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97
-쾅··!
오늘도 연무장에 홀로 서 있는 루인은 비처럼 내리는 땀방울을 닦아내며 이를 갈았다·
“하아··· 씨발·”
좀처럼 되는 게 없었다·
무도회에서 유리아를 알아보지 못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무엇하나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루인은 가파르게 떨어지는 자신의 환경에 주먹을 쥐었다·
“좀 맞아라· 씨발!”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었으니까· 순위 전까지 3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자신의 마법은 변한 게 없었다·
살면서 가장 많은 연습을 해왔는데 고작 허수아비 하나를 겨우 맞추는 게 전부인 상황이 우습기 그지없었다·
촉박했다·
남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도·
쏟아지는 비난을 막을 시간도 터무니없이 부족했었다·
“씨발··· 씨발···!”
비교가 더 많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자신의 동기들은 많은 것을 이루었으니까·
미하일은 오러라는 무기를 1년이란 시간 동안에 얻었고 황태자는 검과 마법을 수준급으로 사용하는 경지를 일구고 있었다· 게다가 유리아도 성마법을 배우면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었고 자신만 제자리 아니 아득한 수렁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비교가 안 된다면 거짓말이지 않을까· 루키라고 불렸던 이들 중에서 자신이 제일 못났으니까·
-요즘 루인 선배 이상하지 않아? 성격도 엄청 날카로워진 것 같고 기본적인 마법도 못 쓰고·
-에이~ 컨디션이 안 좋은 거겠지· 루인 선배가 얼마나 강한데 탑주님께 가르침을 받은 제자라니까?
-그런가?
-그래! 나는 루인 선배가 3학년 중에 가장 강하다고 생각하는데?! 분명 이번 순위전에서 엄청난 걸 보여줄 거야·
지금까지 자신이 보여준 기대에 보답하기에는 준비된 게 아무것도 없었다·
루인은 촉박한 마음을 지워낼 수 없었다·
모두에게 비난을 받는 게 두려웠으니까· 무언가를 해야 했다고 생각했다·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단숨에 성장할 방법이 절실하게 필요했었다·
그동안 받아왔던 선망의 시선을 보답하기 위해서는 필요건 오로지 실력으로 증명하는 방법밖에 없었으니까·
“젠장!”
-피시이익····
“젠장···!”
-피식···
“씨발!”
-푸식·
노력하는 시간에 비해 늘어가는 것은 욕밖에 없었다·
시간은 흘러갔다·
하루·
이틀·
아무런 결과를 내지 못한 루인은 연무장에서 주먹을 쥐고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이러면 답이 없잖아· 나보고 어떡하라는 건데·”
루인은 하고 싶은 게 많았다·
유리아에게 사과를 하고 싶고 그날 했던 실수를 용서받고 싶었다· 유리아와 다시 친해지고 싶으니까 매번 느꼈던 그 감정을 함께 있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그 감정을 루인은 다시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의 형편없는 모습으로 유리아 앞에 나타나기에는 걸리는 게 너무나 많았고 받아줄 가능성도 없었다·
뛰어난 마법도·
빛나는 미래도·
선망의 시선도 없는 자신이 반짝이는 유리아에게 다가간다면 분명 초라해 보일 테니까· 남들이 보는 시선과 알량한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았기에 루인은 머뭇거리고 있었다·
유리아는 사과를 받아줄 마음조차 없는 것을 모르고 말이다·
-똑···
조급한 마음에 루인은 손톱을 뜯으며 복잡한 생각을 달래고 있었다·
‘무언가 방법이 없을까····’
-똑···
‘하루만이라도 강해질 방법이 없을까·’
-똑!
‘딱 하루만 강해지면 될 것 같은데· 그다음은 영감한테 부탁하면 어떻게든 될 것 같은데· 그럼 나도 좋고 영감도 마탑의 명예를 지킬 수 있으니까···’
루인은 손톱을 뜯으며 대안을 찾았고 머릿속에 드는 충동적인 생각에 이를 뿌득 갈며 고개를 저었다·
‘미쳤냐· 그건 진짜 아니야·’
자신의 친구와 같은 전철을 밟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급해도 그건 사람으로서 할 짓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창피하기도 했고·
그렇게 무시했는데 흑마법에 손을 대는 게 얼마나 웃긴 일이냐· 재능이 없는 놈들이 비겁한 방법을 쓴다고 비웃기까지 했는데·
루인은 충동적으로 드는 생각에 헛웃음을 뱉으며 고개를 저었고 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는 결론에 손가락을 떨기 시작했다·
‘···’
그리고 그 조급함이 절정에 다다른 순간·
‘터벅’거리는 발소리와 함께 연무장의 입구에서 하얀 로브를 입은 한 명의 여자가 걸어오기 시작했다·
30대쯤 돼 보이는 여자였다· 안경을 쓰고 푸근한 인상을 가진 여자·
여자는 루인을 보며 밝은 미소를 짓고 소리쳤다·
“어머! 루인 학생 거기서 뭐 해요?”
