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05
떨어지는 별을 보며 아가씨와 나는 새벽의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히힛···”
희망의 씨앗이 발아한 기념적인 날이라서 그런지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는 아가씨는 소리 없이 올라가는 입꼬리를 숨기지 않고 있었다·
“히히힛···”
침대에 누워 나를 바라보는 아가씨는 계속해서 웃고 있었다· 칭찬을 바라는 부담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아가씨의 시선에 나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아가씨를 바라봤다·
“왜 그렇게 빤히 보시나요·”
“히힛··· 그냥·”
아가씨는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원하는 답을 기다리고 계셨다· 모른 쇠하면서 고개를 돌리는 나를 빤히 바라보는 아가씨는 다시 한번 콧김을 뿜어내며 말했다·
“히힛··· 리카르도 나 대견해?”
간들거리는 목소리로 뱉는 질문·
아가씨의 거짓 없는 표정에 나는 작게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대견합니다·”
“얼마만큼 대견해?”
“하늘만큼 땅만큼 대견합니다·”
“호오오···! 하늘만큼 땅만큼!”
아가씨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나도 알아····’라고 작게 중얼거렸다· 정말이지 자기 기분에 솔직한 아가씨의 모습은 언제봐도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아가씨의 방안에는 따뜻한 기류와 동시에 뭉클한 감정이 올라오고 있었다·
남들이 볼 때는 별거 아닌 일이라고 생각할 일이지만 우리에게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숙제와도 같은 일이었으니까·
기약도 없고·
끝도 없을 것 같은 숙제·
어떤 비유를 들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는 2년 동안 진도를 나가지 않았던 질문에 힌트를 들은 것처럼 기적과 같이 느껴졌다·
“후훗···”
고양감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화장실에서 나올 때마다 내 눈치를 봤던 아가씨의 쑥스러움은 뿌듯함이라는 감정 속에 갇혀서 쉽사리 들어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었다·
“후후훗··· 나 대견해·”
나는 자신의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는 아가씨를 바라보며 작게 미소를 짓고 말했다·
“너무 악당처럼 웃고 계시는 거 아닙니까? 누가 보면 밀수에 성공한 공무원인 줄 알겠습니다·”
“그만큼 대단한 일이니까 어쩔 수 없어·”
“맞긴 하죠·”
나는 아가씨의 솔직한 답변이 좋았다· 부끄러워하지 않고 직설적인 표현을 뱉는 아가씨의 말은 대답하는 내게 부담감을 지워줬으니까· 어떤 말을 해도 솔직하게 말해주는 아가씨와의 대화가 나는 좋았다·
나는 피곤한 눈을 비비며 창밖을 바라봤다· 아직 어둠이 깃든 하늘이 밝아지지 않은 걸 보니 아침이 찾아오려면 먼 모양· 확실한 건 지금 자면 늦잠을 잔다는 거겠지·
나는 아가씨에게 합법적으로 아침을 굶으라는 선언을 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있는 질문을 뱉었다·
“하아암··· 내일은·· 아니지 오늘은 늦잠이나 실컷 잘까요·”
“음··· 그러게·”
깊은 고민에 빠진 아가씨는 말똥거리는 눈을 깜빡이며 미간을 찌푸렸다· 초롱초롱한 눈을 보아하니 체력이 남아도는 모양· 농땡이 치려는 건 어떻게 알았는지 시급에 예민한 아가씨였다·
“부족한 수면은 피부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오는데 말이죠·”
“내 피부는 좋은데·”
자신의 볼을 만져보라면서 내 손을 잡고서 볼을 문대는 아가씨의 손짓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긴 하군요·”
역시 세계관 최고 미인이라서 그런지 외모라는 주제 안에서 흠잡을 곳이 없는 아가씨였다· 내적인 부분은 고쳐야 할 것이 많았지만 세상은 공평하다 이건가· 나는 다시 한번 합법적으로 월급 루팡을 할 계획을 세웠다·
‘음···’
마땅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까 주인이 그렇게 하고 싶다면 따라야 하는 게 집사였으니까·
나는 아가씨의 입에서 긍정적인 답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몸을 돌리고 있는 아가씨는 빤히 나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리카르도 졸려?”
“네···?”
