“정말인데요?”
내 마음을 몰라주는 미하일이 미웠다·
뭐 미하일의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말이지·
나는 미소를 지워내고 미하일에게 말했다·
“확실히 저희가 살갑게 대화할 사이는 아니긴 하죠·”
“그러니까· 본론만 말해·”
나는 깊은 한숨을 뱉으며 미하일을 바라봤다· 지금 시간이 오후 9시· 늦었다면 늦은 시간이고 이르다면 이른 시간·
미하일을 이 시간에 부른 이유는 단 하나였다·
“부탁을 드리려고 합니다·”
사소한 부탁을 하기 위해서였다·
미하일에게 어렵지 않은 부탁이지만 내게는 무엇보다 중요하고 무거운 부탁·
일어날 일은 없지만 혹시라도 모르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 나는 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미하일은 부탁이란 말에 눈썹을 꿈틀거리며 의문을 뱉어냈다·
“부탁?”
“어려운 부탁은 아닙니다·”
“네가 나한테 부탁을 한다고?”
“저도 할 수 있지 않습니까· 무도회에서 합을 맞춰봤던 사이인데· 서운하네요·”
“합? 일방적으로 사람을 죽였는데?”
“저도 사정이란 게 있어서 말이죠·”
미하일은 빠드득 주먹을 주며 말했다· 치가 떨린다는 듯이 이를 깨물고 있는 것은 덤이었다·
나는 미하일의 분노에 입을 꾹 다물었다· 더 말해봤자 훈계만 들을 것 같았으니까·
“사정···? 그게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해?! 50명이야··· 50명· 네가 그때 죽인 숫자가···”
“그만하죠·”
“뭘 그만해· 아직 시작도 안 했어·”
“미하일도 아시지 않습니까 저한테 그런 이야기를 해봤자 바뀌는 게 없다는 걸요·”
“개새끼···”
나는 재미없는 윤리를 운운하는 미하일의 철학에 고개를 저으며 말을 끊어냈다· 서로 이런 재미없는 이야기를 하려고 이 자리에 앉은 건 아니니까·
나도 로리콘의 얼굴을 보기 싫었고 미하일 또한 남정네의 얼굴을 보기 싫을 테니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미하일에게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빨리 말해·”
나는 깊은 한숨을 뱉으며 말했다·
“저희 저택에 찾아오지 마세요·”
미하일은 ‘내가 그곳에 왜 가냐·’는 표정을 지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혐오스러워하는 감정을 대놓고 보여주는 미하일의 표정에 오히려 마음이 놓이는 나는 가슴에 품은 말을 계속해서 뱉어냈다·
“아시다시피 미하일과 저희의 관계는 최악이랍니다· 아가씨와는 더더욱 그렇고요·”
“너희가 자초한 일이잖아·”
“그러니까 부탁을 드리는 거 아닙니까· 찾아오지 말아 달라고·”
“네가 부탁하지 않아도 그딴 곳에 안 가려고 했어· 올리비아가 또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니까·”
나는 아가씨를 깎아내리는 미하일의 말에 웃음을 지워내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말을 가려서 하세요· 미하일·”
“···”
“당신이 함부로 말할 사람이 아닙니다·”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미하일은 굳은 표정으로 이야기의 맹점을 찾아 말했다·
“올리비아를 만나지 말아달라· 이 말이지·”
“가능하면 평생 부탁드리겠습니다·”
“하·”
미하일은 책상에 기대어둔 검을 챙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오는 음식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일어나는 미하일의 걸음은 단호하기 그지없었다·
“네가 걱정하는 일 따위는 없을 거야·”
“다행이네요·”
“다시는 너희랑 얽히고 싶지 않으니까·”
나는 거친 발걸음으로 떠나는 미하일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터벅·
-터벅·
-터벅·
미하일은 문밖으로 나가기 전에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내게 말했다·
“나도 한 가지만 부탁할게·”
“그럼요·”
“이번 실습에서 이상한 일 꾸미지 마·”
“···”
“그리고”
미하일은 문을 거칠게 열며 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게 간섭하지마· 역겨우니까·”
나는 미하일의 말에 아무런 답을 뱉지 않았다· 그저 묵묵하게 맥주잔을 매만지며 미묘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렇게 미하일이 떠나고 난 뒤·
홀로 남은 나는 맥주를 마시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건 힘들 것 같은데·”
미하일의 부탁은 들어주기 힘들 것 같았다· 아무래도 그건 빙의자로서 지나칠 수 없는 문제니까·
그리고·
옛정을 생각해서 그럴 수 없었다·
-드르륵·
미하일이 나간 순간 가게 안의 손님들은 의자를 밀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산도 안 하고 나가려는 개념이 없는 놈들· 점원은 그들의 모습을 보며 당황한 눈을 굴리고 있었고 나는 점원에게 팁을 건네주며 나가라는 눈치를 줬다·
황급히 자리를 뜨는 점원을 보며 나는 ‘탁’하고 맥주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멀뚱멀뚱하게 미하일의 뒤를 따르려는 불청객들의 어색한 몸짓에 나는 낮은 목소리로 그들을 향해 말했다·
“앉아요·”
“죽기 싫으면·”
*
리카르도가 미하일에게 돌멩이를 던지던 자리·
“···”
음습한 골목에는 수십 명의 이교도의 시체가 주검이 되어 쓰러져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reader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추신)
빌드업이 끝났습니다!
[후원 감사]
하늘연달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오늘도 찾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요즘 이 요정···! 발전이 아닌 후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퇴고에 시간을 더 들여야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요정···!
죄송합니다!
독자님에게 야밤에 야식이 때기는 중 메뉴를 고르기 어려울 때 기적처럼 나타나는 요정! 친구의 기프티콘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는대체님 3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부족한 요정!
요즘 부족한 점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더욱 발전해야겠다는 마음만 있을 뿐···!
독자님에게 사랑과 응원 그리고 기적이 넘쳐나는 마법의 요정! 도파민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비공개로 1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잘 보고 있다는 말씀을 해주시는 독자님!
이 요정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쓰고 있습니다!
요즘 반복되는 스토리·
자극적인 맛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요정이랍니다!
아가씨 일상 파트가··· 부족하다는 느낌도 드는 요정이랍니다!
예전의 달달함을 가지고 오고 싶지만···! 이건 요정의 노력이 필요한 거겠죠···!
항상 발전하고 댓글 열심히 읽고 있습니닷!
독자님에게 오늘 하루 고생했다는 의미를 담은 힘내의 요정! 피로 회복제는 역시 x카스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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