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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Chapter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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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0

결전의 날 하루 전·

한나와 나는 결투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수도의 거리를 거닐었다·

중요한 결투를 앞에 두고 외출이 말이 되냐고 할 수 있지만 때로는 기분 전환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물론 외출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검을 다듬는 시간을 가질 거지만 먼지만 날리는 연무장이 아닌 바람을 쐬는 시간도 필요하니까 말이지·

오랜만의 외출에 신이 난 한나는 나를 보며 어깨를 떨고 있었다· 얼굴이 이상하지는 않은지 머리카락이 너무 날리지는 않은지 내가 시선을 다른 곳에 둘 때마다 창가에 얼굴을 비치며 머리카락을 다듬고 있었다·

우연치 않은 타이밍에 나와 눈이 마주친 한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빙그레 웃었다·

“히히·”

“제 얼굴에 뭐가 묻었나요?”

“아니요· 그냥 잘생겨서요·”

“알고 있습니다·”

“···”

재수 없는 말에도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알아요···”

“네?”

“아무것도 아니에요·”

한나의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하늘을 바라봤다·

벚꽃이 만개한 거리에 떨어지는 꽃잎들을 만지며 한나는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기분 좋은 한나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오늘은 지갑을 아낌없이 열자고· 내가 절약을 즐기는 사람은 아니지만 과소비는 피하는 편이었으니까 오늘만큼은 제자를 위해 아낌없이 쏟아붓자고 생각하는 나였다·

오늘은 왠지 그런 날이니까·

돈을 써도 아깝지 않은 날·

나는 슬쩍 한나의 귀를 몰래 훔쳐봤다· 귀걸이 없는 한나의 귓불은 말끔하기 그지없었다·

‘사길 잘했으려나·”

어울릴 것 같아서 사기는 했는데 한나가 마음에 들어 할지 모르겠다· 여자에게 액세서리를 선물해보는 것은 익숙하지 않았으니까·

주머니에 항상 가지고 다니는 반창고라면 모를까 귀걸이 같은 액세서리는 솔직히 말해서 보는 눈이 없었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귀걸이를 만지작거리는 나는 한나를 힐끔 봤다·

언제 줘야 자연스럽게 받아줄지 모르겠으니까· 무턱대고 ‘선물입니다·’라고 줘버리기에는 감동도 없고 한나도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았다· 분위기 있게 줘야지 선물에 의미가 더 해지는 법이니까· 명색에 스승이 제자에게 주는 첫 선물인데 바닥에 떨어진 돌멩이를 주워주듯이 주기에는 뭔가 아쉬웠다·

처음이라고 하기에는 이전에 선물해준 검이 있어서 말이 맞지 않았지만 그래도 얼굴을 보면서 주는 선물은 이번이 처음이었으니까 따지고 보면 처음이 맞기도 하고 말이지·

나는 한나의 눈치를 보며 고민을 하고 또 고민했다·

“흠··· 날씨가 참 좋군요·”

“그렇네요·”

“꽃도 많이 폈고요·”

한나는 거리에 환하게 핀 꽃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근데 집사님이 더 예뻐요·”

“네?”

“저런 꽃보다 말하는 집사님이 더 멋지고 예뻐요·”

“뭡니까· 그 요망한 발언은·”

한나는 뒷짐을 지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나를 봤다· 산들거리는 봄날의 바람이 한나의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가며 은은한 꽃향기를 내뿜었다·

“요망하면 뭐 어때요? 집사님한테만 그러는 건데·”

“···허·”

나는 헛웃음을 뱉으며 한나의 머리 위로 손을 올렸다· 헝클어뜨리는 머리카락에 한나는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이길 거에요·”

“당연한 말을 하시는군요·”

“아니요· 그거 말고요· 다른 것도요·”

“네?”

한나는 ‘힛’하는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잡았다·

포개어지는 부드러운 손길에 잠깐 정신을 못 차릴 무렵 한나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잡아당겼다·

“빨리 가요· 저 배고파요·”

나는 한나의 손에 이끌려가며 미소를 지었다·

‘내 인생에도 봄날이 오는 건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던 암울한 인생에 꽃이 피는 것 같다·

*

사람들이 붐비는 식당 안·

예약한 테이블에 앉은 우리는 입술을 꾹 닫고 서로의 컵에 물을 따라주고 있었다·

-쪼르륵·

“···”

