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84
화창한 데스문트가의 저택·
가지각색의 꽃을 마당에 심은 다르바브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손에 호미를 들고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는 다르바브·
명망 높은 가문의 가주가 잡을 만한 물건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다르바브는 자신의 손으로 저택을 꾸밀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요즘은 아름다운 게 좋은 다르바브였다·
“훌륭해·”
“···”
“역시 직접 하는 게 최고군·”
“···”
“내 손으로 심은 거지만 알록달록하게 색 조합을 맞춰서 심은 게 상당히 보기 좋아·”
장미·백합·물망초 등 다양한 꽃이 심긴 마당은 다르바브의 마음에 쏙 들었다· 다르바브는 미소를 지으며 마당에 철퍼덕 앉은 올리비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어떤가 마음에 드나?”
뚱한 표정으로 호미를 들고 있는 올리비아는 다르바브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
올리비아가 앉아있는 바닥에는 땅을 난도질한 흔적이 가득하게 남아있었다·
꽃을 심으라고 했건만 스스로 쟁기가 되어 땅을 갈아버린 올리비아를 보며 다르바브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꽃은 꺾지 않은 건가···· 훌륭하군·’
올리비아는 신경질적으로 바닥에 호미를 던지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재미없어·”
투정을 부리며 파업을 선언하는 올리비아를 보며 다르바브는 물었다·
“왜 그러지·”
“땡볕 아래에서 일하는 거 힘들고 더워·”
“용돈을 달라고 하지 않았나·”
“용돈은 공짜로 주는 거 아니야?”
“아니다·”
“애비 치사해·”
“어쩔 수 없다·”
올리비아는 자신의 코앞까지 가까이 다가온 다르바브의 얼굴을 쭉 늘리며 심드렁한 기분을 표현했다·
“이이익···”
올리비아는 심심했다·
애비와 노는 것도 재미있지만 최근 집사가 놀아주지 않아서 심심했었다·
올리비아는 투정을 부리며 다르바브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얘기했다· 집사가 요즘 직무유기를 하는 것 같다고·
“애비·”
“왜 그러지·”
“리카르도가 안 놀아줘·”
“그렇군·”
“요즘 바쁘다고 나랑 안 놀아줘·”
“꽃이랑 관계가 없는 말이지 않으냐·”
“꽃보다 이게 더 중요해·”
올리비아의 말에 다르바브는 시무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비는 이게 더 중요한데·”
올리비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는 이게 더 중요해·”
딸의 고집은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아는 다르바브는 올리비아 옆에 쪼그려 앉아 딸의 고민을 들어줬다·
데스문트가의 수장으로서 흙바닥에 앉는 것은 생각도 못 할 일이지만 어쩌겠냐· 자신이 그러고 싶다는데·
다르바브는 당황하는 사용인들에게 괜찮다고 손을 저어주며 올리비아의 말에 귀를 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않느냐· 워낙 바쁘게 사는 놈이니까 나는 이해할 수 있다·”
“애비가 이해를 하면 어떡해· 내가 이해를 해야지·”
“너도 이해하지 않느냐·”
다르바브의 질문에 올리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르바브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맞아· 그냥 투정 한번 부려봤어·”
다르바브는 올리비아의 성장한 모습을 보며 감동을 받았다·
옛날 같았으면 ‘내가 심심하다고!’라고 하며 화를 냈을 텐데 리카르도의 사정을 이해해 주는 딸의 모습에 아버지로서 뿌듯한 기분을 느끼는 다르바브였다·
딸 하나는 잘 키운 것 같다·
올리비아는 시무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리카르도가 많이 바쁜가 봐· 내가 일 조금만 하라고 했는데 말도 안 듣고·”
“아비는 걱정을 안 해주는 건가· 아비도 일을 많이 하고 있는데·”
“애비도 일 조금만 해· 돈보다 건강이 우선이야·”
“···”
다르바브의 눈시울은 조금씩 붉어져 갔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감수성이 풍부해지는 것 같은 다르바브는 효녀를 키워냈다는 뿌듯함에 세상이 부럽지가 않았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히스타니아 가문은 그리 좋지 못한 자식들을 키워냈다고 했으니까·
다르바브는 아카데미 동기였던 고지식한 놈의 얼굴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가문을 위해 존재한다·
그놈이 결혼한다고 했을 때부터 자식 농사는 망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상한 소문이 들려오는 것에 다르바브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봐라·
물론 성격이 조금 못난 딸이긴 하지만 아비의 걱정을 해주는 효녀이지 않은가· 이 정도면 효녀의 반열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는 다르바브는 라이벌 가문인 히스타니아와의 결투에서 마음속으로 1승을 거두며 미소를 지었다·
자식 농사도·
계급도·
아내의 외모도·
아직까지 자신이 이기고 있었다·
“후후·”
“애비 정신 승리하는 사람 같아·”
“아니다·”
“그럼 왜 웃어?”
