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17
올라프의 머리는 바닥에 떨어졌다·
강인했고 소설 속에서 유리아의 아버지를 죽였던 악의 축이 악녀의 집사의 손에서 막을 내리고 있었다·
‘하아···’
믿기지 않았다·
사도라는 존재를 내 손으로 죽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강대했고 누구와 붙어도 지지 않았던 사도를 내 손에서 죽였다는 게···· 솔직히 말하면 동귀어진까지 각오했는데 일이 잘 풀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사도의 목을 아가씨가 볼 수 없는 곳으로 치워내며 작게 중얼거렸다·
“끝났네요·”
아무래도 아름다운 것만 보아야 될 아가씨의 눈에 이런 건 보면 안 됐으니까·
건물 잔해 뒤에 사도의 시체를 치워둔 나는 더 이상 올라프의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주먹을 쥔 손을 바라봤다·
-꽈아아악····
평소와 같은 주먹이지만 다르게 느껴지고 있었다· 견고해지고 힘이 넘쳐나는 느낌· 다른 육체가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늘었다·
이것이 소드 마스터라는 건가·
특별하게 변한 건 없는 것 같지만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제국의 검을 앞에 두고 겁먹지 않을 정도로 말이지·
나는 마음속으로 상태창으로 외치려 했지만 잠시 머뭇거리고 아가씨의 안위를 살피었다· 수명이 늘어난 것도 좋았지만 일단 아가씨의 건강이 우선이었으니까·
사도를 압도할 정도의 흑마법을 사용한 아가씨의 몸이 괜찮을 것 같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심각한 내상·
혹은 후유증·
불길한 예감을 느낀 나는 빨리 아가씨를 향해 눈길을 돌렸다·
“아가씨!”
“웅냐·”
벽에 기대있는 아가씨는 퀭한 표정을 짓고 늘어져 있었다· 다행히 가벼운 내상은 정도로 끝났는지 평온한 눈으로 늘어져 있는 아가씨는 내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아가씨!?”
한가지 특별한 점은·
“찌팔·”
아가씨의 몸이 변했다는 정도·
나는 당황한 목소리를 뱉으며 아가씨를 바라봤다· 작고 난쟁이같이 작아진 아가씨를 내려다보면서 말이다·
특별하게 변한 건 아니었다·
팔이 네 개가 달리거나 드워프처럼 몸통만 작아진 것도 아니었고·
그냥 뭐랄까·
볼살이 통통하게 부풀었고·
눈매가 더욱 표독스럽게 변했고·
무슨 짓을 해도 악해 보이지 않는 정도로 변했다고 해야 할까·
“푸흡···”
“웃띠마!”
오랜만에 아가씨의 어린 모습을 보고 있는 나는 웃음을 터뜨리며 아가씨를 향해 소리쳤다·
“아니 그 모습은 뭡니까!?”
아가씨는 변해있었다· 나를 처음 만났던 그 시절 7살짜리 어린 아이로 말이다·
“푸하하! 아니 큽··· 크흐흡·”
“이이익···!”
아가씨는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봤다· 안 그래도 통통하게 부푼 볼살에 바람을 넣어 부풀리면서 주먹을 쥐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웃디마!”
“아니 어떻게 안 웃을 수가 있습니까· 몸이 크흑···”
“이이익·· 웃디 말라고 했따·”
“···하아·”
조금만 더 놀리면 아가씨가 울 것 같았기에 나는 이쯤에서 그만 놀리기고 아가씨를 향해 다가갔다·
“몸은 왜 그렇게 되신 겁니까·”
아가씨는 고개를 저으면서 내게 순박한 목소리로 답했다·
“몰라·”
“큰일이군요·”
“큰일 아니야·”
“그럼요?”
아가씨는 짧아진 손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만 지나면 돌아올 것 같아·”
“오···”
“흑마력이 부족해서 그런 거니까 금방 돌아올 거야·”
“···음?”
“괜찮아· 금방 채울 수 있어·”
“어떻게요?”
아가씨는 비밀이라고 하면서 악당처럼 웃어 보였다·
“비밀이야·”
흑마법을 사용하는 악녀라·
이제는 진짜 악당처럼 보여지는 아가씨의 모습에 혼을 내주고 싶었지만 몸이 귀여워진 아가씨를 혼내는 건 할 수 없을 것 같았기에 나는 작게 한숨을 뱉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가씨는 두 팔을 벌려 나를 바라봤다· 안아달라는 듯이 초롱초롱한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는 아가씨의 모습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저었다·
“안아쭤···”
“아가씨·”
“웅?”
