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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Chapter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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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

담벼락에 있는 모든 낙서를 지운 뒤 개운한 표정으로 깨끗한 담벼락을 바라봤다·

“완벽해·”

담벼락에는 어떤 낙서도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아가씨와 외출하는 날·

날마다 오는 이벤트가 아니다·

외출이라면 질색을 하는 아가씨가 모처럼 집 밖을 나가는 날이니까·

제국의 5대 맛집

숲의 친구·

특출난 명소가 없는 하멜을 관광지로 만들어 준 식당· 육즙이 가득한 스테이크와 싱그러운 채소의 조화가 으뜸인 식당에 오늘 아가씨와 나는 가게 되었다·

오늘 아가씨에게 할 이야기가 있었다·

언제 말할지 고민했던 기쁜 소식·

드디어 빚을 다 갚았다고 아가씨에게 말할 생각이다·

 

신문지 덥고 안 자도 된다고 하면 아가씨가 얼마나 좋아하실까· 아가씨의 표정이 궁금해졌다·

‘좋아하시겠지·’

저택으로 돌아가기 전·

나는 마지막으로 담벼락에 이상한 글씨가 있는지 확인했다·

모처럼 하는 외출인데 아가씨에게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었으니까·

“깨끗한데·”

사악한 악녀를 마을로 추방하라던가·

‘악녀가 사는 집’이라고 쓴 낙서를 지워야지 아가씨가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저택을 떠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마음이 여린 아가씨가 그런 글귀를 본다면 상처받을 수도 있으니까·

매번 욕하고 투덜거리긴 하지만 바퀴벌레를 무서워하고 악몽을 꾸면 펑펑 울고 같이 자자고 찡찡거리는 의외의 모습을 가지고 계시니·

연약한 아가씨의 마음을 지키는 것 또한 집사의 일이다·

-숲의 노래?

-예·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잘못들은 게 맞다 면요?

-삐질 거야·

먹을 거에 욕심도 많고·

삐지기도 하는 아가씨·

내 눈에는 어지간한 사람들보다 순진한 소녀로 보였다·

“리카르도! 언제 와!”

저택의 2층에서 아가씨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기를 먹을 생각에 신이 단단히 난 모양·

놀이공원을 가자고 조르는 어린아이 같았다· 안 간다고 말하면 펑펑 울 것 같은데·

‘고기가 그렇게 좋나·’

자주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아가씨는 아직도 많이 부족한가 보다·

이제 빚을 갚았으니·

일주일에 다섯 번 정도는 고기를 먹일 수 있지 않을까·

우린 마이너스 통장을 벗어난 신인류니까·

저택 리모델링도 하고·

비 새는 천장도 고치고·

청소할 인부도 고용하는 사치스러운 귀족 생활의 밑거름을 마련한 몰락한 귀족이니까 고기 정도야 이제 무서운 소비가 되지 않았다·

대신 부위를 정할 때 타협을 봐야 하겠지만·

일단 시작은 싸구려 녹차부터 바꾸는 게 우선이겠지·

번화가에 가면 찻집부터 가자고 다짐하는 나였다·

“리카르도!”

“예엡!”

빨리 가야겠다·

이러다가 울겠다·

***

“늦어·”

침대에 앉은 아가씨는 나를 째려봤다·

“왜 이렇게 늦었어!”

“밖에 쓰레기가 많아서·”

“그래도 너무 늦었잖아!”

빨리 가고 싶은데 늦장 부리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아가씨· 팔짱을 끼고 흥 거리는 데 툭 튀어나온 입술을 잡아당기고 싶었다·

-빤히·

악녀의 눈빛을 보내는 아가씨·

“에잇·”

나는 아가씨의 볼을 잡아당기는 것으로 죄책감을 유발하는 정신계 공격을 방어했다·

“잡아당기지 마라!”

상당히 부드러운 감촉이다·

찹쌀떡인 줄·

옆으로 당기면 늘어나고·

“잡아당기지 말라고!”

“오····”

“찢어진다· 흐에엑···! 찢어진다고!”

“부드러워!”

반대쪽으로 당기면 반대쪽으로 늘어나고·

“호에에엑!”

만족스러운 볼의 촉감을 한참을 즐기다가 주먹을 꽉 쥐고 ‘우이시’라고 하시는 아가씨의 냥 펀치를 맞고서야 나는 아가씨의 볼을 놓아줬다·

분이 풀리지 않은 아가씨는 주먹을 뻗었다· 짜증이 가득 담긴 눈으로 살기를 담은 주먹·

나는 가볍게 피하고 안주머니에서 종이 2장을 꺼내 쫙하고 아가씨의 이마에 붙였다·

강시처럼 경직된 아가씨는 종이의 냄새를 맡으며 화를 풀었다·

“킁킁·”

“진짜입니다·”

“흐으읍··· 진짜 맞지?”

