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66
오랜만에 배꼽을 잡고 웃은 것 같다·
진지한 표정으로 춤을 추고 있는 말릭을 보며 ‘왜 저러고 있어’라며 얼굴을 숨기는 한나의 모습도· 진지한 표정으로 춤을 추는 말릭의 모습도·
자꾸만 웃음이 새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비록 가면을 쓰고 있어서 표정을 보지 못하지만 분명 딱딱한 표정으로 집중하고 있겠지·
그래도 잘 추긴 했다·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얼굴을 가리는 가면이라는 요소가 오히려 몽환적인 느낌을 만들어냈고 남자만이 낼 수 있는 특유의 힘 있는 춤 선이 전생에 아이돌이 생각날 정도로 화려하고 날카로웠다·
춤추기 위해 검을 배웠나 싶기도 하고···
사장님의 뛰어난 춤 실력에 나는 공연이 끝날 때까지 집중할 수 있었다·
사장님의 다른 모습에 웃기도 하고 동시에 감탄하면서 공연에 집중하게 되었다·
쏜살같이 흐르는 시간에 아쉬워하던 나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토마토처럼 붉어진 한나를 향해 말을 걸었다·
“괜찮으신가요?”
“···”
“한나 씨?”
“네!? 아 네 괜찮아요·”
영혼이 가출한 한나는 무대에서 작별 인사를 하는 말릭을 보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깊은 한숨을 뱉었다·
“아니···”
자랑스러우면서 동시에 부끄러운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 한나· 워낙에 통통 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런 식으로 막 나가는 사람일 줄은 몰랐던 한나였다·
오빠에게 사과받기 전까지는 오빠가 이런 사람이란 걸 모르고 있었는데·
검밖에 모르고·
가문의 명예만 중요하게 여기며·
가족에 대한 애정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이 모르고 있는 오빠의 모습은 많은 것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
사실은 그 누구보다 가족을 아끼고·
검보다는 다른 것들은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한나는 뒤늦게 알게 되었다·
사과했던 날에 오빠는 진심을 말해줬으니까·
오묘한 감정이지·
사과를 받지 않았으면 느끼지 못했을 감정이자 어쩌면 평생을 모를 뻔했던 오빠의 비밀을 성인이 돼서야 알게 되었으니까·
가면 뒤로 보이는 오빠의 미소에 한나는 천천히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고맙다·
“아니··· 진짜·”
-너도 고맙다·
왼발을 뒤로 빼고 멋들어진 신사처럼 관객에게 인사를 건네는 오빠의 모습에 한나는 천천히 부끄러움에 숙였던 고개를 들으며 말릭에게 쏟아지는 우래와 같은 박수를 들었고·
-짝짝짝짝짝짝!!!!
수줍게 손을 들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뭐 하냐고···”
한나는 오빠가 싫었다·
동시에·
오빠가 자랑스러웠다·
*
공연이 끝나고 저택으로 돌아가는 길·
쏟아지는 인파에 나는 한나의 손을 꼭 잡고 극장을 나오고 있었다·
한나의 표정은 좋아 보였다·
은은한 미소와 함께 자꾸만 뒤를 돌아 공연장을 보는 한나에게 아쉬움이 남아 보였으니까·
오빠의 춤을 봐서 기분이 안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이 틀려서 다행이었다·
한나의 은은한 미소에 덩달아 기분 좋아진 나는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노을이 지는 하늘을 바라봤다·
은은한 주홍빛과 함께 인사를 건네는 오후의 햇빛에 나는 기지개를 켜며 한나에게 말했다·
“재밌었네요·”
“···그러게요·”
한나는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정말 재미있었었어요· 기대도 안 했는데···”
덤덤하게 말하는 한나의 목소리에는 묘하게 흥분이 섞여 있는 것 같았다· 오빠를 자랑스러워하는 것처럼 말이지·
“정말 재미있었어요·”
한나는 잡은 손을 꼭 쥐면서 말했다·
“전부 집사님 덕분이에요·”
노을에 산들거리는 갈색 머리카락을 넘기면서 한나는 미소를 지었다·
“제가 뭘요·”
“집사님이 아니었으면 이런 시간도 못 보냈을 테니까요·”
“과찬이십니다·”
“아니에요··· 정말로·”
잠시 숨을 삼킨 한나는 말하기를 머뭇거렸다·
노을이 감정을 격하게 만드는 것일까 아니면 말릭의 새로운 모습이 감정의 방아쇠가 되었던 것일까·
은인을 바라보는 한나의 눈빛은 나를 향하고 있었다· 고마움·슬픔·즐거움 여러 가지 감정을 담은 한나의 솔직한 말에 나는 유난을 떨지 않고 고요하게 받아냈다·
