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20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다·
병원 베란다로 향하는 유리아는 굴러가는 휠체어의 바퀴 소리를 들으며 올리비아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
올리비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흔한 인사도·
어떻게 지내냐는 근황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바퀴가 달린 의자를 움직이고 있었다·
-드르르륵···
반갑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무섭다는 두려움도 들지 않았고 오히려 보기 싫은 사람을 만나서 불쾌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
서로 안부를 물을 사이는 아니니까 굳이 말을 먼저 걸지도 않았다·
단지 하나 마음속에 드는 생각이 있다면 올리비아가 왜 자신을 따로 불렀는지 모르겠다는 점· 올리비아도 마찬가지로 자신과 할 이야기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끼익·
베란다에 도착한 올리비아는 휠체어를 멈추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
“크흠·”
한번 목을 풀고 머리카락을 뒤로 묶는 올리비아· 올리비아는 북부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일단 늦은 시간에 불러낸 것부터 사과할게·”
“···”
“나도 따로 부르고 싶지는 않았는데 오늘이 아니면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굳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올리비아는 휠체어에 앉은 채로 고개를 숙였다·
“솔직히 너랑 나 얼굴 보고 이야기할 사이는 아니잖아· 특히 너는 더 그럴 테고·”
알면서 왜 그런 걸까·
얼굴도 보기 싫은 사람인데·
유리아는 차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올리비아를 바라보며 주먹을 쥐었다· 리카르도는 괜찮더라도 올리비아는 싫었으니까·
유리아의 마음을 알고 있는지 올리비아는 고개를 숙이고 정중하게 사과를 다시 했다· 정말 미안하다고 다시는 이런 일은 없겠다고 말이다·
“사과는 나중에 할게·”
“···”
“나중에 제대로 할 거니까 너무 불편하게 생각해주지 말아줘·”
유리아는 마지 못해서 올리비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올리비아는 한숨을 내쉬고 입을 열었다·
“···딱 한 마디만 할게· 딱 한 마디만·”
-끄덕·
긴 한숨을 내쉰 올리비아는 무겁게 입을 얼었다·
“너는 왜 리카르도를 싫어하는 거야?”
올리비아는 주먹을 쥐고 힘겹게 말했다· 유리아의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할 수 없어서 그래·”
“내가···?”
올리비아의 질문에 유리아는 말끝을 올리며 의문을 제시했다· 리카르도를 싫어하지 않았으니까·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들었다·
‘싫어한다니·’
‘내가 리카르도를···?’
대답을 기다리는 올리비아의 시선에 유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네가 잘못 알고 있는 거라고·
“아니야· 내가 왜 리카르도를 싫어해· 나는 오히려 리카르도를····”
올리비아는 유리아의 답을 듣지 않고 확신을 담아서 말했다· 올리비아가 바라보는 유리아는 리카르도를 분명히 싫어하고 있다고 말이다·
“아니야· 너는 리카르도를 싫어해·”
“아니야·”
“아니 맞아·”
올리비아는 유리아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서로 마주보기 불편한 관계이긴 하지만 할 말은 해야겠다는 듯이 주먹을 꼭 쥐고 말했다·
“네가 리카르도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면 그 착한 바보가 네 눈치를 볼 이유가 없잖아·”
“그건 네 착각이잖아·”
“아니야· 내 눈은 정확해·”
올리비아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리카르도는 너만 보면 고개를 숙이고 있어· 가만히 있지 못하고 뭐라도 해주려고 움찔거려·”
“···”
“다치지는 않았을까 무슨 일은 당하지 않았을까 걱정하고 신경 쓴다고·”
“그건···”
기분 좋은 말에 유리아의 기분은 조금씩 풀어졌다· 리카르도가 그렇게 생각할 줄은 생각도 못 했으니까· 악녀의 입에서 듣는 말이지만 왠지 몰라도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을 생각해준다는 게 기쁘고 신기했다·
올리비아는 굳은 표정을 지으며 유리아에게 말했다· 지금 자신이 뱉은 말은 칭찬이 아니라고 알려주듯이 조금은 감정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근데 너는 아니잖아·”
“어?”