“그냥 아비를 걱정해주는 게 기분이 좋아서 말이다·”
“나 착해?”
“···”
다르바브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자신도 양심이 있으니까 말이다·
“왜 답이 없어·”
“우리 딸은 세상에서 제일 예쁘긴 하지·”
“알아·”
“마음씨도 누구를 닮아서 그런지 모르지만 똑 부러지기도 하고·”
“엄마를 닮아서 그래·”
다르바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애비를 닮아서 그렇고·”
다르바브는 뱉었던 한숨을 다시 들여 마셨다·
“성격은 엄마를 더 닮지 않았나?”
“아니야 애비도 닮았어·”
“다시 생각해보지·”
“왜?”
“···”
다르바브는 양심이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오후의 해가 어둠을 머금을 무렵·
“어?”
저 멀리서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걸어오는 익숙한 남자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양손에 쇼핑백을 들고 오는 남자·
올리비아는 다르바브 보다 빠르게 반응했다· 맛있는 냄새를 맡은 개처럼 다르바브의 등에 업혀 졸고 있던 올리비아는 고개를 빠르게 들며 멀리서 걸어오는 붉은 머리의 청년을 보고 소리쳤다·
“애비 리카르도가 오고 있어·”
“그렇군·”
“애비 출발·”
“···”
다르바브는 서운했다·
“출발!”
그럼에도 좋았다·
“이이익! 출발!”
딸이 살아있어 줘서·
그리고 딸의 옆에 든든한 아군이 함께 붙어줘서 다르바브는 안심했다·
*
오늘도 평온한 데스문드가의 저택·
오랜만에 아가씨와 침대에 앉아 이야기하는 나는 오늘 아가씨에게 있었던 일을 들으며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공짜로 애비한테 용돈을 달라고 했는데 애비가 조금밖에 못 준다고 그랬어·”
“그렇군요·”
“응· 리카르도한테 월급 줘야 한다고 그랬는데· 이왕 얼굴에 철판을 깔은 거 조금만 더 깔아보라면서····”
“오··· 역시 아가씨의 아버지다우십니다·”
“그치? 내가 생각해도 그래·”
“칭찬 아닙니다·”
“아니야?”
“네·”
아가씨는 배시시 미소를 지으며 내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오늘은 저택의 마당에 꽃을 심었다· 힘들었는데 막심 심고 나니 예뻐서 기분이 좋았다는 등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콧김을 뿜으며 말하는 아가씨의 모습에서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아가씨는 내게 솔직하게 말했다·
-리카르도가 요즘에 안 놀아줘서 서운했어·
-근데 나는 리카르도를 이해해· 리카르도도 바쁘잖아· 내가 바쁜 것처럼 리카르도도 바쁘니까 이해할 수 있어· 내가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리카르도 먹여 살릴 거니까· 조금만 더 고생해줘·
-돈 벌려고 간 거 아닌데요·
-그럼?
-친구 때문에 갔습니다·
-리카르도가 친구가 있어?
-그 발언 상처받는데요?