나는 아가씨의 다리를 바라봤다·
“아가씨 지금···”
두 다리로 서 있는 아가씨의 짜리몽땅한 다리를 감격에 젖은 눈으로 바라봤다·
일시적인 거란 것을 알고 있지만 흑마법의 후유증이란 것을 알고 있지만 두 다리로 서 있는 아가씨의 모습을 오랜만 봤었으니까·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가씨를 향해 말했다·
“아가씨··· 지금 일어서고 계십니다·”
“웅?”
고개를 숙여 다리를 바라보는 아가씨·
하얀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머리에 물음표를 띄우고 무릎 위로 움직여지는 다리에 느낌표로 바꾸며 기괴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히이이익?! 이이이이익?!”
“아가씨···”
감격에 젖은 아가씨는 나를 바라보며 울먹이는 표정을 지었다·
“리카르도···”
“아가씨·”
“그래도 안아줘·”
“···”
하여간 감동이란 걸 모르는 아가씨였다·
나는 한숨을 푹 쉬며 아가씨를 안아 들었다· 작아진 아가씨의 몸을 공주님 안기로 가뿐하게 안아 들고서 조심스럽게 흉한 것들이 보이지 않을 쪽으로 아가씨의 몸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가씨는 작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내 볼을 만졌다·
다친 곳은 없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볼을 쭉 늘리면서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는 아가씨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내게 말을 걸어왔다·
“안 다쳤어?”
나는 아가씨를 따뜻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네·”
“진짜로·”
“진짜로 안 다쳤습니다·”
“히히·”
확신을 담은 답변에 아가씨는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계속해서 아가씨의 걱정 어린 손길은 그칠 줄 모르고 있었다·
입가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괜찮다는 말에도 끊임없이 걱정하는 아가씨의 관심이 좋았으니까·
“그것보다 정말로 돌아올 것 같습니까?”
“웅· 왜? 많이 이상해?”
“아니요· 지금도 좋기는 한데 저는 개인적으로 보물 주머니를 가진 아가씨가 좋아서 말이죠·”
“보물···”
보물 주머니란 말에 가슴을 내려다본 아가씨는 눈을 큼지막하게 뜨고 세상을 잃은 표정을 지었다·
“히이이익!!!”
역시 웃긴 사람이었다·
“내 보물!”
“제가 나중에 따로 챙기도록 하겠습니다·”
“웅· 리카르도 주머니로 슬쩍하면 안 돼·”
“···들켰나요?”
“응·”
나는 아가씨의 장난에 미소를 지으며 계속해서 걸었다·
품에 안긴 아가씨는 입꼬리를 내리며 내게 말했다·
“리카르도· 나 안 무거워?”
“가볍습니다· 원래부터 가벼우셨는데 지금은 솜털처럼 가볍네요·”
“히힛··· 있잖아· 리카르도·”
“네·”
“아저씨한테 두들겨 맞아서 아프지 않아?”
“···”
멋진 모습은 안 보고 보여주기 싫은 모습만 본 아가씨는 뼈를 때리는 말을 뱉으며 내게 말했다· 두들겨 맞아서 아프지 않냐니· 그건 좀 마음이 아픈데·
나는 아가씨의 이마에 딱밤을 때려주며 작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제가 더 많이 때렸습니다·”
“거짓말·”
“정말입니다·”
“진짜?”
“네·”
소드 마스터를 직전에 둔 아니 소드 마스터를 집사로 둔 아가씨는 아직도 내가 연약한 집사로 보이는지 계속해서 내 볼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정말이지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휠체어에 앉은 아가씨는 어디선가 찾은 담요를 몸에 덮고 무너진 여관을 보며 말했다·
“근데 리카르도 우리 어디서 자?”
“그러게요·”
처리할 일이 참 많은 것 같다·
나는 사라져버린 여관을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세계에서도 주택 보험은 있으려나·’
있으면 좋겠는데·
일단은 뭐 어떻게든 되겠지·
나는 사사로운 일은 제쳐두고 전투를 마무리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올라프는 죽었지만 아직 하나의 적이 남아 있으니까·
“아빠····”
나는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겨 꿈틀거리고 있는 검은색 존재를 착잡한 눈으로 내려다봤다·
죽어가는 와중에서도 아빠를 찾는 괴물의 모습은 어딘가 마음에 걸렸으니까·
소설에서는 이 괴물은 유리아의 손에 올라프와 함께 전사했다· 정확하게는 성불이라고 하는 편이 맞으려나 신성력에 죽었으니까· 뭐가 됐든 살아있으면 안 될 생물인데····
티르빙을 든 나는 고민에 빠졌다·
“아가씨·”
“응?”
