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02
오늘도 평화로운 아가씨의 방·
침대에 앉아 창밖을 구경하는 아가씨는 밝게 빛나는 아침을 보며 졸린 눈을 비비고 있었다·
“리카르도·”
“네·”
“졸려·”
“일어난 지 10분도 안 됐습니다·”
“그래서 졸려·”
하품을 뱉는 아가씨를 보며 나는 헛웃음을 뱉었다·
아침 10시에 일어났으면서 졸리다고 하는 아가씨의 모습이 귀여웠으니까·
“하아아암···”
미녀는 잠이 많다는 말이 사실인 걸까 매번 졸음과 사투를 벌이는 아가씨의 모습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와도 한 수 접을 정도였으니까·
역시 미모는 수면과 비례하는 것 같았다·
나는 작게 웃으면 홍차를 우리기 시작했다· 차 만큼 잠을 깨워주는 음료는 없었으니까 쪼르륵 뜨거운 물이 마른 찻잎을 적시자 은은한 홍차의 향이 방안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흐음···”
홍차의 향기가 좋은지 미간을 찌푸리며 코를 킁킁거리는 아가씨는 졸린 눈을 맑게 뜨기 시작했다· 침침하게 감았던 눈을 뜬 아가씨의 표정을 확인한 나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아기씨에게 말했다·
“향기 좋죠?”
“아니·”
“···”
단호하게 답하는 아가씨의 답변· 아가씨는 뚱한 표정을 짓고 붉은색의 찻물이 우러나오는 컵을 보며 말했다·
“쿰쿰하고 실 거 같고 건강해질 것 같다·”
“건강해지면 좋은 거 아닌가요·”
“건강하면 맛없잖아·”
“엄청 비싼 찻잎인데요·”
“이이익···”
아가씨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맛없는 건 싫어·”
세상에 비싼 것이 꼭 정답은 아닌 것 같았다· 낭만을 모르는 아가씨는 열심히 우려낸 차를 단호하게 거절하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산들거리는 바람이 불어오는 창밖을 보며 명상을 하는 아가씨는 보물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과자를 꺼내 창밖을 향해 던지기 시작했다·
“너도 먹어·”
-고오오오옴!
“이것도 먹어·”
-고오오옴!
곰탕이도 챙겨주는 아가씨의 착한 모습에 나는 웃음을 터뜨리며 찻잔을 짚었다· 아무래도 이 차는 내가 먹어야 할 것 같으니까·
‘홀짝’하고 느껴지는 홍차의 씁쓸한 맛에 나는 평안한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괜히 샀네·’
아무래도 고급진 것과 데스문트는 친하지 않은 것 같다· 다르바브도 홍차를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1시간이라는 지났다·
아침을 먹은 아가씨는 다시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하고 있었고 나는 아가씨의 침대 맡에 앉아서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유에 마음에 평화가 느껴지는 지금 나는 고개를 돌려 책상 위에 놓아둔 신문을 읽기 시작했다·
“뭐 해?”
찰락이는 신문 소리에 눈을 뜬 아가씨는 나를 보며 물었다· ‘너도 자라고’ 침대 옆을 두드리는 아가씨의 요망한 손짓에 혹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나는 미소를 지으며 아가씨의 제안을 거절했다·
“마음의 양식을 쌓는 중이랍니다·”
“리카르도는 그런 건 조금만 쌓아도 돼· 어차피 그 정도 양식 가지고 리카르도가 똑똑해지지 않아·”
“···뭡니까· 그 발언 상당히 상처받는데요·”
“괜찮아 나는 안 쌓여서 포기했어·”
마음의 양식을 포기한 선배의 조언에 나는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아가씨의 볼을 쭉 늘렸다·
“포기했다가 뭡니까· 포기했다가·”
“이이익···! 찢어져!”
“저는 괜찮습니다·”
“내가 안 괜찮아!”
역시 아가씨의 볼은 부드러웠다·
제국의 신문에는 많은 기사들이 담겨 있었다· 정치·모험·경제 등 대중들이 환호하는 가십거리가 담겨 있었다·
아가씨도 가끔 나오기도 했었고·
-특보! 데스문트 가문의 차녀 마법 학부의 수석으로 등극해···!
