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64
하멜의 이른 새벽·
“하아아암···”
히스타니아 한나는 눈을 비비며 하멜의 차가운 새벽을 맞이했다·
온몸에 근육통이 가득했다·
평소에 하는 훈련보다 몸을 덜 움직였는데도 몸은 딱딱하게 굳어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아으···· 죽겠다·”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 그렇겠지· 어제 봤던 남자는 괴물 그 자체였으니까·
조금의 실수를 하면 단번에 목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괴물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실력도 그렇고 노골적인 살의도 말이다·
물론 그 모든 위협은 단 한 사람 때문에 끝나게 되었지만·
-보내줄 때 가세요·
침대 위에 앉은 한나는 무릎을 끌어안으며 어제 있었던 일을 생각했다·
미하일 선배가 위기에 처했을 때 나타난 집사님· 동시에 이교도의 잡졸에 다리가 묶여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지난날의 자신의 모습에 긴 한숨을 뱉었다·
“아무것도 못했어····”
분명 도움이 되려고 했었는데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도·
아버지와 마찰을 빚었을 때도·
한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도움만 받아왔다·
한나는 이런 자신이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변한 게 없으니까·
매번 구원의 손길을 건네는 집사님의 손을 잡을 줄만 알지 자신은 제자리에 머물러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있었다·
구원이라는 말이 거창하긴 했지만 자신에게는 집사님이란 존재는 영원히 나오지 못하는 새장의 열쇠와 같았으니까·
한나는 매번 다짐을 해왔다·
집사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보자고· 매번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닌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나는 생각했었다·
셀 수 없이 많은 재능을 가진 오빠처럼은 아니더라도 다른 부분에서 집사님을 도와주고 싶다고 한나는 생각했었고 그렇게 되려고 노력을 했었다·
그래서 한나는 이번 겨울 방학을 바쁘게 보냈었다·
모험가 일을 계속했고·
실전 경험을 최대한 많이 쌓기 위해 다양한 의뢰를 받았었다· 호위 임무 토벌 채집 등 안 해본 의뢰가 없을 정도로 열심히 살아왔었지·
그 노력 덕분에 마물에 대한 공포도 이길 수 있었고 특히 오크에 대한 두려움을 이길 수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솔직히 그렇지 못했으니까· 오크를 보면 푸른 창이 보여줬던 과거가 생각나서 몸이 굳었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었다·
덩치가 큰 사람을 보면 무서워한다던가 약한 마물인데 겁을 먹는다는 등· 검사로서의 삶에 많은 제약이 있었었지·
한나는 이겨내기 위해 수없이 부딪쳤고 자신의 결핍을 이겨낼 수 있었다·
오로지 한가지 고집·
집사님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고집을 이루기 위해서 한나는 달려왔었다· 그리고 남들보다 잘하는 것을 한 가지라도 만들고 싶었기에 더더욱 매달려 왔었다·
뛰어난 외모도·
활기찬 성격도·
가문의 뒷배도·
한나는 모든 것들이 남들에 비해 떨어진다고 생각했었으니까·
한나는 자신의 마음을 알고 있다·
최악의 만남이긴 했었지만 최고의 선물을 해준 남자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제멋대로고·
공녀님밖에 모르고·
속세를 좋아하는 남자를·
한나는 연모하고 있다고 인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
“하아···”
특출난 게 없는 자신이 싫었다·
받기만 할 줄 아는 자신이 남들보다 나은 게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공녀님과 비교해도 그렇고 객관적인 입장으로 바라봤을 때도 자신은 남들에 비해 나은 게 없다고 생각하는 한나였다·
몸매는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시무룩한 표정으로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는 한나는 얼굴을 무릎에 묻었다·
“바보·”
더 열심히 하고 싶다·
더 예뻐지고 싶고 집사님에게 칭찬을 듣고 싶다·
받기만 하는 자신이 하면 안 될 생각이라는 것을 알지만 집사님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아가고 싶었다·
집사님의 웃음을 더 보고 싶고·
웃게 만들고 싶고·
손도 잡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더 한나는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었고 동시에 자신의 삶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리카르도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만약 집사님이 아니었다면 자신은 이 세상을 살아가지 못했을 테고 어쩌면 이런 자유도 없었을 테니까·
동화 속 왕자님처럼 구원의 손길을 뻗어주는 집사님에게 반하지 않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고···· 이미 빠져나갈 출구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래·”
‘짝’하고 한나는 자신의 뺨을 소심하게 내려치며 결의를 다잡았다· 우울한 생각을 해봤자 달라지는 것은 늘어나는 것은 주름뿐이니까·
“이러고 있어봤자 달라지는 게 뭐가 있어!”