-꿀꺽·

기분이 좋지 않았다·

분명 기분 좋은 마음으로 식당에 들어왔는데 테이블에 앉자마자 산뜻했던 기분이 픽하고 식어버렸다·

사람이 많아서가 아니었다·

워낙 수도에서 유명한 식당을 예약했기 때문에 사람이 많은 것 정도는 충분히 예상하고 찾아왔으니까· 단지 하나· 건너편 테이블에 앉은 사람이 마음에 안 들어서였을 뿐이지·

한나는 홀로 물병을 비우고 있었다·

답답한 속을 물로 채우려는지 계속해서 비어있는 잔에 물을 따르고 마시기를 반복하는 한나는 옆에 앉은 사람을 보며 그르렁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제발 한 번만 가자고 빌 때는 죽어도 안 왔으면서····”

“하하···”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와요·”

나는 멋쩍은 눈으로 옆 테이블에 앉은 두 명의 남자를 바라봤다·

말끔한 정복을 입은 중년과 하얀색 아카데미 교복을 입은 청년이 앉아있는 모습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잔을 비웠다·

‘우리가 그렇게 만만한 상대는 아닐 텐데·’

내가 이런 생각하는 것이 우습기도 했다· 나도 기분 전환을 시켜주기 위해 이곳에 있었으니까· 거울을 보는 기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길 수 있으니까 온 거 아니겠습니까? 저희도 그랬으니까 말이죠·”

흘러가듯이 말하는 목소리에 로웬은 헛웃음을 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드마스터의 귀에는 작은 도발이 잘 들리는 모양·

소드마스터의 숨김없는 반응에 덩달아 나도 웃음이 나왔다·

팔짱을 낀 로웬은 미하일을 보며 말했다·

“내가 내준 숙제를 잘 해냈더군· 생각보다 더 좋은 결과를 이뤄냈어·”

“과찬이십니다·”

“15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 그 정도 성과를 이뤘으면 거만해져도 된다·”

“전부 스승님의 가르침 덕분입니다·”

나는 겸손하게 대꾸하는 미하일을 훔쳐보고는 한나에게 말했다·

“재수 없죠?”

“네·”

“아카데미에서 저한테 맨날 져놓고 대인배처럼 저러고 있다니까요·”

“푸흡·”

“매일매일 이길 수 있었다고 그러는데· 어휴·”

-움찔·

나는 미하일의 굳어진 표정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역시 미하일도 귀가 밝은 모양· 나중에 빙의자로서 보청기라는 현대 문물을 전해주려고 했는데 아쉽게 된 일이지·

나는 도발이 통했다는 생각에 주먹을 불끈 쥐고 한나를 봤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배시시 웃는 한나의 미소에 덩달아 미소가 지어졌다·

“그렇다고 물을 이렇게 많이 드시면 어떡합니까· 아직 밥도 나오지도 않았는데·”

“괜찮아요· 저는 집사님이 사주는 거면 다 먹을 수 있어요·”

“오늘 배 터지겠네요·”

“히히···”

한나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떨떠름한 기분을 털어냈다·

천천히 음식을 가지고 나오는 점원들의 모습이 보이자 동그랗게 눈을 뜨는 한나는 나를 보며 말했다·

“우와··· 엄청 비싸 보이는데요·”

“엄청 비싼 거 맞습니다·”

“그럼 저도 보탤게요···!”

“돈 많은 집사한테 그러는 거 굉장한 실례입니다·”

오순도순 떠드는 순간 옆 테이블에서 작은 비아냥이 들려왔다·

“돈이 있을 리 있나· 빚쟁이인 주제에·”

그 말은 흘려들을 수가 없는데·

나는 노련한 중년의 도발에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했다· 갈굴 게 없어서 돈으로 갈구다니 상처받는 일이니까·

겨우겨우 빚을 다 갚고 돈방석에 앉은 졸부에게 돈으로 무시하는 것은 참을 수가 없는 일이다·

물론 돈이야 나보다 로웬이 훨씬 많겠지만 그래도 기분이 나쁜 건 나쁜 거니까·

발끈한 내 기분이 가라앉기도 전에 로웬의 도발은 쉼 없이 계속됐다·

“몰락한 가문의 사용인 따위가 올 곳은 아니니 말이지·”

“그렇···습니까?”