-특보···! 데스문트 가문의 차녀 올리비아 흑마법 사용으로 인해 퇴학당해····
-데스문트의 몰락이 시작되나·
물론 좋은 내용으로 실린 적은 별로 없었지만 말이지· 나름 아가씨는 신문에 자주 등장한 연예인이었다·
유명인이라면 유명인이 맞겠지·
나는 작게 숨을 들이마시며 오늘의 기사를 아가씨와 함께 읽기 시작했다·
“일단 오늘은 가로세로 퀴즈가 없네요·”
“재미없어·”
“그러게 말입니다·”
오늘은 어떤 내용이 빈약한 사회지식을 채워줄까· 나는 기대를 가지며 기사를 읽어내려갔다·
보통 신문의 첫 면에는 제국에서 가장 화끈하게 달아오르는 가십거리가 첫 번째로 등장한다·
어떤 가문이 망했다·
귀족 가문의 자제가 사고를 쳤다는 둥 사람들이 환호할 만한 자극적인 주제로 시작하지·
나는 작게 눈을 뜨고 첫 면의 기사를 읽기 시작했다·
“그래도 오늘 재미있는 기사가 있네요·”
“뭔데?”
“아카데미에 대한 기사입니다·”
아카데미라는 말이 아가씨는 슬쩍 신문을 향해 눈을 돌렸다· 관심 없는 척하긴 했지만 아카데미라는 말에 흥미가 생기는 모양·
나는 아가씨가 읽을 수 있게끔 신문을 기울이며 기사를 읽기 시작했다·
“특보· ‘아카데미 더는 안 전하지 않다!’라고 하네요·”
“왜?”
“그건 읽어봐야 알겠죠·”
고개를 끄덕이는 아가씨의 반응을 확인한 나는 천천히 기사의 내용을 빠르게 훑기 시작했다·
난장판이 된 아카데미의 사진·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고서 상처를 치유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상처투성이인 샤르티아 황녀의 인터뷰하는 사진이 담긴 기사는 한눈에 봐도 좋은 내용의 기사는 아닐 거라고 생각됐다·
실수한 것 같은데·
소설의 정보를 알고 있는 나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지만· 아가씨는 몰랐을 테니까·
아카데미 측에서 언론을 막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일이 심각하게 터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신문의 첫 면에 불리한 내용이 대문짝만하게 실린 것을 보니까 내부에서 일을 처리하는 것만으로 벅찼던 모양이었나보다·
나는 쓴 미소를 지으며 슬쩍 신문의 기사를 가렸다· 다행히도 기사를 보지 못한 아가씨의 머리에 물음표를 띄우고 있었다·
“왜 숨겨?”
“검열해야 합니다·”
“치사하게 리카르도만 재미있는 거 보려고 해·”
“생각보다 재미없는 기사라서 보여드리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이이익···”
아가씨는 입술을 삐쭉 내밀고 내게 불만을 뱉고 있었다· 치사하게 나만 본다고 짜증을 내는 아가씨의 투정에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신문을 덮었다·
“대신에 제가 오늘 간식에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이스크림?”
“네·”
“얼 만큼?”
“한 통을 통째로 드릴게요·”
“호오오오···!”