한나는 마음을 다잡으며 새벽을 맞이했다·
그리고·
“··씨~”
창밖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한나는 눈을 비비며 창밖을 바라봤다· 익숙한 목소리가 창밖에 들려오고 있어서·
이교도의 습격 때문에 실습은 끝이 났는데 자신을 부르는 익숙한 남성의 목소리에 한나는 옷 매무새를 다듬고 창밖을 바라봤고·
“한나 씨~ 오늘 뭐 하십니까·”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리카르도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른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활기찬 미소를 짓고 있는 리카르도의 얼굴에 한나의 입꼬리는 작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한나는 창틀을 꼭 쥐며 생각했다·
‘포기할 수 없다’라고·
한나는 리카르도의 질문에 작은 소리로 답했다· 자고 있을 학생들을 배려해서 작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까닥·
“집사님···! 저 방에 혼자 있으니까· 들어오세요!”
“네에?”
집사님은 지금까지 본 표정 중 가장 당황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
“어허!”
창문을 통해 방 안으로 들어온 나는 한나를 혼내고 있었다·
“여자 혼자 사는 방에 남자를 부르면 어떡합니까· 남녀 칠 세 부동석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닙니다!”
오랜만에 한나와 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요망한 짓을 한 한나를 훈계하고 있는 나는 작은 목소리로 한나를 꾸짖었다·
손가락을 까닦이던 한나의 요망한 손짓이 눈앞에 아직도 아른거려서 마음속에 있는 유교의 불씨가 쉽게 가시지 않고 있었다·
한나 덕분에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도 얻을 수 있었으니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식으로 보답을 당할 줄이야·
나는 하늘하늘한 잠옷을 입고 있는 한나를 바라보며 화끈거리는 귓불을 숨겼다·
아카데미 학생들의 복귀일은 3일 뒤·
돌아갈 마차도 없었고 반강제적으로 이 시골에 묶여 있어야 될 상황에 놓인 한나를 놀아주기로 한 나는 열심히 삶의 지혜를 뱉고 있었다·
“이런 짓은 나중에 좋아하는 사람····”
한나는 내 말을 끊고는 단호하게 답했다·
“집사님 말고 제가 다른 남자를 왜 불러요····”
“네?”
나는 순박한 사슴과 같은 눈을 뜨며 한나를 바라봤다· 그게 무슨 소리냐는 눈으로 한나를 바라봤지만 한나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머리카락을 묶고 있었다·
이전에 봤을 때 어깨까지 오는 단발머리였었는데 못 본 사이에 머리카락이 많이 기른 한나·
한나는 입술에 머리끈을 물고 머리카락을 능숙하게 묶고 있었다·
머리카락을 묶은 한나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빤히 바라봤다· 한나에게서 연하게 흘러나오는 복숭아 향기에 나는 코를 킁킁거리며 물었다·
“향수 뿌리셨습니까?”
“아니요?”
“그런가요? 복숭아 향기가 나서·”
“아····”
한나는 손등을 내게 내밀며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말했다·
“제 살 냄새에요!”