“리카르도만 보면 화내고· 미워하고· 소리치고·”
“···”
“리카르도가 한 짓도 아닌데 오해부터 하잖아· 이게 싫어하는 게 아니면 뭐야·”
유리아는 올리비아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틀린 게 없었으니까·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서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올리비아는 유리아의 오점을 계속해서 말했다· 악녀이기에 상대방의 기분을 배려하지 않은 말을 동시에 지워지지 못할 악몽을 남겨준 가해자로서 죄책감을 담아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의 배려를 담아서 가슴에 손을 얹고 말했다·
“나는 미워할 수 있어도 리카르도는 미워하면 안 되잖아· 리카르도가 너한테 어떤 사람인데···· 왜 미워하는 거야?”
나는 너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올리비아는 말했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너를 이해할 수 없어·”
올리비아는 과거의 감정은 한쪽으로 치워둔 채 병상에 누워있는 리카르도를 생각하면서 속에 담은 이야기를 뱉었다· 유리아가 받아들이기는 조금 거북할 수 있는 억양으로 말이다·
“여기서 더 리카르도가 뭘 더 해줘야 하는 거야?”
“···”
“아카데미에서 쫓겨날 때 리카르도가 미안하다고 했잖아·”
가만히 올리비아의 말을 듣던 유리아는 주먹을 쥐었다· 꺼내고 싶지 않은 기억을 올리비아가 들췄으니까·
리카르도를 미워했고·
싫어할 수밖에 없었던 기억을 꺼내 본 유리아는 감정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꽈악·
올리비아는 유리아의 눈치를 보면서 계속해서 말했다· 욕을 들어도 대답을 듣겠다는 의미에서 소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리카르도는 분명 너한테 사과했어· 나쁜 일을 겪게 해서 미안하다고 다시는 너희 앞에 나타나지 않겠다고 사과했잖아·”
“하·”
유리아는 턱 끝까지 올라오는 감정에 입을 그만 열어버렸다· 유리아에게 리카르도와 함께했던 기억은 잊지 못할 추억이자 역린이었으니까·
“사과했으면···”
“···어?”
“사과했으면 끝날 일이야?”
“아니 그게··”
“나도 너한테 사과했었잖아· 무슨 잘못을 한 지 모르겠지만 미안하다고·”
“···”
“내가 잘못했으니까· 화 풀어달라고 그랬었잖아· 근데 너는 나한테 어떻게 했는데· 나한테 괜찮아 그러면서 잘 해줬어? 비교할 걸 비교해·”
유리아는 입술을 깨물고 발음을 뭉개며 말했다·
“너희 때문에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그건·”
“변명하지마· 듣기 싫으니까·”
“···”
올리비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떨리는 어깨를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리카르도가 화내지 말라고 했었으니까· 차분하게 심호흡을 하면서 성격을 죽였다·
-후우···
“그래 맞아· 너는 나한테 그래도 되는데· 네가 리카르도한테 그러면 안 돼·”
“···”
“리카르도는 동네북이 아니야· 만나면 고개를 숙이는 북이 아니라고·”
올리비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주먹을 꼭 쥐고 소심한 목소리로 유리아를 바라봤다·
“나만 때릴 수 있는 내 허락 없이는 아무도 못 건드는 나만의 북이야····”
올리비아의 투정에 유리아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그래 알고 있다고·
리카르도에게 유독 민감하게 굴고 화내는 게 잘못이란 것을 알고 있다고·
근데 나도 억울하단 말이야·
믿었고 좋아했던 사람이···· 지금도 좋아하고 점점 더 좋아지는 사람에게 따돌림을 당했던 그때를 생각하면 억울하고 화가 난단 말이야·
알아· 안다고·
하지만·
억울한 걸 어떡해·
리카르도를 좋아해서 더욱 상처받은 자신이 왜 질타를 받아야 하는지 유리아는 알 수 없었다·
유리아는 주먹을 쥐고 올리비아에게 말했다· 뻔뻔하게 그러지 말라고·
“너만을 위한 북이라고?”
“어·”
“리카르도는 너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하고 있는데?”
“알아·”
“죄책감 없어?”
“없을 리가·”
올리비아는 고개를 숙이고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나도 주제를 아는 사람이라고 은혜를 모르는 머저리는 아니라고·
그리고 다시 한번 유리아에게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근데 너는 그러면 안 돼·”
올리비아는 유리아의 눈을 똑바로 보면서 말했다·
“너는 모르잖아·”
“뭐를·”
“리카르도가 너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르잖아·”
“아니 알아·”
“알면서 왜 너만 힘들다고 생각해?”
