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98
최근 학생회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이교도에 대한 일들이 연달아 터지고 있었으니까 한 가지 일을 잠재우면 다른 한 가지 일이 터지고 다른 한 가지 일을 잠재우면 내부에서 일이 터지는 것이 임원들에게 피로를 주고 있었다·
학생회의 신뢰는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었다· 계속해서 터지는 일들은 줄어들 생각이 없었으니까 학생들의 불만은 자연스럽게 학생회를 향하고 있었다·
소정의 금액과 재단에서 대폭적인 지원을 받는 학생회들이 하는 일이 없다는 불만을 말이다·
솔직히 맞는 말이긴 했다· 그동안 자신들이 보여준 결과는 실망스럽기 그지없었으니까· 학생회장 샤르티아는 학생들의 의견을 부정할 수 없었다·
“하아···”
최근 아카데미에서 이상한 소문이 들기 시작했다· 아카데미의 교수 중 하나가 이교도와 관련이 있다고 말이다·
순위전을 코앞에 두고 쌓여가는 업무들· 게다가 불길한 소문까지 샤르티아는 또다시 늘어나는 일들에 지끈거리는 이마를 누르며 깊은 한숨을 뱉었다·
“너희는 생각이 있는 거야?”
“···”
“선도부라고 세워놨던 놈들은 바쁜데 술이나 처먹으러 가고 안 그래도 순위진 예산표 작성하는 것 때문에 일손이 부족해서 죽겠는데 회계 부서장이란 놈은 같이 따라가서 놀고 있고····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샤르티아는 지금 화나 있었다·
바쁜 와중에 인력들이 놀고 있었으니까· 아직 순위전이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자기들끼리 기념이다 뭐다 어쩌고 하면서 술판을 벌인 녀석들에게 상당히 화가 나 있었다·
몇몇 애들은 아직 술이 덜 깼는지 졸고 있고 아예 책상에 엎드려서 자는 놈들도 있고·
역대 학생회 중 가장 최악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임원들에게 샤르티아는 환멸을 느끼며 한숨을 뱉었다·
“너희들이 이러니까 학생회가 단체로 욕을 먹고 있는 거잖아····”
샤르티아의 투정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임원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며 떠들고 있었다· ‘오늘도 또 화를 낸다·’라고 하면서 말이다·
샤르티아는 깊은 한숨을 뱉었다· 더 이상 이런 것 가지고 뭐라고 할 힘이 남아 있지 않았으니까·
순위전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앞두고 나태해진 녀석들이 도저히 성인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샤르티아는 짜증을 담은 목소리로 서 있는 선도부 임원들에게 말했다·
“나는 진심으로 너희가 성인이 맞는지 의심이 가·”
“죄송합니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으면서 일을 똑바로 못하는 게 웃기잖아· 안 그래?”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걸 묻는 게 아니잖아· 너희도 생각이 있으니까 그렇게 한 거 아니야· 내 말이 틀려?”
“···”
“아니면 왜 그렇게 하냐고! 안 그래도 선도부 소문이 개떡 같은데 사람들 많은 술집을 가서 왜 일을 더 키우냐고! 하아···· 아니다· 아니야·”
굳어져 가는 임원들의 표정에 샤르티아는 깊은 짜증을 속으로 삼키고 있었다·
차라리·
그래 차라리 그 녀석이 있었을 때가 더 나았는데·
샤르티아는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한 남자를 생각하며 지끈거리는 이마를 만졌다·
-속옷 도둑놈 잡아 왔습니다·
-야··· 백작가 차남을 피떡으로 만들어오면 어떡해! 아무리 속옷 도둑놈이라고 해도 그러면 안 되잖아!
-괜찮습니다· 아가씨는 공작이니까요· 불만 있으면 따지러 오겠죠· 그때까지 목이 붙어있을지 모르겠지만요·
-미친놈 아니야····
-미친놈은 남자 속옷 훔쳐 가는 이 놈이 더 미친 게 아닐까요· 아무튼 시키신 일 다 했으니까 아가씨 징계하나 까주시는 거 맞죠?