“하품도 많이 하고 피곤한 것 같아서·”
“새벽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요? 제가 이렇게 보여도 성장판이 닫히지 않은 어린이라서 말이죠·”
“리카르도 꿈이 너무 커· 나보다 나이도 많으면서 그러는 거 아니야·”
“노인공격 멈춰주시죠·”
“히힛···”
역시 아가씨는 배려가 없었다·
한참 동안 내 손에 볼을 문대던 아가씨는 내 손을 작은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꼼지락거리면서 손바닥과 손가락을 신기한 듯 쭉쭉 늘리는 아가씨는 솜방망이 펀치를 날릴 것 같은 고양이처럼 가만히 나를 바라보더니 하던 행동을 멈추고 있었다·
“왜 그렇게 보십니까?”
“···”
“아가씨?”
갑자기 입을 벌리는 아가씨·
-아아아···· 함!
“꺅! 왜 물으십니까!”
천천히 입을 벌리는 아가씨는 내 손을 물고서 놓지 않고 있었다· 아프지 않을 정도의 치악력으로 내 손을 물고 있는 아가씨의 머리를 떼어내기 위해 손을 털었지만 아가씨는 좀처럼 놓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우으으··· 움!”
손을 흔들면 흔들수록 머리가 달랑달랑 움직이는 아가씨· 볼에 바람을 빵빵하게 불어 넣고서 침을 묻히는 아가씨는 기분이 좋은지 눈가에 웃음을 피워내고 있었다·
손에 침이 흥건하게 젖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흡족해하는 아가씨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던 손을 놓아주고 상쾌한 표정을 지었다·
“후아···!”
침이 묻은 입가를 소매로 닦아내며 엄지손가락을 ‘척’하고 올리는 아가씨·
“리카르도 맛없어!”
“뭡니까! 그게!”
“욕이야·”
“···?”
“리카르도는 머리카락 색이 빨간색이라 달달한 맛이 날 줄 알았는데 짜·”
“사람에게서 달콤한 맛이 나면 그게 이상한 거 아닙니까?”
“히힛··· 맞아·”
역시 아둔한 평민의 머리로는 아가씨의 생각을 전부 이해하는 것에 무리가 있는 것 같았다·
아가씨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면서 내 손에 묻은 침을 옷으로 닦아주기 시작했다· 예전 같았으면 네가 알아서 닦으라고 내버려 뒀을 텐데 집사를 배려하는 마음을 깨달은 아가씨의 모습에 적지 않은 감동을 느끼고 있었다·
아가씨는 손바닥에 생긴 이빨 자국을 조심스럽게 만지면서 말을 줄였다·
“···리카르도·”
굳은살을 만지면서 숨을 삼켰고·
“···”
손가락에 작게 남아 있는 흉터를 보며 숨을 뱉었다·
한참 동안 말 없이 손가락을 어루만지던 아가씨는 밤에 새들이 깨지 않을 조용한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지금은 안 아파?”
“네?”
“손· 이제 안 아프냐고·”
“아가씨께서 이로 물어서 아프냐고 묻는 거면····”
아가씨는 소매의 단추를 푸르면서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거 말고··· 이거·”
아가씨의 눈앞에 지난날 아가씨를 울 게 만들었던 흉터들이 가득하게 담기기 시작했다·
재활의 손길을 사용한 직후라서 그런지 검은 얼룩들이 드문드문하게 남아 있는 팔뚝은 그리 좋은 풍경은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서 사라지긴 했지만 하루 정도는 지나야 전부 사라졌으니까·
아련한 눈을 뜨고 흉터를 살피는 아가씨는 걱정을 가득 담은 눈으로 내게 말을 걸었다·
“아직도 많이 아프지?”
