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79
연무장에 홀로 있는 한나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지금까지 자신이 검에 품은 의지에 대해서 차분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모르겠어·’
리카르도는 이기적인 마음을 품어도 된다고 했었다· 성공을 위한 단편적인 목표도 좋지만 끝나지 않을 욕심을 부려도 된다고 말했었다·
-목적을 두고 검을 시작하면 싱겁지 않습니까? 저는 워낙 빨리 이뤄버리는 사람이라서 말이죠· 아 너무 재수 없었나요?
확실히 재수가 없긴 했었지만 한나는 리카르도의 말을 납득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집사님은 뱉은 말을 모조리 지켰던 사람이니까·
그래서 집사님의 말을 믿을 수 있었고 그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나의 검은···’
한나는 그저 인정을 위해 검을 휘둘렀다·
가문의 명예를 이어가기 위해 그리고 아버지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 검을 시작했다·
언젠가는 아버지의 따뜻한 손길이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기를 기다리며 고집스럽게 검을 잡아 왔다·
검에 대해 아는 것도 없이·
가문의 지원도 없이 그저 어린 날에 받은 검을 가지고 훈련용 허수아비를 두들기며 검을 단련했다·
그것이 자신이 검을 휘둘러야 하는 이유였으니까·
끝을 알지 못하는 길에서 방황하는 자신에게 내려진 목적이자 양을 이끄는 목자가 내린 결론 같이 자신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오로지 하나였으니까· 고개를 끄덕이고 따를 수밖에 없었다·
행복해지려면 그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방법이 오로지 검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꿈은 무너졌고 다시 그 꿈의 연장선이 시작되었다·
아버지의 인정이라는 연장선이 말이다·
언젠가는 이뤄질 결말이었다·
그것이 오늘이 될 수 있고·
그것이 30년 뒤가 될 수 있는 결말이 있는 목표·
명확한 결말이 있다고 해서 좋다고 할 수 있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이 결말이 꼭 해피엔딩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남을 위한 검·
자신이 생각해도 남을 위한 이유에서 시작한 검은 좋은 길을 찾을 것 같지 않으니까· 어쩌면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난 뒤 목적이 없는 사람처럼 번아웃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뤘다는 만족감에 더 이상의 발전을 포기할 테니까·
집사님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집사님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남은 시간을 할애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 시간이 있다면 행복하겠지만 그것은 자신이 바라는 결말이 아니니까·
한나는 인정을 받고 싶었다·
검사로서·
사람으로서·
아버지에게는 검으로 인정을 받고 싶었고 은인에게는 한 명의 제자로서 믿음을 주고 싶었다·
집사님의 얼굴을 보면 마음이 놓이는 것처럼 나도 집사님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으니까·
한나는 눈을 감고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천천히 검을 뽑아 들었다·
집사님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가진 진심을 내어 보이기 위해 검에 집중했다· 수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연습해 온 오답 노트에서 내린 결론은 자신의 검을 찾자는 해답이었으니까·
집사님을 따라 할 수 없다는 것을 한나는 잘 알고 있다·
끝을 헤아릴 수 없는 심연을 들여다볼 정도로 한나는 강하지 않으니까· 겉핥기 하기에도 부족하다는 것을 한나는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한나는 생각했다·
자신의 독창적인 욕심을 검에 넣어보자고·
집사님에게 믿음이 되고 싶고·
집사님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고 싶고·
집사님을 위협하는 사람을 모조리 베고 싶은 마음을 넣어보자고 생각했다·
그것이 자신이 받은 은혜에 대한 보답··· 아니 자신이 원하는 소망이니까·
조금은 비겁하지만 리카르도의 옆에 서고 싶고 그와 함께 미래를 그리고 싶다는 것을 검에 담고 싶었다·
그리고 함께하고 싶었다·
짐이 아닌 한 명의 검사로써 성장하고 여자로서 그의 옆에 있고 싶었다·
한나는 검에 자신의 욕심을 담았다·
‘가지고 싶어·’
행복한 일상을·
집사님에 대한 관심을·
‘타협하는 것은 이제 지쳤어·’
아버지 때문에 무언갈 포기하는 것도 짊어진 짐 때문에 마음을 숨기는 것도 이제 지쳤다·
물론 정실의 자리는 순번을 지키는 것이 당연하지만 두 번째 자리만큼은 누구에게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까·
한나는 검에 자신의 욕심을 담았다·
‘모두 가질 거야·’
탐욕이라는 이기심을·
그리고·
리카르도를 방해하는 모든 것을 부수고 싶다는 폭력을 검에 담고 휘둘렀다·
-서걱·
무언갈 이뤘다는 직감과 동시에 ‘띵’하는 익숙한 알람·
[Q· 악녀 히스타니아 한나의 첫사랑·]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속에 당신은 리카르도의 애정을 받는 존재였습니다·
그 이야기 속에 당신은 리카르도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리카르도는 당신의 집사가 되고·
당신은 가문의 고난 속에서 리카르도의 도움을 받아 천천히 일어나는 발판을 얻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리카르도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고 ‘너 따위가 아는 게 뭐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라는 폭언을 쏟기도 했지만 그는 당신의 옆자리를 지키며 희망을 속삭여 주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끝은 아무도 모르지만 말이죠·
(!)결투에서 미하일을 이기세요·
보상 : 〈41번째 외전〉 ‘악녀 히스타니아 한나의 첫사랑’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이겨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
미하일은 검을 들었다·
수십 번을 생각해도·
닿을 수 없는 이유를 찾기 위해서·
자신이 검을 휘두르는 목적이 무엇인지· 동시에 어떤 마음으로 검을 휘둘러야 하는지 미하일을 알 수 없었다·
답은 이미 알고 있었다·
리카르도와 같은 악인에게서 죄 없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그것이 자신이 내린 결론이자 자신이 품고 있는 검의 목적이었다·
하지만 자꾸만 마음이 흔들린다·
본질부터 잘못되었다는 불길한 직감이 품 안에서 찾아온다·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드는 이 괴리감을 미하일은 찾지를 못했다·
처음 검을 들게 된 이유는 어느 소년 때문이었다·
자신이 가장 좋아했고·
어쩌면 사랑했을지도 모르는 소년 때문에 미하일은 검을 들게 되었다·
-왜 나 대신 맞아줬어?
