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93
끔찍한 통증과 함께 융은 리카르도의 머리에서 손을 떼어냈다· 극심한 통증이었다· 자신의 머리가 되려 타들어 갈 것 통증은 말이다·
“끄아아악···!”
이런 경험이 처음인 융은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리카르도를 바라봤다·
마치 자신이 기억을 읽는 것을 거부한다는 듯이 강렬한 저항을 내보이는 의지가 처음이었으니까·
보통은 실패로 끝나거나 아무런 데미지 없이 사라지길 마련이었는데 이 소년은 뭐가 달라도 많이 달랐었다·
그리고·
눈앞의 소년은 비릿하게 웃으며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됐다·”
소년의 손에는 자신의 장검이 들려있었다· 언제 빼갔는지 순식간에 허리춤에 매고 있던 장검을 훔쳐 간 녀석은 자신이 기억을 읽지 못한다는 것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비릿하게 웃으며 단숨에 자신에게 달려들었다·
위험했다·
통증 때문에 무방비해진 자신이 소년의 공격을 막아내기에는 위험했다·
소년은 틈을 놓치지 않고 단숨에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날카롭게 날아오는 소년의 검을 허둥지둥 피하는 융·
“못 놓쳐·”
융은 마력을 뿜어 소년을 밀어냈지만 소년의 검은 생각보다 의지가 강했었다·
‘서걱’하는 살갗이 찢기는 소리와 함께 한쪽 시야가 암전된 융은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소년은 작게 웃으며 검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일단 하나·”
한쪽 눈을 잃었다·
조금의 방심 때문에 소년에게 희망을 주고 말했다·
소년은 미소를 지었다· 무기가 생긴 소년의 모습은 아까 전과 다르게 위협적인 기운을 뿜고 있었다·
맹수 같았다· 조금의 틈이 보이면 금방이라도 목덜미를 물어 뜯어버릴 것처럼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안 될 줄 알았는데 이게 되네·”
“···”
“아 씨··· 벌써 한계인가·”
작게 중얼거린 소년은 한 곳을 슬쩍 바라봤다·
미하일이란 꼬마가 누워있던 자리를 보면서 소년· 소년은 점차 기운을 차리는 미하일을 보며 크게 소리쳤다·
“도망가!”
“어···?”
“도망가라고!”
“아니야· 나도 싸울 수···!”
“객기 부리지 말고 도망가라고!”
소년은 다시 한번 바닥을 박차며 달리기 시작했다· 이제야 알았다· 저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자신의 요리를 방해한다는 확신이 든 융은 이를 빠득 갈며 끊어질 것 같은 통증을 이겨냈다·
보낼 수 없다·
자신도 이제 요리의 메인을 정했으니까· 이렇게 쉽게 보낼 수 없었다· 그렇기에 융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쩌엉·
스산하게 흐르는 융의 흑마법에 소년의 몸은 바닥을 굴렀지만 곧바로 일어나서 자신에게 뛰어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분명 제대로 들어갔을 텐데·
그 정도 충격이면 제대로 서 있을 힘도 없을 텐데 융은 작게 웃으며 단검을 쥐었다·
“하아··· 건방진 꼬맹이네·”
꼬맹이한테 너무 많은 틈을 내줬다· 조금만 더 보고 싶다는 이유 때문에 괜히 시간을 끌어버렸다·
저 기세로 달려오면 막을 방법이 없었다· 너무나 빠르고 자신이 어디를 찔러도 저 소년은 자신의 숨통을 끊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할 테니까· 융은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생각을 끝냈다·
‘그러면 미끼를 던져야지·’
융은 단검을 던졌다·
소년이 아닌 미하일을 향해서·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검을 든 소년이라면 자신이 생각하는 결과를 만들어 낼 테니까·
융은 확신을 가지고 다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융의 단검에는 무언가 썰리는 소리가 들렸고 융은 작게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걸렸네?”