나는 한나가 말하는 대단한 사람도 아니었고 한나를 둘러싼 모든 고난은 한나 자신의 힘으로 이룬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물론 3자인 나의 도움이 있었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나는 등을 밀어준 것밖에 되지 않았기에 생색을 낼 수가 없었다·
겸손과 거리가 먼 사람인데 말이지·
나는 저물어가는 노을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한 것이 아니라는 겸손을 담아서 솔직하게·
“저는 한나 씨가 잘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나는 한참 동안을 말을 하지 않고 내 손을 잡고 걷고 있었다· 묵묵하게 거리를 걷는 한나는 바닥에 구두를 끌며 걸었고·
구두에 익숙하지 않은 걸음 소리가 불규칙하게 귓가를 울리고 있었다·
-또각·
-또각·
-또각·
한나의 어설픈 구두 소리가 길어질수록 숙소와의 거리는 가까워져 갔고 작별의 시간은 점차 다가오고 있었다·
아쉬움이 길어지는 한나의 시간·
한나는 이 시간을 이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기 싫었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고
더 있고 싶었고·
이 손을 더 잡고 싶었다·
공녀님에게 돌아가야 하는 집사님에게 부담을 주기 싫었기에 이런 마음은 속으로 숨겨야 했지만 한나는 흘러가는 이 시간이 너무나 아쉬웠었다·
한나는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집사님·”
“네 한나 씨·”
한나는 다시 한번 나를 불렀다· 보채는 아기처럼 한 번 더 자신의 이름을 불러 달라는 듯이 나를 부르고 있었다·
“집사님!”
“네 왜 부르시나요·”
한나는 배시시 미소를 터뜨리며 고개를 숙였다· 비뚤배뚤 어색한 걸음으로 걷는 한나의 걸음에 나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보폭을 맞춰 걸었다·
한나는 노을을 보며 말했다·
“그거 아세요?”
“제가 잘생긴 건 압니다·”
“푸핫! 그거 말고요·”
한나는 말끝을 길게 늘어뜨리며 말했다·
“집사님은 저한테 어어엄청 소중한 존재라는 거 아세요?”
“엄청 소중한 존재라 평가가 후한데요·”
“엄청 엄청 엄청 소중한 존재예요·”
한나는 잡은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정말로요·”
그리고는 천천히 가슴속에 있던 자신의 이야기를 뱉기 시작했다·
“집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저는 집사님한테 늘 받기만 했잖아요·”
“이른 나이에 오러를 깨우친 것도”
“오빠와 사이가 좋아진 것도····”
“아버지한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던 것도·”
“전부··· 집사님이 아니었으면 못했을 일이니까·”
한나는 입가에 걸려있던 미소를 천천히 지워지기 시작했다· 우울이라는 무거운 감정이 아닌 은혜라는 감정에 입술을 깨무는 한나는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쓰라린 미소를 지었다·
“아 왜 이러지···? 제가 너무 재미없는 이야기를 했죠? 그동안 제가 고맙다는 말을 못 한 것 같아서···· 오늘은 말하고 싶었거든요···”
나는 그런 한나를 향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진심을 말해줬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포장 없는 감정을 말이다·
지금까지 노력해왔던 그녀의 모습을 봐왔기에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다· 그것이 아니라면 생색을 냈겠지만 내가 봐온 한나는 노력이라는 것을 끝없이 해온 인물이었으니까· 나는 잠깐의 침묵을 즐기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저 저는 한나 씨의 등을 밀어준 것뿐입니다·”
한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저는···”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부정하고 있는 한나· 나는 한나의 손을 부드럽게 잡고 말했다·
“한나 씨·”
“네···?”
“여기 앉아보세요·”
나는 한나를 벤치에 앉혔다· 입고 있던 재킷을 벗어 치마를 덮어주고 무릎 한쪽을 꿇어앉아 한나를 바라봤다·
당황한 한나는 떨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는 한나의 얼굴을 보며 ‘왜 울려고 합니까· 재미있게 놀았으면서·’라고 말하며 내려앉은 분위기를 풀어냈다·
한나의 앞에 쪼그려 앉은 나는 주머니에 있던 반창고 하나를 꺼내서 한나에게 보여줬다·
“짜잔·”
토끼 그림이 그려져 있는 반창고·
직접 그린 토끼를 보는 한나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그게 뭐에요···”
“어때요· 귀엽죠?”