-···
-갑니다·
확실히 그 녀석이 지금 이곳에 남아 있었다면 많은 것들이 바뀌었을 것 같다·
해이해진 임원들 생활이나 자잘한 범죄들은 그 녀석이 모조리 처리했으니까· 고깝게 보는 시선은 없었지만 일 처리 하나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났던 일꾼이었다·
-불만 있으면 아가씨한테 따져 나한테 따지지 말고· 못할 것 같으면 뒤에서 손가락이나 빨고 있던지·
미친놈이었지만 말이다·
만약 리카르도가 이곳에 남아 있다면 많은 걸 그 녀석에게 의존할 것 같았기에 샤르티아는 고개를 저으며 아쉬운 생각을 떨쳐냈다·
‘아쉬워···· 마음 같아서는 계속 일 시키고 싶었는데·’
아카데미에 돌아올 마음이 없는 녀석을 다시 불러오는 방법도 없으니까 샤르티아는 속으로 아쉬움을 삼켰다·
게다가 자신은 리카르도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기도 했고 말이다·
-우우우··· 다시는 아카데미로 돌아오지 마라!
-빨리 꺼져버려!
-꺼져라!
-저희가 잘못한 건 알고 있는데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 거겠습니까?
-···
-이해를 할 수 없네요· 저 학생들도· 아카데미도· 그리고 황녀님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
-그냥 조용히 보내주면 됐을 텐데· 뭐 어쩌겠습니까 잘못한 건 저희니까 받아들여야죠·
과거의 섣부른 판단에 그 녀석의 마음에 상처를 준 샤르티아는 입술을 깨물고 중요한 안건에 관해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직무 태만 문제는 나중에 해결할 수 있으니까· 그것보다는 아카데미에서 떠도는 소문을 잠재우는 일에 집중해야 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올리비아의 퇴학 때처럼 학생회의 민심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이 일어날 수 있었기에 샤르티아는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샤르티아는 그때의 악몽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다· 모두의 비난과 불신을 한 사람에 뒤집어 씌워버리는 일도 학생들의 비난도 듣기가 무서웠다·
경각심을 담아 샤르티아는 모두를 향해 말했다·
“최근에 아카데미에서 떠도는 소문 들었어?”
“···”
“아카데미 교수 중에 이교도가 있다는 소문 너희도 들었을 거 아니야·”
침묵을 지키고 있던 선도부 학생 중 한 명이 작게 웃으며 답했다·
“에이 그냥 요즘 일들이 많이 터져서 그러는 거 아닐까요? 저희 아카데미가 얼마나 까다롭게 교수님을 선발하는데요·”
“···알지 아니까 이런 소리 하는 거 아니야·”
샤르티아는 주먹을 쥐고 답답한 마음을 삼켰다·
모든 학생이 까다로운 채용방식을 알고 있는 이곳에서 저런 소문이 나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라고 샤르티아는 생각했으니까· 남들은 유난을 떠는 것 같다고 할 수 있겠지만 학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샤르티아로서는 가볍게 여길 문제가 아니었기에 예민하게 반응해야 했었다· 물론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그렇게 생각해야 했고 말이다·
“다들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진지하게 생각해봐· 무도회 때처럼 일이 터지면 이번에 누가 막아 줄 거냐고·”
샤르티아는 탁자에 앉은 임원들의 얼굴을 노려보며 말했다·
“지난번처럼 자퇴생한테 도움받을래?”
모두를 저격한 샤르티아의 말에 학생회 임원들은 압정이라도 밟은 사람처럼 발끈거리며 큰 목소리를 냈다·
특히나 선도부를 책임지는 검술 학부의 3학년 로한은 주먹을 쥐고 샤르티아에게 소리쳤다·
“그건 저희도 일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닙니까! 그때 전부 설명했는데 왜 그렇게 말씀하는 겁니까!?”
“일이 있다는 사람이· 학생들 대피도 안 시키고 도망쳤어? 진입하는 이교도병력을 한 명도 못 쓰러뜨리고 다들 살았다고 떠드는 것 보고 내가 얼마나 어이없는 줄 알아? 내가 소문 안 돌게 입막음시키느라 개고생을 했는데···”
‘마음 같아서는 확 불어버리고 싶은데···’
-비밀로 해주실 거죠?