나는 검으로 괴물을 가리키며 물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아가씨에게 묻기 위해서· 머릿속으로 죽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연 있는 이를 죽이는 것이 마음에 걸렸으니까 말이다·
아가씨는 검은색 생명체를 바라보고 어깨를 으쓱였다·
“몰라·”
“그런가요·”
“웅·”
모르겠다·
그래도 뭐 내가 끝맺음을 하지 않아도 죽을 것 같은데·
나는 티르빙을 검집에 넣어두고 죽어가는 괴물에게 말을 걸었다·
“죄송합니다·”
“··”
“저 때문에 당신이 불행을 겪어서 죄송합니다·”
괴물은 조심스럽게 내게 손을 뻗어온다·
손이라고 하기에는 뭐라 표현하기 어려웠지만 느껴지는 손길에서 온기라는 것이 담긴 것 같았다· 마치 괜찮다는 듯이 다독여주는 것처럼 괴물의 손은 내 어깨를 두드려주며 나를 포근하게 안아줬다·
-고마워요·
작게 들려오는 괴물의 목소리·
웃긴 일인데· 웃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를 죽인 내게 그리고 그녀를 죽인 내게 고맙다는 말은 듣는 것은 어울리지 않았으니까·
나는 고개를 숙이고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올라프의 딸은 숨을 거두었다·
어디로 갈진 모르겠다·
지옥에 갈지 아니면 천국에 갈지· 나도 잘 모르겠다· 사후세계도 믿지 않는 나인데 좋은 곳을 가길 바라는 것도 웃긴 일이니까·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사라져가는 소녀의 몸에서 손을 얹어줬다·
“고생하셨습니다·”
소녀가 떠난 자리에는 작은 종이 한 장이 검은색 재에 파묻혀 조그맣게 올라와 있었다·
나는 허리를 굽혀 소녀의 몸에서 나온 종이를 햇빛에 비춰보며 쓰라린 미소를 지었다·
‘···’
종이에는 젊은 올라프와 어린 소녀가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이 담겨있었다·
나는 코를 후비고 있는 아가씨에게 말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재빨리 손을 등 뒤로 숨기는 아가씨를 보면서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이분의 묘를 지어드려도 되겠습니까?”
내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존중이었다·
*
수도의 마탑 지부·
공간이동 마법진 앞에 선 유리아는 샤르티아에게 받은 서신을 읽고 있었다·
-유리아!
지난 새벽 급하게 기숙사 문을 두드린 샤르티아 황녀에게 받은 서신에는 유리아가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 담겨있었다·
사진이었다·
붉은 머리 남자와 이교도가 싸우고 있는 사진· 그리고 그 사진 아래에서는 자신의 집이 무너져 있었고· 아버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유리아는 불길한 예감을 지울 수 없었다·
세상에 어느 사람이 불타는 고향을 보고 ‘괜찮아·’라고 생각하진 않을 테니까·
유리아는 두려웠다·
자신이 생각하는 최악의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유리아는 무서웠다·
샤르티아는 유리아를 향해 말했다·
“준비 다 됐어·”
“네·”
“괜찮을 거야·”
걱정스러운 손길로 어깨를 두들기는 샤르티아의 손길은 유리아에게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유리아는 북부로 향하는 포탈에 몸을 맡기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reader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추신)
드디어 이번 파트가 끝이 났습니다!
다음 파트는 최대한 고구마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있더라도 1화 정도로 압축할 생각입니다!
유리아가 ‘이이익!’하는 분위기지만 길게 가면 안 좋은 것 같아서 말이죠!
잔잔하게 갈 예정이랍니닷!
아가씨는 금방 돌아올 에정이니 걱정하지 마시길 바라겠습니닷!
늦어서 죄송합니닷!
그리고 힘이 되는 댓글 정말 감사합니닷!
[후원 감사]
나헤마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이번 파트를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다행입니닷···! 걱정이 많았던 파트였는데···!
다음부터 빌드업의 양을 줄이고 빠르게 가보려고 생각합니닷!
아니면 양념을 맛있게 해보려고 노력하는 요정이 되겠습니다!
독자님에게 시작하는 한 주가 즐거워 질 수 있는 요정! 해피해피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닷!
때구니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가셨다니 정말 다랭입니다!
요즘 날씨가 쌀쌀한데 항상 건강 챙기시길 바라겠습니다!
특히나 다가오는 여름! 더위 먹지 않는 냉기의 요정도 지참하시길···!
독자님에게 한 주의 시작을 알리지만 다가오는 월요병을 이겨낼 수 있는 요정! 퇴근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도링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히이이익! 요정에게 국밥을 좋아하냐고 물어봐주시는 독자님!
요정 국밥이라면 미치도록 좋아하는 국밥의 요정이랍니다!
파스타보다 국밥을 선호할 정도로 말이죠!
요정의 끼니를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요정은 독자님의 사랑으로 무럭무럭!
국밥을 사랑하는 독자님에게 튼튼하고 행복한 영양소를 챙길 수 있는 건강의 요정! 소머리 국밥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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