“맞으니까 준비하라고 한 거 아니겠습니까?”

“흐으으으으읍· 나 행복해·”

태세전환이 뛰어난 아가씨였다·

아가씨는 오랜만에 사람답게 꾸몄다·

매일 입던 애착 잠옷은 오랜만에 빨래통에 들어갔고 무도회에서 입을 법한 검은 드레스를 입고 침대에 얌전하게 앉아있었다·

오랜만에 사람답게 꾸민 아가씨는 아름다웠다·

“향수 뿌렸습니까?”

“어· 맡아볼래?”

아가씨는 머리카락을 넘기고 목덜미를 보여줬다· 스스럼없이 드러나는 아가씨의 하얀 목덜미에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미친·’

유교 보이가 감당하기에는 아직 버거운 표현이었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미치겠네·’

미의 여신이라 불러도 아깝지 않을 아가씨의 모습이 너무 오랜만이라 설렜지만·

“아가씨···”

“응?”

흠····

“그러고 나가실 생각입니까?”

“왜?”

“아니요· 그게·”

나는 화장대에서 거울을 꺼내 아가씨의 얼굴을 보여 줬다·

고개를 갸웃하며 이상한 점을 찾지 못하는 아가씨·

“왜? 너무 예뻐?”

아니요·

그····

아가씨는 일본 사극에서 나올법한 화장을 하고 말았다·

짙게 칠한 눈 화장에·

떡칠한 립스틱·

과도하게 붉게 칠한 볼 터치까지·

오랜만의 외출에 신나서 얼굴에 뭘 좀 바르신 것 같은데·

엄마 화장품을 훔쳐 바른 초등학생 같았다·

나는 화장 솜으로 올리비아의 얼굴을 비볐다·

‘에 퉤퉤’ 거리며 짜증 내는 아가씨의 반항· 나는 귀족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아가씨의 화장을 지워냈다·

“너무 예쁘셔서· 지금 그 상태로 나가면 해코지 당할까 봐 겁납니다·”

 

“그래? 너무 힘을 줬나?”

 

“네 많이 과하셔서 여러 가지 의미로 위험할 것 같습니다·”

 

“그래?”

외모에 대한 칭찬에 히죽거리는 아가씨·

“히히· 예쁘게 부탁해·”

아가씨는 바보 같은 웃음으로 나를 바라봤다·

미워할 수가 없다니까·

무도회에서 아가씨의 화장을 많이 고쳐본 나는 화장에 익숙했다· 과거에도 무도회에서 영애의 머리끄덩이를 잡은 아가씨가 화장이 지워진 상태로 여포처럼 돌아다니면 자주 손을 봐줬으니까·

나는 아가씨의 화장을 자연스럽게 고쳐가기 시작했다·

너무 강해 보이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착해보이지 않게·

아가씨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화장을 마치고·

거울로 아가씨의 얼굴을 비췄다·

“오···!”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며 거울과 나를 번갈아 보는 아가씨· 아가씨는 만족한 듯 엄지손가락을 척하니 내밀고 흡족한 평가를 해줬다·

“예쁘네·”

“아가씨의 본판이 예쁘셔서 그런 겁니다·”

“힛···”

진하지 않은 연한 화장·

붉은색 틴트를 바른 아가씨는 수줍게 웃고 있었다·

준비는 끝났다·

나는 침대를 등지고 쪼그려 앉았다·

“자 하나· 둘·· 셋···!”

“흣챠·”

아가씨는 익숙하게 내 등에 업혔다·

창피하다고 나한테 업히지 않았던 때가 어제 같은데 자연스럽게 내게 몸을 맡기는 아가씨의 습관이 따뜻하게 다가왔다·

이제 서로의 등을 내어줄 수 있는 사이가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끙차· 아가씨를 업고 장난을 쳐봤다·

“어우 무거워·”

“거짓말·”

“진짜입니다· 저 몰래 초콜릿 드신 거 아니죠?”

“···많이 무거워?”

놀리려고 말한 건데 알고 싶지 않은 비밀을 알아버렸다·

아가씨는 이야기의 주제를 돌리기 위해 황급히 다른 대화 주제를 찾았다·

“밖에 날씨 좋아?”

“일주일간 금지입니다·”

“···미안해·”

허리에 포대기를 묶고 우린 밖을 향해 나갔다·

***

시선이 몰린다·

다 큰 성인을 업고 다니는 우리의 모습이 아무래도 마을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밖에 없나 보다·

-엄마 저 누나는 왜 업혀있는 거야?

-어딘가 불편해서 저러는 거야·

-어디가 불편해?

-엄마도 모르지?