-···
-이미지가 있지 않습니까· 안 그래도 지금 학생회 이미지가 바닥을 치고 있을 텐데·
샤르티아는 무도회에서 리카르도가 했던 말을 생각하며 입을 다물었다· 매번 자신이 세운 공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돌리던 녀석이 한 부탁이었으니까· 마음대로 말할 수가 없었다· 도움받은 사람으로서 보답할 수 없게 말이다·
게다가 리카르도의 말처럼 학생회가 아무런 힘도 못 쓰고 쓰러졌다는 소문이 퍼지면 악질적인 기사가 날 테니까 누구의 공이라고 떠벌릴 수 없는 처지이었고 모든 게 모순 같았다·
샤르티아는 복잡해진 생각을 주워 담으며 말했다·
“똑바로 해· 3시간 뒤면 순위전이야·”
학생회 임원들은 샤르티아의 무거운 눈빛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단 한 사람·
“그···”
마법 학부의 임원 루인을 제외하고 말이다·
샤르티아는 손을 든 루인을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매번 책상에 발을 올리고 있는 녀석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자리에 똑바로 앉고 손을 들고 있는 게 신기했으니까·
샤르티아는 루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왜 무슨 할 말 있어?”
모두의 시선이 루인에게 집중되기 시작하자 루인은 어색하게 들었던 손을 내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아무것도·”
“뭔데·”
“그냥 오늘 순위전 끝나고 뭐하나 싶어서·”
“장난하냐·”
루인은 주먹을 쥐고 생각했다·
‘안 돼· 죽어도 못 말해·’
‘쪽팔려서 어떻게 말해· 흑마법을 배우려다가 쪽 당했다고 어떻게 말하냐고·’
루인은 가슴속에 차오르는 양심의 고백을 삼키며 고개를 숙였고 샤르티아는 마지막으로 임원들에게 경고와 응원을 담은 메시지를 뱉었다·
“너희도 알다시피 순위전은 1학년하고 4학년 모두 참여하는 중요한 이벤트야·”
샤르티아는 축객령을 뱉으며 말했다·
“방심하다가 지지 말고 이겨· 알겠지?”
순위전이 시작되기 전에 마지막 학생회 회의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
회의실에 홀로 남은 샤르티아는 왠지 모를 조급함에 의자에 앉아 손톱을 뜯고 있었다·
“뭐지·”
뭐가 불안했다· 무슨 일이 터질 것 같은 불안함이 계속해서 마음속에 찝찝하게 남아있는 것 같았다·
당장에라도 무슨 일이 터질 것 같은 오싹함에 쉽사리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샤르티아는 손톱을 깨물며 깊은 고민에 잠겼다·
그렇게 10분·
20분이 지났을까·
샤르티아의 눈에 책상 위에 작은 편지 봉투 하나가 보이기 시작했다·
갈색 봉투에 깔끔하게 밀랍으로 밀봉된 편지 봉투· 지난번에 돈을 받으러 온 리카르도가 놓고 간 편지였다·
-급여 왜 안 주셨습니까·
-미안 일이 너무 바빠가자고·
-이 돈에 아가씨와 저의 생계가 달렸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어···?
-장난입니다·
-미친 거야?
-아니요· 아 참 이건 제 마음을 담은 편지입니다· 급여를 주지 않은 억울한 마음을 꾹꾹 눌러서 담은 편지니까 꼭 읽어주세요·
-싫거든· 가지고 돌아가·
-싫습니다·
바빠서 읽지 않고 있었는데 샤르티아는 복잡한데 잘됐다는 생각으로 작게 미소를 지으며 편지에 손을 뻗기 시작했다·
“어차피 읽지도 못 할 텐데· 왜 편지를 썼어·”
웃기지도 않은 일이다·
분명 욕이나 써 놨겠지·
샤르티아는 가벼운 마음으로 리카르도의 편지 봉투를 뜯기 시작했다· 천천히 보이는 봉투의 내용물에 샤르티아는 조심스럽게 편지를 꺼내 들었고·
“더럽게 못 쓰네···”
2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편지를 읽을 수 있었다·
[정신계열 교수님 뭔가 꺼림칙하지 않습니까· 오늘 길가다가 마주쳤는데 이상한 책을 보면서 실실 웃고 있더군요· 일단 제 취향은 아닙니다만····]
샤르티아는 편지를 읽자마자 겉옷을 챙기고 경기장으로 뛰어갔다·
[일단 조심하시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제가 바빠서 말이죠·]
*
모두의 함성이 맴도는 경기장·
긴장감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루인은 첫 대전상대를 보며 주먹을 쥐고 있었다·
-이번에 마법 학부의 루인 선배님이 상대하게 될 상대는 바로···!
“x발·”
-미하일입니다!
제대로 풀리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reader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후원 감사]
인간_772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날씨가 춥습니닷···!
꽃들이 져버릴 것 같은 날씨··· 독자님의 건강에 무리가 가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독자님에게 응원을 담은 사랑의 요정···! 뜨거운 감자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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