나는 조금의 고민도 하지 않고 솔직하게 답했다· 지금은 아프지 않다고·
“아닙니다·”
“거짓말이잖아· 아직도 이렇게 아파 보이는데····”
속상한 듯 입술을 삐쭉 내밀고 있는 아가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아니요· 정말로 이젠 아프지 않습니다·”
“아가씨께서 이렇게 정성 어린 간호를 해주시는데 어떻게 아플 수 있겠습니까· 지금까지 아프면 이상한 거죠·”
나는 우울한 표정으로 상처를 어루만지는 아가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잔잔한 목소리로 답했다·
“지금은 오히려 엄살을 부리고 싶을 정도로 아프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에는 흉한 흉터지만 걱정해주는 미인이 있어서 충분히 남는 장사라고 생각했다·
답을 들은 아가씨는 입술을 삐쭉 내밀고 뚱한 목소리로 답했다· 바보 같다고 하면서 말이다·
“리카르도는 몸을 너무 안 챙겨·”
“저처럼 제 몸 챙기는 사람이 어디에 있다고요· 아가씨 몰래 보약도 만들어서 먹는데요·”
“그건 맛없어서 나는 안 먹어도 괜찮아·”
“아가씨도 같이 먹게 하려고 했는데 실패했네요·”
“히힛··· 맛없는 건 싫으니까·”
작게 미소를 짓는 아가씨의 눈빛은 내 손에서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어떤 감정인지 나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죄책감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알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아가씨는 이 흉터가 생긴 이유에 대해서 알고 있었으니까· 솔직히 이런 걱정이 부담되기도 했지만 몽글몽글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좋기도 했었다·
영웅 대접을 기대하고 버린 짓은 아니었는데 말이지·
쑥스러운 마음에 나는 아가씨의 걱정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단 표정을 지으며 아무 말 없이 아가씨의 조심스러운 손길을 받아내고 있었다·
아가씨는 내게 이전에 했던 말을 다시 한번 뱉었다·
“아프지 마·”
“···”
“리카르도가 아프면 나도 아파·”
“···”
“저번에도 리카르도가 아프다고 했을 때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알아···?”
“죄송합니다·”
아가씨는 내 손을 꼭 잡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부끄러운 말을 해서 그런지 고개를 들지 않는 아가씨의 모습에 나는 따뜻한 기분을 느꼈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야 해·”
새끼손가락을 내밀며 계약서에 싸인을 하라는 아가씨· 원래는 이런 계약서에 쉽게 싸인을 해주지 않는 사람인데 나는 작게 웃으며 사기 계약에 지장을 찍어 버렸다·
“알겠습니다·”
“저번처럼 거짓말하지 말고·”
“노력해보겠습니다·”
“이이익···”
“···약속·”
호락호락한 사람은 아녔다·
나는 밝아오는 새벽의 태양을 보며 하품을 뱉었다·
“그럼 아가씨· 오늘은 늦잠을 자도 될까요?”
“으···”
“아침도 먹지 말고요·”
“으으···”
“집사가 아파서 그럽니다·”
나는 소매의 단추를 잠그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약속하셨잖아요·”
아침을 포기하란 말에 좀처럼 답을 뱉지 못하는 아가씨는 약속이라는 말에 울적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웅· 허락해줄게·”
역시 아가씨는 착한 사람인 것 같다·
나는 방으로 돌아가기 위해 조심스럽게 의자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번 주 목요일에 여행 가는 거 어떻습니까?”
여행이란 말에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가씨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봤다·
“여행?”
“네·”
“어디로···?”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에 신이 나는 모양·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데·
나는 작게 웃으며 아가씨를 향해 말했다·
“아무 곳이나 가보죠· 일어나면 천천히 정해봅시다·”
설레는 아가씨는 잠을 자긴 틀린 것 같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reader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후원 감사]
돔의로망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정은 독자님의 관심만으로 엄청난 행복을 느끼고 있답니다···!
보기보다 요정은 감수성이 풍부하다고 느낍니닷···!
집필하면서 뭉클함을 자주 느끼고 있으니 말이죠!
어느덧 200화를 넘어가고 있는 13악녀!
열심히 달려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독자님에게 뜨거운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열정의 요정···! 뜨거운 감자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닉빔님 105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히이이익!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돌아온 후원 맨트···! 요정 독자님의 소리를 들어서 정망 기쁩니다···!
미하일의 암컷타락···! 기대하고 계시다는 맨트와 요정의 건강을 생각해주시는 맨트!
요정 감동의 물결과 음흉한 웃음을 짓고 있답니닷···!
좋은 말씀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독자님에게 밤하늘에 별이 많이 떠 있는 행복의 요정···! 은하수를 건너는 우주선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언플님 2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닷!
정주행중이시라는 독자님··!
요정 걱정이 됩니닷···!
물론 지금의 요정도 부족함이 많지만 과거의 요정은 더욱 부족함이 많았으니 말이죠···!
독자님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군요!
독자님에게 정주행 동안 안정된 주행감을 느끼기 위한 요정! 조용한 분위기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닷!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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