아가씨는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았다·
“그럼 잘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가씨에게 이불을 덮어줬고 침대 옆 탁자에 앉아 천천히 기사의 내용을 읽어나갔다·
-아카데미 교수로 위장한 이교도의 대주교 슐리아의 습격이 지난날 오후 1시경에 발생했다·
-자세한 피해는 조사 중이지만 대략적인 피해액만 200만 골드로 예상되고 있다·
-부상자만 500여 명이 넘으며 사망자는 0명으로····
-본 사건은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은 아카데미 학생들의 노력과 마탑의 주인 ‘하인즈’와 함께 성공적으로 이교도를 제압한 사례로 많은 우려와 긍정적인 결과를 동시에 가져올 것으로 예상···
‘생각보다 심각하진 않네·’
생각보다 훌륭하게 사건을 마무리한 것처럼 보여졌다· 황실의 입김 때문에 아카데미를 까는 쪽으로 기사가 쓰이진 않았고 사망자가 없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했으니까· 어느 정도 적정선에서 일을 해결했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피해가 더 클 줄 알았는데· 이정도면 잘한 거지·’
처음으로 내가 관여하지 않은 이교도와의 전투였다· 이유 없는 악의도 처음 느껴봤을 테고 살의를 들어내는 전투를 처음 겪어보는 학생들이 감당하기에는 어려웠을 테니까·
탑주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 부담이 없는 전투이긴 했지만 그래도 버티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란 걸 알고 있었으니까· 칭찬할 만 했었다·
나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더이상 간섭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이렇게만 해준다면 다가오는 고난에 맞춰가며 조연과 주연 모두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홀가분한 마음이 듦과 동시에 나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묘하게 뿌듯해지기도 했다·
역시 쓸데없는 걱정을 하면 안 된다니까·
나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신문을 덮었다·
아가씨는 곤히 자고 있었다·
새근거리는 숨소리를 뱉으며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두 손을 배 위에 모으고 얌전하게 자고 있었다·
“흠냐··· 고기·”
이런 모습만 보면 천상 귀족이 따로 없는데 입만 열면 악녀로 변하는 아가씨의 모습에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아가씨가 악녀가 아니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말이다·
조신하게 차를 우리고 초콜릿보다는 홍차를 좋아하는 아가씨가 만약에 내가 모시는 사람이라면 어떨지 가끔 생각하기도 한다·
-리카르도 씨 오늘 하루도 고생 정말 많았어요·
-힘드시죠? 여기에 앉아서 편히 쉬세요·
-네? 저 먼저 먹으라고요? 아니에요· 리카르도 씨 먼저 드세요·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나는 헛웃음을 뱉었다· 아가씨는 그런 것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니까·
나는 지금의 아가씨가 좋았다·
솔직하고 투정을 부리는 아가씨의 담백한 모습을 좋아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내가 아가씨를 모시는 이유고 이 삶에 만족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었다·
뭐가 됐든 나는 아가씨를 좋아했으니까·
나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아가씨를 지그시 바라봤다· 볼에 파리가 붙어 미간을 찌푸리는 아가씨의 이마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미래를 생각했다·
함께하는 미래를·
함께 웃는 미래를·
그리고 함께 해변을 걷는 미래를·
상상만으로 행복했다·
[재활의 손길을 사용하시겠습니까?]
그래서 나는 내 선택에 후회가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reader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추신)
지각해서 죄송합니닷···!
[후원 감사]
도링님 10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히이이이이익!!!!!
과분한 사람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요정··· 무슨 말로 이 마음을 표현해야될지 모르겠습니다·
독자님에 계신 곳에 절하는 요정이랍니다·
정말로 과분한 사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정의 기괴한 연제 시간도·
문제도 많은 요정을 좋아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독자님에게 오늘은 특별한 요정 중의 요정···! 우주의 요정의 힘을 빌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찾아오는 5월 가정의 달에 화목화 행복이 가득한 평화의 요정···! 별똥별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데지_965남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히이이익!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족함이 많은 요정의 글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5시까지 깨어있는 요정···!
제대로 정신이 붙어있는지 잘 모르겠는 요정이랍니다!
더욱더 노력하는 요정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지각도 줄이려고 노력을···! 해보겠습니다!
요정의 건강을 생각해주시는 독자님에게 힘이 불끈불끈 나는 활력의 요정! 민물을 요정치는 장어의 요정의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테이퍼스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히이이익!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근 요정 건강이 많이 약해졌다고 생각하는 중이랍니다·
손목이 슬금슬금 아파오는 느낌이··!
운동 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더욱더 노력을!!
항상 감사합니다!
이번에도 요정의 건강을 생각해주시는 독자님에게 온몸의 힘을 네게 만드는 힘의 요정! 득근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 후원 맨트는 다음 회차에 적도록 하겠습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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