인위적인 웃음이었다· 반갑지도 않은데 웃는 것 같았고 놀라지 않은 것 같은데 일부로 놀란 척 하고 있는 것 같은 행동·
루인은 여자를 보자 물어뜯던 손톱을 등 뒤로 숨기고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슐리아 교수님·”
리벤 슐리아· 마법 학부 교수이자 정신계열 마법을 가르치는 교수였다·
상냥한 말투로 학생들에게 많은 인기와 호평을 받는 교수지만 루인이 싫어하는 교수기도 했다·
루인이 추구하는 마법은 간사한 정신계열이 아닌 폭발적인 화력과 강력함을 추구했으니까· 게다가 의미 없는 칭찬을 뱉는 슐리아 교수가 마음에 안 들기도 했고 말이다·
루인은 경계심을 품고 교수를 바라봤다·
“이 시간에 여기는 어쩐 일입니까· 퇴근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
“놓고 간 물건이 있어서 말이죠· 그럼 루인 학생은 여기서 뭘 하고 계신 건가요? 한참 전부터 있던 것 같은데·”
“아무것도 안 하고···”
“설마 복습을 하고 계신 건가요?”
슐리아는 박수를 치며 루인의 말을 끊었다· 땀에 젖은 루인을 흘겨보며 눈웃음 짓는 슐라아는 작은 목소리로 루인을 향해 말을 걸었다·
“대단하네요· 루인 학생·”
열등생으로 자신을 보는 슐리아의 눈빛에 짜증을 느낀 루인은 혀를 차며 그녀의 칭찬을 거절했다·
“그냥 가던 길 가죠·”
슐리아는 옆구리에 낀 책을 꼭 끌어안으며 루인에게 답했다·
“학구열이 이렇게 넘치는 학생을 두고 어딜 갈까요! 저는 루인 학생이 이렇게 마법에 관심이 깊은 줄 몰랐어요!”
유리아가 아닌 다른 사람의 칭찬은 루인을 기쁘게 하지 않았다· 재능있는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고 자신보다 마법을 잘 쓰는 사람도 아니었으니까· 그저 그런 사람에게 칭찬을 받은 루인은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짓고 한숨을 뱉었다·
슐리아는 그런 루인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매번 차석을 놓치지 않는 루인 학생이 복습이란 걸 할 줄 몰랐네요· 다른 교수들도 그랬거든요· ‘루인 쟤는 아무것도 안 해도 중간 이상은 간다·’면서요· 특히나 루인 학생은 제 수업시간에 매번 자서 복습 따위는 안 하는 학생이라고 생각했답니다·”
“···”
“그런데 제 생각이 짧았네요· 멋져요· 루인 학생·”
“비꼬는 거 끝났으면 빨리 가시죠·”
루인은 날 선 목소리로 슐리아에게 말했다·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은 자신에게 투정을 부리는 것을 듣는 건 기분이 썩 좋지 않았으니까·
사탕발림 말과 동시에 쓰디쓴 칼날을 숨겨두고 있는 슐리아의 말에 기분이 상한 루인은 이 공간에서 교수를 쫓아내고 싶었다·
하지만 슐리아는 루인의 차가운 태도에도 조금의 상처를 받지 않고 태연한 미소를 지으며 한걸음 루인이 쏘아낸 허수아비를 향해 걸어갔다·
“어머···”
흐린 목소리로 루인이 마법으로 맞춘 허수아비를 바라보던 슐리아는 안타까운 미소를 지으며 루인을 바라봤다·
“정말 형편없는 마법 실력이네요· 보니까 파이어볼 같은데 과녁도 못 태우고·”
“···”
“정말 쉬운 마법인데 이런 기본적인 마법을 못 하는 학생이 저희 아카데미에 있었나요? 저는 저희 아카데미에는 영재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
“정말 신기하네요·”
“아이 씨···”
“어머! 루인 학생 들으라고 한 말이 아니랍니다· 저는 이 과녁을 맞힌 학생에게 말한 거예요· 루인 학생은 워낙 뛰어나니까·”
슐리아는 루인이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설마····’라는 가시를 숨겨두고 말했다·
“루인 학생은 재능있잖아요· 탑주님의 가르침에 뛰어난 재능까지 있는 학생인데 이정도야 뭐 간단하게 하지 않나요?”