맡아달라는 한나의 열정 어린 시선에 나는 헛웃음을 뱉어내며 ‘싫습니다·’라고 강력하게 거절했다·
아무리 그래도 살 냄새를 맡는 건 그림이 이상했으니까·
나는 방안의 침대에 살포시 걸터앉아 한나를 향해 말했다·
“그건 그렇고 오늘 시간 되십니까?”
“시간이요?”
나는 품에서 작은 책자를 꺼내 한나에게 보여줬다·
[제국 최고의 무희가 하멜을 찾아옵니다!]
“우연히 티켓 두 장이 생겼는데 함께 보시는 거 어떻습니까·”
한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손에 들린 티켓 두 장을 바라봤다·
“공녀님은요?”
기특하게도 아가씨를 생각해주는 한나의 착한 마음씨에 나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가씨는 여자가 꿈틀거리는 건 보기 싫다고 하십니다· 말하는 생선이면 모를까· 재미없을 것 같다고····”
“그··그러면! 저랑 단 둘이 보는 건가요···!?”
“네· 그런 거죠?”
한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요란한 반응을 보여줬다·
“됐어!”
“네? 뭐가 됐다고···”
“그냥 기분이 좋아서요!”
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한나에게 말했다·
“그래서 오늘 시간 되십니까?”
“네···! 그런데 잠깐 기다려 주실 수 있을까요? 준비할 시간이 필요해서·”
꾸밈없는 모습을 숨기는 한나의 수줍은 모습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지금 출발할 건 아닙니다· 아직 아가씨 아침밥도 못 챙겨드려서요·”
“다행이다·”
“네?”
“아니에요! 그럼 점심에 만나는 거 어때요? 공원에서요!”
“알겠습니다·”
창문으로 나가기 전 한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집사님···!”
“네?”
“그··· 오··오늘! 뭐 입고 오실 거에요? 색깔이라도 맞추면 좋을 것 같아서· 하하···”
나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한나에게 답했다·
“생활복을 입고 올 거랍니다· 이번에 사둔 옷이 있어서 말이죠·”
그리고
“아 참· 집사 복은 아니랍니다·”
한나는 방긋 미소를 지었다·
“네!”
*
그렇게 12시가 되고 난 뒤·
“와···”
나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여러모로 말이다·
“많이··· 이상해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reader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추신)
분량이 짭니다···!
죄송합니닷···!
[후원 감사]
하늘연달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오늘도 찾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어느덧 13악녀가 200화를 달려가고 있습니다!
모두 독자님들의 사랑 덕분에 올 수 있던 거겠죠···!
이 요정 더욱 더 달려가도록 하겠습니다!
독자님에게 다가오는 벚꽃을 더욱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날씨 좋음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나헤마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정말 날씨가 좋습니다·
물론 추워서 오들오들 떨긴 했지만 말이죠!
독자님 항상 건강 챙기시길 바라겠습니다!
독자님에게 건강과 활력이 넘쳐나는 요정···! 면역력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유병인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히이이익! 이 요정 뒤로 넘어졌습니닷!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 요정···! 오늘은 비록 분량이 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더욱더 발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독자님에게 사랑과 열정이 뜨거워지는 특급 요정! 회춘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비공개로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히이이익! 비공개로 찾아오신 독자님···!
이 요정 항상 감사하며 발전하려고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점차 요정은 멘탈이 강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유니콘 학살자라는 이명이 붙을 때는 정망 멘탈이 쿠쿠다스였는데 말이죠···!
독자님의 사랑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자님에게 3월의 중반을 아름답게 보낼 수 있는 낭만의 요정··! 아메리카노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Ruin AGo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요정 때로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시무룩하고 그러지만 항상 감사하는 마음은 변치 않고 있습니다!
수면 시간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3시간에서 4시간 수면 시간이 무려···! 5시간으로!
장족의 대발전입니다!
이 요정 더욱더 열심히 해서 달려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독자님에게 수면의 중요성을 일 깨워주는 특별한 요정···! 간영양제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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