“귀여워요·”
조심스럽게 한나의 구두를 벗기는 나는 살며시 한나의 뒤꿈치에 반창고를 붙여줬다·
붉어진 상처에 살며시 다가오는 반창고에 한나는 놀란 눈을 뜨고서는 나를 바라봤다·
“안 다쳤는데····”
“거짓말이 서투십니다·”
한나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티를 안 냈는데 어떻게 알았냐고·
“어떻게 알았어요?”
“저는 모르는 게 없답니다·”
“거짓말·”
한나는 수줍게 웃음을 터뜨리며 발을 가볍게 흔들었다· 산들거리게 흔들리는 한나의 발을 잡으며 나는 조심스럽게 한나의 반대쪽 발목에도 토끼 반창고를 붙였고 귀엽게 앉은 토끼 그림의 반창고에 한나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발목을 바라봤다·
나는 한나의 지친 발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어떻게 들으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한나 씨를 무척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니에요· 저는····”
“아무도 몰라주는 곳에서 노력하고·”
“···”
“결과를 얻지 못해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고 때로는 넘어지더라도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다시 일어서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거든요· 물론 저는 그런 적이 없어서 모르지만 말이죠·”
산들산들 그네처럼 움직이는 한나의 다리는 움직임을 멈췄다· 한나의 얼굴을 보지 않고 있지만 웃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머리 위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으니까·
“훌쩍· 아··· 왜 이러지? 꽃가루 때문인가 자꾸만 콧물이 자꾸 나네요·”
“그러네요· 꽃가루가····”
꽃도 피지 않은 거리에서 꽃가루를 운운하는 한나의 핑계는 어떤 바보라도 눈치챌 수 있었다·
나는 그저 잔잔한 웃음을 지으며 한나의 발을 어루만졌다·
“그러니까· 한나 씨”
“네?”
“아무것도 아니라는 소리 하지 마세요· 대단한 사람인데 자꾸만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질투합니다·”
“뭐에요· 자꾸 그렇게 말하시면···”
나는 한나의 발 위에 구두를 신겨주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눈가가 촉촉하게 젖은 한나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한나는 손으로 눈가를 비비며 고개를 저었다·
“보지 마세요····”
“왜요·”
“부끄럽잖아요·”
‘피식’ 작은 웃음이 새어 나온 나는 무릎에 묻었던 먼지를 털어내고 한나를 향해 등을 보여줬다·
당황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한나는 머뭇거리며 눈치를 보고 있었고 나는 한나를 향해 작게 속삭이며 말했다·
“아가씨 몰래 태워드리겠습니다·”
“···”
“아가씨에게 비밀입니다·”
한나는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네···”
등에 업힌 한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좋아해요····”
너무 작은 목소리라서 들을 수 없었지만 한나는 계속해서 마음을 속삭였다·
“이래서··· 저는 당신이···”
수줍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좋아요·”
한나는 속삭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reader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추신)
짧게 등장한 한나 파트···!
맛이 있기를 바라지만···!
언제나 아쉬움만 가득하답니닷···!
[후원 감사]
하늘연달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오늘도 찾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매번 찾아와주시는 독자님께 이 요정···! 감사를 드립니닷!
때로는 부담을 주는 게 아닐까 요정을 조심스럽게 생각합니닷!
매번 찾아와주시는 것에 감사와 무한안 감사를···!
함께 해주는 독자님이 있기에 이 요정···! 기쁜 마음으로 달려갑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독자님에 오늘 하루를 안전하게 마친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요정···! 신호등 초록불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비공개로 7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닷!
아니니닛?! 이 요정 깜짝 놀라서 뒤로 굴렀습니닷···!
독자님에게 그랜절을···
독자님의 과분한 사랑에 고개를 숙이며 요정···! 감사를 전합니다·
최근 날씨가 많이 풀렸습니닷!
아침은 쌀쌀하고 오후는 따뜻···!
이 요정···! 독자님의 건강을 걱정한답니다!
항상 건강의 요정이 함께하기를 빕니다!
매번 말씀드리지만··· 요정은 독자님들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항상 노력하고 겸손해야겠습니다···!
독자님에게 대요정의 허락을 받아 특별한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찾아오는 봅에 건강과 마음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요정···!
개나리 꽃의 요정과 벚꽃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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