노골적인 시선이 부담스러운 아가씨는 내 목을 더 세게 끌어안았다·

“컥! 아가씨· 숨· 숨!”

“쉿····”

아가씨는 부끄럼타고 있었다·

불편한 몸이 창피했고·

주변에서 들리는 모든 대화가 자신을 향한 비방으로 들렸다·

저택에서 멀어질수록 아가씨의 말수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챙이 깊은 모자를 썼는데도 아가씨는 흠칫거리면 바닥만 보기 바빴으니까·

“읏샤·”

“무거워?”

아가씨는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목소리가 어두운 게 많이 긴장한 것 같았다·

“아니요· 가벼워서 업힌 지도 모르겠습니다·”

“거짓말·”

“아니요· 진짜입니다·”

평소 들고 다니는 검보다 가볍게 느껴졌다·

오랜만에 아가씨와의 외출이라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오늘따라 힘이 넘쳐났다·

아가씨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드리고 싶은데 이대로 가다간 바닥에 벽돌이 몇 개인지 센 추억만 아가씨의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찻집을 가려던 걸음을 돌려 식당을 향해 경로를 바꿨다·

식당으로 걸음을 옮기는 동안 어색함을 달래기 위해 옛날이야기를 해봤다·

재미있게 들어줄지는 모르겠지만·

아가씨의 긴장이 풀어졌으면 했다·

“저번에 아카데미에서 구두끈이 끊어졌을 때 기억나십니까· 제가 아가씨를 업고 기숙사까지 데려다줬었는데·”

“···맞지”

“그때는 정말 무거웠는데·”

-퍽

아가씨는 냥 펀치를 날렸다·

“아픕니다·”

“아프라고 때린 거야·”

“푸하하···· 사랑스러운 집사가 때릴 곳이 어디 있다고·”

“많아·”

아가씨는 등에 얼굴을 파묻었다·

좀처럼 사람들의 관심이 끊기지 않아서 부담스러웠고 그리고 장난을 해준 집사가 고마워서 얼굴을 묻었다·

“거북이도 아니고 왜 이렇게 등에 숨어계십니까?”

“그냥 거북이 할래·”

“푸하하···”

부끄럼 많은 아가씨는 집사의 넓은 등을 등껍질 삼아 번화가를 빼꼼거렸다· 밖은 궁금한데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거북이·

긴장이 조금은 풀리자 고개를 들고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

“오···”

아가씨는 오랜만에 본 번화가의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다·

없었던 건물이 생기고·

있었던 건물이 없어지고·

추억이 담겼던 건물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천천히 긴장이 풀리는 올리비아였다·

아카데미 시절 때는 저택에 내려와서 군것질도 하고 의상실에 가서 ‘여기서부터 저기까지’라고 사치도 부려봤는데· 한편으로 아쉬우면서 그리운 추억들이 생생하게 지나갔다·

“저거 봐봐·”

“솜사탕 말입니까?”

“예전에 우리 저기서 자주 사 먹었잖아·”

“그렇죠· 진짜 오랜만이네요·”

올리비아는 용기를 내어 말해봤다·

“우리 밥 다 먹고 저기서 솜사탕 사 먹을까?”

흔쾌히 대답하는 나였다·

“그래요·”

슬슬 번화가 중심에 있는 목적지가 보인다·

늦은 시간에도 사람이 북적거리는 식당·

나는 주머니에 넣어둔 식사권을 아가씨에게 꼭 들고 있으라고 했다·

“점원 보이면 식사권 보여주세요·”

“웅·”

말릭이 그랬다·

-이건 조금 특별한 거라서 점원을 보여주면 줄 안 서고 바로 먹을 수 있거든· 비싼 거니까 멍청하게 줄 서지 말고 바로 들어가·

 

-오···!

북적이는 식당·

기다란 줄을 뚫고 가게 안에 천천히 들어갔다·

“실례하겠습니다·”

“미안·”

“죄송합니다·”

“미안·”

거대한 인파를 뚫으며 나아가는 아가씨와 나· 나는 저 멀리에 있는 점원을 발견하고 큰 소리로 말했다·

“여기요! 아가씨 손 흔드세요!”

“어···어!”

“사장님~”

“여···· 여기!”

순간· 누군가가 우릴 잡았다·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린 나·

등 뒤에는 반가운 사람이 서 있었다·

“하· 뭐냐”

짜증이 가득하고·

혐오를 내는 목소리·

“네가 뭔데 여기 있냐·”

녹조 색의 머리칼을 가진 남자·

루인이 우릴 보고 서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reader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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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Score 8.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t’s a story about a man who got transported into a novel and possessed a slum boy. He met a noble girl and served her as a butler for 13 Years. Now the girl has already fallen from her noble life and lives in an abandoned mansion with paralyzed legs. Why did she become like that? Of course because she is the villainess in the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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