순박한 표정으로 맥이는 아가씨의 발언에 긁히긴 했지만 그럼에도 성숙해진 아가씨의 넓은 마음씨에 나는 감동을 했었다·
이해라는 것도 할 줄 알고···· 악녀 시절보다 훨씬 성장했었으니까· 아주 오래전부터 아가씨를 모셔온 집사로서 아가씨의 성장이 보기 좋았다·
나는 숨김없이 자신의 감정을 말하는 아가씨가 좋았다·
서운한 마음을 속으로 끙끙 앓는 것이 아니라· 이런 점이 서운했다고 말하는 아가씨의 털털함 나는 좋았다·
노는 시간이 줄어서 서운하다는 아가씨의 질투도 좋았고 아가씨의 얼굴을 보며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좋았다·
나는 아가씨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침대에 누워 똘망똘망한 눈을 뜨고 있는 아가씨의 눈을 보며 나는 이야기에 집중했다·
“리카르도·”
“네·”
“이제 안 바빠?”
“음··· 그럴 것 같습니다· 아카데미에서 밀렸던 돈도 받아냈고 친구의 고민도 해결했으니까요·”
“그럼···”
아가씨는 내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내일은 뭐 해?”
이불을 입술까지 끌어올린 아가씨의 수줍은 질문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내일은 시내에 갈 생각입니다·”
“시내?”
“네·”
“누구랑 가게?”
아가씨는 내 눈을 피하며 이불을 꼭 쥐고 있었다· 함께 가는 사람이 자신이 아니면 서운할 것 같다는 감정을 여실히 드러내는 아가씨의 솔직한 모습에 나는 차오르는 웃음을 참으며 아가씨를 놀리기로 했다·
“그러게요· 엄청 예쁜 사람이랑 갈 것 같습니다·”
“···예쁜 사람?”
“네·”
“나보다 더 예뻐?”
“에이 세상에서 아가씨보다 예쁜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히힛··· 그건 맞아·”
아가씨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빤히 바라봤다·
“그래서 누구야?”
나는 아가씨를 보며 말했다·
“아직 허락을 못 받아서 말할 수 없습니다·”
“흐음···”
“그럼 아가씨는 내일 뭐 하실 건가요?”
“나는 리카르도랑 초콜릿 먹으려고 했었지·”
“그렇군요·”
나는 아가씨를 보며 말했다·
“그럼 내일 시간 되십니까?”
“응?”
“내일 아가씨와 쇼핑을 하려고 하는데 잠옷도 사고 초콜릿도 사고····”
“엄청 예쁘다는 사람이 나야?”
“네·”
아가씨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리며 주먹으로 이불을 쳤다·
-퍽·
한참을 주먹으로 이불을 쳤을까· 아가씨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수줍게 얼굴을 드러냈다·
“알아·”
나는 아가씨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서 대답은요?”
“음···”
아가씨는 입술을 삐쭉 내밀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자신은 비싼 사람이니까 일정을 생각해본다면서 ‘음···’이라는 콧소리를 한참 동안을 내며 고민을 하다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을 뱉었다·
“좋아·”
“영광이네요·”
“그럼 내가 특별히 가주는 거야·”
나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아가씨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감사합니다· 아가씨·”
*
그렇게 찾아온 다음 날·
아가씨는 감기에 걸리셨다·
“히익··· 히이이익! 에취!”
지독한 독감에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reader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추신)
쉬어가는 파트입니닷···!
[후원 감사]
하늘연달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오늘도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요정 더욱 더 발전하는 요정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가끔은 넘어질 때도 있지만 일어나는 요정···!
독자님에게 다가오는 봄을 안전하게 보낼 수 있는 마법의 요정···! 꽃잎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나헤마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비가 내리를 날입니다!
추적하게 내리는 비에 감성이 오릅니다!
독자님에게 건강에 더욱 큰 활력을 주는 마법의 요정···! 면역력의 요정과 홍삼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뭷뷃님 3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말이 찾아오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닷···!
라이브 연재를 하는 요정으로서 주말이 기다려집니닷···!
독자님에게도 이번주가 좋은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닷!
독자님에게 오늘의 안전한 하루에 안도할 수 있는 행복의 요정···! 보호장비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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