슐리아는 팔을 걷어붙이며 말했다·
“이참에 교수님이 좀 봐줄게요· 아니지 배워야겠다는 말이 맞겠네요· 루인 학생의 화염 마법은 저도 배워야 하니까요· 제가 공격 마법은 서툴러서 말이죠· 안 그런가요 루인 학생? 호호···”
“진짜 기분 더럽게 만드네·”
차가운 기류가 흘렀다·
당장에라도 마법을 쏘아낼 것 같은 루인과 깔보는 웃음을 짓고 있는 슐리아의 사이에서 차가운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작은 불씨에 불이 붙을 것 같은 건초더미 같은 분위기 속에서 10분 정도 흘렀을까· 슐리아는 옆구리에 끼고 있던 책 한 권을 루인의 눈앞에 흔들기 시작했다·
“저기 루인 학생· 혹시 빨리 강해지고 싶나요?”
“···”
“저는 방법을 아는데· 2학년 1반 홉스 학생 아시죠?”
루인은 떨리는 주먹을 멈추고 홉스라는 이름을 가진 학생에 대해 돌아다니는 소문을 머릿속에서 떠올렸다·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빠른 속도로 성장해 이름을 날리고 있는 홉스라는 학생을 말이다·
기연을 찾을 것처럼 단기간에 성장한 루키의 이름에 루인은 목울대까지 차오르던 욕을 삼키며 주먹을 쥐었다·
슐리아는 머뭇거리는 루인의 얼굴을 보며 음흉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사실 홉스 학생은 제가 따로 지도한 거든요· 마법도 봐주고 수업도 빼서 알려주고···· 물론 홉스 학생이 뛰어나서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루인 학생도 모르는 거 아니겠어요· 저한테 배우면 달라질지도 모르죠? 호호 너무 제 자랑만 했나요?”
“···”
슐리아는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자신이 가진 악의를 들어내기 시작했다·
“강해지고 싶지 않나요· 루인 학생?”
루인은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슐리아가 내민 책을 보고 있었다·
루인은 점차 빠져들기 시작했다·
저 손에 들려있는 것이 무엇인지 직감하고 있음에도 피하지 않고 계속해서 보고 있었다·
‘알고 있어·’
바보가 아니면 못 알아차리는 게 이상했으니까· 갑자기 저런 말을 하는 것도 수상한 책을 내미는 것도 저 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짐작하고 있었으니까· 루인은 쓰디쓴 숨을 삼켰다·
‘x발 흑마법이네···’
자신의 친우가 밟은 길· 동시에 자신이 무시했던 최악의 마법이 해결책이 되어 자신의 눈앞에 있다고·
분명 건들면 안 되는 건데 분명 홀리면 안 되는 건데 루인은 알면서도 이성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딱 한 번만·’
딱 한 번만 한다면 아무도 모르지 않을까· 입만 닫고 있으면 자신이 걱정하는 모든 게 해결될 텐데· 양심을 단 한 번만 버린다면 깊은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데· 하는 간드러짐이 루인의 조급한 마음을 건들고 있었다·
슐리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한 번이면 되요·”
잔잔한 속삭임으로·
“한 번만 배우면···· 예전처럼 강해질 수 있어요·”
루인은 흑마법서를 향해 손을 뻗었다·
천천히 루인의 손가락이 책을 향해 움직이는 순간 슐리아의 입꼬리는 덩달아 올라갔다·
그렇게 루인이 책은 만지는 순간·
-파스슥···
책은 잿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슐리아는 얼빠진 웃음을 뱉으며 루인을 바라봤다·
“어라···? 이게 이러면 안 되는데?”
당황하는 루인의 귓가에 슐리아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루인 학생 불쌍해서 어떡해요· 흑···· 아니 강제로 잠재력을 각성시켜주는 마도서가 통하지 않은 걸 보니까··· 이쪽 분야에 재능이 전혀 없는 것 같은데요·”
루인은 슐리아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긴장감에 두근거렸던 심장도·
양심을 버렸던 자존심도·
모든 게 부정당했으니까·
모든 게 거짓말 같았다·
“형편없어요·”
***
한적한 아가씨의 방·
“동화책!”
“잠시만요·”
“이이익···”
나는 이불을 말아 쥐고 짜증을 내는 아가씨를 바라보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재미있는 일이 생겨서 말이죠·”
나는 루인에게 새겨둔 고대 마법이 발동하는 것을 느끼며 웃음을 터뜨렸다·
‘머저리 새끼·’
아무래도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reader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추신)
휴재를 해서 죄송합니닷···!
요정의 생활 패턴이 워낙 이상한지라···
최근 2시간만 자는 일이 늘어가서··· 피로가 몰려왔습니닷···!
죄송합니닷···!
또 오늘은 정말 맛이 없어서 죄송합니닷···!
이번 파트 빠르게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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