자신이 던진 낚싯바늘에 소년이 걸려들었다·
“씨발·”
“나는 네가 걸려들 줄 알았어·”
“그렇다고 딴 놈한테 한눈을 파냐·”
뚝 떨어지는 핏방울을 보며 미하일은 바보같은 비명을 질렀다·
“···어·”
자신의 앞에 소년이 서 있었으니까·
연약하리만큼 작은 몸·
키가 큰 것이 전부인 소년은 미하일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괜찮냐·”
“아···아···”
“나는 안 괜찮은데·”
“아아··· 안돼·”
털썩· 하는 소리와 함께 소년은 미하일 앞에서 힘없이 무릎을 꿇었다· 일어날 힘이 없었으니까·
방금 전까지의 공격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온 힘을 끌어모은 공격이었기에 더 이상 몸이 움직이지 않았었다·
한계돌파의 페널티도 밀려오고 있는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공격이었는데· 말이지·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융의 발길질이 소년의 어깨를 차고 들어갔다· 바닥에 나뒹구는 소년의 모습에 융은 작게 미소를 터뜨렸다·
“아쉽게 됐어· 네가 이길 수 있었는데·”
“x발·”
“어쩌겠냐· 마음이 약한 네 탓인데·”
미하일은 융을 향해 돌멩이를 들고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마!”
연약한 미하일의 반항에 융은 웃음을 터뜨리며 미하일의 배를 발로 걷어찼다·
우스웠다·
지키려고 희생하는 소년도·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면서 대드는 녀석도· 모든 게 재미있었고 희열이 느껴졌다·
융은 소년의 등에 꽂혀있던 단검을 뽑아 들었다·
흘러나오는 피에 소년이 죽을 거란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은 융이 신경 쓸 문제가 아녔다·
어차피 메인은 이 녀석이 아니었으니까·
융은 미하일 앞에 단검을 던졌다·
“해봐·”
“···?”
“둘 중에 한 명만 살려줄게·”
융은 지금이 좋았다·
절망적인 순간이 찾아오는 것이 너무나 좋았다· 원하는 데로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지만 지금 느껴지는 풍미가 너무나도 좋았기에 자잘한 것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왜 머뭇거려?”
“···죽일거야!”
“누구를 나를?”
융은 미하일을 향해 끔찍한 살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할 수 있게끔 등을 떠밀어주기 위해서· 자신은 너무 매정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배려를 해주고 있었다·
마음이 약한 자신이 내려주는 선물· 선택은 어디까지나 융을 끌어 오르게 하는 수단이기에 융은 희열을 느끼며 떨리는 몸을 일으키는 소년과 미하일을 봤다·
융은 눈이 풀린 소년을 보며 말했다·
“너도 살고 싶지?”
“···”
“안 그래?”
그리고 미하일을 보며 말했다·
“너도 그렇잖아· 네가 찌르면 살 수 있어· 정말이야!”
살고 싶다는 것은 사람을 간절하게 만드는 것을 알기에 융은 기다렸고·
-찰그락···
미하일이란 꼬마는 융의 기대에 응하기 시작했다·
소년은 떨리는 눈으로 미하일을 보면서 고개를 숙였다· 배신감이란 것을 느끼는 소년의 모습에 융은 희열을 느끼며 주먹을 쥐었다·
‘그래···!’
이런 걸 원했다·
살기 위해서 누군가를 버리는 것을·
인형에 담긴 기억 속에서 은인과 같이 대해줬던 소년을 배신하는 그림을 원한 융은 달궈지는 자신의 요리에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나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야·”
더 큰 미를 느끼기 위해서·
*
고개를 숙인 미하일은 좀처럼 떨리는 어깨를 숨길 수 없었다·
나는 미하일을 보며 생각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원망은 하지 않았다· 솔직히 눈앞에 단검이 떨어졌을 때 나도 그런 생각을 했으니까· 소설에서 융이란 놈은 약속 하나만큼은 잘 키는 놈이었다·
다른 악역과 다르게 말이지· 단지 그 약속에 까다로운 제약이 붙기는 했지만 나는 이 검으로 미하일을 찌르면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겠냐· 폼이란 폼은 다 잡았는데·
나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미하일을 바라봤다·
“미안해····”
마하일 입술을 꾹 깨물고 단검을 들고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어떻게든 무서움을 이겨내려는 미하일의 모습에 측은한 감정이 들었다· 뭐 이렇게 끝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싶어서·
“엄마가 온다고 약속했거든····”
“그래·”
“그러니까···”
미하일은 뒤를 돌았다·
“나 대신 네가 우리 엄마 만나면 잘 있다고 해줘야 해·”
단검을 융을 향해 들고서 말이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융을 향해 검을 들고 있는 미하일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매일 네가 지켜줬으니까···!”