“사람은 주제에 맞게 놀아야 한다· 옛말에 이런 말이 있지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진다고 그런 꼴이지 않나·”

“···”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의 도발을 흘려들었다·

굳이 반응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으니까· 저 도발은 나를 향한 도발이 맞긴 하지만 대상을 짚어도 전혀 잘못 짚은 도발이었다· 나한테 통하는 도발은 아무래도 아가씨에 대한 욕이 비중이 컸으니까·

아가씨가 아닌 돈이나 신분에 관련된 도발은 그다지 데미지가 덜 했었다·

물론 저 도발이 나한테만 향한 것도 아니었고 도발의 대상에 한나도 포함되어있겠지만 그의 제자인 미하일에게도 포함되어있으니까·

로웬은 모르겠지만 미하일은 밑바닥 출신이니까· 거북하게 들리겠지·

나는 굳어진 미하일의 표정을 보며 쓴 미소를 지었다·

“밥이나 먹을까요·”

“네?”

로웬의 도발에 당장에라도 검을 뽑을 것처럼 날을 세운 한나는 태연한 나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바라봤다· ‘왜 가만히 있냐·’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한나의 입에 나는 스테이크를 작게 쓸어주며 말했다·

“아·”

“아···”

-냠·

“맛있죠?”

“네···”

“제가 엄선해서 고른 맛집이랍니다· 한나 씨는 고기를 좋아하시니까요·”

“어떻게 알았어요?”

“저는 다 알고 있습니다·”

나는 옆자리에 앉은 중년을 생각하며 말했다·

“누구와 다르게 말이죠·”

누구라는 말에 로웬의 표정은 점차 굳어가기 시작했다·

내가 한나의 입에 고기를 넣어주면 포크를 불끈 쥐고 신나서 고개를 흔드는 한나를 보면 당장에라도 나갈 것처럼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는 로웬·

“제가 먹을 수····”

“아 하세요·”

“아···”

-콰앙···!

“나가지·”

“네?”

꾸역꾸역 스테이크를 먹고 있던 미하일은 갑자기 일어선 로웬을 올려다보며 엉거주춤 짐을 싸기 시작했다·

“잊고 있던 업무가 생각났다·”

“아···”

“축배는 이기고 나서 들어도 늦지 않아·”

나는 의자에 팔을 올리고 거만한 자세로 앉아 말했다·

“벌써 가시게요?”

로웬은 대꾸도 하지 않고 자리를 비웠다·

한나는 떠나는 로웬을 향해 마지막으로 말했다·

“전 이길 거에요·”

“···”

“아버지는 저한테 필요 없는 사람이란 걸 이번에 증명할게요·”

“···가지·”

한적해진 식당 안·

나는 한나에게 먹여주는 것을 그치지 않고 있었다·

“이제··· 그만해주셔도 돼요·”

“네?”

“아버지 때문에 그런 거잖아요·”

우울해하는 한나의 얼굴 보며 나는 식탁에 포크를 놓았다· 한쪽 손으로 턱을 괴고 한나를 지그시 바라보는 내 모습에 한나는 눈동자를 굴리며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나는 수줍어하는 한나를 보며 말했다·

“아닌데요?”

“네?”

“저분이 있어서 먹여준 거 아니라고요·”

나는 포크를 다시 접시에 찍으며 말했다·

“한나 씨가 잘 먹어서 그런 거랍니다·”

“뭐에요···· 그러면 반칙이잖아요·”

“원래 저는 반칙 쟁이랍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한나의 입에 고기를 넣어줬다·

접시에 담겨진 고기가 점차 바닥을 보일 무렵· 배불러 하는 한나의 표정에 나는 식탁에 포크를 놓고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한나는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내 모습에 머리에 물음표를 띄우고 물었다·

“뭐 찾으세요?”

“아· 별거 아닙니다· 한나 씨 혹시 귀걸이 할 수 있으신가요?”

“네··· 예전에 뚫어놔서 할 수 있는데요· 그건 왜?”

나는 작게 웃으며 ‘다행이다·’라는 말을 뱉고 주머니 속에서 작은 귀걸이 두 개를 내밀었다·

“선물입니다·”

초록색 에메랄드가 세공된 금귀걸이·

한나는 떨리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손을 들었다·

“제대로 된 선물을 준 적이 없는 것 같아서요·”

나는 한나의 손에 귀걸이를 놓아주며 말했다·

“이깁시다· 우리·”

*

그렇게 결전의 날이 찾아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reader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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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Score 8.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t’s a story about a man who got transported into a novel and possessed a slum boy. He met a noble girl and served her as a butler for 13 Years. Now the girl has already fallen from her noble life and lives in an abandoned mansion with paralyzed legs. Why did she become like that? Of course because she is the villainess in the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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