올리비아는 자기 자신의 처지를 알고 있다·
리카르도의 발목을 잡은 짐덩이라는 것도 성질만 부리는 못된 악녀라는 것도 알고 있다· 고치려고 하지만 그게 단번에 안 돼서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것도 충분히 알고 있었고·
그래서 리카르도에게 항상 미안하고 고마워하고 있었다· 리카르도가 싫어하는 것 같으니까 아카데미 이야기도 하지 않고 자기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었다·
그래 적어도·
올리비아는 리카르도의 고생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었다·
“적어도 나는 리카르도한테 고마워해· 근데 너는 아니잖아·”
유리아는 주먹을 쥐고 고개를 숙였다· 파르르 떨리는 주먹을 쥐고 입술을 움찔거렸다·
‘참아야 해·’
아카데미 이야기를 다시 꺼내고 싶지 않으니까·
‘억울하다고 하면 안 돼·’
리카르도가 나 때문에 죽을 뻔했으니까 그것도 내가 내지른 칼에 찔렸으니까· 생색내지 않은 리카르도를 미워한 자신이 얼마나 못되고 나쁜지 알아야 해·
‘알아· 올리비아 말이 맞아·’
근데·
그런데·
무서운 걸 어떡해·
유리아는 소리쳤다·
“네가 알아?”
“···”
“믿었던 사람한테 배신당한 기분을 알아? 항상 내 편이 되어 줄 거라고 약속한 사람이 하루아침에 등을 돌려서 내 책상에 낙서하는 것을 본 기분을 네가 아냐고·”
유리아는 속에 있던 거친 감정을 들춰내면서 자신이 겪었던 일들에 대해 울분을 토하기 시작했다·
“고마움에 대해서 모른다고? 나도 알아! 리카르도가 나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나 때문에 다치고 그런 거 안다고!”
“다쳐···?”
“근데 너는 모르잖아! 무도회장에서 3시간이 동안 옷장에 가둬둔 일도 모르잖아·”
유리아는 올리비아의 변해버린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 너는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고·
“믿었는데 정말 믿었는데! 그 믿음이 밑바닥으로 떨어진 기분을 네가 아냐고···!”
유리아는 지난날 자신이 봐왔던 리카르도의 이중성에 대해서 소리쳤다·
“무서워··· 솔직히 무섭다고·”
“나도 이제 그만하고 싶은데 또 배신당할까 봐 무섭다고·”
올리비아는 헛웃음 터뜨리며 말했다· 한가지 키워드에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으니까·
“너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올리비아는 눈치를 한 번 보고서는 작게 중얼거렸다· ‘리카르도가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라고 중얼거리고는 한숨을 뱉으며 말했다·
한 글자씩 또박또박·
“리카르도는 말이야·”
유리아의 귓가에 확실하게 말해줬다·
“너 때문에 아카데미에서 겉돌았어·”
“너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reader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추신)
생각보다 일찍 왔습니닷!
그리고 유리아는 요정이 민심을 회복시키도록 해보겠습니닷!
삐뚤어지게 해서 죄송합니닷!
[후원 감사]
테이퍼스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요정의 마음에 상처 받지 않는 마법 뾰로롱···!
요정 받았습니다! 이 응원의 멘트를 받고 힘을 받았습니다!
물로 요정이 욕을 먹는 이유는 전부 요정의 탓이지만 말이죠 ㅎㅎ
요정도 잘못을 반성하고 고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독자님에게 상처에 직빵인 요정! 후시딘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핡짝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아껴먹는 중이라는 독자님···! 이 요정 조심스럽습니다!
아껴먹다가 탈이라도 난다면 히이이익!
요즘 식중독이 유행이랍니다! 요정의 글이 식중독이 아니길 바라며··!
독자님에게 훌륭한 소화 건강의 요정! 소화제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파페포포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항상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정 더 정진하고 달려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독자님에게 즐거움과 행복이 공존하는 요정! 해피 바이러스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참께라면님 49코인 감사합니다!
군인이라니···! 이 요정 새로운 직업을 가진 독자님을 뵈서 정말 반갑습니다!
독자님이 보내주신 에피소드를 읽고 미소를 지었던 요정이랍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독자님께서도 남은 기간 동안 건강하고 웃음이 가득한 날이 많기를 바라겠습니다!
밝은 미래는 화창하게!
독자님에게 새로운 직업에 걱정되는 마음을 타파해줄 최고의 요정! 걱정없음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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