“···”
“매일매일 네가 나 대신 맞아줬으니까!”
미하일의 목소리는 울먹거렸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내가 지킬 거야!”
소설에 나오는 용사처럼 말이다·
나는 작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냐·”
그리고·
나는 미하일의 검을 내 배에 찔러넣었다· 융의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자신의 음식을 망치지 말라는 비명이 말이다·
나는 융의 절규를 무시하고 미하일의 목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그럼 네가 말해· 귀찮게 하지 말고·”
나는 놀란 미하일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괜찮아·”
“···어?”
“아무 일도 안 생긴 거야·”
“···”
“그냥 나는 없던 사람이라고 생각해·”
(!) 미하일의 심리가 불안정합니다·
“그러니까· 잊어·”
그렇게 나는 미하일의 곁을 떠났다·
*
그 뒤의 일은 기억나지 않는다·
화가 난 융의 발길질이 있었고·
미하일은 내가 도망가라는 말에 뛰어가고 나는 융의 발을 잡고 어떻게든 시간을 벌었다·
그리고·
끔찍한 시간이 이어졌었다·
홀로 버려진 나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는 융의 화난 음성이 어깨를 떨리게 했고 세뇌를 해서 이교도로 팔아넘기자는 계획에 겁을 먹기도 했었다·
하지만 피를 많이 흘린 덕분인지 내게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걸 알았기에 그리 무섭지는 않았다·
어차피 죽을 것 같았으니까·
삶의 의지를 잃고 융에게 열심히 욕을 하고 있었던 중·
한 가지 잊고 있던 약속을 머릿속에 떠올렸었다·
-오늘 나랑 놀아·
-싫어·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싫어·
악녀랑 했던 약속·
지키지 못해서 아쉬웠었다· 악녀가 사주는 음식이면 엄청 맛있을 것 같았으니까·
뭐 찾아주지도 않겠지만 말이지·
쓸쓸한 인생이었다·
과거도 전생도·
누구도 찾아와주지 않는 인생·
그렇게 찾아오는 졸음에 눈을 감고 있을 무렵· 익숙한 음성이 내 귀에 들려왔다·
-띠발·
익숙한 악녀의 음성이 말이다·
-너 쭉꼬 싶어?
살벌한 살기를 내뿜으면서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악녀는 말했다·
-쟤 죽여버려·
차가운 목소리로 말이다·
그렇게 나는·
-너 그냥 내 집따해·
-···
-깝치다 뛰지지 말고·
-지랄·
악녀의 집사가 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reader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추신)
드디어 끝났습니다!
많이 죄송합니닷···!
많은 고구마와 팍하는 맛이 없어서···
요정 원래 5편정도 저 기획하려고 했지만···!
짧게 끝내버렸습니다···!
맛이 없는 것만 드려서 죄송합니닷!
오늘 퇴고도 잘못했습니닷···
죄송합니닷···!
[후원 감사]
백화령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요즘 요정 번아웃이 왔습니닷···!
독자님도 조심하시면 좋겠습니닷···!
역시 번아웃이라는 것은 정말 무서운 겁니닷···!
독자님에게 번아웃을 이겨낼 수 있는 승리의 요정···! 긍정적인 생각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완결까지 가보겠습니다! (멀었습니다만···!)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