-꼬맹이 너는 약하잖아·
-약하지 않아·
-그러냐?
불량배들에게 엄마가 사줬던 곰 인형을 빼앗기던 날· 소년은 목검 하나를 들고 영웅처럼 자신을 지켜줬었다·
동화 속에 나오던 왕자님처럼 소년은 코에서 흐르는 피를 흥하고 털어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멋있었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검을 휘두르는 소년의 모습이·
나도 그처럼 되고 싶었고·
나도 소년처럼 누군가를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소년은 그때 내게 말했었다·
-약하니까 지켜주는 거야·
-···내가 더 강해지면?
-푸핫! 죽어도 그럴 일 없을 거다· 지켜주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내가 지켜줘야 되거든· 잠시만··· 후반에 최강이 되니까··· 음! 그러면 그때는 네가 날 지켜주면 되겠네·
-내가 널 지켜줘?
-그래 네가 나보다 약할 때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지켜 줄 거야·
-진짜?
-어· 대신 너도 약속 지켜야 한다·
-뭘?
-나보다 강해지면 네가 날 지켜주는 거·
그날 처음으로 목검을 잡았다·
소년이 두고 간 목검을 잡으면서 처음으로 검을 들고 웃어본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었다·
즐거웠었다·
매번 도움만 받는 자신이 누군가를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이 즐겁고 기대가 되었다·
언젠가는 소년의 말처럼 자신이 소년을 지켜줄 수 있는 날을 꿈꾸면서 소년 몰래 검을 들고 다리 아래서 휘둘렀던 기억이 남아있었다·
‘약자를 지키고 싶다·’라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약자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동시에 그들에게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소년이 바라는 일이자·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니까·
그러니까···
나는 강해질 거다·
미하일의 검을 보는 로웬은 흥미로운 눈을 떴다·
“호오···”
미하일에게서 흘러나오는 오러는 정순하고 이전과 다르게 폭력이라는 감정을 담고 있었다·
유순하게 흐르는 오러의 물결에 로웬은 말을 멈추고 미하일의 깨달음을 가만히 서서 지켜봤고·
미하일은 눈을 감고 검을 휘둘렀다·
-서걱·
그리고
미하일에게도 ‘띵’하는 알림이 들려왔다·
거절하고 싶지 않은 충동적인 유혹을 담은 제안이 악마처럼 미하일의 눈 앞을 가렸다·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Q· 당신이 검을 드는 이유·]
아주 오래전 당신에게 친구가 있었습니다· 당신의 손으로 떠나보낸 소중한 친우가 말이죠·
누군가의 계략으로 당신은 그를 알아볼 수 없는 저주에 걸렸지만 당신에게는 봄과 같은 존재를 추억하고 있습니다·
추억이랍니다·
아주 오래된 추억·
남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당신의 악행과 동시에 당신이 짊어진 짐에 대한 무게는 당신에게 화살이 되어 날아오고 있습니다·
당신이 그토록 그리워하는 소년은 어쩌면 살아있을지도 모르죠·
당신 때문에 많은 고통과 핍박 그리고 억울한 일을 당했지만 미워하지 않았답니다·
뭐 살아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결투에서 한나를 이기세요·
보상 : 〈15번째 외전〉 ‘당신이 버리고 간 그날의 비밀’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이겨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
평화로운 오후·
나는 미소를 지으며 수도의 거리를 걷고 있었다·
“부적으로 뭐를 사갈까?”
미신 같은 것을 믿지 않지만 그래도 있으면 힘이 되기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상가를 향해 걸었다·
거리를 지나가던 도중 상가 앞에서 행운을 상징하는 부적이 하나 보였다·
행운을 상징하는 네 잎 클로버 귀걸이·
나는 미소를 지으며 선물을 결정하고 천천히 상가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작게 눈을 떴다·
[Q· 미하일의 보호자·]
·
·
·
보상 : 〈16번째 외전〉 ‘진실의 위험성’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조금만 더 미뤄두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reader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추신)
엄청 맞았습니다·
요정···! 반성하겠습니다·
조금의 맛이라도 풀어드리고자 에피소드르 준비한 요정···
실책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아가씨가 보고 싶군요···!
[후원 감사]
(컨디션 난조로···! 오늘 요정은 출발하지 않습니닷···!)
비공개로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히이이익!
최근 맛없는 것만 대답해준 요정···!
고개를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언제나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는 요정은 감사할 따름입니다!
사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핡짝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히이이익! 오랜만에 찾아오신 독자님···!
이 요정 항상 발전하고 싶은 마음이랍니다!
독자님에게 오늘은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는 걱정을 드립니다···!
우박도 내린 오늘···! 건강 조심히시길 바라겠습니다!
이승언_836님 7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히이이익! 좋은 작품 감사라는 코멘트를 선택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독자님에게 오늘은 행운이 가득하길 바라겠습니다!
연휴의 끝이 다가오는 오늘···!
마지막까지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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